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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도나미용실
작가 : 코코
작품등록일 : 2022.2.4

가진 것이라고는 젊은 패기와 열정뿐. 미용기술을 배우라는 할머니의 권유에도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며 미용기술을 배우는 것을 극구 부인하는 도나. 마침내 본인이 하고싶은?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자 회사면접에 간다. 하지만 회사면접이 끝난 후 전화 한통을 받게 되는데 그 전화 한 통으로 도나는 지난 날의 모든 것을 후회하게 되는데...

 
1.맴맴맴 여름소리
작성일 : 22-02-04 12:19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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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째깍째깍, 째깍째깍 장단이라도 맞추듯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욕쟁이 할머니의 가위질 소리가 오늘도 명쾌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오늘도 정상영업 중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 다녀왔어요.”

 

 “벌써 왔어!? ”

 

 할머니는 손님 머리에 집중한 채 말했다.

 

 “벌써라니? ...” 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에게 쏘아붙였다.

 

 “알았다, 알았어, 붕어빵도 이제 성인이 됐다고 화낼 줄도 알고. 껄껄껄”

 

 ”어이구 도나도 이제 정말 숙녀가 됐네, 시집가도 되겠어.“

 

 ”아,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또 오셨네요? 지난번에 이발하신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은데,,,“

 

 ”욕쟁이 할매도 먹고 살아야지. 단골손님인 내가 자주 와야 할매 용돈이라도 벌지. 할매가 맨날 너 꾸짖고 잔소리해도 경로당에 나오면 도나 너 자랑하는데 아주 귀에 못 박히겠어.“

 

 ”진짜요? 처음 듣는데요. 히히히 “

 

 ”할머니 진짜야? 내 자랑해? 근데 무슨 자랑 해?

 

 “자랑할 게 있어서가 아니라 도나 너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미 자랑거리지”

 

 할아버지는 세상에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손자 손녀를 그만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쟁이 할머니도 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며 할머니에게 잘하라고 했다. 평소 표현을 잘 못 하고 애교도 없는 도나와 욕쟁이 할머니의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펜션 집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이곳 오미리에서 작은 펜션을 운영하며 가끔 자식들이 도시에서 쉬러 오면 무료대여 해주면서 나름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평소 베푸는 것을 좋아하여 펜션 앞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말이 텃밭이지 실제로는 동네 어르신들의 작은 채소 마트로 유통되고 있었다.

 

 도나도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그 텃밭에 가서 상추, 깻잎, 대파 등 필요한 채소들을 가져온 적이 있어 잘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병마와 싸우다 일찍 하늘나라로 간 할머니를 잊지 못해 지금껏 재혼을 안 하고 소소하게 텃밭을 가꾸며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의 순애보 같은 사랑에 동네 어르신들은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아직 살날이 많으니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어떻겠냐며 했지만,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거절했다.

 

 도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왠지 우리 할머니에게 관심있어 보이는 것 같아 가끔은 모르는 척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은근슬쩍 떠보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넘어오진 않았다. 할머니는 펜션 집 할아버지보다 더 일찍 할아버지를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억척같이 자식 넷을 잘 키워냈다.

 

 슥삭슥삭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 자르고 솔로 얼굴과 목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영감도 이제 적적하지 않슈? 안사람이 하늘나라로 간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에효, 적적할게 뭐가 있겠어, 자식들도 있고 손자들도 있는데,,,적당히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내 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야지!!”

 

 할아버지는 체념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대답에 인정한다는 듯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나 배고파!”

 

 “뭐 먹고 싶어? 또 배달음식 먹을 생각하기만 해!”

 

 “아닌데? 오늘은 할머니가 해준 잔치국수 먹고싶어.”

 

 도나가 말하기도 전에 할머니는 미리 으름장을 놓았다. 도나는 역시 울 할머니 눈치 하나는 최고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사실은 햄버거가 먹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배달음식 먹을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뻔뻔하게 말했다.

 

 “날이 이렇게 더운데 무슨 잔치국수야!”

 

 “할머니, 이열치열 몰라? 원래 더울 땐 뜨거운 걸로 추울 땐 차가운 음식으로 물리치는 거야!”

 

 “그려? 그런거야? 껄껄껄 그래 오랜만에 할머니가 해준 국수가 먹고 싶다는 데 해줘야지.”

 

 펜션 집 할아버지 컷트를 마지막으로 미용실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았다. 도나와 할머니는 오랜만에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집으로 향했다. 걸어서는 약 3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집이 있었다. 워낙 시골이라 마을버스도 하루에 6대 밖에 없어 버스 시간을 못 맞추면 택시 타거나 무조건 걸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히 여름이라 해가 길어져 7시가 넘어도 날이 밝아 여름에는 그나마 걸어 다닐 수 있다. 겨울 같은 때에는 워낙 택시 잡기도 힘든 곳이라 무조건 버스를 타야 한다. 도나와 할머니는 같이 집으로 가면서 오랜만에 서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할머니”

 

 “응?”

 

 “나 사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물어봐도 돼?”

 

 “그려 뭔디?”

 

 “음,,,그게... 아니다, 나중에 물어볼게. 얼른 가서 국수나 해줘!”

 

 “뭐여, 싱겁기는.”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옷도 안 갈아입고 바로 잔치국수 만들 준비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멸치와 다시마를 다시마 팩에 넣어 육수부터 우려냈다.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 걸어오면서 흘린 땀을 간단하게 시원한 물로 샤워했다. 도나는 할머니가 샤워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할머니가 나오자 바로 바톤터치라도 하듯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도나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할머니가 차려놓은 잔치국수가 먹음직스럽게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노란색 계란 고명, 바다향이 가득한 김가루에 잘게 썬 김치까지 그야말로 도나가 좋아하는 삼합 세트였다. 도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할머니에게 잘 먹겠다고 말하고 바로 허겁지겁 먹었다.

 

 먹으면서도 계속 엄지를 들어 보였다. 할머니는 그런 도나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식탁에서 도나와 할머니의 애정이 무르익는 동안 어느덧 시골의 밤도 깊어져 갔다.

 

 뻐꾹, 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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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맴맴맴 여름소리 2022 / 2 / 4 298 0 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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