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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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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1화. 엇갈림.
작성일 : 22-02-01 21:26     조회 : 336     추천 : 1     분량 : 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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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는 소개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특히 그날 만난 소개팅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흔히들 햇살이 포근하다거나 더 눈부셨다거나 하는 진부한 말들을 사용하곤 한다. 책에서, 연극에서, 영화에서.

 

 그런데 그게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사용하는 말이 아니란 걸. 그날 알았다.

 

 겨울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던 가을의 끝 무렵. 이제 막 낙엽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죽은 이파리들이 여린 북서풍에 긁혀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계절이었다.

 

 

 

 코트에 묻은 찬바람을 망토 삼아 기어이 그 카페로 들어선 민석은 종업원 외에는 텅 빈 실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소개팅이 잡힌 약속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한 건 순전히 그가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친구인 찬우의 권유에 떠밀려 이곳에 온 건지, 아니면 늦가을의 바람이 민석을 떠민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몇 달 째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그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30분 전, 민석은 보도블럭의 색깔대로 발을 맞춰 그 카페로 향했다.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발걸음을 재촉하면 지루한 거리도 보이는 것만큼 심심하지 않았다. 최근 도시 개발 사업으로 거리의 보도블럭들이 일정한 규격을 맞춰 재탄생되고 있는 참이었다.

 

 희곡을 전공한 민석에게는 모든 것이 지루했다.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 지 1년이 다 되어 갔고 지금은 새롭게 글감이 떠오르기만을 바라며 매일 밤을 노트북 앞에서 지새우다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잠에 들었다.

 

 매일을 그렇게 살던 민석에게 룸메이트 찬우는 그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먼저 제안했고, 민석은 정신을 차려보니 그 카페에 앉아 있었다. 겨울이라 짧아진 낮인 것을 감안해서라도 밤낮이 바뀐 그는 제대로 된 아침을 본지 꽤 오랜 후였다. 소개팅을 마친 후, 몇 달 만에 맞이한 낮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혹시 소개팅...”

 

 민석이 가장 구석 자리에 앉고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채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렸다. 민석이 뒤를 돌아보니 한 여인이 수줍게 서 있었다. 준비가 채 되지 않은 그에게 먼저 그녀가 다가오자 뜨거운 커피라도 바지에 쏟은 양 민석은 쏜살같이 일어났다.

 

 “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라니. 민석은 가시밭이 있다면 그 위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도시개발사업인지 뭔지 때문에 거리가 온통 공사장이네요.”

 

 주문했던 아메리카노가 이제 막 나와서 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녀의 목소리가 이제 막 내린 따듯한 커피처럼 달콤해서 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카페인처럼 심장을 사로잡는 음색이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아니에요. 저도 이제 막 왔는데......”

 

 “주문 먼저 하셨나 봐요. 저도 하고 올게요.”

 

 그녀는 민석의 맞은편 자리에 작은 핸드백만 내려놓은 채 카운터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지만 카운터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선명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구둣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민석은 풀리려했던 긴장이 다시금 손가락을 옥죄었다.

 

 “여기 커피요. 종업원이 그쪽 거라고 해서요.”

 

 그녀가 민석 대신에 가져온 커피를 건넸다. 민석은 그때 처음으로 맞은편에 앉은 그녀를 보았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에 쌍커풀이 없는 매력적인 눈. 적당하게 오똑한 코와 작은 입술이 민석의 눈에 들어왔다.

 

 

 

 “주문하신 유자차 나왔습니다.”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석이 자신이 챙겨오겠다며 그녀가 일어나기 전에 황급히 일어났다. 그녀가 민석의 커피를 가져와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는 양. 분명 카페에 올 때까지만 해도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지금은 겨울나무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유자차를 담은 컵이 얼마나 뜨거운지도 몰랐다. 영혼이 아직 그녀의 옆에 머물고 있는 듯, 민석은 재빠르게 카운터로 가 쟁반 위에 있던 컵만 덩그러니 들고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민석이 그녀가 나타나기 전보다 더욱 긴장한 게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인지 아니면 그녀의 눈망울 때문인지 몰랐다. 카페가 이렇게 넓었나. 아니면 그가 카운터에서 너무 먼 쪽에 앉았나.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그때.

 

 “혹시 민석 오빠?”

 

 자리로 돌아가는 그를 또 다른 목소리가 붙잡았다. 민석이 옆을 돌아보자 하얀 코트를 입은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맞죠? 저 찬우 오빠 친구 정예슬이에요. 오늘 만나기로 했죠.”

 

 민석은 유자차를 잡은 손이 뜨겁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황급히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유자차를 내려놓고는 예슬을 보았다.

 

 “미안해요. 공사 때문에 버스가 멀리 돌아와서 늦었어요. 첫 소개팅 자리부터 늦는 건 예의가 아닌데.....”

 

 어떻게 된 상황인지, 민석이 예슬과 이미 인사를 나눈 여인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때. 카페 문이 열리면서 키가 큰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높은 시야로 카페 전체를 둘러보더니 여인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남자와 여인의 대화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들도 오늘 소개팅을 위해 이곳에 온 것으로 보였다. 두 쌍은 전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가 약속에 늦은 바람에 엇갈린 것이다.

 

 

 

 “아. 마음에 드는 자리에 먼저 앉아 있어요. 금방 갈게요.”

 

 대충 상황을 눈치 챈 민석이 다시 유자차를 집어 여인이 있는 쪽으로 갔다. 여인도 상황을 이해한 듯 민석을 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엇갈린 것 같아요. 차 고마워요. 소개팅 잘 하시구요.”

 

 미안함이 묻어 있는 그녀의 미소는 잔잔한 연못 같은 그녀의 뽀얀 볼에 작은 보조개를 만들었다. 민석 역시 머쓱함에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커피와 짐을 챙겨 예슬이 있는 쪽으로 갔다.

 

 민석은 예슬에게 대강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편한 마음으로 소개팅을 이어 나갔다.

 

 소개팅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취미,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심사, 영화, 연극, 패션, 스포츠 등에 대해 서로에게 질문하며 조금씩 공통점을 찾아 나갔다. 하지만 차이점이 미세하게 조금 더 많았다. 민석은 예슬이 앉은 통유리 창문의 뒤로 펼쳐져 있는 작은 도시를 보았다.

 

 예슬과의 소개팅은 지루했다. 예슬이 언덕에서 불어 내려오는 산들바람처럼 향기롭게 조잘댄 것과는 달리 민석은 좀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귀에 걸린 작은 초승달 모양의 드롭귀고리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관성에 의해 흔들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민석 역시 예슬의 리드로 초반에 가졌던 긴장과 당혹함이 많이 녹아내렸지만.

 

 민석 못지않게 예슬 역시 소개팅이 서투른지 팔꿈치로 커피 잔을 건드려 커피를 쏟는다던가, 케이크를 먹다가 사례가 걸려 기침을 하는 둥 잔 실수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예슬은 예쁜 미소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민석은 스스로도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다.

 

 “미안해요. 제가 조금 덤벙거려서.”

 

 예슬 쪽에서 쏟아진 커피가 책상을 타고 흘러 민석의 바지를 적셨지만 민석은 애써 모른 척 했다. 바지 위로 뚝뚝 떨어지는 커피는 여전히 뜨거웠다.

 

 그런 이유로 민석은 더더욱 신경을 온통 등 뒤에 있는 여인, 그녀에게로 향했다. 오후가 늦어지면서 서쪽으로 난 창으로 해가 기울었다. 창가에 앉은 민석과 예슬에게만 닿던 햇살의 손가락은 조금씩 여인이 앉아 있는 구석자리를 더듬었다. 예슬의 목소리 뒤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민석은 움찔거렸다. 종업원이 커피머신을 청소하는 소음이 귀에 거슬렸다.

 

 

 

 드르륵—

 

 그러다 햇살이 카페 실내의 끝자락까지 닿을 때 쯤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소리였다. 민석은 애써 시선을 예슬에게 향했지만 키 큰 남자가 매너 있게 문을 열어 여인을 배려하며 카페에서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예슬의 뒤로 난 큰 창으로 여인이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200센티미터 남짓의 가로로 긴 창밖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최대한 그녀를 눈에 담기 위해 창문의 끝자락에서 다음 끝자락까지 눈동자로 따라갔다.

 

 예슬이 그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는 걸 눈치 챘을까. 소개팅의 매너라고 생각되지 않아 뒤늦은 걱정이 앞섰지만 민석은 오히려 예슬과의 소개팅 자리가 조금은 재미가 없어졌다고 느꼈다. 따지고 보면 카페에 들어온 지 겨우 30분 됐을 뿐인데 마치 3시간은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카페는 잎사귀가 전부 떨어진 앙상한 은행나무처럼 지루함 그 자체였다. 10분도 버티기 힘들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우리 장소 이동해서 더 얘기 나눌까요?”

 

 예슬은 끝까지 매너를 지켰다. 대부분 이야기를 한 건 예슬이었고 민석은 거의 그녀의 말을 듣는 편이었다. 민석은 자신의 단순한 얘기만 했을 뿐 많은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그럼에도 예슬은 민석과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싶어 했다.

 

 만약 민석과 예슬이 약속시간을 제때 지켰다면. 아니. 민석의 계획대로 약속시간에 5분 늦고, 예슬이 제 시간에 왔었다면. 여인과 키 큰 남자도 제 시간에 와 서로의 상대를 잘 찾을 수 있었다면. 아마 이 소개팅은 오후의 햇살처럼 완벽했을 것이다.

 

 “미안해요. 다음에 시간 맞으면 더 많은 얘기 나눠요.”

 

 민석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예슬의 제안을 거절했다. 예슬이 억지로 웃고 있는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지만 민석은 이 자리를 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섰다. 바깥과 카페의 온도차가 극심해 아까보다 더 추운 것 같다고 민석은 생각했다. 여인과 키 큰 남자가 사라진 쪽을 쳐다봤지만 퇴근길에 오른 직장인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을 뿐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민석이 무작정 두 사람이 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이미 그들은 카페를 나선 지 10분은 넘었다.

 

 이름도, 사는 곳도, 연락처도 모르는 그녀는 그렇게 다른 남자와 함께 가버렸다.

 

 공사 현장에서 드릴질을 시작했다. 민석의 마음처럼 드릴은 소음을 내며 아스팔트를 마구 헤집었다.

 

 . . . . . .

 

 

 

 “야. 너 예슬이 카페에 혼자 두고 그냥 나왔다며? 진짜 제정신이야?”

 

 노트북 앞에 앉아 커서가 깜빡이는 흰 바탕의 한글 프로그램을 보던 민석에게, 이제 막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온 찬우가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핀잔이다. 찬우에 의하면 예슬은 영화관 알바 동료라고 한다. 찬우는 그녀에게 오늘 있던 일을 전부 듣고 온 참이었다.

 

 “잘 했다. 기껏 사람 만들어주려고 했더니 개죽을 쑤고 왔구만.”

 

 찬우가 민석을 답답해하는 것도 민석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석은 집으로 온 후로 줄곧 여인을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이름이 무엇일지 추측했고 어느 동네에 살지,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을 싫어할지, 어떤 영화를, 어떤 연극을, 취미는 무엇일지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만약 키 큰 남자가 10분이라도 더 늦게 왔다면 적어도 그녀의 이름이라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직업은 무엇인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메뉴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보조개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는지.

 

 민석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그녀를 노트북에 옮겨 적고 싶었지만 정작 한 글자도 쓰지 못한 건 그가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쓰고 노트북만 켜고 있을 거면 충전기라도 꺼 놔!

 이번 달 전기세만 얼마나 나온 지 알아?”

 

 여전히 머릿속을 헤집은 여인 때문에 황홀 속에 빠져 있던 민석은 찬우의 분노에 의해 다시 12평짜리 투룸으로 돌아왔다. 마치 긴 꿈을 꾸고 일어난 양 민석은 잠시 정신을 차릴 시간이 필요했다.

 

 “뭐라고 했어?”

 

 “예슬이한테 들었어. 저녁 먹자고 했는데 그냥 가버렸다며.”

 

 “아, 그거. 미안하다고 전해줘. 사정이 생겨서.”

 

 “사정은 무슨! 예슬이 얼마 전에 남자 친구한테 버림 받아가지고 힘들어했는데. 애를 그렇게 그냥 두고 오냐? 할 일 없는 녀석이 저녁 먹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몰랐어. 알았으면 안 그랬을 텐데.”

 

 “됐어. 다시는 너한테 소개팅 해주나 봐라.”

 

 “아냐. 덕분에 고마워. 넌 내 생명의 은인이다. 시간이랑 장소, 잘 골라줬어.”

 

 “이건 또 뭔 소리야......”

 

 민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찬우는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민석에게 화풀이로 던질 뿐이다. 민석은 찬우의 패딩을 그대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 다시 상상에 빠졌다. 그녀를 몰랐기에, 그녀에 대해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 . . . . .

 

 민석은 대학 선배 성현의 연극을 보기 위해 대학로에 도착했다. 날씨는 어제보다 조금 더 추웠지만 민석은 선배에게 격식을 차리기 위해 얇지만 단정한 옷차림을 했다. 성현은 민석이 학교를 졸업하고 형 동생 사이로 지내며 편한 호칭을 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미 성현을 선배라 부르던 민석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규율에 맞게 살아가고 허용되지 않는 건 굳이 덤비려 하지 않았다. 때때로 사람들에게 답답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게 민석이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공연장은 티켓박스에서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민석은 혹시나 성현에게 인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래도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만 있을 뿐 공연과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백스테이지에서 공연의 시작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성현이 좋은 자리로 티켓을 뽑아준 덕분에 의도치 않게 1열 중앙에 앉게 되었다. 민석은 혹여나 배우와 눈이 마주칠까 1열은 피하는 편인데 성현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성현이 민석을 골탕 먹이려고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무대는 단출했다. 양 옆으로 펼쳤다 접었다 할 수 있는 이동식 벽이 세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무대의 장이 바뀌면서 장소를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놓은 장치처럼 보였다. 무대 중앙에는 양 옆으로 열 수 있는 미닫이문이 있었다. 주인공의 등퇴장로로 요긴하게 쓰일 거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민석의 습관이었다. 아무래도 희곡을 전공했다보니 무대에서 무엇이 어떻게 쓰이고 조명이 어떻게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연극을 볼 때면 공연 시간보다 일찍 입장해 주변을 관찰했다.

 

 하지만 하우스조명이 마감되고, 본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민석의 자질구레한 생각들이 전부 사라졌다. 마치 어제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도블럭을 바꾸기 위해 큰 구멍이 나 있던 인도처럼. 형형색색의 주변 보도블럭과는 달리 검은 흙으로 깊고 어둡게 위축시켰던 그것처럼.

 

 

 

 무대 중앙의 미닫이문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동시에 문이 활짝 열렸고.

 

 거기에 앉아 있는 건 다름 아닌 어제 카페에서 봤던 그 여인이었다.

 

 민석은 그 순간 그녀만 보였다. 그녀를 비춘 조명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시간이 멈춰서였는 지 그녀에게서 빛이 났다. 민석은 그저 극장이 어두워서일 뿐이라고,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민석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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