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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이브 - 폰데라 탑을 찾아서
작가 : 서보리
작품등록일 : 2022.1.28

에이브가 살고 있는 시밀로 행성에 어느때 부턴가 행성에 살고 있는 종족들이 파괴되고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시밀로 행성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에이브는 그 힘의 원천을 찾아 떠나는데..

에이브의 조력자들과 에이브는 과연 다시 시밀로 행성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1화 제가의 표식이 나타나다
작성일 : 22-01-28 15:47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7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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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브~ 얘는 대체 아침부터 어딜 간 거야? 에이브~”

 

 “엄마 그냥 둘이 공터로 내려가요. 오빠는 또 숲 속을 쏘다니고 있겠지 뭐. 아니면 소금 루스에 가서 어른들을 귀찮게 하고 있던가..”

 

 

 아침부터 마을 대표인 세피아의 아들 루씨어스가 온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공터에 모이라고 전하고 있어 베라 부인네 가족들도 공터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사실 베라 부인 혼자 내려가 내용을 듣고 와도 되겠지만 에이브가 나이에 비해 너무 까불거려 조금이라도 어른스러워지라고 일부러 이런 일에는 꼭 에이브를 대동하고 나서곤 했다.

 

 “안되겠다. 데미 넌 여기 있다가 오빠 오면 데리고 같이 공터로 내려오렴. 더 늦기 전에 나 먼저 내려 가야겠다.”

 

 “에이브가 안 오면 그냥 집에 있어요?”

 

 “엄마~ 엄마~”

 

 베라 부인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질렀지만 이미 문 밖을 나서 저만치 가고 있는 부인은 대답이 없었다.

 

 

 온 마을은 그야말로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끌 시끌했다.

 

 어제 오전에 주고가 만트리 숲에 열매를 따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물들의 사체 때문이었는데 사체는 모두 털이 벗겨져 있었고 안쪽 살점이 도려내져 있는 게 누군가가 도구를 이용해 그 동물들을 죽이고 그 살점을 발라내서 가져간 게 분명해 보였다.

 

 지금껏 이렇게 사람이 짐승을 죽인 일은 이 아블루비 마을에선 아니 이 마을 뿐 아니라 이 행성에서조차도 인간이 동물을 먹기 위해 이런 식으로 동물을 해치는 일은 단연코 없었다.

 

 선대부터 지금까지 동물 그리고 인간 모두 각각의 영역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뿐, 단지 먹기 위해 동물을 취한다는 것은 조물주이신 그라비스님의 뜻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 행성은 동물을 잡아먹지 않아도 어떤 맛이든 낼 수 있는 만트리 열매가 있어 굳이 먹기 위한 살상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흉폭하게 변한 짐승의 공격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에도 공격에만 맞설 뿐,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법칙을 어기진 않았다.

 

 그런데 그 오랜 세월 동안 지켜졌던 자율법칙이 무너진 것이다.

 

 

 

 공터에는 이미 아블루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마을의 대표인 세피아를 중심으로 주고와 리페로 그리고 스페스 등 남자들끼리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고, 그 옆에는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는데 베라 부인도 그 틈에 끼어 들었다.

 

 “이게 왠 난리인지 몰라.. 베라. 혹시 산속에서 그 동물들 시체 봤어?”

 

 말 많기로 소문난 콘실리오다.

 

 “아니 나도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주고씨가 목격한 얘기만 들었지..”

 

 “세상에 아주 깔끔하게 살을 발랐다던데? 게다가 그 죽은 짐승의 가죽 등 부분은 잘라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걸로 뭔가 만들려고 한 거 같지?”

 

 콘실리오 부인이 흥분해서 침을 튀며 말하자 베라 부인은 조심스레 솔레이 부인쪽으로 몸을 틀었다.

 

 “글쎄.. 옷을 만들었을라나?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이라.. 우리는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듯 할거 같아요.”

 

 이제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 한참 꽃처럼 예쁘게 피어나고 있는 파비안느가 말했다.

 

 “파비안느. 그 무슨 끔찍한 말이야? 동물을 죽여서 그 가죽으로 옷을 해 입다니? 사람들이 예쁘다고 좀 잘해줬더니 아주 생각나는 대로 말을 입에 담는구나.

 

 그건 그라비스님의 뜻을 배척하는 아주 무서운 짓이야.

 

 얼굴 좀 예쁘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다니 너무 생각이 없는 거 아냐?”

 

 파비안느와 동갑내기인 말라는 눈까지 흘겨가며 파비안느를 나무랬다.

 

 사실 말라는 예쁜 파비안느에 비해 못생기고 뚱뚱한 자신의 외모에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동네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파비안느를 무척 싫어해서 평소에도 파비안느가 하는 말이면 뭐든 반대하고 나서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 파비안느가 신의 가르침에 반하는 엄청난 소리를 해대자 이때가 기회가 싶었는지 파비안느의 외모까지 들먹이며 그녀를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말라의 인신공격에 당황한 파비안느가 얼굴까지 빨개졌다.

 

 “아니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거지. 너 너무 심하게 말하는 거 아냐?”

 

 자칫 사소한 말다툼이 본격적인 싸움으로 크게 번지려고 하는데 갑작스러운 삐~ 소리에 둘의 다툼은 거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자.. 다들 모이셨나? 여러분.. 자자…잡담 그만 하시고 여기 집중 좀 해주세요”

 

 세피아가 마을 사람들이 거의 모인 듯 하자 공터에 있는 평평한 바위 위로 올라가 증폭기로 소리를 울린 후 큰 소리로 외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아직 이 자리에 오지 못한 분들께는 근처 사시는 분들이 오늘 내용을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모이시라 한 건 다름이 아니라 다들 짐작 하시겠지만 어제 만트리 숲에서 발견된 사체 때문입니다.

 

 

 세피아가 만트리 숲의 사건에 대해 말을 꺼내자 사람들은 또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세피아는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 바닥에 놓여있던 소리 증폭기를 다시 한번 들어올렸다.

 

 “여러분.. 일단 제가 말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들 조용해 주세요.”

 

 소리 증폭기 덕에 공터 맨 뒤쪽에 서 있던 사람들이나 떠들던 사람들까지 모두 세피아에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주의를 집중하자 세피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제 주고가 만트리 숲에서 동물의 시체를 발견한 일은 모두들 들어서 알고 계실 겁니다.

 

 오늘 다들 모이시라고 한 이유도 이 동물의 시체 때문일 거라는 건 다들 짐작하고 계실 텐데요.

 

 조금 더 상세하게 그때의 일을 설명 드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좀 마련하고자 다들 모이시라고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주고가 어제의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세피아가 바위에서 내려오면서 소리 증폭기를 주고에게 넘기자 주고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증폭기를 받아서 바위 위로 올라갔다.

 

 “아.아.. 제가 증폭기를 사용하는 건 처음이라 좀 쑥스럽군요. 하하..”

 

 어색하게 몸을 구부려 무거운 증폭기를 받쳐 들고 있는 주고의 모습에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자 주고는 다시 몸을 구부려 증폭기에 대고 말했다.

 

 “제 모습이 좀 어색하고 이상하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어제 제가 만트리 숲에 가서 본 동물들의 시체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고, 오늘 이 자리에서 방금 전에 들으신 분도 있을 텐데요.

 

 어쨌든 좀 상세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어제 만트리 열매를 따러 셔먼숲에 갔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공기가 좀 눅진하고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그 냄새가 피비린내라는 사실은 그 동물들의 시체를 보고 난 이후에 알았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갈색 만트리 나무들을 지나 안쪽에 크림 만트리 나무가 심겨 있는 쪽으로 한참 걸어가는데 크림 만트리 나무 몇 그루가 뭔가 어떤 힘에 의해 베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만트리 나무들을 모아서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트리 나무가 베어져 있는데다가 불을 피웠다는 말에 놀라 사람들이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고는 힘겹게 증폭기에 입을 대고 다시 사람들에게 외쳤다.

 

 “아..여러분.. 제 말이 아직 다 끝나질 않았습니다. 일단 마저 들어주시죠.

 

 물론 만트리 나무를 베어서 숲에서 불을 피웠다는 사실만 하나만으로도 우리로서는 너무 어의가 없는 일이죠, 그러다 숲 전체가 홀랑 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그 곳에는 세상에 그 사납다는 라이켓이 무려 4마리나 죽어있었습니다.

 

 게다가 죽은 라이켓 모두 뭔가 강한 열에 당한 듯 털이 그슬려 있었구요.”

 

 주고의 말을 듣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물었다

 

 “혹시 그 주변에 누군가 흘린 파이어 나무 가지 때문에 불이 난 건 아닌가요?”

 

 간혹 파이어 가지를 땅에 흘려 지나가던 사람이 밟고 지나가게 되면 마찰이 생겨 불씨가 피어오르는 경우도 있었기에 물은 것이다.

 

 그 불씨가 워낙 작기 때문에 그냥 피시식.. 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옆에 파이어 가지에 옮겨 붙어 큰 불이 나기도 했다.

 

 “만약 그렇게 불이 났다면 라이켓 몇 마리뿐 아니라 근처 나무와 미처 피하지 못한 다른 동물들까지도 불에 타 죽었겠지요.

 

 하지만 제가 본건 겨우 4마리의 라이켓만 불에 그슬렸다는 것과 누군가가 날카로운 도구로 그 그슬린 털가죽과 동물의 살과 내장을 분리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털이 그을린 형태로 보아서는 놀랍게도 제가의 힘에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잠시 적막이 흘렀다.

 

  적막을 깬 사람은 평소에도 남의 말을 잘 무시하는 성격 탓에 주변에 사람이 없는 코페로였다.

 

 “주고. 당신이 대체 제가에 대해 뭘 안다고 제가의 힘에 당했다고 말하는 거요? 당신이나 나나 제가라는 능력에 대해 한번도 못 본건 마찬가지잖소?

 

 여러분…. 이런 얼토당토 않은 말에 귀 기울일 거 없습니다. 난 또 뭔가 대단한 일이 생겼나 했네.

 

 내 보기엔 요즘 심심치 않게 대륙에서 출몰한다는 동물 사냥꾼이 우리 아블루비에도 지나간 게 아닌 가 싶소.

 

 어쨌든 그 사냥꾼들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한다는 건 분명하지만 적어도 사람을 해치지는 않으니 더 이상 시간낭비 하지 말고 이쯤에서 모두들 해산하시죠?"

 

 

 코페로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공터 바위 위로 스페스가 올라갔다.

 

 그리고는 증폭기를 사용한 것 못지 않은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안녕하시오. 스페스입니다. 지금부터 다들 내 말을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난 젊은 시절을 아이암 대륙과 악토리타 대륙 곳곳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코리나 대륙까지 들어오게 됐고 어찌 하다 보니 아블루비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곳을 혼자 떠돌아 다니다 보니 가족을 만들 틈도 없었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가족도 없이 혼자지만 이젠 이 아블루비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여기 동네분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외부인의 말이라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별로 신임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그렇게 오랫동안 여행을 한 덕분에 나는 여러분이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제가의 힘! 여러분이 말로만 들었던 그 제가의 능력을 나는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제가의 힘에 의해 소멸된 악의 무리들에게 나타난 표식 또한 보았습니다.

 

 주고가 발견한 동물들은 모두 제가의 힘에 당한 것이 맞습니다.

 

 원하신다면 그라비스의 맹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스페스의 말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말한 제가의 힘이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제가는 그 능력을 타고 나거나 그라비스를 모시는 선택된 종족인 폰데라 족만이 이어받을 수 있는 힘으로 그것은 생명의 힘이자 소멸의 힘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이 시밀라 행성의 태양 반대쪽에 위치한, 신 그라비스의 성전과도 같은 행성.. 그곳이 그림트이다.

 

 그림트 행성의 유일한 종족인 폰데라 족에는 최상위 신인 그라비스를 모시는 두 종류의 사제가 있다.

 

 그 하나는 생명의 사제인 ‘베이리프’, 또 다른 하나는 파멸의 사제인 ‘인플라’이다.

 

 제가는 그라비스를 모시는 이 두 사제들에게만 발현되는 힘으로 생명의 사제인 베이리프는 자식에게 제가의 힘이 유전되지만, 파멸의 사제인 인플라에게는 아니다.

 

 인플라 사제는 유전이 아닌 신이 선택한 자로, 신의 선택에 대한 상징은 손등에 나타난 표식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제가의 힘이 이 마을에 나타났다.

 

 인간이 알기로 제가는 오직 생명에 대한 위험에 닥쳤을 때 사제들이 위험을 막아내기 위해서 써왔던 힘이다.

 

 이번 숲 속 사건처럼 위해를 가하지 않는 동물을 단지 먹기 위해 제가의 힘을 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스페스의 말을 끝으로 사람들은 잠잠해졌다.

 

 웅성거림도 말도 안 된다는 항의도 없었다.

 

 그렇게 잠잠한 가운데 스페스와 주고가 바위 아래로 내려가고 처음 말을 시작했던 세피아가 다시 바위 위로 올라갔다.

 

 충격에 빠져 아무 말없이 모두 조용해진 이 상황에서는 굳이 증폭기를 쓰지 않아도 될 듯 하여 세피아는 평상 시의 목소리보다 조금만 크게 말했다.

 

 

 “다들 충격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어제 밤에 주고와 스페스에게 그 얘길 들었을 때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일어난 일에 대해 우리가 뭔가 대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쓰일 힘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어쩌면 우리 마을에 큰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셔먼숲 안쪽 깊이 들어가는 건 당분간 자제하시고,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혹시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세요.

 

 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모두들 안심할 수 없습니다.

 

 댁으로 조심히 돌아가시고 혹시 다른 뭔가 를 발견하시게 되면 반드시 저나 주고씨, 또는 스페스씨에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세피아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짝을 지어 집으로 가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수근 거렸다.

 

 베라 부인 또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그런 베라 부인의 허리를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와락 잡았다.

 

 “에이브. 넌 대체 아침부터 어딜 가 있었던 거니?”

 

 베라 부인이 전혀 놀라지도 않고 뒤 돌아서자 에이브는 실망했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어머니, 이런 상황에서는 놀라는 게 먼저 아니에요? 치..재미없네.”

 

 툴툴거리는 에이브를 보며 베라 부인은 에이브의 팔을 잡고 조용히 끌었다

 

 “에이브 너 혹시 조금 전에 주고씨와 스페스씨가 한 말은 들었니? 우리 마을에 큰 일이 일어났는데 이런 장난이나 하다니.. 이제 조금쯤 철이 들만도 한데 말이다.”

 

 걱정스러운 듯한 베라 부인의 말에 에이브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다 들었어요. 누군가 제가의 힘으로 동물을 죽였다고… 그치만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우리가 무서워할 건 아니잖아요.

 

 요즘 대륙에서는 동물 사냥꾼도 있다고 하던데…”

 

 에이브의 대답에 베라 부인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에이브에게 말했다.

 

 “에이브, 이 대륙, 아니 이 시밀로 행성의 모든 이들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라비스님의 성전에도 나와 있듯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혹은 그 어떤 종족이던지 간에 생명은 누군가 함부로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함부로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되는 거란다.

 

 우리는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있잖니? 만트리 가루를 가지고 모든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다른 식물들에게서 때때로 필요한 향신료도 얻을 수도 있고, 그라비스님이 주신 축복의 산물인 소금을 만들고 팔아서 우리 마을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어.

 

 이 모든 것이 그라비스님이 주신 선물이지..

 

 그런데 그 엄청난 제가의 힘을 이용해서 동물을 죽이고 게다가 그것을 먹다니… 이건..”

 

 “어머니. 어떻게 아셨어요? 그 동물들의 살점을 베어서 먹었다는 걸? 아까 주고씨나 스페스씨 말 중에 누구도 그 죽인 동물을 먹었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에이브의 심상찮은 반응에 베라 부인은 흠칫 놀랐다.

 

 “에이브, 난 단지 그냥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걸 잘라서 뭐에 썼겠니.. 그 동물을 잡아서 살점을 잘랐다면 당연히 그걸 그렇게 버리려고 자르지는 않지 않겠어? 그래서..”

 

 “어머니, 이상해요. 사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아까 스페스씨의 말을 듣는데 마치 제가 그 동물들을 죽이는 광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동물들 앞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라이켓을 향해 하얀 빛이 쏟아졌어요.

 

 순식간에 라이켓 무리 중 네 마리가 쓰러졌는데, 그들이 그 쓰러진 라이켓의 살을 칼로 져며서는 옆에 피운 불에 올리더니 익혀서 먹기 시작해요. 전 제 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베라 부인은 에이브의 말을 듣자 몹시 놀라며 에이브의 팔을 잡았다.

 

 “에이브 혹시 니가 뭔가를 봤다는 이런 얘기를 나 말고 또 누군가에게 말했니?”

 

 베라 부인의 격한 반응에 에이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베라 부인을 바라보았다.

 

 “아니요. 아까 세피아씨 말 끝나자 마자 어머니를 찾았기 때문에 누군가와 말 할 시간조차 없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일단 어서 집에 가자. 오늘 네가 낮에 보았던 환상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머니..제가 혹시..”

 

 “에이브. 더 이상의 질문은 나중에 하려무나. 지금은 너무 피곤하구나.”

 

 에이브는 하고 싶었던 질문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베라 부인의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뒤를 쫓는 에이브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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