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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로 정했어
작가 : 게으른몽상가
작품등록일 : 2022.1.12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거짓과 선택의 연속 속에서 하연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20년 만에 나타나 대리 맞선을 봐달라는 쌍둥이 언니 정아의 부탁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 그가 내건 계약 결혼을 선택했을 때도 하윤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 하윤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버진로드의 끝,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향해…….

그래, 너라면 가능할지도.

첫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자신이 맞선을 보기로 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초조해하는 기색이 무슨 말만 해도 경직되는 표정이
그리고 그럼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을 마주하려는 너의 가상한 노력에
차라리 너라면 이 지긋한 맞선을 끝내고, 결혼을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백번째 맞선에서 만난 민하연이라는 여자는 그의 몸과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 버렸다.


게이라고 소문난 한보그룹의 후계자, 장유혁.
그는 벼랑 끝에 선 하윤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었다.

“나와 새로운 거래를 하죠. 기간은 내가 원하는 때까지.”

병석에 누워 있는 엄마, 돌도 지나지 않은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 딸 꽃님.
하연은 눈을 질끈 감고, 끝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거래에 손을 잡아 버렸다.
이 거래의 끝은 해피엔딩인 신데렐라일까 아님 못 오를 나무를 함부로 오른 자의 처절한 말로일까.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너도 절대 가질 수 없어
작성일 : 22-01-12 10:35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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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미친 짓이야.

 하연은 떨리는 손을 마주 잡으며 창밖의 야경을 바라봤다.

 오색찬란한 불빛들의 향연.

 현란한 불빛이 자신의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식사하며 마신 와인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의 폭탄선언에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하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식사를 했던 호텔 레스토랑의 스위트룸 안이었다.

 거의 떠밀리다시피 그와 입을 맞추며 룸 안으로 들어선 것이 30분 전의 일이었다.

 하연은 마치 자신이 뭔가 홀린 기분이었다.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린 듯 심장이 쿵쿵쿵 정신없이 널을 뛰었다.

 

 “혼자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조용히 다가온 유혁이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다.

 흠칫!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하연은 두꺼운 목욕가운 안으로 스며드는 온기에 경직되어버렸다.

 천천히 그녀를 돌려세운 손길에 돌아선 하연은 상대의 손에 의해 턱이 들리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쿡쿡.

 머리 위로 유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설마 벌써 후회하는 건가?”

 

 그의 장난스런 물음에 하연이 눈을 뜨니 정염에 가득 찬 눈빛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연처럼 깊고 불길처럼 뜨거운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하연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몸이 번쩍 들렸다. 깜짝 놀란 하연의 하얗고 가느다란 팔이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깊이 안겨드는 그녀에게서 훅 밀려오는 달콤하고 유혹적인 향기에 유혁의 아랫배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애송이처럼 굴고 싶지 않은데 그녀는 유혁의 이성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사실, 그녀를 처음 마주했던 그 날부터 이런 날을 꿈꿨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그녀는 유혁의 관심을 끌었다.

 

 “신사답지 못할지 모르겠군.”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의아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사이 하연의 몸이 침 위에 눕혀졌다. 배꼽 위로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그의 욕망에 하연의 뺨이 붉어졌다.

 웃음이 귀한 남자의 입가가 부드럽게 호를 그리고 올라간 것을 하연은 멍하니 바라봤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이글거리는 눈빛에 온몸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꼴깍!

 마른침을 삼킨 하연의 긴장된 표정이 귀엽다는 듯 유혁이 그녀의 뺨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자신의 몸 아래 깔린 그녀의 몸이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은 것을 느끼며 유혁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눈가를 접으며 웃는 그의 모습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그렇게 웃지 말아요.”

 “언제는 좀 웃으라더니.”

 “차라리 웃지 않는게 좋겠어요.”

 “어째서?”

 “내가…… 내 심장이 너무 떨러니까.”

 

 그녀의 귀여운 고백에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혁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장난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이 다시금 뜨거워졌다.

 머리 양옆에 팔꿈치를 대고 바싹 몸을 숙인 유혁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듯 가까워지자 하연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귀여운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지?”

 “뭐, 뭘요?”

 “그럼, 내가 조절을 하기가 힘들거든.”

 “그러니까 뭐…… 뭘…….”

 

 미소를 지은 유혁의 입술이 뜨겁게 하연을 삼켰다.

 부드럽게 빨려 들어가는 입술에 하연의 눈이 자연스럽게 감겨 들었다.

 쿵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의 뛰는 심장 위로 뜨거운 손길이 느껴졌다. 목욕가운을 거침없이 해치고 들어온 손길이 탐스럽고 보드라운 그녀의 가슴을 움켜 쥐었다.

 

 “흐읍!”

 

 화인을 찍어 낼 듯 뜨거운 손길에 하연은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고른 치열을 가르고 들어온 혀가 당당하게 입 안으로 침범해 거침없이 헤집고 빨아들일 때마다 하연은 자신의 영혼까지 그가 빨아들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은 점점 혼미해지고, 발끝부터 끌어 올려진 감각이 모두 자신의 몸과 맞닿아 있는 그의 몸에 흡수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흐읏! 숨…… 숨을…….”

 

 입술이 살짝 떨어진 틈에 가쁜 호흡을 호소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다시금 호흡을 앗아가고, 농염하고 질척한 키스를 퍼부었다.

 

 “허억! 거, 거긴…….”

 

 어느새 한껏 벌어진 가운 사이로 파고든 그의 손길이 그녀의 은밀하고 깊은 그곳으로 스며들었다.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 없는 낯선 손길에 당황한 하연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열락에 이성이 마비되어 버린 유혁의 힘을 가녀린 그녀가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유, 유혁씨…… 조금만… 천천히…….”

 

 그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자신의 목덜미에 입술을 뭍은 채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유혁의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귓가에 느껴지는 따뜻하고 달콤한 숨결에 그제야 유혁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물기 어린 하연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유혁이 그녀의 부푼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신사답기 어려울 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너무 급해요.”

 “나로써는 지금도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있는 거라고.”

 “조금만, 조금만요. 조금만 천천히…….”

 

 애원하는 목소리에 어째서 더 흥분이 되는 걸까?

 물기 어린 눈동자와 함께 달콤한 숨결과 그의 정신을 현혹시키는 향기까지.

 

 “미안, 다음에는 그렇게 해줄게.”

 

 싱긋 웃은 유혁의 입술이 소담한 가슴 위로 내려앉았다.

 보드라운 둔덕이 그의 입안으로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또다시 발끝부터 느껴지는 짜릿한 흥분에 하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양쪽 가슴을 오가며 뜨거운 숨을 내뱉는 그로 인해 하연의 입에서도 뜨거운 숨결과 함께 가느다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흣!! 아앗!! 흡!”

 

 몸속을 파고든 손가락을 그녀의 몸이 빠듯하게 조여왔다.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던 유혁을 더는 참기 힘들었다.

 뜨겁고 좁은 그녀의 몸속으로 한시라도 빨리 파고들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헤집던 손길이 사라지자 하연은 가늘게 몸을 떨며 그의 등을 끌어 안았다.

 

 “이제 정말 시작이야.”

 

 정신없이 밭은 숨을 토해내는 하연의 귓가에 갈라진 듯 탁한 목소리로 유혁이 속삭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자신의 몸 속을 급하게 빠져 나간 손길 뒤로 더욱 강렬하고 뜨거운 것이 밀고 들어오자 본능적으로 방만하게 벌어져 있던 두 다리가 오므라 들었다.

 

 “크읍!!”

 

 허공을 허우적대던 그녀의 두 다리가 구명줄이라도 되듯 유혁의 허리를 감싸 안자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유혁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너…… 너 정말…….”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도도하다가도 허술하고, 귀엽다가도 섹시했다.

 순진한 얼굴로 자신을 뜨겁게 빨아들이는 그녀로 인해 유혁은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유혁씨…….”

 

 조금 전까지 천천히 해달라고 애원하던 하연은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눈을 꼭 감은 채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 하연의 몸 속에 깊이 파뭍힌 그의 몸이 더욱 몸체를 키웠다.

 자신의 몸 안을 빠듯하게 채우는 것을 그녀 역시 느꼈는지 허리를 들썩이며 유혁을 재촉했다.

 이렇게 금방 끝내고 싶지 않았는데…….

 유혁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었다. 마치 첫 경험을 하는 풋내기처럼 유혁은 하연의 허리를 잡고 거칠게 자신의 몸을 그녀에게 부딪히며 욕망을 풀어냈다.

 

 “하앗! 하악! 아악!”

 “큭! 으윽! 흣!”

 

 절정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온몸을 훑고 지나간 짜릿한 흥분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자 하연은 기진해져 축 늘어졌다.

 

 “헉!”

 

 축 늘어져 있던 하연이 깜짝 놀라 여전히 자신을 올라타고 있는 유혁을 바라봤다.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는 유혁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미안…….”

 

 그녀의 몸 안에 남아 있는 그의 몸은 여전히 처음과 같은 몸체를 과시하고 있었다.

 아니 점점 더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며 또 다시 하연을 압박해왔다.

 

 “흐읏! 유, 혁씨!”

 

 서서히 움직이는 그로 인해 하연의 눈이 다시금 감겼다.

 아직 끝나지 않은 뜨거운 밤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 * *

 

 “감사합니다.”

 

 차에서 내리며 하연은 자신을 집까지 바래다준 운전기사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내렸다.

 온몸이 녹진해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옷과 다르게 허름하고 좁은 골목길이 밀집한 동네에 살고 있는 자신을 보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할지 의식되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지금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쓸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아주 팔자가 제대로 폈구나.”

 

 누군가 다세대 주택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는 하연의 팔을 거칠게 돌려세웠다.

 가로등 불 아래 드러난 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의 쌍둥이 언니였다.

 

 “언제 왔어?”

 

 당황한 기색조차 없는 하연의 모습에 그녀는 기가 찬 듯 웃었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선 채 서슬퍼런 시선으로 하연을 노려보는 것을 보니 모든 것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돈이나 받고 맞선 대행이나 하랬더니 남의 남자를 가로채?”

 “날 그 사람한테 등 떠민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그냥 대신 몇 번 만나랬지, 누가 그 남자랑 바람나랬니?”

 

 날카롭게 높아진 그녀의 목소리가 적막한 골목 안에 울렸다.

 밤늦은 시각이라 누구라도 고개를 내밀고 본다면 오해의 소지가 분명한 대화였다.

 평소의 그녀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두려움에 움츠려 들었을테지만 하연은 담담했다.

 

 “너희 두 사람 결혼했니?”

 “그건 아니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모델 애인이랑 여행 간다고 날 그 말도 안 되는 일에 끌어들인 건 너야. 분명 난 한 번이라고 했지만 네 사랑 놀음에 날 이용해 한달씩이나 피마르게 해놓고 이 모든게 내 탓이라고?”

 “그러니까. 그냥 대충 만나기만 하라고 했잖아.”

 “나도 그러려고 했어. 그런데 내가 좋다는데 어쩌니? 그것도 내 탓이니?”

 “뭐? 너 진짜 뻔뻔하구나?”

 “뻔뻔해져 보려고. 네 말대로 팔자가 피게 생겼는데 얼굴에 철판 까는게 뭐라고 그걸 못하겠어. 그러니 나한테 와서 이러지 마. 이 상황에 불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야기 해. 아! 대신 네가 왜 맞선이 나가지 못하게 된 것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니?”

 

 하연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꼭 쥔 채 분을 삭이는 정아를 남겨둔 채 돌아섰다.

 안 그래도 기진한 몸에 그나마 남아 있던 기운마저 쏙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아아아아아악!”

 

 겨우 한 달 한국을 떠나있었을 뿐인데 일이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그냥 가벼운 맞선인 줄 알았는데 그 상대가 명진 그룹의 후계자일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맞선은 구실이었을 뿐이고, 약혼과 결혼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만남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긋나 버린 현실에 그녀의 양아버지는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자신이 맞선에 밀어 넣은 하연이라니.

 정아는 그녀가 사라져 버린 건물 입구를 노려봤다.

 

 “네가 명진 그룹 안주인이 가당키나 해? 두고 봐,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절대 너도 못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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