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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화
작성일 : 22-02-22 01:49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6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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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떨어진다. 아주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으아악-!"

 

 

 

 *

 

 

 

 금요일 새벽, 아니 토요일 새벽. 영소는 잠을 자고 있었다. 지금 시점으로 딱 19세의 3분의 1을 지나친 영소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물론 그가 예체능 전공 고등학교에 다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더욱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아도 아주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임은 확실했다.

 

 

 

 물론 평범이라는 기준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거라서 오늘 오전과 오후여도 달라질 수 있고, 5분 전과 5분 후에도 달라질 수 있다. 약 하루 전만 해도 영소는 자신이 꽤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과 시선을 즐겼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평범하다고 하진 않으니 말이다. 어딜 가든 천재라는 소리를 귀 질리게 듣는다면 몰라도.

 

 음악을 전공하는 영소는 기타를 꽤 잘 쳤다. 사실 꽤, 라고 표현하기 미안할 정도로 잘 쳤다. 그가 기타를 처음 잡은 순간부터 꽤 유명한 대회에서 상을 타기까지는 약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대충 짐작케 볼 만 하겠다. 누구는 3년, 13년을 쳐도 되지 않는 것들이 영소에게는 며칠, 혹은 몇 달만 연습해도 가능했으니 천재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그래서 일찍이 영소는 진로를 정해버렸다.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코타로 오시오나 토미 임마뉴엘, 존 메이어 같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 영소의 큰 꿈이었다. 이미 영소는 여러번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어 인터뷰 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적이 있었다. 물론 아무도 없는 욕실에서만 했었다.

 

 

 

 그러나 청년들 먹고 살기 팍팍한 요즘 시대에 음악으로 넉넉히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심지어 재능이 꼭 성공으로만 이어지지 않는 시대이니 말이다. 서울의 물가와 집세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하물며 꿈과 이상을 쫓는 19세의 미성년자에게도 무서운 돈의 압박은 질기면 질겼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다행히 영소는 어리숙한 외모와는 달리 생존에 관해서는 야물딱진 구석이 존재했다.

 

 영소는 일찍이 거리 공연을 다녔다. 텃세를 부리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저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학생이었으므로 금새 안면을 트고 친분을 넓혔다. 영소는 꽤 붙임성이 있는 남자 아이였고, 나이가 제일 어려서 종종 밥을 얻어먹기도 했으며 가보고 싶던 공연에도 꼽사리를 끼어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소개로 인해 작년 겨울 영소는 한 밴드에 들어갔다.

 

 

 

 내년이면 성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영소는 밴드에서도 막내였다. 그것도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 나름 걱정을 했으나 다행이 형들은 어린 영소를 마냥 어리게만도, 그렇다고 다 큰 어른으로도 대하지 않았다. 영소를 아는 사람들은 천하의 최영소가 형들에게 구박을 당하고 야단을 맞으며 잔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을 들을 때마다 놀라 자지러지곤 했다.

 

 그럼에도 영소는 자신이 속한 밴드를 사랑했다. 얼마 안되지만 공연을 통해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 좋았다. 꼭 찾아와 응원해주는 낯선 사람들이 행복했다. 형들과 음악을 나누는 순간이 황홀했다. 올해 들어 음반 하나를 발매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밤을 세워가며 곡을 쓰던 날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영소의 입버릇은 영원히 함께 하자는 말이었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의젓한 맏이 노릇을 자처하던 영소가 응석을 부리고 아이처럼 구는 게 편하다는 것을 드디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첫 음반을 만들자던 계획은 순조롭다 못해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마음을 먹으면 게으름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준호 때문이었다. 준호는 팀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맏형이다. 저녁형 인간인 영소와 달리 준호는 아주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었다. 똑같이 늦게 시간을 보내다 자도 다음날 새벽 6시 전에는 무조건 일어나는 준호에게 영소는 그가 나이가 많아 잠이 줄었다고 놀리곤 했다. 그럴때면 준호는 너털웃음을 허허 지으면서 영소의 머리에 꿀밤을 살살 놓았다. 다 크지도 않은 열아홉살이 매번 늦게 잠들면 키가 안 큰다고 일침을 놓으며 말이다. 안타깝게도, 영소는 팀 내에서 제일 키가 작았다.

 

 

 

 그러나 준호의 말을 밥먹듯이 무시한 영소는 평소처럼 늦게까지 기타를 치다 지금이 새벽 3시인지 아니면 아침 5시인지 모를 정도로 비몽사몽이 되어서야 침대에 꾸물꾸물 기어들어갔다. 오전에 형들과 만나기로 했으니 지금 자면 큰일난다는 걸 머리로 알고는 있었지만, 잠을 강력하게 원하는 몸은 자연스럽게 침대 속으로 노곤히 무너졌다.

 

 영소는 그만 자만하고 말았다. 시간이 이렇게 지체되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사람은 피곤할수록 깊게 잠들지 못하고 얕은 잠인 렘수면을 들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렘수면에서 꿈이 시작된다.

 

 "으..."

 

 영소는 푹신푹신한 메트리스가 아닌 딱딱한 바닥에 부딪힌 등허리를 문지르며 실눈을 떴다. 평소에 쓸데없는 공상을 많이 하긴 했어도 꿈이 이렇게 생생한 적은 손에 꼽았는데, 영소는 아주 높은 하늘에서 어떠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쿵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몸이 지면에 닿는 느낌이 얼마나 생생하던지. 순간 눈을 번쩍 뜨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햇살이 눈가를 내리쬐었, 잠깐. 근데 침대 옆 창문에 암막 커튼 쳐 놓아서 햇빛이 강할리가 없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영소가 번쩍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간신히 크게 뜬 눈으로는 두리번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방 안이 이렇게 밝을 수가. 대충 따져봐도 지금이 오후 2시는 훨씬 넘은 것 같았다. 그 말은 오전에 잡아놓은 형들과의 만남에 아주, 많이 늦었다는 뜻이다.

 

 한 번만 더 지각하면 집으로 직접 찾아오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준호의 표정이 떠올라 영소의 낯빛은 그만 식겁해졌다. 준호는 화를 자주 내는 편은 아니지만 시간 약속 지키기에는 아주 철저한 사람이라, 특히나 아침 잠이 많아 오전 약속을 자주 어기는 영소에게 무게 있는 주의를 주곤 했다. 지난번 약속에 늦었을 때 준호가 이를 악물고 웃으며 주의를 주었던 게 떠올라 오늘은 결코 지각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뭐야, 여긴 어디..."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쉰 영소가 드디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5초 뒤, 영소는 태어난 뒤로부터 뜰 수 있는 가장 큰 눈을 뜨고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 ...왕?"

 

 영소의 한뼘 바로 앞에 붉은 곤룡포를 입은 왕이 서있었다.

 

 

 

 예체능 전공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시험을 보는 일반적인 고등학생이 배우는 만큼의 교과 과정을 배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소는 붉은 곤룡포가 조선시대 왕들이 입는 옷이란 것쯤을 알고 있었다. 이건 학교에서 배웠다기 보단 10살 때 엄마 곁에서 보던 사극 드라마의 영향이었다.

 

 아무튼 조선시대 왕이 입는 붉은 색 곤룡포에 위로 길쭉한 검은 익선관을 쓴 조선시대의 왕이 바로 영소의 앞에 서있었다. 마치 흥미로운 물건을 발견한 듯 상체를 약간 숙이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영소를 호기심있게 관찰하는 저 눈이 몹시 낯익었다. 날카롭게 옆으로 올라간 곱상한 여우 같은 눈이었다. 영소가 아는 사람 중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눈에서 코, 입, 이윽고 얼굴 전체를 시야에 담고나서야 영소는 제 앞에 서있는 왕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 준호 형?"

 

 바로 밴드의 베이시스트, 준호였다.

 

 

 

 

 

 "형,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어요? 언, 언제 오신거에요? 혹시 저 놀리시려고 이상한 분장 하신건 아니죠? 우, 우현이 형은 왜 여기 있어요?"

 

 당황한 영소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말이 튀어나왔다.

 

 준호는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상체를 더욱 기울였다. 영소의 세 뼘 안으로 호진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영소는 확신했다, 준호가 약속에 늦은 저를 혼내는 대신 단단히 골려서 흑역사를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계속 모른 척 연기하는 준호 대신 영소는 아까부터 시선이 맞부딪힌 우현으로 말상대를 바꾸었다.

 

 "우현이 형, 형은 왜 그런 옷을 입고 있어요? 무슨 무사 옷 같은데. 오늘 뭐 하는 날이에요? 또 저 몰래 몰래카메라 같은 거 하는 거죠?"

 

 "..."

 

 

 

 같은 밴드의 보컬인 우현은 영소보다 3살이 많았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에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는 분위기는 우현의 높은 인기에 제대로 한 몫 했다. 우현이 보컬이라는 포지션을 맡았다 한들 밴드 내에선 인기가 단연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활발하지 않은 우현의 성격과 반대로 우현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들끓었다. 영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디를 가든 줄곧 어화둥둥 귀염받는 막내 역할이었으니, 우현이 밴드 마지막 멤버로 영소가 어떠냐고 들었을 때 제일 강력하게 동의를 표한 것은 꽤나 의외였다고 한다.

 

 어쨋든 영소도 툴툴거리며 튕겨대는 우현이 사실은 마음 속으로 자신을 꽤 아낀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형들에게 붙임성있게 친해진다는 영소여도 또래의 사람에게 더욱 마음이 편해지고 끌리는 건 당연하니까. 우현은 동생이나 친한 후배가 없어 자신에게 엉겨붙어 애정을 드러내는 작은 아이를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그 무던한 눈빛에 영 깜찍하다는 낌새를 보이는 것도 오직 영소에게만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영소는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우현도 준호와 함께 모른 척 하기로 말을 맞추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영소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우현이 연기를 잘한다해도 노려보는 눈빛 속 살벌한 살기를 꾸며내지는 못할 것이다. 영소는 제가 설마 우현에게 큰 잘못이라도 했나 주마등을 스쳐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잘못한 게 없다.

 

 "우현이 형, 오늘 왜 그래요?"

 

 영소가 몸을 일으켜 우현에게 한발짝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멈춰라. 더 가까이 오면 벨 것이다."

 

 우현이 시퍼런 진검을 꺼내들어 영소의 목에 겨누었다. 서늘한 칼끝이 매우 날카롭다. 마치 종이 한 장이래도 믿을 만큼 칼날은 위험했다. 영소는 겨우 일으킨 몸으로 다시 엉덩방아를 찧었다. 입으로는 계속 우현의 이름을 불렀으나, 소리를 내면 이 칼날이 자신의 목을 그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에 흔들리는 동공이 우현과 마주쳤다가 아까보다 더 커진 살기를 느끼며 눈을 피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준호의 얼굴이었다.

 

 "아이야."

 

 "예, 예?"

 

 낯선 옷차림과 초면인 듯한 눈을 하고서 준호의 목소리는 아주 익숙한 부드러움이었다. 영소는 목 앞까지 살기가 다가왔다는 것도 까먹고는 금새 마음을 놓고 말았다.

 

 "넌 대체 누구냐? 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지?"

 

 이어진 질문에 그만 다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말았지만.

 

 

 

 

 

 영소는 질문의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여, 여긴 어디에요? 경복궁? 합주실이 언제부터 경복궁 한 가운데 있었어요?"

 

 영소는 서울에 살았지만 한 번도 경복궁에 가 본적이 없었다.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잠깐 와 본 것이 다였고, 서울에 사는 동안에는 갈 일도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소에게 경복궁이니 조선시대니 하는 것들은 그냥 지하철에 걸려있는 전시 그림 같이 서울 한복판의 전시물 같은 존재였다. 솔직히 지금 경복궁이란 것도 대충 기억을 쥐어짜내 외친 이름이었다. 이곳이 다른 궁이란 것은 짐작도 하지 못한 채다.

 

 "...여기는 창덕궁이다. 경복궁은 12년 전 화재로 불 타 남은 것이 없다."

 

 "네? 아 창덕궁..."

 

 영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떠듬 떠듬 기억을 더듬어보니 확실히 훤한 경복궁 보다 전각들의 수도 많고 곳곳에 나무와 풀들이 많아 경치가 더욱 고즈넉스러웠다. 그런데 경복궁이 화재로 불 타 없어졌다고?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근데 준호 형, 아까부터 말투가 왜 그래요?"

 

 의문투성이인 것들을 장난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긴 것이 화근이었나. 방긋 웃고 있던 준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 갑자기 매서워진 그의 얼굴에서는 장난기가 하나도 엿보이지 않는다. 영소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일단 뭔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 것이지."

 

 "네? 잘 안들려요, 형."

 

 웅얼거리는 준호의 말을 잘 듣지 못해 영소가 귀를 가까이 대려 했으나 아직도 우현이 겨눈 칼날이 서슬퍼렇게 자리하고 있어 영소는 큰 소리로 되물었다. 준호는 굳은 얼굴로 영소의 얼굴을 그윽히 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려는 것 같기도 했고 스파이 보듯 의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호가 칼날 옆에 손을 내밀었다.

 

 "전하!"

 

 우현이 걱정 어린 낯빛으로 그를 말렸다. 그러나 준호가 손을 치울 기색을 보이지 않자 우현은 굉장히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영소를 노려보다 칼을 검집에 넣었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검에 잘리는 바람 소리가 영화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다.

 

 드디어 날카로운 칼날의 살기에서 벗어난 영소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내밀어진 오른손을 잡았다. 우현은 이미 찌푸린 미간에 또 찌푸릴 살이라도 남았는지 더욱 험상궂게 인상을 쓰며 준호의 앞으로 나섰다.

 

 "소신이 하겠습니다."

 

 "자네는 검을 잡고 있어야지. 여긴 우리 둘 뿐인데."

 

 "하오나, 전하!"

 

 준호는 영소의 손을 꽉 잡고 자리에서 일으켜주었다. 준호에게 닿은 우현의 걱정은 바람처럼 흩날려 순식간에 사라졌다. 영소는 일어나 남은 손으로 엉덩이를 털었다. 여즉 준호가 손을 놓아주지 않아 오른손이 갖혀 있었다. 영소는 우현의 눈치를 살금 살금 보다 손을 꼬물거려 준호의 손에서 조심스레 탈출했다. 그 기척에 준호는 영소를 돌아보았다.

 

 "전하."

 

 준호의 시선이 영소에게 닿기 무섭게 우현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고할 것이 있는지 비장한 표정이다. 영소의 눈에는 준호의 주의가 이리로 오는 것이 불손한 일인 듯 구는 우현의 모습이 다소 어색할 뿐이었다. 연기를 잘 한다기엔 너무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 싶다. 우현의 진심이 통했는지 준호는 뒷짐을 지고 영소에게 등을 돌렸다.

 

 "신원이 불분명한 저 자를 당장 옥에 가두셔야 하옵니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 지금 당장 수색과 심문을 할 수 있도록 윤허해주시옵소서."

 

 생기기는 유순하게 생겨서 나오는 말이 매우 살벌하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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