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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그리고 그녀의 비밀
작가 : 로투스틸
작품등록일 : 2020.9.29

그의 비밀, 마지막 숨을 다 하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었다. 덮어두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그의 비밀을 들춰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이 비밀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너는, 괜찮니~~~~

그녀의 비밀, 약속을 했다. 죽을 때까지 지키겠노라고. 새로운 빛을 만나고, 새롭게 시작된 생에 충실하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비밀이 탄로날 위기가 찾아 왔다. 이제,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할 지, 어떻게 비밀과 스스로 마주해야할지 고민해야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새빛아~

그리고, 새빛~
우주가 흔들리고 있어. 이 비밀 때문에......

 
[ 플롤로그 ]
작성일 : 20-09-29 01:50     조회 : 398     추천 : 0     분량 : 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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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 - 오늘은 내가 1등을 할 거야.

 새빛 - 절대로 안 될 걸?!

 윤지 - 만날 너만 일등 하는 게 어딨어?!

 새빛 - 그럼 더 큰 신발 가지고 오던가~

 

 오늘도 신발 배 경주가 시작되었다. 새빛이는 유치원에 다녀오면, 엄마가 오기 전까지 친구들과 신발 경주를 했다. 마당 수돗가에 있는 커다란 고무통에 물을 가득 받아서 신발을 띄우면 된다. 아리랑, 윤지가 유치원 가방에서 신발 하나씩을 꺼낸다.

 

 아리 - 잘 봐~ 우리 아빠 신발이야~!

 

 한 눈에 봐도 아리의 가방에서 나온 신발은 커 보였다..

 

 윤지 - 뭐야 왜 이렇게 커?

 아리 - 우리 아빠 신발이지롱~!

 

 의기 양양한 아리의 기세에 밀린 탓인지, 윤지가 가방에서 꺼낸 신발은 더 많이 작아 보였다.

 

 윤지 - 우리 엄마 신발 중에 제일 큰 건데······

 

 윤지가 가방에서 꺼낸 신발은 제법 커다란 슬리퍼였다. 체구가 짐작이 될 정도로 큼지막한 신발이었다. 윤지가 가방에서 꺼낸 신발을 보고 아리가 한 마디 한다.

 

 아리 - 뭐야! 엄마 신발이야?

 윤지 - 우리 엄마 신발 중에 제일 큰 거~!

 

 아리는 이리 저리 신기하다는 듯이 돌려본다.

 

 아리 - 진짜 크다! 엄마가 발이 커?

 윤지 - 우리 엄마 발도 큰데, 새빛이 엄마 발보다는 작은 것 같애~

 

 이미 아리가 가져온 아빠 신발에 기운이 빠진 윤지가 새빛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침 새빛이는 현관에서 엄마의 플랫 신발 하나를 가지고 나오는 참이었다. 뛰어 나오는 새빛이를 보며, 아리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새빛 - 물 다 받아진 거야?

 

 아리와 윤지는 새빛이가 들고 나온 신발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매일 하는 게임이었지만, 이건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집에 있는 식구들 신발을 죄다 한 번씩 가지고 와 봤지만, 허사였다. 도무지 새빛이 엄마의 신발을 이길 수가 없었다. 엄마의 신발을 들고 있는 새빛이의 표정은 이미 승리자의 표정. 아리와 윤지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이미 ‘졌다’. 새빛이 고무통에 받아진 물을 살피고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새빛 - 이제 하면 되겠다.

 

 새빛이는 엄마의 플랫 신발과 함께 레고 사람도 한 웅큼 들고 나왔다. 게임의 규칙은 이랬다. 커다란 고무통에 각자 가지고 온 신발을 띄운다, 그런 다음 레고 사람을 하나씩 올린다, 가장 많이 올린 사람이 승리! 가끔 고무통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먼저 가는 경주를 하기도 하지만, 입으로 바람을 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자주 하지는 않는다.

 

 새빛 - 자~~ 이제 시작한다~!

 윤지 - 잠깐! 아리가 아빠 신발을 가지고 왔어! 이건 반칙이야!

 아리 - 뭐가 반칙이야~!

 윤지 - 엄마 신발로만 하기로 했잖아!

 아리 - 언제 그랬어! 그런 적 없어! 니네 엄마 신발은 아빠 신발 만큼 크잖아!

 

 아리의 아빠 신발이 영 거슬렸던 윤지가 한마디 했다. 그렇다고 순순히 져 줄 아리가 아니다. 세 아이 중, 가장 체격이 큰 엄마를 가진 윤지는 할 말이 없었다. 어느새 커다란 엄마의 플랫 신발을 물에 띄운 새빛이 말했다.

 

 새빛 - 그럼, 오늘부터 아빠신발, 엄마신발 다 되는 걸로 하면 되겠네.

 아리 - 맞네~!

 윤지 - 왜 하필 오늘부터야~!

 새빛 - 그래서~ 안 할 거야?

 

 새빛이의 한 마디에 윤지는 엄마 신발을 물에 띄운다. 한눈에 봐도 딱 커보이는 아리 아빠의 검정 구두가 물에 뜬다, 윤지 엄마의 커다란 슬리퍼도 물에 띄워진다.

 

 새빛 - 잘 봐아~

 

 새빛이 엄마의 플랫 신발이 물에 띄워졌다. 한 눈에도 새빛이 엄마 신발이 제일 컸다. 각자 신발이 출렁임과 함께 균형을 잡고 물에 떴다. 세 아이의 눈빛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새빛 - 여기 레고 사람. 한 명씩 올리는 거야.

 아리 - 먼저 사람이 떨어지거나, 신발이 뒤집어지면 지는 거~

 윤지 - 당근~!

 

 세 아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각자 마음에 드는 레고 사람을 서너 개씩 손에 들고 심호흡을 한다.

 

 새빛 - 자~ 내가 먼저 올린다.

 

 빨간색 머리색을 가진 여자 레고가 새빛이 엄마 신발에 올라간다. 넙적한 아빠 신발에 의기 양양해진 아리가 그 다음으로 초록색 머리 남자 레고를 올린다. 윤지는 여전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뾰로통한 표정으로 하얀 머리 남자 레고를 올린다. 잠시 기우뚱 하던 신발들은 잠시 뒤, 다시 중심을 잡고 잘 떠 있다.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신발 위에 레고 사람들이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신발들이 물 위에 기우뚱한다.

 

 아리 - 우와~ 오늘은 진짜 많이 올라간다.

 

 큰 아빠 신발 덕에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아리가 소리쳤다.

 

 윤지 - 맘대로 안 될 걸!

 

 아리보다 한 개 더 많이! 다섯 개의 레고 사람을 올리는 순간! 윤지 엄마의 신발이 출렁~임과 동시에 레고 사람들이 모두 물 속으로 떨어졌다.

 

 아리 - 앗싸아~! 윤지 꼴찌~!

 윤지 - 치~! 아빠 신발 가지고 오는 게 어딨어~!

 아리 - 너도 아빠 신발 가지고 오면 되잖아~!

 

 씩씩거리며 약올라하는 윤지와 아리가 투닥거리는 사이, 새빛이가 일곱 번째 레고 사람을 커다란 엄마 신발 위에 올려 놓는다. 새빛이 엄마 신발은 잠시 기우뚱~!, 하지만 곧 중심을 잡고 물위에 안정적으로 떠 있다.

 

 새빛 - 우와~!! 봐! 봐! 일곱개째야~!

 

 1등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아리는 제 엄마 신발 위의 레고 사람을 하나 둘, 센다. 여섯개, 새빛이를 이기려면 한 개가 더 올라가야 하는데, 좀 불안하다. 일곱 개가 올라가고 중심을 잡은 엄마 신발에 새빛이는 작은 마당 안을 폴짝 폴짝 뛰어 다녔다. 아리가 레고 사람 하나를 더 잡고 신발 위에 천천히 올렸다. 숨도 꾹 참고, 침도 꼴깍 생켰다. 이미 레고 사람이 모두 물에 빠진 윤지도, 이번에는 새빛이가 아닌 아리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리의 일곱 번째 레고 사람이 신발 위에 닿는 순간! 1등의 꿈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물 속으로 가라 앉은 레고 사람들과 함께~~ ㅠ_ㅠ

 

 아리 - 안 돼애~!!!!!

 

 처음 아리 아빠의 신발에 올라탔던 초록색 머리 레고 사람부터 차례로 뒤집어진 신발과 함께 물 속으로······ 아리의 비명(?)과 동시에 새빛이의 환호성이 크게 울렸다.

 

 새빛 - 앗싸아~!!!! 내가 또 1등이닷~!!!!!!!!

 

 새빛이 엄마의 신발은 아직도 더 레고 사람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떠 있었다. 늘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속이 상한 건 늘 새로웠다. 아리와 윤지는 이번에도 새빛이가 1등 한 것이 속상했다.

 

 아리 - 아이씨~! 만날 너만 1등이야!

 

 아리가 버럭 화를 내자 윤지가 거들었다.

 

 윤지 - 맞아, 맞아! 만날 새빛이만 1등이야~!

 새빛 - 왜애~?! 너네도 그럼 더 커다란 신발 가지고 와~!. 내가 이번엔 아빠 신발도 된다고 했잖아.

 윤지 - 난 몰랐잖아!

 새빛 - 그건 니가 까먹은 거지~!

 아리 - 우리 아빠 신발보다도 니네 엄마 신발이 더 크잖아~!!!!!!

 새빛 - 그게 뭐? 울 엄마 신발이 큰 게 왜?!

 

 새빛이에게 이번에도 진 것이 못내 아쉬웠던 아리가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다.

 

 아리 - 그거~! 엄마 신발 맞아?!

 

 아리는 새빛이가 경주에 사용한 엄마 플랫 신발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새빛 - 당연하지~! 이런 신발 신는 아빠도 있어?!

 

 새빛이 지지 않고 같이 소리치자 윤지가 둘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 소리로 아리에게 말했다.

 

 윤지 - 아빠들은 저런 리본 달린 플랫 슈즈를 신지 않기는 해~

 

 윤지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아리는 약이 올라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아리 - 그래도~! 아빠 신발이 아니면 더 이상해~! 너~!! 일부러 그렇게 큰 신발 산 거야~?!

 새빛 - 내가 어떻게 큰 신발을 사냐~! 이건 울 엄마가 신고 다니는 신발이거덩~!!!

 

 일등을 놓친 아리는 약이 올라 폴짝 폴짝 뛰었다. 아리의 말에 새빛이는 억울허다는 발을 동동 굴렀다.

 

 아리 - 만날 엄마 신발이라고 하지만, 너무 크잖아~!

 윤지 - 그건 그래, 새빛이 엄마 신발은 너무 커!

 아리 - 엄마 신발이 아닐 수도 있는 거지~!

 윤지 - 엄마 신발이 아니면?

 아리 - 아빠 신발일 수도 있지~

 

 아빠 신발을 가지고 오고도 1등을 하지 못한 아리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한다. 윤지가 눈동자를 굴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느낌이다. 둥둥 떠 있는 커다란 엄마 신발에 신이 났던 새빛이가 아리와 윤지의 표정을 보고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듯 톡 쏜다.

 

 새빛 - 울 엄마 신발이 맞거덩~!!!!

 

 새빛이의 말에 윤지가 거든다.

 

 윤지 - 그래~, 새빛이 말이 맞아. 새빛이는 아빠가 없잖아.

 아리 - 아빠 없는 사람이 어딨어~!!!!

 

 아리의 한 마디가 새빛이의 심사를 뒤틀리게 했다.

 

 새빛 - 난 아빠가 없거덩~!!!~!!!!!

 

 새빛이의 반응에, 무심코 던졌던 의미 없는 말들이 칼날을 품었다. 아리와 윤지가 흠칫 놀라며 새빛이의 표정을 살폈다. 새빛이는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씩씩거렸다.

 

 새빛 - 야~! 니네 다~ 가~!!!!

 

 화가 난 새빛이는 친구들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윤지 - 새빛아~ 왜 그래~

 새빛 - 가~! 가라고~!

 

 새빛이는 친구들의 유치원 가방까지 던져주며 작은 마당을 가로 질러 대문까지 친구들의 등을 밀어댔다. 아리와 윤지는 새빛이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없다.

 

 아리 - 밀지마~!

 새빛 - 가~! 가라고~!

 윤지 - 새빛아~~

 새빛 - 가~! 가라고~!

 

 대문 밖으로 떠밀려 나간 아리와 윤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새빛이를 봤다.

 

 새빛 - 니네하고 다시는 안 놀 거얏~!!!

 

 소리를 빽 지르고 물을 쾅 닫아 버린다. 대문 닫히는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란 아리와 윤지가 서로 쳐다본다. 아리가 먼저 입술을 한 번 삐죽하니, 윤지가 어깨를 으쓱한다.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신발 배 놀이를 하면, 열 번이면, 열번을 새빛이가 1등을 했고, 그 중에 서너 번은 꼭 이렇게 끝이 났다.

 

 윤지 - 그러게 왜 또 아빠 이야기를 꺼냈어~

 아리 - 내가 뭘~!

 윤지 - 새빛이가 아빠라는 말만 나와도 저러는 거 만날 그러는데······

 아리 - 니가 먼저 새빛이는 아빠가 없다고 했거덩.

 윤지 - 니가 먼저, 아빠 신발이냐고 했잖아~!

 아리 - 에이~! 참~!

 

 윤지의 말에 아리가 찔리는 게 있는 표정이었다가 금세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리 - 그래도~! 이상하잖아. 어떻게 엄마 신발이 저렇게 커~!

 윤지 - 그건 그렇지만, 모양도 그냥 여자신발이잖아. 아빠가 저렇게 이쁜 신발을 신겠어?!

 아리 - 그건······

 윤지 - 아무리 봐도 여자 신발인 건 맞잖아~

 아리 - 새빛이 엄마는 그렇게 이쁘게 생겼는데, 발은 무슨 거대한 거인발처럼 왕발이라는 거잖아!

 

 새빛이가 대문 밖으로 던진 가방을 탁탁 털어 메면서 아리가 말한다. 윤지도 제 가방을 탁탁 털어서 멘다. 아리의 말에 윤지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윤지 - 그렇긴 해. 새빛이 엄마 진짜 이쁜데, 발은 진짜 왕발이야.

 

 그때 갑자기 대문이 와락 열렸다.

 

 새빛 - 야~! 울 엄마가 이뻐서 샘나면 샘난다고 하면 되지~! 이뻐도 발이 클 수도 있지~!

 

 다시 문이 쾅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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