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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망한 아이돌에 심폐소생술
작가 : 반골이관
작품등록일 : 2020.9.15

방년 18세 남고생, 심마음은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 최애의 몸에 빙의하게 된다. 해당 멤버는 무개념 데이트 현장을 들켜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던 상황. 졸지에 내 잘못 아닌 일에 피드백까지 하게 생겼다? 마음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친 후 이 그룹을 흥하게 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인생 또한 이 그룹에 달려 있게 되었으므로.

 
1.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낯설고 수상한 사람은 더더욱 안 됩니다.
작성일 : 20-09-21 09:02     조회 : 382     추천 : 0     분량 : 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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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낯설고 수상한 사람은 더더욱 안 됩니다.

 

 5교시는 수학 시간이었다. 수요일 5교시 수학을 앞둔 여황고등학교 2학년 5반은 뒷자리 싸움이 치열했다. 식곤증을 즐기며 잠들거나 휴대폰을 보려는 희망자가 많았기 때문이었는데, 당연히 수요에 비해 공급은 없었다.

 

 "야 심마음! 자리 좀 바꾸자. 너 수학 좋아하지?"

 "뭐래, 나 수포자라니까. 나 폰할건데 딴 데 가라."

 "아직 고2인데 수포라니 말이 되냐? 희망을 가져라 마음아!"

 "응~아니야~ 9등급은 찍어도 안 나와."

 "함만 바꿔 줘라, 나 여친이랑 싸워서 바로 풀어줘야 돼."

 "난 내 기분 풀어줘야 돼, 그래서 안 돼."

 마음은 이 시간 내내 휴대폰만 들여다 볼 작정이었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초조했는데, 그가 보고 있는 자극적인 기사 때문이었다.

 

 << [최초] 5인조 보이그룹 '길티플레저', 무개념 데이트 논란 > 연나희 기자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 사이트 '홍익인간'에 현직 아이돌의 데이트 목격담이 인증샷과 함께 올라왔다. 한강을 배경으로 남녀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의 남성은 5인조 신인 보이그룹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의 리더 길리언(본명 김미욱)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두 사람이 마스크를 코가 노출되도록 잘못 착용했다는 점이다. 본래 질병의 전파와 전염을 막기 위해서 마스크는 모든 호흡 기관을 차단하는 형태로 눈 밑까지 올려 써야 한다. 질병이 유행하는 요즘같은 시기에 이와 같은 부주의한 행동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누리꾼들은 "저놈.옆에 .여자랑.같이. 질병검사.받아야한다", "이런 시국에 한강이라니 제정신?", "저런 무개념도 데이트를 하는데 난..."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머리가 아득했다. 마음은 길티플레저가 데뷔하기 전부터 좋아해 온 진성팬이었다. 그의 머리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으나 전부 형태를 지니지 못하고 스러졌다.

 

 마음은 멍한 머리로 같은 기사를 5번 읽었다. 홍익인간 사이트에도 접속해 문제의 글도 확인했다. 홍익인간 연예 게시판에는 그새 길티플레저 관련 글이 늘어나 있었다. 물론 전부 안좋은 내용이었다.

 

 <길멍청네 그룹 총체적 난국>

 <길티플레저 인성문제 심각하다>

 <얘네 막내라인도 장난아닌데?>

 <길티(플레저) 인성돌 영업합니다>

 

 마지막 글은 혹시 나 같은 진성팬이 피의 쉴드를 치는 걸까?

 제목에 혹한 마음은 그 글을 클릭해 보았으나, 첫 줄을 읽자마자 후회했다.

 

 <<길티(플레저) 인성돌 영업합니다>

 길멍청 : 이시국에 코스크 낌, 듣보잡이라도 연예인이면서 대놓고 데이트

 수염 : 사극수염 왜기르는지 모를일 아이돌할생각있는건지?

 인성막내 : 내가 글 쓴 이유임.. 동영상 보면 금발놈이랑 같이 형들한테 말대꾸랑 야루는거 장난아님 형들이랑 열살차이 나고 그런다던디;

 금발놈 : 이하동문

 인성막내2 : 얘는 또 새로운 인성의 패러다임을 보여줌; 분명히 대답은 꼬박꼬박 잘하는데 사람 민망하게 하는 데에 뭐 있음; 같이 사회생활 하기 싫은 스타일

 암만 듣보라지만 여태껏 불화설 안 돈 게 신기하더라. 길티플레저가 아니라 걍 길티인듯.. 다들 플레저는 묵음 처리하고 읽길 바래>

 

 "아....괜히봤다....내 멘탈 돌려내......"

 *

 길티플레저 논란글을 볼수록 상처받는 걸 알면서도 대체 뭘로 어떻게 까이는지 궁금하고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다. 결국 하교시간까지 틈만 나면 휴대폰을 붙들고 있던 마음은 힘없이 책상에 풀썩 엎어졌다. 옆자리의 친구가 그를 무심히 돌아보았다.

 

 "너 또 그 듣보잡 본거지? 기....길티플레저."

 "너 이름 드디어 외워주네? 대박!"

 

 마음은 놀란 눈으로 다시 일어났다.

 

 "인터넷에 엄청 뜨길래...."

 "아......"

 

 마음의 상체가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다.

 

 "야 보니까 듣보잡에다 인성도 이상하던데 왜 좋아함? 이번에 민폐도 쩔었고"

 "야!!!!!! 최애는 건드는 거 아냐!!!!!!!!!!"

 

 마음이 하강하던 육체를 올려 친구의 멱살을 잡았다.

 

 "그렇다고 멱살 잡을 것까지 있냐?! 아오 이새키 힘 졸라 세!!!"

 

 둘의 만담을 보고 있던 친구들이 달려들어 마음의 양옆에 한 명씩 붙었다. 한참을 씨름하고 나서야 마음은 발광을 멈췄지만, 그 사이 몇 대 얻어맞아 등짝이 얼얼했다.

 *

 마음은 싸움의 대가로 친구들에게 '일주일 혼자 등하교형'을 선고받았다. 사실상 삼일도 못 가곤 하지만 명목상 그랬다. 당일부터 바로 형이 시행되어 그는 혼자 버스 정류장에 주저앉았다. 옆에는 친구들 무리가 있었지만 길거리에서는 일주일간 모른척하기로 되어 있었다. 언제나 작심삼일로 귀결되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마음은 고독을 씹으며 휴대폰으로 공식 카페에 접속했다. 슬퍼하는 팬들과 분노하는 팬들과 격려하는 팬들, 그리고 분탕질을 위해 들어온 한량들이 한 데 뒤섞여 카페는 아수라장이었다. 마음은 2분 정도 스크롤을 내려 보다가 관뒀다.

 

 "일 터진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입장문 하나 없네...."

 

 그는 강수를 둬 보기로 했다. 연락처에서 갓미욱느님'을 검색했다.

 

 [ 형....기사 봤는데 정말이에요? 아니죠?ㅜㅜ ]

 

 마음은 문자를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결국엔 모조리 지워버렸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지금 형이 제일 힘들 텐데, 면전에 대고 닦달하는 꼴이 될 것이다. 마음은 아예 핸드폰을 집어넣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옆에서 친구들이 떠들던 소리가 수군수군 속삭이는 소리로 바뀌었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하아...."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한숨이 새어나왔다. 생각이 많아지니 과거로까지 흘러들어가 기억을 끄집어냈다.

 -

 [ 원에 애들 많은데 ]

 [ 가족같이 느껴지는 애는 하나도 없어요 ]

 [ 다 그냥 친구같아요 ] 16:45

 갓미욱느님 [ 미안해, 행사가 있어서 이제 봤네. 그래? 그럼 형이 네 형 해줄까? ] 18:22

 [ 헉 ] 18:22

 [ 정말요?! ]

 [ 마음만으로도 정말 고맙습니다 ]

 [ 형ㅠ ] 18:24

 -

 이후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때는 꼭 형제로 태어나자'는 다짐까지 주고받았다. 그 때부터 탈덕이란 절대 선택지에 없었다. 미욱은 항상 마음에게 단 하나의 빛이자 태양이었다.

 서로 부대끼며 사는 친구들이나, 많은 사람을 케어하시기에 거리감이 있는 선생님들. 그들과 다르게, 미욱은 마음에게 단 한 명의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이따금 주고받는 문자가 다일 뿐이라도 소중했다.

 비록 마스크 끼는 법을 잘 몰라 가르쳐주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분명히 제대로 잘 쓰고 다녔는데. 사달이 난 사진은 그 전에 찍은 것으로 예상되었다.

 

 "타이밍이 왜 그러냐...... 내가 진짜 형제였으면, 코스크 한 거 보자마자 말해줬을 텐데."

 그랬으면..그랬으면 형은 그런 사진도 안 찍혔을 거야. 얼굴도 많이 가려져서 형이 연예인인 것도 아무도 몰랐을 텐데.

 

 "내가 진짜 피 섞인 형제였으면......"

 "진짜 피 섞인 사이로 만들어 줄 수 있는데, 관심 있어요?"

 

 깜짝이야!

 옆에 누군가 앉는 줄도 몰랐다. 마음은 고개를 들어 말 건 사람의 얼굴을 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연예인이야 뭐야?

 마스크는 그렇다 쳐도, 뿔테 안경에 볼캡에 그 위로 쓴 후드까지 얼굴을 철통 방어하고 있었다. 너무 수상쩍었다. 마음의 친구들도 속닥거림을 멈추고 수상한 사람을 응시했다. 정류장이 이내 정적에 휩싸였지만 역시나 마음이 그걸 눈치챌 여유까지는 없었다.

 

 "저..누구세요? 그리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관심 있으시면 오늘 자정에 좋은 기회가 있을 예정이니 여기로 다시 오세요, 전 그럼 이만."

 

 이미 최애에게 받은 충격에 낯선 사람이 말한 내용의 충격, 그리고 '그럼 이만'을 실제 대화에서 육성으로 처음 들어본 충격까지. 마음은 총 3중 플러스 알파의 충격을 받고 돌하르방처럼 굳었다. 입술은 뻐끔거렸으나 그 입에서 말이 나오지는 못했다. 수상한 사람은 제 할 말만 마치고선 몇 걸음 걷더니 사라졌고 모두가 벙쪄 그를 붙잡을 생각 따윈 하지 못했다. 대신 친구들은 마음에게로 곧장 달려왔다.

 

 "야! 뭔데?! 저 사람이 무슨 이상한 짓 했어?"

 "괜찮아? 해코지 당한 거 없어?"

 "뭐라고 말한 건데? 내가 들은 게 맞음? 완전 사이비 같던데?!"

 

 친구들이 소리쳐 물었지만 마음의 귀에는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은 듯했다. 마음은 그저 아까 한 대화를 되뇌이고 있었다.

 

 "피 섞인 사이...? 만들어 준다고...?"

 "우웩, 뭐래? 피를 왜 섞어?!"

 "진짜 그 말이 맞았냐? 나 아까 듣고 귀를 의심함. 내가 들은 게 아닌 줄 알았지!"

 "그니까. 근데 혈액형 다른데 피 섞으면 뒤지지 않나?"

 

 마음의 마음도 혼란했고 친구들 또한 역시 그랬다.

 혼란의 카오스 가운데, 그 중 가장 상황 판단이 빠른 이영이 이 무력한 선원들의 키를 잡았다.

 

 "야, 일단 여은복 집에 가자! 가서 얘기해 보자!"

 *

 은복의 집은 여황고 근처에서 제일 부자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 즉, 은복의 집이 친구들 중 가장 부유하고 넓고 좋았다. 은복은 이것을 빌미로 늘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곤 했다. 기르던 금붕어가 명을 다한 뒤로, 대신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치킨을 먹이는 것이 은복의 낙이었다. 복스럽게 잘 먹는 게 금복이가 생각나서 좋다나. 오늘도 은복은 이영이 본론을 꺼내기 전에 재빨리 치즈뿌린 활화산 칠리 치킨 두 마리를 시켰다. 먹을 게 들어가야 머리도 잘 돌아간다는 이영의 지론에 따라, 심각한 이야기는 먹고 나서 하기로 했다.

 

 "은복아 잘 먹었다!"

 "오늘도 고맙다!"

 "사랑하는 거 알지?"

 "오냐."

 

 치킨을 먹는 동안 마음보다 고민을 많이 한 건 의외로 친구들이었다.

 심마음은 수상한 사람이 말을 걸기 전에도(본인은 몰랐지만) 반쯤 울고 있었다. 마음이 우는 걸 처음 본 친구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자기들끼리 비상 회의를 시작했었다. 청소시간에 창틀 닦다 2층에서 떨어졌을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던 애가? 울어? 연예인 스캔들 때문에?

 비상 회의를 하던 도중 수상쩍은 사람이 난입해 문제는 더 커지고, 결론은 나지 않았고. 이제는 마음까지 함께 넷이서 짱구를 굴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너가 그 연예인 형이랑 형제가 되고 싶다고 중얼거렸고. 그걸 듣고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너한테 다단계 작업 멘트 같은 거 걸고 갑자기 사라졌다는 거잖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그런가 더 이상하게 들리네."

 "안 요약해도 충분히 이상해. 김권태 니 생각은 어떤데? 왜 한 마디도 안하냐?"

 "다들 내가 원하는 방향이랑 달라서. 그리고 심마음이 원하는 방향이랑도 다를걸?"

 "뭔데 그럼? 일단 말해봐."

 

 그리고 나온 말은 소년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기 충분했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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