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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흥분하지마
작가 : 마루터기
작품등록일 : 2020.9.15

페로몬이라는 특이체질이 유전으로 내려오는 집안에 태어난 지윤.
원래는 남자에게만 내려오는 체질이 집안에서 최초로 여자인 지윤이 그 체질을 받게 된다.
어릴 적 사건으로 인해 남자를 무서워 하고, 그 후 페로몬 조절할 시기를 놓친다.
페로몬 조절이안되, 늘 페로몬을 방출하는 지윤. 그로인해 더더욱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고, 남성 공포증을 가진 채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12년 동안 칩거한다. 그런 지윤에게 나타난 여성 혐오증 환자 우진.

"나는 너한테 반응이 없어. 흥분이 안돼."

 
1화- 어...어떡하지? 나 지금 가운만 입고 있는데...
작성일 : 20-09-15 06:01     조회 : 369     추천 : 0     분량 : 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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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리릭-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우진.

 조용한 거실에는 욕실 안에서 들리는 샤워 소리가 가득 울린다.

 고개를 돌려 주방을 보니 식탁에는 먹다 남은 볶음밥이 담겨있는 그릇과 수저가 올려져 있고, 싱크대엔 후라이팬 과 그릇들이 놓여있다.

 

 

 “아니...이 형은 왜 굳이 자기 집 두고 여기 와서 난리야?”

 

 

 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드레스 룸으로 들어간다.

 드레스 룸에서 지갑을 찾는 우진.

 그때 전화가 울린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보세요?”

 

 

 “우진아. 내일 아침에 뭐 먹을래?”

 

 

 우진은 어이없었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집에 들어와 욕실에서 샤워중인 사람이 갑자기 전화해서는 내일 아침메뉴를 선택하라니.

 

 

 “됐고, 형은 빨리 씻고 나오기나 해. 그리고 집 청소 똑바로 해놔. 나 지저분한 거 딱 싫어.”

 

 

 “뭔 소리야. 나 아까 씻었어. 그리고 우리집이 니네 집보다 깨끗해.”

 

 

 “형 집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지금 내 집 더럽히고 있는거야?”

 

 

 “뭔 소리야.”

 

 

 “나 지금 지갑 가지러 집에 왔어. 일단 빨리 씻고 나와.”

 

 

 강우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너 형이 내일 지갑 가져다준다고 했잖아! 아니, 일단 너 당장 숨 참고! 빨리 집에서 뛰어나와!”

 

 

 우진은 당황스러웠다.

 내가 내 집에서 쫒겨나는 상황이라니? 아니, 근데 숨은 왜 참으라는거야?

 

 

 “아, 뭔 헛소리야.”

 

 

 “일단 빨리 나와! 진짜 형이 이렇게 부탁할게!”

 

 

 우진은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우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단 옷에서 지갑만 꺼내 드레스 룸에서 나왔고 바로 현관으로 나가려는 그때.

 욕실에서 가운만 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두른 지윤이 나오자 우진은 놀라 소리쳤다.

 

 

 “너 뭐야?!”

 

 

 우진의 소리에 놀란 지윤은 우진을 보자마자, 그 자리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누...누구세요?”

 

 

 “뭐? 누구냐고?”

 

 

 우진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때 우진의 휴대폰 넘어 강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우진아!! 숨 쉬지마! 숨 참고 바로 나와! 빨리!”

 

 

 우진 다시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아니! 형 지금 내 집에 웬 여자가-”

 

 

 “일단 나와! 빨리!”

 

 

 “뭐야 왜 이래?”

 

 

 “제발 빨리 나와! 숨 참고 현관으로 빨리 뛰어나가!”

 

 

 우진은 강우의 다급한 목소리에 따라 일단 현관으로 나가려는데.

 우진이 움직이자, 지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살려주세요.”

 

 

 누가 죽인다고 했나? 아니,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나? 맘대로 자신의 집에 들어와 있는 건 저 여잔데? 저 여잔 왜 나를 도둑놈 보듯이 보는거야?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였다. 솔직히 이해해주고 싶지도 않았지만 지윤의 상태가 너무 불안정해 보이자, 멈춰서 그냥 지윤을 바라봤다.

 

 

 “형, 알았으니까 일단 끊어봐.”

 

 

 우진은 전화를 끊고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지윤에게 말했다.

 

 

 “지금 강우형이 그쪽이 내 집에 있는 거 아는 눈치인데. 일단 여긴 내 집이에요. 그 쪽 잡아먹으려고 들어온 사람 아니란 소리고, 나는 그쪽이 여기 있는지 몰랐어요.

 그쪽도 그런 거 같은데 강우형이 그쪽을 내 집에 있게 한거니까. 일단 허락할게요.

 그러니까 그만 쫄고. 참고로 난 다시 병원으로 가야 되니까 나갑니다.”

 

 

 “...”

 

 

 지윤은 우진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냥 지금 자신의 앞에 한 남자가 서 있고, 그 사람이 언제 짐승처럼 돌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와 불안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우진은 계속 몸이 굳은 채로 얼굴이 창백해 벌벌 떠는 지윤의 모습이 신경쓰였다.

 그리고 연예인인 본인의 집에서 괜히 무슨 문제라도 생겨, 기사라도 나면 어떻게 될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이봐요?”

 

 

 “사...살려주세요...”

 

 

 “하- 아니, 내가 그쪽을 죽이기라도 합니까? 방금 말하지 않았나? 지금 그냥 나간다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솔직히 집주인인 본인이 놀라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심지어 자신은 엄청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어이가 없었지만 앞에 있는 여자가 너무 심각하게 떨자, 그냥 빨리 이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아...안돼!”

 

 

 지윤은 두려운 마음에 우진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우진이 움직이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줄 알고 지윤은 순간적으로 놀라, 숨이 막히는 느낌과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탁-

 

 우진은 그런 지윤을 보고 빠르게 다가가 한 쪽 팔로 쓰러지는 지윤의 허리를 감싸 잡았다.

 

 

 “하... 진짜 뭐야 이 여자?”

 

 

 우진은 얼떨결에 안은 지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

 

 

 

 

 (12시간 전)

 

 

 

 유앤미 엔터테인먼트

 

 

 

 국내 최고 엔터 회사 부사장인 지훈은 부드러워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게 누가 봐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는 아우라를 뿜어대며 통화를 하고 있다.

 그때 지훈의 절친이자 회사의 총괄 매니저인 강우가 들어온다.

 

 

 

 “야. 아,아니 부사장님.”

 

 

 지훈은 강우를 보고 고개만 끄덕이곤 통화를 이어갔다.

 

 

 “하... 일단 최대한 빨리 처리하세요. 앞으로 이딴 식으로 일 처리하시면 이제 저랑 계약은 없습니다.”

 

 

 지훈이 기분 나쁜티를 적날하게 드러내며 전화를 끊자, 강우는 놀랐다.

 자신이 지훈과 10년이 넘는 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걸 본건 12년 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훈의 모습이 놀랍고 낯설었다.

 

 

 “무슨 일인데?”

 

 

 지훈은 인상 쓰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으로 꾸욱 누르며 강우를 쳐다봤다.

 

 

 “하... 이번에 이사가는 집에 문제가 좀 생겨서 수리해야 된데.”

 

 

 “헐...아직 입주도 안 했는데 수리? 아니, 그럼 지윤이는?”

 

 

 “내 말이. 이삿짐은 회사 창고에 넣어두면 그만인데 지윤이는 어떡하냐.”

 

 

 지훈은 머리를 움켜쥐었고, 강우는 그런 지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호텔은...안되겠지?”

 

 

 강우의 말에 지훈은 혀를 차고 말했다.

 

 

 “쯧, 되겠냐?! 아마 같은 층에 있는 인간들 벌떼처럼 몰려들거다.”

 

 

 “그 정도야? 아! 그럼 그냥 우리 집으로 올래? 내가 나가서 지낼게.”

 

 

 지훈은 강우를 보며 정색했다.

 

 

 “니 옆집에 개 키운다며. 지윤이가 니네 집 가면 그 개 발정 나서 하루종일 짖을꺼다.”

 

 

 “아... 그럼 어떡하냐?”

 

 

 “내 말이 아, 진짜 어디로 가야되냐.”

 

 

 강우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야! 우진이!”

 

 “우진이?”

 

 

 “지금 우진이 수술하고 병원에 있으니까 집이 비잖아. 우진이 집은 아파트긴 해도 한 층 다 쓰는 펜트하우스니까, 그 층엔 사는 사람도 없고 들어갈 때만 조심하면 문제 없는 거 아냐?!”

 

 

 지훈은 강우를 보고 두 팔을 벌리며 다가가 안았다. 그런 지훈을 밀어내며 말하는 지훈.

 

 

 “에헤이~ 아. 우진이 수술 잘 끝났어. 근데 아무래도 재활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스케쥴 어떡하냐?”

 

 

 지훈은 기분 좋은 듯 말했다.

 

 

 “내가 스케쥴 완벽하게 정리할게. 걱정말고 쉬라고 해.”

 

 

 

 

 

 ***

 

 

 

 

 서울의 한 단독주택 정원.

 

 

 

 넓은 정원 나무와 꽃들이 관리가 잘 되었는지 파릇파릇하게 피어 아름답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담장이 굉장히 높아 밖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정원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작고 하얀 손으로 타블렛에 웹툰을 그리고 있는 지윤.

 검은 긴 머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오고, 하얀 피부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연 핑크 원피스를 입고 있다.

 입술을 앙 물고 한 참을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지이잉~지이잉~

 

 

 지윤 발신인을 확인하더니, 인상을 쓰고 전화를 받았다.

 

 

 “왜.”

 

 

 “지윤아, 오빤데...”

 

 

 지훈은 동생 지윤에게 쩔쩔매는 듯한 목소리였다.

 

 

 “알아. 왜?”

 

 

 “우리 오늘 이사 가는 날 인거 알지?”

 

 

 “하...알아. 그거 확인하려고 전화한 거야?”

 

 

 “응...그게 이사 갈 집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오늘 입주를 못할 것 같애. 부분 공사를 해야 된다고 하네...?”

 

 

 “뭐? 그런 건 좀 미리미리 확인했어야지! 그럼 어떻게?! 오늘 오후부터 이 집도 수리 들어오잖아!”

 

 

 

 지윤은 짜증이 확 밀려와 타블릿을 옆으로 거칠게 밀었다.

 

 

 “안 그래도 오빠가 전화 해봤는데...지금 우리집도 공사 일정 변경이 안된다고...”

 

 

 “그럼 어쩌자고!”

 

 

 “오빠가 아는 사람 집에 잠깐만 들어가 있으면 안될까? 집주인이 병원에 있어서 당분간 집이 빈다고 하더라고...”

 

 

 “하...어딘데.”

 

 

 “인더힐 아파트라고-”

 

 

 지윤은 아파트라는 소리에 지훈의 말을 끊고, 소리질렀다.

 

 

 “너 미쳤어?! 아파트? 너 지금 내 상태 알면서 아파트라고?! 내가 사람들 모여 사는데서 어떻게 살아?!”

 

 

 “아니야, 지윤아! 그 집은 한 층 전체를 다 쓰는 거라서, 그 층엔 아무도 없어 그래서 괜찮을 거야. 생필품 같은 건 오빠가 다 사다 줄게.”

 

 

 지훈은 지윤을 달래는데 급급한 목소리였다.

 지윤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훈을 배려해줄 여유 따윈 없었다.

 

 

  “...전화 끊어.”

 

 

 지윤은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용서가 안되는 걸 어떻게.’

 

 

 

 

 ***

 

 

 

 강남 대학병원 vip병실

 

 

 

 병원복 위에 얇은 베이지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 우진

 180은 훌쩍 넘는 키에 쌍꺼풀 없는 길고 큰 눈을 가진 우진의 코에는 부목이 올라가 있고, 한 쪽 어깨엔 보호대를 차고 있다.

 침대에 기대 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던 우진 강우를 보며 말한다.

 

 

 “형. 이 기사 뭐야?”

 

 

 강우 복숭아를 깎다가 우진을 바라보고 말한다.

 

 

 “어떤 거?”

 

 

 “아니. 내가 촬영 중 사고로 수술한 건 맞게 나왔는데, 나한테 껄덕대던 그 여자랑 왜 스캔들이 난 거냐고.”

 

 

 강우 복숭아 하나를 우진의 입에 넣어준다.

 

 

 “그거? 그 여자가 일부로 낸 거 같던데?”

 

 

 우진은 복숭아를 입에서 꺼내고 말했다.

 

 

 “아니, 형은 매니저 아니야? 스캔들이 났는데, 왜 이렇게 태평해?”

 

 

 “야, 솔직히 너 게이라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안 믿더라.”

 

 

 우진 어이없어한다.

 

 “내가 왜 게이야?”

 

 

 “그럼 여자 좀 만나던가. 그러니까 네가 액션, 스릴러만 찍는거야. 너한테 로코나 멜로 안 들어 오잖아? 왜겠어?”

 

 

 우진 관심 없다는 듯이 다시 몸을 돌려 핸드폰을 보며 말한다.

 

 

 “로맨스는 징그러워서 내가 안 찍는거야.”

 

 

 “왜 징그러운데?”

 

 

 “촬영할 때 여자들이 얼마나 달라붙는 줄 알아? 약한 척이나 하고 촬영 끝나도 만나자고 얼마나 질척거리는데 귀찮아.”

 

 

 강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우진을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 너 잘나서 참 좋겠다~”

 

 

 “뭐래. 그러는 형은 왜 여자 안 사겨?”

 

 

 “난 너 모르게 다 연애하고 그래. 내가 넌 줄 아냐? 난 여자 좋아.”

 

 

 “여자가 싫은 건! 이쁜 여자를 못 만나서 그런거야. 만나잖아? 그럼 나도 장난 아니다?”

 

 

 “야. 너랑 같이 작품 한 여자중에 안 이쁜 애는 하나도 없었거든?!”

 

 

 우진 웃으며 말한다.

 

 

 “난 더 하이클래스를 원해. 뭔가 할리우드 스타일?”

 

 

 “너 그럼 저번에 찍은 그 미국배우가 너한테 관심 보였는데 왜 무시했어?”

 

 

 “걔도 별로였어.”

 

 

 강우는 기가 찼다. 하지만 우진이 왜 여자를 기피 하는지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됐고. 형 지금 병원 지하 돈까스집에 주문해 놓은 거 찾아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입맛 없는데.”

 

 

 “안돼. 하루 세끼는 다 챙겨 먹어야 돼.”

 

 

 우진은 강우를 보며 소리쳤다.

 

 

 “매니저면 다이어트하게 몸 관리도 좀 시키고 해! 그놈의 하루 세끼!!”

 

 

 “먹고 운동해. 그리고 지금은 살쪄도 돼.”

 

 

 강우 무심한 듯 말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5분 뒤)

 

 

 똑똑-

 

 

 노크소리에 우진은 문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뭐야. 왜 갑자기 노크?”

 

 

 용녀 들어오며 간드러지게 말한다.

 

 

 “우진아~ 엄마야~”

 

 

 우진 빨간 원피스에 이상한 베레모 같은 모자를 쓰고 들어오는 용녀의 행색과 말투에 인상을 쓴다.

 

 

 “뭐야, 당신.”

 

 

 용녀 밖에 있는 가드가 문을 닫아주자, 표정이 바로 바뀌며, 쇼파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너야말로 뭐야. 너 돈 왜 안 붙여? 야, 나도 사이즈 보면서 판을 깔거든? 너 이름만 검색해도 세계적인 스타니, 몸값이 올랐다니, 니 앞으로 건물이 어쩌구 저쩌구.나도 다 알고 오는 거라고 그러니까 구질 거리게 만들지 말고 그냥 돈 붙여. 알았어?”

 

 

 우진은 표정 없이 용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무슨 돈.”

 

 

 “니 아빠. 내가 데리고 있잖아. 일종의 양육비?”

 

 

 우진 비웃는다.

 

 

 “풉- 이 아줌마야. 양육비는 애 키울 때 주는거고. 하- 그래 무식한 당신한테 내가 뭘 기대하냐. 그리고 내가 누누이 말했지? 그냥 아빠 내놓으라고.”

 

 

 용녀 얇게 웃으며 말한다.

 

 

 “내가 미쳤니? 내 돈줄을 맨입에? 그럼 니 아빠주면 한 100억 줄래?”

 

 

 우진 주먹을 쥐며 용녀를 째려봤다.

 하지만 용녀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만 한다.

 

 

 “그러니까 오늘까지 생활비붙여. 안 그럼 니 아빠 가만 안둬. 아, 물론 니 아빠가 죽게되면 어디에 묻혔는지 너는 절대 모르게 할꺼고.”

 

 

 “하- xx.”

 

 

 우진이 인상 쓰고 한숨을 쉬는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강우가 웃으며 들어온다.

 

 

 “치즈돈까스다~ 하...당신 뭐야.”

 

 

 강우는 분명 맛있어 보이는 돈까스 덕분에 병실에 올라 올때 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병실에 생각지도 못했던 용녀가 보이자 기분이 바로 더러워졌다.

 강우는 정색은 물론 살기를 띄며 용녀를 바라봤고, 용녀는 강우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

 

 

 “그...아들이 걱정되서 왔어요. 아들 엄마가 걱정되니까 연락도 좀 하고~엄마는 이제 가볼게~!”

 

 

 용녀는 도망치듯 나가고 우진은 그 모습을 보며 실소를 터트린다.

 강우는 그런 우진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하... 우진아, 너 사람한테 곁 하나 안주고, 철벽도 잘 치면서 왜 저 여자는 받아주냐? 새엄마도 엄마라 이거냐? 형이 진짜 이해가 안간다. 하... 어쨌든 그냥 다음에 오면 밖에 있는 가드 불러. 아니, 형이 나가면서 말해 놓을게 얼씬도 못하게.”

 

 

 “신경 쓰지마. 그냥 개가 짖나? 하고 그냥 두는 거야. 돈까스나 줘봐.”

 

 

 강우는 말없이 돈까스 포장을 뜯어 주다가, 갑자기 짜증이 났는지, 궁시렁 거린다.

 

 

 “아니, 근데 저 여자는 잊을만 하니까 또 지랄이야. 하-진짜 저 여자가 뭐라고 그랬어? 너 진짜 저 여자가 이상한 짓 하면 바로 얘기해!”

 

 

 “알았다고, 그만 궁시렁대고 밥 먹자.”

 

 

 “형 약속있어. 너 이거 다 먹었는지 확인할 거니까 남기지 말고 다 먹어.”

 

 

 강우는 병실에서 나오자 바로 표정이 굳는다.

 병실 앞을 지키는 두 명의 가드 중 한 명을 보며 말했다.

 

 

 “너 따라와.”

 

 

 

 

 ***

 

 

 

 인더힐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지윤의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하...그래도 할아버지 덕에 운전면허라도 따서 진짜 다행이다...”

 

 

 지윤은 집에서부터 잠깐이지만 혼자 돌아다니며, 세상을 구경한 것이 행복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꺼내 지훈에게 전화 거는 지윤.

 

 

 “여보세요?”

 

 

 “어, 지윤아!”

 

 

 지훈은 지윤이 먼저 전화 한 것에 기분 좋은지 목소리 톤이 평상시 보다 많이 높았다.

 

 

 “나 아파트 도착했어. 몇 층으로 가면 돼? 아, 비밀번호도 알려줘.”

 

 

 “혼자 갔어 지윤아?”

 

 

 “그럼 나 말고 아무도 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이 누구랑 오겠어. 빨리 얘기해. 나 지금 빨리 씻고 싶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지윤은 옷을 여러겹 꽁꽁 싸매고, 모자를 푹 눌러쓴 상태에 마스크 까지 쓰고 있었다.

 

 

 “오빠가 데리러 가려고 했지...48층이고, 엘리베이터 타려면 비밀번호 누르고 층 누르면 되거든? 엘리베이터 비밀번호는 0113이고 집 비밀번호는 98111이야 그리고-”

 

 

 “알겠어.”

 

 

 지훈이 더 할 말 있는 것 같았지만 지윤은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지윤은 지훈의 말을 더 들을 수 없었다. 아니, 들리지 않았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것과 혹시 지나가는 사람과 마주칠까 두려운 게 너무 컸기 때문에.

 

 지윤은 마스크를 쓰고, 장갑 낀 손으로 캐리어를 잡고 주위를 살피더니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렸다.

 

 지윤은 발을 구르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고, 문이 열리자, 바로 탑승한 후 비밀번호를 누르고 48층을 눌렀다.

 지하에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자, 지윤은 숨을 참았다.

 

 

 ‘제발...아무도 없게 해 주세요...’

 

 

 문이 열리고 사람이 없자, 지윤은 숨을 참은 채로 닫힘 버튼을 다급하게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자, 지윤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하-아-”

 

 

 48층에 도착하자, 지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지윤이 집으로 들어가고,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강아지를 안고 있는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내 얼굴이 붉어지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강아지도 흥분한 듯 꼬리를 격렬히 흔들었다.

 

 

 “흠~ 이 냄새 뭐지? 젤리야? 너무 좋지? 방금 몇 층에서 온거지?”

 

 

 

 

 

 ***

 

 

 

 

 강남 대학병원 vip병실

 

 

 

 우진 혼자 누워서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다.

 갑자기 핸드폰 화면에 용녀가 보낸 문자가 뜬다.

 

 

 -야, 너 진짜 빨리 돈 붙여라. 니 아빠 진짜 이러다 죽는다.-

 

 

 우진 무시하다가 안되겠는지, otp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을 찾으려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자, 강우에게 전화한다.

 

 

 “형. 내 지갑 어딨어?”

 

 

 “그거? 니 집에 있어. 그때 입고간 사복이랑 같이 드레스 룸에 넣어뒀지. 왜?”

 

 

 “아니. 지갑이 없어서.”

 

 

 “형이 내일 가져다줄게. 아님 급하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밖에 가드한테 얘기해.”

 

 

 “오케이.”

 

 

 우진은 전화를 끊고, 다시 웹툰을 봤다.

 그때 MMS 문자가 와서 확인하는데, 야윈 우진의 아버지가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이었다.

 

 

 “아-x발.”

 

 

 우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베이지색 가디건을 꺼내 걸치고, 병실 밖으로 나간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가드가 우진과 눈이 마주치자, 우진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빠르게 손을 뻗었다.

 

 

 “안됩니다.”

 

 

 “내가 뭘 할 줄 알고 안된데? 어? 믿음이형은?”

 

 

 “오늘 오프세요. 내일 바로 복귀하실겁니다. 아무튼 들어가세요. 저 오늘은 더 이상 혼날 자신이 없어요.”

 

 

 “나 그냥 바람 쐬러 가는 거야~”

 

 

 “그럼 저랑 같이 가시죠.”

 

 

 “아- 나 지금 게이설 도는 거 알죠? 거기에 한 몫 더해야겠어? 나 진짜 산책만 하고 올 거야.”

 

 

 가드는 우진의 얼굴을 보고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대폰 챙기셨죠?”

 

 

 우진이 휴대폰을 보여주자, 막았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늦으면 선배한테 전화해서 위치추적 하라고 말 할겁니다.”

 

 

 “오케이~”

 

 

 

 

 ***

 

 

 

 

 인더힐 아파트

 

 

 

 지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웹툰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서 웹툰 수정을 급하게 끝내고 기지개를 켰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거실 덕분에 지윤의 눈앞엔 서울의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고, 지윤은 태어나 처음 보는 야경에 감동했다.

 

 

 “멋있다. 이래서 다들 고층 아파트에 살려고 하는 건가...진짜 좋긴 좋다...”

 

 

 지윤은 회상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집들은 늘 사방이 막혀 있고 밖을 볼 수도 밖에서도 자신을 볼 수 없는 감옥 같은 집에 갇혀 살았던 자신이 생각나 울적했다.

 

 

 ‘이렇게 보니까 지금까지 나는 새장 안에 갇혀있는 새...같은 존재였네.’

 

 

 지윤은 울적한 마음을 털어 버리려는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착착 때렸다.

 

 

 “괜찮아. 일단 씻자!”

 

 

 지윤은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던 옷들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만 남기고 다 벗은 지윤은 손을 하늘로 뻗고 웃었다.

 

 

 “아~시원해!! 일단 씻어야겠다.”

 

 

 지윤은 캐리어에서 속옷과 가운을 꺼냈다.

 

 

 꼬르륵-

 

 

 갑자기 배에서 소리가 나자, 자신의 배를 한번 만지더니 속옷과 가운을 쇼파에 올려두고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더니 웃으며 말한다.

 

 

 “볶음밥 해 먹으면 되겠다~”

 

 

 지윤은 간단히 볶음밥을 만들어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꺼내 먹고는 고민했다.

 

 

 “흠... 설거지는 씻고 하자.”

 

 

 지윤은 벗어 둔 옷들을 세탁실에 던져두고 쇼파에 있는 속옷과 가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간다.

 

 

 시간이 흐리고 지윤이 거의 다 씻어 갈 무렵 현관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지윤은 오늘 바쁠 것 같다는 오빠가 왔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온 몸에 물기를 닦기 시작했다.

 속옷을 입고 가운을 걸친 후에 수건을 하나 더 꺼내 머리를 닦고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후 욕실에서 나왔다.

 

 

 “너 뭐야?!”

 

 

 지윤은 처음 듣는 남자 목소리에 소리가 난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모르는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잠시 생각이 멈췄다.

 그리고 이내 놀라움이 아닌 공포감이 지윤을 휘감았다.

 

 

 ‘어...어떻하지... 나 지금 가운만 입고 있는데... 내 냄새...어떡해...’

 

 

 지윤은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뭐라 말하고 있지만, 너무 큰 공포감이 들어서인지 남자의 목소리 보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자, 지윤은 일단 숨을 참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이 그나마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말고 생각나는게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갑자기 움직이자, 놀라 소리치며 뒷걸음 치려고 했지만 이내 온 몸에 힘이 풀린다.

 

 숨을 갑자기 참아서 그런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큰 공포감이 감당이 되지 않아서인지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질 것 같은 그때.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자신을 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소름이 돋지 않았다.

 

 

 ‘이 사람 뭐지...?’

 
작가의 말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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