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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우주 끝 그리고 시작
작가 : 퍼플오션
작품등록일 : 2020.9.12

아이돌. 누군가에게는 우상이자 누군가에게는 그 시대의 꽃을 보여준 상징적인 의미. 작은 일에도 관련 기사는 수도 없이 나오고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지가 결정되며 또 인기를 얻기도 한다. 어떤 사소한 일에도 노출되어 사는 그들에게는 사생활의 경계를 잃은 지는 오래. 빠짐없이 보도되는 현재의 세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꿈을 이루기 위해 청춘이라고 말하는 10대, 20대를 모두 붓고 나면 그다음은 어떤 끝이 있을까? 사고로 그룹의 형을 모두 잃게 된 아이돌 그룹 막내의 이야기. 그런 막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지는 과연 어떤 선택지며 그 앞을 막은 한예화 사장님의 목적과 이유는? 우주의 또 다른 스토리가 시작된다.

 
프롤로그. 과거의 조각들
작성일 : 20-09-13 21:37     조회 : 493     추천 : 0     분량 : 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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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많은 사람이 아이돌을 친숙하게 말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본래 신화적인 꼭두각시를 뜻하는 영어에서 왔다는 말도 있고 인기 많은 사람을 뜻한다는 주장도 있고 여러 단서를 쫓다 보면 사전처럼 원래 있었던 말이 아니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우상이자 누군가에게는 그 시대의 꽃을 보여준 상징적인 의미.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자 열정을 보일 수 있었던 대상.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의 시작. 나는 23살, 아이돌의 길을 걸어온 데뷔 4년 차 아이돌이다.

 

 " 오늘도 우주는 숙소에서 나오지 않아?"

 

 " 네... 아직도 소란스러워서 당분간 나오지 않는 방향으로 일렀습니다."

 

 그룹 이름은 블루밍. 작은 엔터에서 시작한 보이 그룹 3인조로 실력은 탄탄했지만, 소속사가 힘이 없어 꽤 고생했었다. 지상파 방송, 라디오 방송, 오프라인으로 이름을 알린 결과 데뷔 후 2년 만에 1위를 차지하고 꾸준하게 열심히 해서 달려온 그룹이었다.

 

 팬클럽은 플라워. 그룹 이름과 관계가 있는 팬클럽의 이름은 데뷔 후 반년 만에 팬들의 투표로 만들어진 팬클럽이다. 그리고 얼마 전 연말 시상식에서 남들과는 다른 퍼포먼스로 여심을 저격했고 그 뒤에 나온 과거를 돌아보게 한 새로운 도전은 여성스러운 그룹의 이름 이미지를 깨고 남팬들까지 저격하여 두루 사랑받는 그룹이었다.

 

 여기까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색하면 기사를 통해 누구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

 

 깔끔한 그레이톤의 인테리어가 보인다. 한쪽에는 멤버들과 찍은 추억들로 추정되는 사진들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팬에게 기념 선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액자가 있었다. 은은한 아로마 향이 풍기는 중이었고 까만 암막 커튼은 빛을 차단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덮어진 채로 있었고 쓰다 만듯한 일기장이 접힌 채 책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머리맡에는 생수병 두 병이 보였고 바닥에는 언제 마셨는지 모르는 물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부스럭, 부스럭. 하얀 이불 사이로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느릿한 움직임이 들린다. 잠시 움직임을 취하다가 이불을 살짝 내려 빛에 익숙하지 않아 잔뜩 찌푸린 채 시계를 확인한다.

 

 쿨럭.

 " 아... 벌써 점심때이네. "

 

 목소리가 잠겨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다. 몸을 조심스레 일으켜 손을 침대 바닥에 두려고 하니 두루마기 휴지가 납작한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어제 정신없이 울다가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다. 눈이 팅팅 부어 간지럽기까지 하다. 마구 비비면 빨개져 또 피부에 해로울까 싶어 대충 눈언저리만 매만졌다.

 

 

 

 콜록, 콜록.

 " 물... "

 

 두리번 주위를 보다가 대충 두었던 1.5L 페트병을 두고 벌컥 들이켰다. 어제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답답하고 더욱 가라앉았다.

 

 "아... 역시 어제 휴지가 아니라 그냥 흐르게 둘걸."

 

 물을 한 모금 더 마시며 부재중 표시가 많은 연락 기록을 뒤로 하고 벽에 기대 오늘의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를 확인했다.

 

 [[ 아이돌 블루밍, 이유를 알 수 없는 두 명의 수수께끼 사건 ]]

 [[ 충격 보도! 유명 아이돌 리더 사고로 발견 ]]

 

 

 

 온갖 기사들 사이로 카페와 SNS를 오가며 여러 이야기들이 퍼진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연관 검색어는 사라지고 다른 추측성 검색어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또 눈물이 흐른다. 그렇다. 우리 그룹이다.

 

 

 마지막 모습은 아직도 기억한다. 너무 평범했기에 몰랐던 일상. 멤버 형들은 그날 기분 좋은 날이라고 오늘은 둘이 나간다며 약속을 나갔고 난 형들을 배웅하고 숙소에 있었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 집에서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매니저 형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매니저 형은 울고 있었다.

 

 매니저 형의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믿을 수 없었고 장소에 도착하니 쏟아지는 카메라와 취재를 만나며 그 이후는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울었고 어떤 표정이었고 어떤 생각으로 보냈더라. 내내 곱씹고 참았다. 도착하니까 형들의 부모님이 보였다. 날 잡고 우시는데 정말 한 마디로 죽을 것 같았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죽음에 대해 인지하기도 전에 기사는 수십 보도로 퍼져 지인들에게는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었고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수수께끼 같았던 형들의 죽음. 추락 사고였으나 조사 결과 자동차 안의 정황상 자살의 의지도 보였다고 전해졌다. 같은 그룹이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 내 일상은 그동안 그렇게 추락하였다.

 

 

 " 우주 씨, 어떤 경위로 일어났는지 짐작 가는 정보 있나요? "

 " 우주 씨, 요즘 심경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 잠시만요! 우주 씨! "

 

 한동안은 꽤 시끄러웠다. 사람들의 억측스러운 보도. 텅텅 빈 형들의 방에서 참 많이 울었다. 나중에 주변의 진술에 따라 추측하는 이야기들이 나왔고 추측 중 한 가지는 악플이었다. 그리고 최근 겹친 심한 우울증. 그리고 다시 이슈가 되었다. 정말 웃기지 않은가. 누군가가 이를 숙명이라고 여긴다면 나는 질문하고 싶었다. 죽어서까지 그들의 죽음이 평가 도마 위에 올라야 하고 누군가가 평가할 수 있는 삶이냐고. 자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은 추락 사고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많이 괴로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다.

 

 울고 또 울었다. 연예인으로서의 나와 한 사람으로의 내가 싸우며 우울감에 젖었다. 내 상처를 매만질 여유는 없었고 사람 절벽 앞에 내세워졌다. 원하지 않는 보도와 수많은 기사들, 그리고 서로 어떻게든 내보이려는 잔인한 댓글들.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티고 버텼는데... 어떤 날은 눈물도 안 나왔다. 꿈이라면 깨고 싶었다. 무서운 악몽이었다고 형들이 일어나라고 내 방에 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방 안에 박혀서 스스로 몇 번이고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괜찮다고. 아직 괜찮을 거라고.

 

 그럴 때마다 괴로워하는 나와 괜찮다는 내가 서로 대립하여 싸움을 벌였다. 화해할 기미가 없었다. 왜냐고? 현실은 강우주에게 잔인했거든. 이제 형들 없이 어떻게 살아야지? 틈을 보이면 짓밟히고 빨려 들어갈 개미지옥. 이곳은 천국을 가장한 지옥. 마음속은 조각조각 가루가 되어 모래와 함께 파묻혔고 나란 사람은 점점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서웠다. 달아나고 싶어서 핸드폰을 끄고 노트북을 피하고 수면제로 잠만 청하기도 했다.

 짓밟힌 나의 꽃, 20대 청춘. 누굴 믿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었으며 난 깜깜한 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 대표님, 앞전에 연락 주신 한예화 대표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

 

 " 알았어. "

 

 어딘가 여유가 있고 온화한 얼굴인 여성이 안내에 따라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잔뜩 긴장한 남성의 얼굴과 그 모습이 꽤 알 법하다는 얼굴로 서로 마주 앉아 신경전이 오가기 시작했다.

 

 " 그래서 앞전에 제의한 제 의견은 생각해보셨나요?"

 

 " 네, 하지만 이 시기에 내보내는 것은 좀 곤란합니다. "

 

 "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래도 당장 이곳에서 해줄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없지 않아요?"

 

 " 하하, 아. 그 사건이 얼마 전인데 벌써 어떻게 해결이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건 저희 쪽에서 알아서 할 부분이고 명백히 우리 회사 소속입니다. "

 

 " 그럼 이런 조건은 어떤가요? "

 

 당당하게 내민 서류 가방에서 나온 뭉텅이의 서류. 서류 안에는 세세한 조건과 함께 여러 프로필과 정보가 적힌 글자들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서류를 본 사장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 한 대표님. 아는 분의 소개라고 우주와 연관이 있으신가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신다고요?"

 

 " 네. 우주의 시간을 제가 살게요. 금액과 기간은 그쪽에서 정하세요. 대신 그사이에 생기는 이득은 제가 받는 조건으로 하겠습니다"

 

 " 하지만 그 친구는 지금... "

 

 " 대표님, 마음이 바뀌셨나 보네요? 알아서 하시겠다고 하시더니."

 

 "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

 

 " 일반 사람들은 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필요합니다. "

 

 " 왜 이렇게 하시는 거죠? "

 

 " 글쎄요..."

 

 " 서류 내용은 자세히 검토하고 일단 회사 내에서 상의하여 연락드리겠습니다."

 

 

 ㅡ휩쓸리던 소란스러운 내 마음들도 이제야 점점 ♪

 

 

 

 " 아... "

 

 오늘도 하염없이 천장을 보고 있다. 다시 눈을 감으며 어둠 속을 여행하는 중이다가 벨 소리에 눈을 떴다. 매니저 형이다. 밥 먹으라는 이야기겠지.

 

 " 여보세요? "

 

 " 우주야, 밥은 먹었어?"

 

 " 아... 형... "

 

 "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지금 가는 중이니까 금방 갈게. "

 

 전화 끊고 얼마나 지났을까. 떡진 머리를 대충 만지고 방을 나왔다. 거실에는 죽을 포장해서 도착한 형이 있었다. 대충 냉장고를 확인하시더니 식탁에 포장했던 죽을 차렸다.

 

 " 목소리는 왜 그래. "

 

 " 아, 그게요... 좀 울었어요. "

 

 " 너 안 그래도 기운 없는데 그 기운을 전부 우는 곳에 쓰려고?"

 

 " 그래도... "

 

 " 요즘 팬카페도 안 보지? "

 

 " 네... "

 

 " 왜? "

 

 " 형들의 팬들이 너무 슬퍼해서요. 나도 슬프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였는데."

 

 " 에휴... 일단 앉아. 식기 전에 먹자. 너도 아프면 안 돼. 너까지 그러면 진짜 형 너무 슬플 것 같아. 어? "

 

 " 알았어요. 저 그래도 요즘 죽은 잘 먹잖아요. "

 

 죽도 깨작거리다가 겨우 제대로 챙기기 시작했다. 형은 뭘 그렇게 사서 왔는지 다른 봉투에서 반찬을 꺼내셨다. 오늘의 죽은 전복죽. 전복죽과 매니저 형이 가져온 반찬을 열었다. 역시 죽에는 김치지. 죽을 한 숟가락 퍼서 김치를 얹었다. 뜨거운 것을 못 먹어서 입으로 호호 불었다. 김치가 맛있다.

 

 " 형. "

 

 " 어?"

 

 " 오늘 김치 일부러 집에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맞아요?"

 

 " 그래. 우리 집 김치 하나는 정말 좋아하잖아. "

 

 매니저 형은 다른 것을 사서 오셨는지 다른 봉투를 꺼내더니 김밥을 챙겨서 드시기 시작했다. 원래 시끌벅적하던 분위기와 다르게 적막이 흐른다. 요리를 좋아하던 리더 형이 생각나면서 문득 씁쓸해졌다.

 

 " 리더 형이 나 아플 때 죽 만들어서 줬는데... "

 

 " ...... "

 

 " 저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

 

 숟가락을 내려뒀다. 목이 멘다. 정말 괴로웠던 끝에 끝을 낼 방법.

 

 " 형, 저 은ㅌ... "

 

 " 아직 아니잖아. 우주야. "

 

 은퇴를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두려고 할 때 늘 형들이 날 잡았으니까. 걱정이 많아 소심해지는 나를 잡아두었던 것이 형들이니까. 그리고 팬들이니까. 그리고 이 그룹이니까.

 

 

 " 아직 아니야. 너를 응원하던 형들이니까 이렇게 무너지면 형들이 많이 슬퍼할 거야."

 

 

 " 하지만... "

 

 " 우주야... "

 

 "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이렇게 노래하고 춤추고 그렇게 지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너무 허탈해요, 형. 나 연예인을 그만하면 편해질까? 근데 저요. 사실 그만둬도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근데 밖에 나가면 웃어야 하잖아요. 나 너무 울고 싶고 우울해서 미치겠는데 밖에 나가면 연예인 우주잖아요. 형들은 늘 함께하자고 그랬는데 그래서 버텼는데 나는 그럼 무엇을 위해 앞으로 활동해야 하죠? "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사람은 왜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흐를까. 흘려도 흘려도 슬픔은 계속 넘칠까. 이런 내가 다시 카메라 앞에서 웃을 수 있을까?

 

 

 " 우주야, 사실... "

 

 " 형. 나 진짜 너무 힘들어... 이렇게 무엇도 할 수 없이 끝날 줄은 몰랐단 말이야. 나에게 형들은 전부였고 이 그룹만 보고 달렸는데... 나 이제 어떻게 하지? "

 

 " 너에게 할 말이 있어. 그만 울고... 어? "

 

 " 흐읍... 알았어요. 진짜 맨날 운다. 할 말이 뭔데요... "

 

 " 혹시 한예화 씨 알아? 예전에 오디션 프로에도 나오고 아이돌 준비하다가 방향 바꾼 사람 있잖아."

 

 " 만난 적은 없지만 그런데요?..."

 

 " 이번에 새로 준비하는 학교가 있다고 하던데. 기사 접한 적 있지? 갑자기 사장님이랑 상의하셨던데 널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하셨대. 사장님은 너를

 잠시나마 보낼 생각이셔서... "

 

 " 이 나이에 학교를? "

 

 몇 달 전에 기사로 몇 번 본 적은 있다. 발전하는 K-POP에 맞도록 새로 양성하는 것은 물론 관리와 함께 케어를 도울 학교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보통 관리라고 하면 연습생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틀을 바꾼 사람. 유명한 연예인들과 관계도 깊고 발이 넓어 여러 방향으로 활동하시는 분이셨다. 그런 분이 나에게?

 

 " 나도 사실 반신반의인데 평이 나쁜 분도 아니고 괜찮은 제안으로 사장님께 오셨었나 봐. 그래서 너 너무 힘들어하기도 하니까 학교에 휴가차 가면 어때? 거기 가도 연습이나 레슨, 앨범 준비는 계속할 수 있다고 들었어. "

 

 " 기간... 얼마나요? "

 

 " 제시한 것은 6개월. 원하면 1년까지. "

 

 " 형... 회사 얼마나 믿어요? "

 

 매니저 형을 똑바로 봤다. 원래 악감정은 없었다. 기획사라는 점만 빼면 계약이 엄격하다는 부분만 빼면 성인이라면 누구나 속한 곳이 회사니까. 다만 특수성 때문에 이번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그만하고 싶다고 그만할 수 없었고 지금처럼 계속 활동을 미룰 수도 없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특별한 제시 방법은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 학교? 몇 년을 봤던 이 바닥에 그냥이라는 것은 없지. 그리고 그냥 마음 좋은 사장님은 내 환상에 불과했다.

 

 

 

 " 우주야, 솔직히 형은 말이야. "

 

 " ... 형 솔직하게 말해 줘요. "

 

 " 회사를 믿지 않아. 그런데 너는 어디를 가도 잘할 사람이라고 믿어. "

 

 " ...... "

 

 " 작년 연말 시상식 원래 독무 못할 것 같다고 죽어라고 연습했던 너잖아. 그리고 너는 인지도를 올렸지? "

 

 

 형의 따뜻하고도 담담한 눈빛이 느껴졌다. 나를 지금까지 계속 봤던 형이기에 말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 이번이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물론 그 학교가 화제성을 이용하려는 방법도 있겠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학교잖아? 지금 회사처럼 널 두는 여기에 비하면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해. "

 

 " 네... "

 

 " 거기 매니저도 일대일로 계속 다닐 수 있다고 하니까 넌 혼자가 아니야. "

 

 형은 환하게 웃음을 보여주셨다. 아, 맞아. 데뷔 때부터 같이 달린 아직 매니저 형이 있었지.

 

 " 아, 진짜... 형. 오늘 왜 이렇게 또 멋진 말만 골라서 해요. "

 

 

 시간이 흘러 식었는지 진지했던 공기에 식었는지 모를 전복죽을 다시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죽은 식었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다음 주에 서류 장소로 가면 돼. 가지고 갈 것은 노트북이랑 너 생활용품이나 뭐 그런 것들? 여기에서 멀지는 않지만, 차로 왔다가 갔다가 하면 너 귀찮다고 할 것 같으니까 그냥 넉넉하게 챙겨서 가. 아, 그리고 거기는 기숙사가 있지만, 이 숙소는 그대로 있을 거야.

 

 " 아? "

 

 열심히 먹던 숟가락을 멈추고 의아스럽다는 얼굴로 형을 봤다. 여기를? 사장님 성격이라면 얼른 정리하라고 하실 것 같았는데.

 

 

 " 회의가 있었는데 총괄 팀장님이 그렇게 반대를 했어. 너의 정리를 기다리고 싶다고. "

 

 " 아... "

 

 " 얼른 먹어. 진짜 다 식으면 맛이 없을 건데? "

 

 " 형... "

 

 " 왜, 뭐야. 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 그냥 고마워요. "

 

 " 알면 됐어. 그리고 너를 기다리는 팬분들을 위해서도 기운 내야지, 알지? "

 

 " 아... 다른 일은 없었어요?"

 

 " 아무래도 빈자리에 우는 팬들이 많으셨어. 회사에서 마련한 추모 공간에도 많은 분이 오셨고... "

 

 " ...... "

 

 " 그리고 막내였던 앞으로 너의 활동을 걱정하는 글이 많던데. 워낙 여리고 감성적인 이미지의 막내가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할지 걱정이라고. 슬퍼도 너무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그런 글들이 팬카페에 정말 많았어. "

 

 " 아직 기사는 나가기 전이죠?"

 

 

 " 곧 기사가 나갈 예정이야. "

 

 " 알았어요, 형. 팬카페에 글 올리고 싶은데 괜찮겠죠? "

 

 " 짜식, 어차피 너 고집 부릴 타이밍 아니야? 너 마음 가는 방법대로 해. "

 

 " 아, 형. 걱정할 내용은 아니니까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요. "

 

 " 그럼 형 일정 때문에 회사 다시 가야 하거든? 짐 정리하고 다음 주에 데리러 올게. 미리 연락할 거니까 전화 좀 제때 받고. "

 

 " 네, 알았어요. 형... "

 

 " 그리고 내가 말해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지만, 뉴스랑 SNS 그만 보고. "

 

 뜨끔. 아, 진짜 귀신이라니까... 당황한 얼굴에 눈을 돌리자 형이 한숨을 푹 내쉰다.

 

 " 그럼 진짜 간다. 마저 다 먹고 알았지? "

 

 

 매니저 형은 짐을 챙겨 나가셨고 내 앞에는 더 먹을 수 있는데 어딘가 더 먹기 그런 마음에 조금 남은 전복죽과 김치가 남았다. 의자에 앉은 채 턱을 괴고 허공을 봤다. 학교... 고등학생 때도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었는데 괜찮을까? 그리고 나는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걸까? 일단 그냥 쉬자...

 

 

 그리고 시간은 금방 흘렀다. 그룹명을 검색하자 몇 가지의 기사들과 댓글이 더 추가되었다.

 

 [ 한예화 기획 학교에, 아이돌 블루밍 만남 ]

 [ 이 타이밍에 왜 하필 학교일까? ]

 [ 학교를 준비한 한예화, 그녀는 누구인가 ]

 

 

 └ 모얌 : 팬카페에 올라온 손편지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봤어요. 응원합니다!

 └ 우주끝까지 : 우주야 ㅠㅠㅠㅠㅠㅠㅠ 이 누나가 진짜 너 때문에 같이 운다 울어 내새끼 꽃길만 걷자

 └ 조금어린우주여친 : 오빠... 너무 보고싶어여 그 학교 가면 볼 수 있나요? 학교 생활 잘하고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ㅠ

 

 

 짐을 챙겨 매니저 형과 함께 이동을 위해 차량에 탑승했다. 하늘이 맑고 더위는 흔적을 보이지 않는 어느 날, 여름의 아픈 상처를 보내고 가을이 인사하는 쌀쌀한 계절의 시작. 그 끝을 보내고 그렇게 나의 색다른 학교생활은 시작점을 만들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 우주 끝 그리고 시작 > 시작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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