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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서로가 서로뿐인
작가 : 오르막알파카
작품등록일 : 2020.9.12

"다... 당신이 천년 제왕. 샤를리에 엘리어스 대공님이신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반역의 죄로 마계에서의 천년형을 선고 받은 자. 그 형벌을 이기고 돌아온 자. 그녀의 스산한 붉은 눈빛에 압도당한 그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대는 제마이어 오펜이 맞는가?" "네, 네 맞아요. 제가 바로.... " 대공비가 될 자. 그렇지만 애정없는 형식적인 결혼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실이 되는 관계. 그러나 그들 서로에게는 서로뿐이었다

 
0. prologue
작성일 : 20-09-12 19:45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4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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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번쩍거리는 황궁 정원에는 온갖 귀족들이 다 모여있었다. 그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황가를 적극지지하는 가문의 사람들이라는 것. 여기저기 마법을 부려놓았는지 정원은 평소보다 화려했고 그 화려함의 중심에는 커다란 돌기둥 4개가 빛나고 있었다. 고대 문자가 적힌 돌기둥에 마력을 미미하게 흘려 넣어 글씨는 하얗게 빛났고 그 앞에는 고개를 숙인 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험한 몰골을 한 소녀가 강제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저 아이가 마지막 남은 엘리어스의 아이라지요?”

 

 “쯧쯧, 차라리 일찍 죽는 편이 나았을 텐데.”

 

 동정 어린 말과 우습다는 말. 물론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이는 없었다. 사람들은 지금, 가문의 비극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한 소녀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붓고 있었고 그 관심은 기분 좋은 관심이 아니었다.

 

 “황제 폐하 드십니다!”

 

 정원 입구에 서 있던 자가 알렸다. 그제서야 수근대던 자들도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헀다. 자연스럽게 기둥 옆 화려한 의자에 앉은 황제는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근 있었던 황실 반역의 주도자인 엘리어스 후작의 장녀 샤를리에 엘리어스. 고개를 들라.”

 

 “....”

 

 샤를리에의 눈은 아무리 보아도 기죽은 눈빛이 아니었다. 그 눈빛에 은근히 압도당한 간 작은 귀족들은 입을 가리고 저들끼리 소근거렸다. 반역을 저질러놓고도 뻔뻔하다느니, 감히 황제 앞에서 저런 눈이라느니. 샤를리에에게는 모두 같잖은 소리였다.

 

 ‘반역...? 누가 반역을 했다고?!’

 

 음모였다. 눈에 거슬리는 엘리어스 가를 몰락시키기 위한 거대한 음모. 그러나 그 음모의 주도자 중 하나가 황가였기 때문에 이 외침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억울한 눈물도 이제는 다 말랐고 남은 것은 독기어린 분노뿐이었다.

 

 “나의 동생은 체포 당시 저택에 질러진 불 때문에 뜨거운 고통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내 가문의 가신들은 변명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병사들의 칼에 목숨을 잃었고, .... 나의 부모는. 나의 부모는 지금쯤 새의 밥이 되어 높은 성벽에 걸려 있겠지.”

 

 담담한 말투였으나 그녀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황제는 더 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까딱였다. 마지막 여흥 차 남겨둔 엘리어스의 여식이다. 반황실파 귀족들에게 본보기도 보일 겸 해서 이리 거창한 자리를 준비한 것이다. 황제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화려한 분노를 원했다.

 

 “차라리 죽여 달라는 말은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네가 증오스럽구나. 너뿐만 아니라 모든 골드레이어가 증오스럽다! 폭정을 일삼고 무고한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인 죄는 언젠가 너희에게 돌아오리라.”

 

 “말은 거창하군.”

 

 “내가 저 지옥에서 천년을 살다 돌아오는 날. 너희는 쉽게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만일 내가 저기에서 죽는다 할지라도 원혼이 되어 이곳으로 돌아올지니....! 그날을 기다려라.”

 

 “풋!”

 

 황제를 따라와 그 옆에 앉아있던 황녀와 황자가 동시에 웃었다. 꾀죄죄하다 못해 더럽고 엉망의 몰골인 샤를리에의 저주처럼 퍼붓는 말이 그들에게는 그저 가망도 없는 위협으로 들렸다. 그들을 제외한 그 자리의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저곳이 어디인가. 악랄하기 그지없는 마물들이 우글대는 마계다. 그곳에서 천년을 버티는 것은 제국 제일검도 감히 장담하지 못하는 일인데 기사를 지망하지도 않는 일개 귀족 영애가 어떻게 천년을 버틴단 말인가. 그 말에 황제 또한 비뚜름한 비웃음을 걸쳤다.

 

 “내 그날을 기대하지. 모든 골드레이어가 그날만을 학수고대 할거다.”

 

 물론 진심은 담기지 않았다. 그는 샤를리에가 1달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었다. 황제가 손으로 신호를 보내자 기둥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 몇 명이 기둥에 더 큰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들 모두 황궁에서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었는데 그들이 모두 달라붙어도 열기 힘들 정도의 차원의 문이었다.

 

 마계로 향하는 문. 천년형이 결정되었다는 말은 며칠 전부터 들었다. 샤를리에는 이제 달관의 경지에 올라 오로지 분노의 투지를 불태울 뿐이었다. 그녀가 몸을 움직이기 전에 형식적인 절차가 이어졌다.

 

 한 시종이 긴 양피지에 적힌 황명을 큰 소리로 읊었다.

 

 “감히 골드레이어 황가를 무너뜨리려 현 그 중심인 아발로드 피에 사니아 골드레이어를 암살하려 계획한 죄로 황실 반역죄를 선고받은 엘리어스 후작가의 마지막 남은 생존자. 엘리어스 후작의 첫째 딸 샤를리에 엘리어스에게 마계에서의 천년형을 선고한다!”

 

 드디어 차원의 문이 거대한 빛을 내뿜으며 커다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몇몇 귀족들은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기분 나쁜 마력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샤를리에 역시 각오는 이미 한 바였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천천히 다가가 차원의 문 앞에 서자 당장에라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그대로 보내기에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는 황제는 웃는 낯빛이었다. 황제의 명으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시녀 하나가 다가와서 수갑을 풀고 허름한 긴 로브를 둘러주었고 일반 기사들이 쓸법한 평범한 롱소드를 건네었다. 하사라는 이름으로 내려진 그것을 샤를리에는 받기 싫었으나 살기 위해서는 알량한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었다.

 

 “그럼 부디 천년 뒤에 만날 수 있길 바라네.”

 

 “골드레이어의 앞길에 저주를.”

 

 담담하게 뇌까린 샤를리에는 굳은 의지로 차원의 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

 

 “제마이어. 제마이어 오펜!”

 

 “으악...!”

 

 앳된 얼굴의 소년은 보고있던 책을 허둥지둥 덮어 책장 위로 올렸다. 책 사이에 끼어있던 마른 꽃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제마이어는 옆에 위장용으로 꺼내두었던 제국사 책을 펼쳐 들었다.

 

 “제마이어!”

 

 “아, 어머니...”

 

 “불렀는데 왜 답을 안하니?”

 

 “책에 너무 집중해서 못 들었나 봐요.”

 

 흘깃 제마이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확인한 그의 어머니는 그래도 거슬리지는 않았는지 별 소리 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의 어머니가 싫어하는 것은 권력에 도움도 되지 않는 식물에 관한 책이었다. 특히나 제마이어가 좋아하는.

 

 “오늘 저녁에 카르폰 후작님이 방문하는 건 알고 있지? 저녁 만찬 준비 잘 해야 한다.”

 

 “.... 물론이죠.”

 

 “이 쾌쾌한 도서관에 처박혀 있지만 말고 씻고 준비 좀 하란 소리다.”

 

 그래도 오늘은 식물책을 읽지 않는 덕분인지 잔소리가 짧았다. 그렇게 안심하고 돌아서던 찰나 그의 어머니의 발밑에서 무언가 바스락하는 소리를 내며 부스러졌다.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은 바닥으로 향했고 조심스럽게 든 발밑에는 마른 꽃이 산산조각이 나서 간신히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도 얼마 찾지 않는 이 도서관에 마른 꽃이 있을 일이 무어 있겠는가. 심지어는 사람 손을 탄 듯이 가지런한 모양새였다. 그의 어머니는 그것의 정체를 쉽게 추측할 수 있었고 그것은 곳 제마이어를 향한 잔소리로 이어졌다.

 

 “너는 또...! 차라리 도서관 출입을 막아버려야 내 속이 편하지!”

 

 “아, 아니에요! 저건 저번에 흘린 거예요...”

 

 “나랑 네 아비는 너 때문에 속이 터진다. 하나뿐인 후계자라는게...!”

 

 그 말은 늘 제마이어를 아프게 찔러왔다.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모여 가만히 있지를 못했고 시선은 자동적으로 바닥을 향했다. 그의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권력, 돈, 반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권력과 돈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귀족들은 있다지만 모두 취미일 뿐이었다.

 

 제마이어처럼 진지하게 식물을 공부하고자 하고 관심을 가지는 이는 별로 없었다. 게다가 제마이어는 일반 학무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보이지 못하니 그의 부모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가서 준비나 하거라!”

 

 “예....”

 

 그의 부모님은 그가 정계에 나가 큰일을 하기를 바랐지만 그도, 그의 부모도 알고 있었다. 재능이 부족하고 거기다가 의욕도 없음을. 제마이어가 잘 하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하는 양을 알음알음 훔쳐봤던 집안 살림과 부모님 몰래 배웠던 자수, 그리고 식물학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부모님의 말에 거역해본 적이 없다. 어떠한 폭언이 쏟아지고 무시가 이어져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남에게 미운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좋게 말하면 여렸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하아....”

 

 어머니가 도서관에서 나가자마자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오펜 백작가라는 이름 자체와 이 저택이 그를 막는 커다란 새장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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