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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안녕, 우리
작가 : 기린초
작품등록일 : 2020.9.9

희대의 살인마가 귀환한 것인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범인을 알고 있는 이들은…

 
Prologue. 살아 있다는 건 나약하다는 것이다.
작성일 : 20-09-09 18:19     조회 : 455     추천 : 0     분량 : 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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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쪽빛 하늘에 달이 떴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달이었다.

 

 달은 언제나 제 위치에 있었지만, 우리는 볼 수 없을 때가 종종 있었다.

 

 달은 마치 ‘우리’와 같다. 애석하게도 같은 몸을 공유할 수밖에 없으나 각각의 생각과 의지,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우리.

 

 대부분은 우리를 부정한다. 우리를 가짜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를 온전히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톡톡톡. 글을 써 내려가던 펜이 멈췄다. 펜을 쥔 이는 고개를 들었다. 벽에 걸린 작은 사진을 보며 생긋 웃었다.

 

 * * *

 

 혜원여고 정문.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여학생 한 명이 살짝 피곤한 기색으로 버스에 올랐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여러 불빛을 눈에 한껏 담아낸 뒤 목적지에서 내렸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는 가로등 불빛만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그 길을 쭉 따라 집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인터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란 없었다.

 

 여학생은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거실에 발을 들이고 핸드폰을 꺼냈다. 메시지가 와 있었다. 발신자 ‘보호자’

 

 회식이 있어서 늦게 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여학생은 심드렁하게 내용을 훑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화장대 위에 핸드폰을 올려 두었다.

 

 교복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잠옷은 아니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모자와 장갑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조금 뒤 여학생이 모습을 보인 곳은 어느 빌라 앞이었다. 가로등이 비추지도 않는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여학생은 한 동의 입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넥타이를 고쳐 매며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남자가 있었다. 여학생의 눈빛엔 혐오감이 비쳤다. 여학생은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길의 끝에 서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루트를.

 

 여학생이 자신을 지나쳐 걸어가려는 남자의 등에 칼을 꽂았다. 남자는 너무 놀라기도, 아프기도 해서 ‘악’ 소리도 안 나왔다. 그대로 고꾸라진 남자를 여학생은 조금 전보다 더 짙은 혐오감을 내비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뭐 하는…! 너 뭐야!”

 

 남자는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여학생이 쭈그려 앉아서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는 바람에 몸이 굳어버려 일으켜지지 않았다.

 

 “집에선 회식한다고 알고 있겠지? 애는 아빠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을 거고 부인은 당신이 일찍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술을 진탕 먹진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말이야.”

 “…그게 무슨…! 너 도대체…!”

 “경찰 조사를 해도 저년이 내연녀인 건 모를 거야, 그렇지? 하지만 난 알 거든. 넌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보다도 못한 새끼라는 거.”

 

 여학생은 말이 끝나자마자 정확히 경동맥을 찔러 남자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눈이 뜬 채로 입가엔 피가 흥건하게 죽어버린 남자.

 

 여학생의 신원을 물었던 자신의 말이 생전의 마지막 말이 되리라곤 그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남자는 서서히 식어갔다. 하지만 여학생은 할 일이 끝나지 않은 듯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죽어가는 남자 앞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얼굴은 그 어디에도 흠집이 없었으나 머리 아래쪽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난도질은 물론, 장기는 장기대로 주변에 흩어져 있었으며 중요 부위는 처참하게 잘려 그 또한 난도질 되어 있었다.

 

 “아, 너무 고통 없이 죽였어. 아저씨 좀 운이 좋았다.”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투로 말하는 여학생이었지만, 그를 향한 눈빛은 여전히 매섭기 그지없었다.

 

 “뭐, 다음엔 고통스럽게 죽여야지.”

 

 여학생은 별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굽혔던 무릎을 펴려고 했다. 그러나 직전에 뭔가 잊은 것이 생각 난 듯 ‘아’하며 주머니에서 하얀 종이쪽지를 꺼냈다.

 

 참혹한 상태의 시신과는 달리 참으로 곱게 접혀 있었다.

 

 여학생은 쪽지를 시신의 벌린 입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곧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다음날, 어떤 여자가 출근하기 위해 깔끔하게 차려입고 한 동에서 나왔다. 어제 그 남자가 나온 동이었다.

 

 여자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몸이 얼어버린 듯 뻣뻣하게 서 있는 경비원을 발견했다.

 

 “으, 으악!!”

 

 이내 경비원은 뒤로 자빠지며 소리를 질렀고 여자는 화들짝 놀라 경비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여자는 경비원을 일으키며 그가 눈길을 떼지 못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여자는 경비원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경비원이 겨우 정신을 차려 신고했고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여자와 경비원은 넋이 나간 채 경비실에 잠시 머물렀다.

 

 여자는 자꾸 시체의 모습이 떠올라 구역질이 났고 결국엔 경비실을 뛰쳐나가 자신의 집으로 가버렸다.

 

 조금 뒤, 경찰들이 오고 경비원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경찰들은 처참한 시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무슨!”

 

 한 경찰이 무전으로 말을 전했고 이내 과학수사대와 형사들이 도착했다. 현장은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제한되었고 순식간에 퍼진 살인사건 소식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밤 9시 뉴스 첫 소식으로 온 국민에게 알려진 이 사건의 공식적인 명은 ‘R 살인사건’

 

 범인을 특정 지을 수 없는 단서만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살인범. 차마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살해되었기에 일각에서는 희대의 살인범이 귀환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지만, 그만큼 믿기 힘든 사건이란 말이다.

 

 담당 형사들은 부디 이 사건이 연쇄로만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자 어째서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형사들도 언제가 되었든 또 다시 사건이 일어날 것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불안한 예감과 느낌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결국, 연쇄살인사건 딱지를 붙인 R 살인사건에, 형사들은 부디 이른 시일 내에 범인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R 살인사건의 범인이 남겨놓은, 지극히 자의적인 단서들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사들은 범인의 손에 놀아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수사를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이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이제까지 미제로 남은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빼곡하게 기록하고도 모자랄 만큼의 이야기가 함축된 사건이라는 것을 사건 초창기를 담당했던 형사들과 사건 관계자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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