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미야, 그럼 결혼식 날짜가 며칠이지?”
짙은 갈색 목재로 옆면을 두르고 수수하게 갈대와 덩굴 같은 식물로 장식한 카페에서 여자 둘이 찻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20대의 활력에 30대의 성숙미가 점점 더해져가는 나이 어디쯤에 있어 보인다. 오랜 친구와 편하게 시간을 보내러 나왔는지 얼굴 위로 살짝 엷은 화장만 했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았어. 너, 잘 봐둬라. 결혼식 준비하는 거 일이 너무 많아.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늙는다 늙어. 수진이 너는 무얼 하든 꼼꼼하게 하니까 더 잘할 거지만."
결혼이라는 주제에 들떠 말이 빠르게 오고 간다. 결혼식 날짜를 물어보던 수진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려던 손을 멈추고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어려운 얘기인지 상미의 눈치를 살핀다.
“호준 씨 부모님은?”
빠르게 오가던 대화 사이에 잠시 공백이 생긴다. 상미의 눈은 상대방을 바로 보지 않고 자신의 손가락을 지나 무릎을 거쳐 창밖을 향한다.
“호준 씨가 어머님이 안 계시잖아. 아버님도 멀리 사시고. 외삼촌 도움을 받아 식을 치르겠다고 하는데 아무리 아버님이 멀리 사셔도 모셔서 해야 할 텐데 통 내 말을 안 들어. 아버님 없이 하겠대.”
중심을 뒤로 두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할 말을 찾듯 시간을 흘리던 수진은 천천히 답한다.
“결혼식에 부모님을 안 모시는 건 그렇잖아. 두 분 다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한 분이 살아계신데 멀리 있다고 모시지 않겠다고 하는 건…….”
말을 제대로 끊지 않고 상미를 힐끔거린 수진은 대화를 이어가는 게 불편하다.
“호준 씨 아버님 뵙지도 못했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직접 뵙고 인사라도 드린 후에 식을 올려야 하는 거 아니니?”
대답하는 본인도 답답한지 상미의 말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호준 씨가 고집을 피워. 아버님 꼭 뵐 필요 없다면서. 멀리 계셔서 서로 불편할 테니까 식 먼저 올리고 나중에 기회 되면 뵙자고 하는데 차마 그 얘길 우리 집에 못 하겠어.”
상미의 눈이 잠깐 수진의 눈과 마주쳤다가 창밖으로 향한다. 햇살을 받아 조금씩 꽃잎을 내미는 거리의 나무들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울려 매년 찾아오는 봄의 한 때를 그려내고 있다.
“우리 부모님이 그 소리 듣고 좋다고 하시겠어? 경우가 없다면서 나한테 역정을 내실 걸. 내가 가운데 끼어서 참 못할 짓이다.”
아직 꽃이 피는 시기 전이라 화사해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는 나무들이 이제 곧 자신의 위용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꽃이 활짝 핀 후보다 꽃이 피기 전 절정의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는 나무가 더욱 커다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는 걸 행인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채 무심히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급히 길을 오고 간다. 들숨과 날숨을 쉬고 있는 나무가 생명이 없는 인공물로 바뀐다 해도 그들에게 그저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따라가던 수진은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고 말을 꺼낸다.
"예식장은 어디로 할지 결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