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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바다의 광시곡 (Dark Ocean’s Rhapsody)
작가 : 김솽
작품등록일 : 2016.9.1

일체의 공기도 허락치 않는 진공의 바다, 불과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일체 사람의 손길을 허락치 않던 이 칠흑의 원시 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 각종 마기(魔器)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데브리들이 강을 이루어 씁쓸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을 뒤덮듯 혼재한 프로파간다 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것인지 단언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옳은 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5)
작성일 : 16-09-09 00:00     조회 : 484     추천 : 0     분량 : 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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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무대 클레릭스에는 현재 개발 막바지에 있는 신형 마기 '엑소시스트'가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최종적인 점검 등을 남겨두고 있었기에 일시적으로 I.U.G에서 사용하고 있는 양산형 마기 '아테나(Athena)'가 보급된 상태였다. 이제 곧 신형 기체가 배치될 상황에서 새삼 새롭게 전용기를 배정할 수 없었던 탓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테나는 현재 I.U.G에서 운용되는 양산형 마기들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신형기 중 하나였다.

  명호와 민아는 일단 기존에 자신들이 사용하던 '두억시니'와 '미리내'를 사용하는 쪽으로 허가를 받아두었고, 찰튼이 용병으로 활동하던 당시 사용하던 마기는 여러 여건 상 기체 정비에 문제가 많아 사용이 반려되었다. 때문에 우주와 찰튼은 이 '아테나'를 보급 받아 각자에게 맞게 조금 커스터마이즈 해놓은 상태였다. 용병으로 활동하며 늘 전용기를 사용해오던 중 처음 군용 양산기를 접해보는 찰튼으로서는 세부적인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했다.

 

  "자, 이 정도면 됐으려나. 설정값은 이제 전체적으로 안정된 것 같고, 나머지는 실전에서 운용해보면서 조정해나가는 수밖에 없겠어."

  "고마워요, 대장! 덕분에 보다 안심하고 이 녀석에게 몸을 맡길 수 있게 됐어."

 

  찰튼은 명호에게 감사를 표하며 살갑게 어깨동무를 했고, 명호는 그런 그의 행동이 싫지 않은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명호는 조종석에서 일어나 찰튼과 자리를 바꾸곤 마지막으로 설정된 값들을 확인하는 찰튼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때, 새 동료들은? 아직 가까워지는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던 건 아니지만.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문제 없습니다! 민아도 좋은 친구 같고, 우주도 늘 성실하고. 대장님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찰튼은 능글맞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 세워보였고, 명호는 그런 그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민아에게 하는 것처럼 편하게 말해도 돼. 민아는 그냥 두면 워낙 고삐 풀린 망아지 같아서 유독 박하게 굴고 있지만 찰튼이야 알아서 잘 해줄 거라 믿으니까."

  "알겠어, 대장. 그럼 그렇게 할게! 그리고 지금 얘기는 역시 민아에겐 비밀이겠지?"

  "응, 물론이지. 내가 이런 얘기 했단 걸 알았다간 또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뛸 지 알잖아?"

 

  찰튼은 이해한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명호의 농담에 응했고, 명호 역시 그런 찰튼에게 맞추어 시원하게 웃어보았다.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지만 어째서인지 이미 수많은 전선을 함께 한 전우와도 같은 친밀감이 느껴졌다.

 

  "사실 난 이런 친근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는 처음이야. 용병으로 활동할 때는 이런 게 전혀 없었거든."

  "그래…? 난 용병들은 좀 더 자유분방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명호의 말에 찰튼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린 처음부터 소속된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돈에 따라 움직이는 이익집단이니까. 어제의 적이 오늘은 아군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야. 또 언제 어디서 누가 갑자기 죽을 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정을 주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게 몸에 배어 버린 거지."

 

  명호는 이번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찰튼은 당시를 떠올리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생계형 직업이라고나 할까? 사연들도 많아. 어디서 죄를 짓고 온 녀석,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녀석… 내 경우엔,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어."

 

  찰튼의 가족 관계에 대해선 이미 프로필을 통해 파악한 바 있었다. 하지만 굳이 거기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당초 배운 게 없이 출신마저 천하다 보니 그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지.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쪽 일로 흘러 들게 됐어. 결국은 다 돈 때문이지. 클레릭스에 들어온 것도 그런 거야. 워낙 높은 급여를 보장해주는 데다, 이건 정규직이잖아? 게다가 내가 죽으면 연금마저 나오지. 이런 축복 받은 직장이 또 어디 있겠어?"

 

  그렇게 이야기하며 말을 맺는 찰튼의 웃음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서글픔이 느껴졌다. 명호는 그의 이야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 전 대원 출격 준비. 반복합니다, 전 대원 출격 준비. 현 시간 부로 본 기지는 전투 준비 태세에 들어갑니다. 전 대원은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하며 다음 명령을 기다려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전 대원 출격 준비, 전 대원 출격 준비. 」

 

  마침 들려온 출격 명령에 다행이랄 지 마침내 명호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네. 그럼 한번 준비해볼까? 민아와 우주도 곧 올 테니. 남은 이야기는 돌아와서 계속하는 걸로."

  "좋지, 다음엔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어때?"

 

  찰튼이 잔을 들어 맥주를 들이키는 시늉을 하자, 명호는 곤란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작전에서 돌아와 대기 명령이 해제되면 한번 추진해 보자구."

 

 

 = Dark Ocean’s Rhapsody =

 

 

  조금 시간을 거슬러 다시 작전 대기실로 돌아와서, 두 사람이 떠난 뒤의 이 공간은 한동안 무거운 적막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 장비의 메뉴얼을 읽고 있던 우주에게 있어서야 사실 아무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워낙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생리적으로 거부하는 민아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고문과도 같았다.

  괜히 자세를 바꿔 보기도 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스트레칭을 해보기도 했지만 우주는 아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첫 만남 이후 지금껏 몇 차례 붙임성 있게 다가가 봤지만 우주의 딱딱한 태도는 부드러워질 줄을 몰랐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또 반복될수록 무안한 감정 만이 커져나가 어느새 단 둘이 남는 것이 불편해지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클레릭스에 들어온 동기를 묻고 싶었던 민아의 계획은 이에 산산이 깨져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지금 이 둘만의 시간은 분명 좋은 기회였다. 민아는 그 동안의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우주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다. 한때 은하와 가장 가까운 친구로 함께 어울리던 민아로서는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녀의 동생을 전장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민아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읽고 있으니 뭐 좀 알겠어?"

  "굉장히 흥미로운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장비가 필요한 상황을 제공한 스펙터의 존재입니다."

  "응? 어떤 점에서?"

 

  우주의 입에서 예상한 이상의 말들이 흘러나오자, 무거운 분위기에 억눌려 생기를 잃어가던 민아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우주는 시선은 여전히 메뉴얼에 고정한 채 계속해서 그 내용을 읽어나가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인류의 마소 활용은 인간의 의식이 마소에 영향을 미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단방향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잘못된 마소 활용에 의한 사고를 제외하면 마소 역류라는 현상은 상정이 불가능했습니다. 마소가 반대로 인간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발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응, 응."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표현들이 이어져 나왔지만 지금은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때문에 민아는 흐름을 끊는 대신 그의 말에 적당한 피드백을 주며 대화를 이어가는 쪽을 택한 듯 했다.

 

  "스펙터의 마소 운용은 완전히 전례가 없었던 현상입니다. 인간에서 마소로, 마소에서 인간으로 전해지는 양방향성을 띄며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일정 영역 내의 모든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 범위가 광대합니다. 스펙터의 파일럿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마소 운용 능력을 가진 자는 인간 역사에서 마소가 최초로 발견된 이래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그렇구나… 뭔가 대단하네… 스펙터라는 녀석."

  "그렇기 때문에 제거해야만 합니다."

  "응…?"

 

  우주는 읽고 있던 메뉴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곤 어딘지 허공을 주시하며 분노가 서린 눈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스펙터라는 마기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파일럿입니다. 그의 존재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지금은 그 대상이 한정되어 있지만 능력을 활용하기에 따라선 그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그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는 그 존재 자체가 병기라는 말입니다."

  "그렇게나 위험한 거야…? 하지만, 실제로 스펙터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죽이려 한 적이 없고, 그런 사람이라면 그 능력을 그런 식으로 악용하지는 않지 않을까?"

 

  어딘지 강압적인 우주의 분위기에 압도된 민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클레릭스로서의 본분을 잃고 스펙터의 변호를 하기 시작했다. 우주는 그런 민아를 경멸하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행동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을 분이죠. DAVID 놈들은 모두 태워 죽여 마땅한 벌레 같은 놈들입니다. 그런 놈들을 박멸하는 것을 돕지는 못할 망정…! 그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가 아닙니다. 혼돈일 뿐이죠.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 그런가?"

 

  우주의 이런 모습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지금 두 사람의 입장이 동등한 조건에 있었다면 민아도 냉정하게 우주의 말을 듣고 일부는 긍정하고 일부는 논박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아는 이미 우주의 기세에 압도되어 있었다.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상황을 더 어렵게만 만드는 불안 요소라면… 그 숨통을 끊어버려야겠죠."

 

  「 전 대원 출격 준비. 반복합니다, 전 대원 출격 준비. 현 시간 부로 본 기지는 전투 준비 태세에 들어갑니다. 전 대원은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하며 다음 명령을 기다려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전 대원 출격 준비, 전 대원 출격 준비. 」

 

  그 순간, 경보음과 함께 출격 준비 명령이 내려왔다. 우주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있던 의자를 테이블 밑에 집어 넣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선 입을 열었다.

 

  "출격 준비령이 났군요. 어서 가시죠. 좀 전엔 제가 너무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응? 아니야, 괜찮아. 신경 쓰지마. 그럼 어서 가보자."

 

  민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바로 잡곤 우주의 뒤를 따라 마기가 있는 격납고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가기에는 어딘지 뒤가 석연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아는 한번 더 우주를 불렀다.

 

  "우주, 너. 우리의 임무는 스펙터의 제거가 아니라 생포라는 거, 잘 알고 있지?"

 

  앞장 서서 걸어가던 우주는 잠시 그 발길을 멈추곤 민아를 돌아보며 평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Dark Ocean’s Rhaps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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