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바다의 광시곡 (Dark Ocean’s Rhapsody)
작가 : 김솽
작품등록일 : 2016.9.1

일체의 공기도 허락치 않는 진공의 바다, 불과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일체 사람의 손길을 허락치 않던 이 칠흑의 원시 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 각종 마기(魔器)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데브리들이 강을 이루어 씁쓸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을 뒤덮듯 혼재한 프로파간다 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것인지 단언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옳은 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3)
작성일 : 16-09-06 16:10     조회 : 426     추천 : 0     분량 : 73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무작정 바를 나온 시우는 어디론가로 그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걸음을 옮겨갔다. 딱히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든 익숙한 습관 같은 것이었다. 아주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였던 탓도 있었다.

 

  '온 우주의 모두가 내 목소리를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일단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은하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그녀의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어느 샌가 매일같이 습관처럼 그곳에서 그녀의 노래하는 모습을 찾고 있었고, 결국 그곳은 명호와 민아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모이는 아지트 같은 곳이 되어 있었다.

  라이브 카페 'Beautiful day'. 그것이 그곳의 이름이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반이라 일컬어지던 앨범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그 이름과도 같이 아담하고 어딘지 모르게 정겨운 향취가 있는 장소였다. 최고의 스타로 인식되던 가수 '소은하'를 배출한 곳으로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으나 그녀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곳도 이제 사양세에 접어 들어있었다. 한때 흰 바탕 위로 아름답게 빛나던 와인 빛 글씨의 간판도 지금은 몇 군데 램프가 나가 'auful day'라는 잘못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모습이 되었다.

 

  '이번에 새로 쓴 노래가 있는데, 한번 들어 봐줄래?'

 

  그녀는 늘 그렇게 이야기하며 기타 반주에 맞춰 새로 만든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그 중에서도 '은하의 발라드(Galaxy's Ballade)'라는 곡은 시우가 가장 맘에 들어 하며 흥얼거리던 곡이었다. 그 노래가 어떻게 시작되더라. 어느 샌가 기억이 흐려져 모든 것이 가물가물해졌다. 분명…

 

  "세상에 어둠이 내리고 모두가 잠이 들 때, 나는 이 노래를 부르네."

 

  그래 분명 그렇게 시작되는 곡이었다.

 

  "…?"

 

  그게 자신의 머릿속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부르는 노랫소리라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시선이 그 노래가 들려온 쪽으로 향해있었다. 그곳에는 스스로 연주하는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한 여인이 있었다.

  겉에 걸치고 있는 청자켓과 새하얀 원피스의 미스 매치 만큼이나 문을 닫은 라이브 카페 앞에 처량하게 앉아 노래하는 단아한 여인의 존재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주었다. 금방이라도 꺼져갈 듯 안타깝게 점멸하는 간판 아래 노래하는 모습이 그 노래 가사와 어우러져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워 보였다. 여인은 길게 내려오는 그녀의 금빛 머리 결이 스르륵 흘러내려 연주를 방해하려 할 때마다 노련하게 그 머리를 뒤로 넘기며 연주를 계속해나갔다.

 

  세상에 어둠이 내리고

  모두가 잠이 들 때

  나는 이 노래를 부르네.

 

  어두운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수 만큼이나

  수많은 모든 이들을 위해.

 

  깊이 잠든 세상이 언제까지나

  행복한 꿈을 꾸기를 나는 바라네.

  긴 밤의 끝에 일어나 보면

  따스한 해가 뜨기를 나는 바라네.

 

  이건 나와 당신의 노래.

  어두운 밤을 수놓는 발라드

  이건 우리 모두의 노래

  이 아름다운 은하의 발라드

 

  신기하게도 누구 하나 그녀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가 없었다. 그저 각자가 가려던 곳을 향해 각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오직 시우 한 사람만이 어느 샌가 그녀의 노랫소리에 빠져들어 그 자리에 선 채 공연을 감상하는 그녀의 청중이 되어있었다.

  그 이름 모를 길거리 가수는 노래를 마친 뒤 자신의 노래를 듣고 있던 시우의 모습을 발견하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건냈다.

 

  "감사해요. 제 노래, 끝까지 들어주셨군요?"

 

  20대 초중반은 되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아직 앳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그런 예쁜 목소리였다.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만면에 품으며 잠시 기타를 벽에 기대어 놓고는 성큼성큼 시우에게 다가가 그의 두 손을 모아 잡았다.

 

  "정말정말 감사해요! 처음이에요, 이렇게 멈춰 서서 제 노래를 들어준 사람은! 제 노래 어땠어요? 듣기 괜찮았나요? 네?"

 

  살짝 오른 취기에 무척이나 그리운 노래를 다시 만나 향수에 흠뻑 젖어있던 시우는 그녀가 그렇게 힘차게 두 손을 잡으며 질문세례를 이어갈 즈음에야 겨우 제 정신을 차리곤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을 고쳐봤다. 잔뜩 들떠서 붉게 물든 두 볼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네, 좋았어요. 미안해요, 잠시 옛 생각에 빠져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만큼 제 노래에 빠져 들어있었단 말이잖아요?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아… 그렇군요. 일단 우리 이 손은 놓고 얘기하면 어떨까요?"

 

  시우가 힘차게 꼭 잡은 두 손을 상기시켜주자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닫고는 얼굴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손을 놓아주었다.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초면에 정말 죄송해요…!"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한참이나 안절부절 어찌할 줄을 몰라 하다 이내는 원래 앉아 있던 곳으로 서둘러 돌아가 그리 크지도 않은 어쿠스틱 기타 뒤에 숨어보려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까지의 기운 찬 모습은 어디 갔는지 목소리마저 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런 그녀의 엉뚱한 모습에 그만 살풋 미소 짓고는 한 가수의 노래에 감동한 한 사람의 청중으로서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말을 건냈다.

 

  "멋진 공연 고마워요. 이 장소도 그렇고 제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곡이라, 한참이나 빠져있었네요."

  "혹시, 그쪽 분께서도 소은하 팬이세요?"

  "…네?"

 

  시우의 말이 뭔가의 시동키가 되었는지 좀 전까지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하던 그녀의 눈이 다시 한번 반짝 빛났다. 반대로 시우는 사실 너무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다음 질문에 포함된 이름 세 글자를 듣고 새삼 상기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역시! 소은하 씨 팬이셨군요! 어쩐지, 단순히 제 실력 만으로 그렇게 감동하셨을 리가 없죠.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어요. 어떤 노래를 부르느냐를 떠나 제 실력으로 모두를 감동시킬 수 있게."

  "아니… 난 그냥…"

 

  팬이냐 아니냐 대답하자면 사실 조금 달랐다.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걸 설명하는 것도 조금 우스웠을 뿐더러, 일단 그녀가 그럴 기회를 주지를 않았다.

 

  "저도 소은하 씨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해요. 사실 소은하 씨의 음악을 듣고 처음으로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인걸요? 언젠가 소은하 씨처럼 온 우주를 감동시킬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소은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돌고 있었다. 좀 전까지 부끄러워 하던 모습이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의 어찌 보면 기품마저도 느껴지던 차분함이 다 거짓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집에서 시우를 기다리고 있을 그 누군가의 성격도 그렇고, 시우는 어째서인지 이런 타입의 여성에게 굉장히 약했다.

 

  "그래서 일단 소은하 씨가 데뷔하기 전에 활동하던 이 라이브 카페 무대에 서고 싶어서 일부러 제 3 콜로니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거였는데, 이제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는다지 뭐예요? 이곳에 누군가 아는 지인도 없이 아주 대책 없이 온 거라 어디 묵을 수 있는 곳도 없고. 그래서 숙박비라도 벌어볼까 하고 여기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던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돌아봐주는 사람도 없고…"

  "…? 네? 제 3 콜로니에서 왔다고요?"

 

  소은하의 이름 세 글자를 들었을 때 이후로 두 번째였다. 다만 이번엔 불현듯 스쳐가는 악몽 같던 기억이 겹쳐 보다 상기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잔뜩 신이 난 그녀는 그런 그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질문에 답할 뿐이었다.

 

  "네, 맞아요! 사실 저, 소은하 씨가 마지막 공연을 하시던 그 장소에 있었거든요. 잔뜩 겁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무대를 떠나지 않고 노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을 넘어 신앙심 마저 생겨날 정도였어요. 그 후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곤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그 이상의 말은 이제 시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 3 콜로니. 바로 그 사고의 생존자. 그들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래한 은하의 마음이 무색하게도, 어째서인지 이유 모를 원망의 감정이 솟아났다. 은하는 그녀를 포함한 청중들을 위해 노래하다 세상을 떠났다. 만약 은하가 그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래하지만 않았다면… 만약…

 

  "너희들만 없었다면…!"

  "…네?"

 

  그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어느 샌가 터져 나온 증오와 원망의 감정이 집요하게 시우를 사로잡고 놔주지 않았다. 시우는 서둘러 제정신을 차리곤 재빨리 평정을 찾고자 애쓰기 시작했다. 은하가 죽은 것은 그들 탓이 아니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소신에 따라 사람들을 위해 노래했을 뿐이다. 그것은 그녀가 가장 원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고개를 든 감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미안해요…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노래 잘 들었어요."

  "아… 이제 가시려구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오래 잡아두고 있었네요…"

 

  어느 샌가 다시 평정을 되찾은 그녀가 본래의 수줍음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와선 말꼬리를 흐렸다. 좀 전까지 그렇게나 귀엽다고 여겨지던 그 모습이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감정의 연쇄에 시우는 어서 그 자리를 떠나고자 몸을 일으키곤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시아(Xia)! 갤럭시아 하모니(Galaxia Harmony)예요! 또 이곳에서 노래하고 있을 테니 꼭 다시 보러 와주세요!"

 

  시아는 서둘러 떠나는 시우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한번만 더 용기를 내 크게 외쳤다. 하지만 시우는 그 목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그 이상 들은 척도 않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시아는 그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 Dark Ocean’s Rhapsody =

 

 

  "꼭 거기를 가야겠어? 제 3 콜로니가 있는 포인트 L4는 지금 반란군과의 내전이 가장 심화되어 있는 격전지야. 그냥 이곳에 머무르면서 노래해도 되잖아. 거기 사람들도 다들 방송으로 들을 수 있고."

 

  시우는 만면에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최대한 진심을 담아 은하를 설득했지만 은하는 그저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는 거야. 지금 그곳의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내 노래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난 그게 전장 한가운데라 해도 갈 거야."

  "은하야, 다시 한번만 생각해봐. 지금 그곳은 너무 위험해. 정 가야겠다면 지금 상황이 조금만 정리된 후에 갈 수도 있잖아."

  "오빠… 그 사람들은 지금 날 필요로 하고 있어."

  "나도 지금 네가 필요해!"

 

  그만 흥분해서는 무심코 본심이 터져 나와 목소리기 높아져버렸다. 은하는 시우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 대답할 지 몰라 하는 눈치였다. 안 된다. 이 감정을 은하가 알아선 안 된다. 그녀가 꿈을 향해 달려나가겠다 했을 때 이미 그렇게 정해둔 터였다.

 

  "나 뿐만이 아니야. 명호 형도, 민아도. 모두가 너를 필요로 하고 있어. 은하, 너도 알잖아."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바보 같이 얼버무려 버렸다. 그렇게 시우가 속으로 스스로를 자책할 동안 은하는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의 손목을 놓으려 힘이 빠진 시우의 손을 다시 양손으로 맞잡았다.

 

  "알아, 오빠. 알고 말고. 난 언제까지나 오빠들과 함께일 거야. 그저 잠시 자리를 비울 뿐이야. 반드시 몸 조심히 잘 돌아올게. 믿고 날 보내줘, 오빠. 응?"

  "은하야…"

 

  더 무슨 말을 하면 좋을 지 몰랐다. 은하는 이미 결의를 단단히 다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내 마음을 네게 전하면… 넌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서서히 입이 열리는 듯도 했지만 그 말이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 위험한 일이 있더라도… 오빠나 명호 오빠, 그리고 민아 언니가 날 지켜줄 거잖아? 세상에서 가장 강한 팬텀의 멤버들이 셋이나 내 절친인데. 세상에 뭐가 무섭겠어?"

 

  거의 나올 듯 말 듯 하던 말이 다시 들어가고 입이 다물어졌다. 절친… 셋이 모두.

 

  "그래… 맞아. 그러면 되지. 내가 졌어. 우리가 있으니까. 언제까지고 네 꿈을 응원할게. 그 뒤는 우리들에게 맡겨."

  "풋, 그게 뭐야 오빠. 갑자기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어딘지 허탈한 듯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시우의 표정을 보며 은하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와버렸다. 은하는 보기보다 훨씬 고집불통이다. 소신도 굉장히 강해서 한번 결심한 일은 절대 되돌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결심했을 터였다. 그녀의 꿈을 응원하겠다고. 이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일이다. 그래, 내가 지켜내면 된다. 은하의 절친인 '우리'가 지켜내면 된다.

  은하는 그런 복잡한 생각에 잠겨있는 시우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다 시우의 손을 잡고 있던 양 손에 더 꼬옥 힘을 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사실, 나 이번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응? 무슨 말?"

 

  상념 속에서 벗어난 시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 표정의 변화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러운 듯 은하는 따뜻하게 웃으며 시우에게 좀 더 다가가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그건 아직 비밀이야! 헤헤, 궁금하지?"

  "야, 사람이 말을 꺼냈으면 끝을 내야지. 이러기야?"

 

  전혀 예상치 못한 은하의 행동에 시우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은하는 혀를 빼꼼 내밀어 보이곤 시우의 손을 놓은 채 자신의 두 손을 등 뒤로 넘겨 잡으며 시우에게서 돌아섰다. 마찬가지로 붉게 물든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조금 궁금해하면서 기다리게 하고 싶단 말야!"

  "그냥 얘기해주면 안돼?"

  "안됩니다!"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지금 은하의 행동의 의미는? 하고 싶은 말이란 게 대체 뭐지? 혹시…?

  은하는 시우를 살짝 옆얼굴로 돌아보곤 이내 등돌린 채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소은하! 어디가! 거기 서!"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가슴에 품고 시우 역시 은하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 Dark Ocean’s Rhapsody =

 

 

  시아란 이름을 가진 당시 사고의 생존자에 대한 원망에서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어와 어느덧 그때 은하를 잡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 그 순간 은하를 잡았다면. 은하에게 고백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은하는 제 3 콜로니에 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럼 은하가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생각이 계속해서 깊어지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하지만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마를 조금이나마 식혀주었다.

  잔뜩 일그러진 인상을 한 채 걸음을 옮겨간 지 어느덧 1시간 가량이 흐른 듯 했다. 라이브 클럽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하늘 높이 솟은 빌딩숲으로, 그것이 다시 초목으로 가득 찬 큰 공원길로, 도심지를 감싸고 도는 강변길로, 주변의 풍경이 여러 차례 그 모습을 바꾸어 간 끝에 어느새 시우는 굉장히 익숙한 저택 담장 밖 문 앞에 서 있었다.

 

 = Dark Ocean’s Rhapsody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5 Chapter 2. 은하의 발라드 (Galaxy's Ballade) - (4) 2016 / 10 / 12 318 0 4195   
14 Chapter 2. 은하의 발라드 (Galaxy's Ballade) - (3) 2016 / 10 / 5 338 0 6656   
13 Chapter 2. 은하의 발라드 (Galaxy's Ballade) - (2) 2016 / 9 / 19 423 0 8063   
12 Chapter 2. 은하의 발라드 (Galaxy's Ballade) - (1) (2) 2016 / 9 / 18 564 0 3253   
11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7) 2016 / 9 / 11 426 0 3806   
10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6) 2016 / 9 / 9 481 0 11678   
9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5) 2016 / 9 / 9 477 0 5149   
8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4) 2016 / 9 / 8 392 0 6880   
7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3) 2016 / 9 / 6 427 0 7390   
6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2) 2016 / 9 / 6 335 0 6476   
5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1) 2016 / 9 / 5 465 0 5727   
4 Prologue. 파편 (Fragment) - (4) 2016 / 9 / 5 470 0 1453   
3 Prologue. 파편 (Fragment) - (3) (2) 2016 / 9 / 3 448 0 4325   
2 Prologue. 파편 (Fragment) - (2) 2016 / 9 / 3 451 0 3653   
1 Prologue. 파편 (Fragment) - (1) 2016 / 9 / 1 668 2 312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