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벼락같이 날 찾아왔어요. 누군가 자기
일에 방해를 놓고 있다구요. 프랑스까지 갔는데 그 좋은 모나코를 못 갔
다고 원통해 했어요. 날 의심했지만 난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
다. 그러더니 소라짓이라고 박박 웃겼어요. 소라가 꾀를 써서 신혼여행
을 망쳤다구요. 말도 안되는 소리였습니다.]
"소라가 아니면 누구 짓이야! 누구!"
미령은 미친 사람처럼 온갖 물건을 집어던졌다.
"미령아.. 대체 왜 이렇게 망가지는 거야."
미령이 털썩 주저 앉았다.
"한가지 얘기해줄까?"
지친 듯 성현을 봤다.
"널 처음봤을 때 말야.... 수 많은 여자들 중에 유독 너가 눈 띄더라...
그렇게 발가벗고 있는 널 봤는데도 아름답고 고귀해보였어..."
슬픈 눈으로 미령을 봤다.
"이제와서 그 말이 무슨 소용이야..."
"장 회장 사랑하니?"
"............"
"사랑하니?"
"사랑하지 않아... 아니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어. 근데 난 섹스도 못하
는 남잔 싫어... 내가 사랑하는 건 그 사람 돈, 명예 뿐이야."
성현이 절망하는 듯 머리를 쥐어짰다.
"미령아....."
"너 나랑 뭐라도 되고 싶어서 그 따위 말을 늘어놓는 거지?"
"우리 파주로 돌아가자... 응?.."
"미친 놈!"
"나 자신 있어..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을 거야..."
"이러지마.. 이럴수록 난 죽어 가고 있다구.. 지금이라도 우리 끝내자."
화가난 성현이 주먹을 벽에 찧었다.
손등에서 시뻘건 피가 주르륵 흘렀다.
"너 없음 내가 죽어! 이 나쁜 년아."
"제발...."
미령은 성현을 피해 달아나려고 했지만 성현은 미령의 팔목을 낚아채 구
석으로 몰아넣었다. 미령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에 가득했다.
"부탁이야..."
"차라리 같이 죽자. 한강물에 빠지던, 가스를 마시던, 칼에 찔러 죽던..
같이 하자. 너라면 죽는 것도 기쁠 거 같애.."
"미쳤어, 너."
"그래.. 잘 아네.. 미친 놈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성현이 미령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미령은 밀쳐내려고 발버둥 쳐봤
지만 감당 할 수 없는 힘에 주저 앉고 말았다. 성현도 함께 주저 앉았
다. 서럽게 울고있는 미령을 달래보려 어깨를 어루만졌지만 미령은 차갑
게 뿌리쳤다.
"미령아... 이 나쁜 년아..."
성현은 간절히 애원했다.
하지만 미령은 두 무릎에 얼굴을 박고 여전히 어깨를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