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입원하시는 것이...."
남비서가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원길은 관심이 없는 듯 대꾸가 없었다. 타이를 매고 윗도리를 받
아 입었다.
"미령씨 많이 안 좋나?"
"많이 나아지셨습니다.."
"나 하나 때문에 여러 사람 놀래키는 군..."
"치료 받으셔야 합니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회장님... 그 약은...."
원길이 가만히 보고 미소 지었다.
"내가 모르고 먹었을 거 같나?"
"그럼...?"
"늦었네... 이만 회사로 가지.."
남비서는 가는 숨을 쉬고 휠체어를 밀었다.
미령이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고 나왔다.
"나가세요....."
"몸 안 좋은데 쉬지 않고 왜 나왔어요?"
"저... 원길씨..."
"나 미령씨랑 이혼하지 않아요... 미안해요..."
원길이 시선을 떨구고 나갔다. 미령이 눈물을 감추려 돌아섰다.
비서실로 들어서자 여비서가 메모지를 찾아 남비서에게 내밀었다.
"실장님. 흥신소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흥신소?"
"저번에 부탁하신 일을 해결했다고 이리로 전화달라고 하셨습니다."
남비서가 조심스럽게 메모지를 받았다.
"어떻습니까?"
"약속장소를 정하시죠..."
남자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비서는 가까운 모텔방으로 흥신소 직원을 불러들였다.
"놀라지 마세요...."
직원이 노란 파일 봉투를 열어 커다란 사진 한 장과 빛바랜 사진 한 장
을 꺼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남비서가 찬찬히 훑어봤지만 이걸로 뭘 알아보라는 건지 몰랐다. 남비서
가 고개를 젓고 직원을 봤다.
"큰 사진은 지금의 장 회장이십니다."
그거야 당연히 안다는 듯 표정이었다.
"그리고 작은 사진은 조성현이란 사람이죠..."
"그런데요?"
"뒷배경을 보셨습니까?"
남비서가 미간을 좁혀 사진을 뚫어지게 봤다.
자세히 보니 같은 배경의 한옥집이었다. 뭔가 떠오른 듯 흥신소 직원을
바라봤다.
"맞습니다. 이복형제죠!"
쿵. 심장에 돌은 얹은 것처럼 멈춰버렸다.
"故 장 회장님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정실 부인과 그렇지 못
한 부인이 있었죠..."
그러면서 다른 사진 한 장을 밀었다.
어여븐 젊은 여자의 사진이었다.
"삼정그룹 아니 그룹이 아닌 SJ 전자만 설립했을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하
던 여성입니다. 故 장 회장과는 은밀한 관계였습니다."
"............."
"그런데 두 부인에게서 아들이 생산되자 故 장 회장은 사회적 도덕을 따
지셨던 모양이십니다. 버림 받은 이 여성분은 은신하듯 숨어살았습니다."
"계속 얘기해보세요..."
믿기지 않는 듯한 남비서였다.
"제 생각엔 조성현이 일부러 접근한 건 아닐까요?"
"당신 생각은 관심없습니다. 그 비서는 어떻게 됐죠?"
"아들이 성인이 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것 뿐입니까?"
"이건 묘지관리소장한테 들은 얘기인데... 어느 날 포크레인을 가져와 누
군가 시신을 파갔다고 합니다."
"뭐라구요?"
"아마도......"
"故 장회장님입니까?"
"그렇다고들 합니다....."
남비서가 어이없어 사진을 내려봤다.
조성현...
장 회장의 어린 아들...
세상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했던 아들...
//그렇다면 은미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