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
“오늘 진이 그림 열심히 그렸구나? 자 어떤 그림 줄까?”
진이는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가리켰다.
“자! 한 번 해볼까?”
예준은 가위를 진이에게 건넸다. 진이는 로봇의 머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천천히 가위질을 했다. 가위는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몸과 머리를 분리했다. 예준은 진이가 잘라낸 로봇의 양쪽 귀에 송곳으로 작은 구멍을 낸 후 고무줄을 맸다. 그리고 커터칼로 로봇의 두 눈을 파냈다.
“보자!”
로봇 가면을 쓴 진이는 날아갈 듯 기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수업을 모두 마친 예준은 방파제로 향했다. 낚싯대를 내려놓은 예준은 종이곽을 열어 청개비를 한 마리 꺼냈다. 날선 미늘이 달린 바늘의 끝을 청개비의 입에 쑤셔 넣자 청개비는 힘껏 바늘을 밀어냈다. 예준은 엄지와 검지 손톱으로 청개비의 주둥이를 단번에 끊어내고 바늘을 녀석의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머리가 잘린 청개비는 몇 번 강하게 몸부림을 치다가 이내 길게 늘어졌다. 예준은 청개비를 잘라낸 손으로 굵게 난 턱수염을 몇 번 쓱쓱 긁고 나서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지고는 초릿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시작된 저녁노을이 방파제 앞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