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밤이 더 환해지는 동네. 붉은 불빛과 요염한 자태가 황홀하게 어우러진 사창가.
그 안으로 어린 남자아이가 고개를 숙인 채로 걸어갔다. 붉은 등이 비치는 창가 안에서 반 나신의 여성들이 꼬마에게 손짓했다.
"어머나. 어린 애가 어찌 저렇게 예쁠까. 독한아, 이리 와서 놀다 가렴."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니. 착한 아이는 일찍 집에 들어가야지."
"독한아, 누나랑 재밌는 놀이 할래? 누나가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게."
사창가 여성들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고독한은 아직 덜 자란 작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집으로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사창가 바로 옆 골목에 후미진 집이었다.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짙은 분 냄새와 독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네 엄마는 벌써 일 나갔어."
정 마담은 깔깔거리며 부채질을 했다. 그녀의 눈이 음탕하게 그의 얼굴을 훑었다.
"얘, 인사도 안 하니."
고독한이 그녀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긴 복도를 지나 끝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마구 어지럽혀져 있는 옷더미와 환기를 해도 사라지지 않는 지독한 분 냄새가 가득했다.
"싫어..."
그는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귀를 막았다. 아직 밤은 무르익지도 않았다.
"오빠, 오빠. 그래서?"
"그래서 딱 봐라. 내 거기가 이 정도다. 그러니까 그냥 거기 있던 남자들이 다!"
달빛이 어둠 속을 가장 환히 밝힐 즈음부터 여자 웃음소리와 사내의 말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왔다. 그들이 하나둘 빈 방을 채우고,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여자의 교성이 시작됐다.
고독한은 더욱 자기 귀를 세게 막았다.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올까봐 밤새도록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자기야. 바로 방으로 들어가자. 오늘 내가 잘해줄게."
"놔 봐.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으니까. 진짜 네 자식이 있어서 나랑 못 사는 건지! 내가 직접 봐야!"
"알았어. 다음에, 다음에 와서. 지금은 많이 늦었잖아."
신기하게도 꽉 막힌 어둠 속에서도 그 사람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 매번 바뀌는 남자에게 애걸복걸하는 그 사람의 목소리에 토악질이 나왔다.
"방에 가자. 이것봐. 자기도 방으로 가자고 하잖아."
"이 시. 내가 진짜 다음번에 와서 없으면, 너 죽어. 나랑 바로 같이 사는 거야!"
"알았다니까. 나도 자식만 없으면 당연히 자기랑 같이 살고 싶지. 내가 쓸데없이 왜 애는 낳아가지고. 빨리 들어가자. 오빠, 거기 식겠어."
더이상 그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이 울부짖는 신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만해... 그만해..."
고독한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웅크리고 누워 온 힘을 다해 귀를 막았다. 그럼에도 여자의 웃음소리와 신음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침이 오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사창가의 밤은 진한 분 냄새처럼 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