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틱, 탁, 틱.
아무 생각 없이 라이터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던 나는 상을 툭툭 치는 혜정에 정신을 차렸다.
"왜 그렇게 멍해?"
"... 그냥. 요즘 생각이 많아졌네."
잠을 못 자서 그런 거 아니야? 혜정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또다시 라이터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반복에 나를 바라보고 있던 혜정이 내 손에 있던 라이터를 뺏어 들었다.
"어, 뭐야. 돌려줘."
"담배 피우지도 않을 거면, 라이터 좀 그냥 놔둘래? 정신 사납거든?"
혜정의 말에 나는 뻗었던 손을 다시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얼마 전부터 나에게 생긴 사소한 일은(전혀 사소하지 않지만), 내 신경을 건드리는 데에 충분했다. 무슨 영화처럼 초능력을 쓰고, 사람이 아니고, 그런 거 현실세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당사자가 내가 되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얼마 전부터 나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우연인지 아닌지, 나는 어느 날 손가락을 탁 하고 튕겼을 뿐인데, 세상은 나만 빼고 다 멈춰 있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하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패닉 상태까지 왔었다. 그 결과 나에게는 초능력이 생겼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만약 내가 초능력이 생겼다고 말하면, 믿어줄까. 그건 밑져야 본전이지.
"야, 만약 내가 초능력을 가지면, 믿을 거냐?"
"초능력? 음, 믿을 가치도 없는 농담 같지만,"
"역시 그렇겠지..."
"너라면 믿을래."
"... 어?"
나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는 싱긋 웃고 있는 혜정을 바라봤다. 나를, 믿는다. 나를...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진짜, 나혜정..."
"어, 너 성 붙이고 말했어! 나 상처받는다?"
푸하하! 진짜 너 때문에 웃는다 내가. 내 말에 혜정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안아왔다.
"아, 안지는 마!"
"싫은데~."
나를 안고는 볼을 비비적거리는 혜정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다 픽 웃으며 혜정의 등을 조심스럽게 안았다.
"야, 무거워."
"헐. 숙녀한테 실례야, 미나."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