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곳은 금방 부었다. 왼쪽 얼굴이 보란 듯이 부어올랐다. 이런 얼굴로 손님을 맞이할 수는 없다는 편의점 사장의 말을 들었다. 저녁에는 붓기만 했던 얼굴이 총록색의 젖은 밤이 되니 멍까지 들었다. 저녁부터 1시까지는 바에서 잡일을 하고 이후에는 편의점에서 아침까지 일을 하는데 편의점 사장이 그날따라 편의점에 남아 있다가 나에게 말을 했다. 편의점에서 잘리면 내야 하는 각종 고지서를 해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이 도시의 줄을 타고 있는 것이니까 까닥 잘못하면 줄밖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사장은 한 번은 봐준다고 했지만 새벽에 편의점을 봐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은 근래에 밤늦게까지 남아서 편의점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4시간하는 편의점을 12시간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맞은 부위가 욱신거렸다. 더불어 불안함이 하나 더 늘었다.
이거 어때? 라며 자신의 글을 보여 준 사람은 리사다. 리사는 몇 살인지 모른다. 본명도 모른다. 본명 따윈 중요하지 않다. 그저 무엇인가로 불리면 그만이다. 이름이 있다고 해도, 이름으로 제대로 불리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도 실망하지 않고 누군가 이름을 물으면 가명을 말하는 것이 여기 이 도시의 여기 이 술집이다.
리사는 대략 스물다섯 살, 스물여섯 살 정도. 바에서 일을 하는 동안은 가발을 쓰고 화장이 진하다. 키가 크고 팔뚝 살이 없어서 무척 가냘프게 보인다. 리사는 손님이 없을 때 항상 노트에 글을 적고 있다. 글을 완성하여 신춘문예에 출품을 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적는 글이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다. 하루하루 일기 정도의 글이다. 폰으로 메모를 해도 될 텐데 꼭 공책에 볼펜으로 필기를 했다. 그래야 안정이 된다고 했다. 그녀가 나에게 적은 글을 보여준 것은 내가 바의 달력에 의미 없이 ‘젖은 어둠은 매일 밤 마음으로 흐른다. 고 써놨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