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의 뒷산에는 다양한 허브가 많이 자란다.
누가 물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씨를 뿌리는 것도 아닌데,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새순을 내놓았다.
그 덕분에 우리 집은 허브를 따로 키울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일주일에 두어 번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산에서 뜯어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산에 가서 허브를 따오는 일은 원래 내 일이었고, 방학이라 20분 더 늦게 나간 것뿐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더 일찍 나갔어야 했나? 차라리 늦잠을 자버렸어야 했나?
다른 길로 갔어야 했는데.
아니야, 그냥 동굴 안을 보질 말았어야 했어.
그냥...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갈 걸....
내가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