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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5화.
작성일 : 19-06-08 01:10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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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을 옆쪽 푸른 초원을 지나 언덕 쪽에 위치한 수도원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마티아는 그림 속의 장면 같은 이런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성큼성큼 그곳으로 걸어갔다. 벽돌로 지어진 집은 일체형으로 붙어져 있었고 가운데 조금 솟은 기둥의 지붕은 뾰족한 원형 지붕이었다. 전체적인 색은 옅은 회색이어서 위엄있어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거라.”

 

 마티아는 같이 데려온 자에게 말하고는 혼자 수도원으로 걸어갔다. 바로 옆에 따로 지어진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는 아마도 미사를 지내는 곳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마을과 비교하면 딱 알맞은 크기의 건물이었다. 주변에 웃자란 나무들은 관리를 잘한 덕분에 건물과 잘 어울렸다. 두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그의 걸음걸이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여기까지 다시 오며 생각했던 질문들을 다시 정리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누구 계십니까?”

 

 “무슨 일···어? 전에 오셨던 분이시군요.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마티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중년 신사처럼 차분하게 답했다.

 

 “수도원장님께 전에 말하지 못한 게 있어서 전하러 왔습니다.”

 

 성직자는 알겠다고 답하며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원장실이 있는 곳까지 안내받은 마티아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선 문을 톡톡 두드렸다.

 

 “누구신가요?”

 

 “전에 왔던 마티아 도나티입니다.”

 

 “······들어오시죠.”

 

 고민이 묻어나는 대답을 들으며 마티아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반기지 않는 눈빛이 그를 반겼다. 마티아는 무시한 채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들려드릴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너무 완강한 태도에 마티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더미드 프라이스를 아시는지요?”

 

 이름을 듣고선 흠칫 놀란 수도원장은 노기를 띠웠다.

 

 “당신, 누굽니까?”

 

 “오해 마셨으면 합니다. 저는 울리세를 돕기 위해 여기 온 것입니다. 그가 밀림에서 나온 것은 알고 계시겠죠. 이미 한 번 보셨을 테니.”

 

 수도원장은 분노를 거두지 않았고 침묵으로 응수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밀림을 조사하고 감시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비밀리에 세워진 곳이라 아는 사람은 국왕 폐하 말고는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사실 신분을 밝히는 것조차 금기인데 납득시키려면 어쩔 수 없지요.”

 

 말을 끝내며 그는 주머니에서 단체의 표식이자 직급을 나타내는 반지를 보여줬다.

 

 “반지 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구 같은 것이 쓰여 있습니다. 저희의 직급을 나타내는 것이죠.”

 

 “이걸 보고 나더러 어찌 믿으라는 겁니까?”

 

 마티아는 빙그레 웃었다.

 

 “그걸 손바닥에 올려놔 보시겠습니까?”

 

 수도원장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일단은 그의 말대로 손바닥 위에 반지를 올려놨다. 그러자 마티아가 손가락을 움직였고 반지가 그의 손위에 붕 떴다.

 

 “무슨···수작을 부리는 거요?”

 

 “신성력 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명칭도 저희가 그냥 붙인 거지만 말이죠. 어떤 것인지 대충 보여드리자면···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탁자에 놓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종이 모서리 끝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는 다른 한 손으로 검을 쥔 것처럼 말아 쥐고는 종이 가운데를 좌우로 그었다.

 

 “······.”

 

 종이는 깨끗하게 반으로 잘려나갔다. 놀란 수도원장은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그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마티아는 잘린 종이를 줍고는 다시 탁자에 올려놨다.

 

 “앨버트 수도원장님, 밀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십니까.”

 

 앨버트는 여전히 답을 하지 못했다. 분노는 경악을 지나 알 수 없는 거부감으로 바뀌었다. 마티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을 들었다 치고 말을 이었다.

 

 “그 전에 신기루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겠군요. 신기루. 일종의 환상이죠. 사막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죠.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 너머에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앨버트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마티아는 그저 마주보기만 했다. 앨버트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말도 안되는 얘기 할거면 집어 치우시오! 신성력? 밀림? 지금 그게 얼마나 허황된 말인지는 알고 하는 얘기요?”

 

 여전히 마티아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분노, 의심, 당혹이 섞여서 흔들리는 앨버트의 눈을. 앨버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보고 이번에 두 번째 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이런 얘길 하면 어느 누가 믿겠소? 오히려 나는 더 믿음이 가지 않소.”

 

 “거부감 때문입니다.”

 

 “거부감? 그래, 그렇소. 나는 지금 그쪽에게 그런 감정마저 드는군.”

 

 마티아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제가 보여드린 걸 믿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요.”

 

 마티아는 눈을 떼지 않고 왼쪽 손에서 신성력을 반으로 잘린 종으로 뻗쳤다. 그리고는 두 장의 종이를 허공에 올리고는 천천히 좌우로 움직였다.

 

 “그러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누구나 받아들이기 힘든 새로운 것을 직면하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부정할 순 없는 노릇인 걸 알고 계실 겁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오.”

 

 “일단 제 얘기를 들어주시지요.”

 

 한층 누그러진 앨버트의 기색을 보며 마티아는 표정을 풀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에게는 신이 있습니다. 저희도 물론 있지만, 그들은 신이 내린 힘을 받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죠. 보이지는 않지만, 그 힘이 존재함으로서 존재한다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나라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그 나라의 사는 사람들의 신이 죽어버린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땅은 오염이 되고 사람들은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고 결국엔 포악해진 채로 육체만 남게 된다고 합니다.”

 

 마티아는 슬쩍 그의 눈치를 살폈다.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듣고 있는 것을 보며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되면 그들 세계에 혼란이 올 것이 다분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만장일치로 신기루에서 추방하기로 결심했죠. 추방된 곳은 예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그 밀림입니다. 대신 그들 중 대표자가 나서서 이 나라 국왕에게 제시를 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 있는 깃털 펜을 꺼내 들었다.

 

 “밀림이 있는 땅을 내어주는 대신 이것을 주겠다고. 자기네들에 사는 새를 풀어주는 것과 그 새로 만들 수 있는 이 펜의 제조법을 알려준 겁니다. 왕께서는 이걸 독점해 유통한다면 엄청난 자본을 얻을 거라 판단했고, 밀림에서 그들이 나올 수 없게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약속받고 제안을 받아들이죠. 그런데 밀림에서 울리세가 나온 겁니다.”

 

 “그래서 울리세가 그들처럼 되어버렸다는 거요?”

 

 “사실 밀림에서 나온 사람들이 몇 번 있기야 했습니다만, 그들은 전부 정신이 나간 채였습니다. 전부 얼마 안 가 죽어버렸죠. 반면 울리세는 제정신을 가지고 있고, 평범하게 돌아다닙니다.”

 

 앨버트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럼 된 거 아닙니까? 무슨 문제가 됩니까, 멀쩡히 살아 나왔는데. 저와 대화할 때도 온전히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방금 말한 것처럼 난폭한 성향 같은 건 눈곱만큼도 없었소. 오히려 그를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니요?”

 

 “그래서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요?”

 

 마티아는 탁자에 올려진 종이를 내려다봤다. 앨버트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게끔 입속으로 신중히 단어 하나하나를 굴리며 조심했다.

 

 “원래대로라면 죽거나 살아나온 다른 이들처럼 되는 게 정상이라는 얘기입니다. 밀림 안에 있는 것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포악해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 육체적인 능력이 인간의 서너 배는 넘고 감각 또한 동물의 그것과 같은 괴물이 되죠. 그런 곳에서 멀쩡히 나왔다는 건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이렇게 그의 과거를 듣고자 온 것이고요.”

 

 “그렇다는 건 만약, 정말 만의 하나라도 울리세가 그렇게 됐다면 죽일 거라는 얘기가 되겠구려.”

 

 이번에 말문이 막힌 건 마티아 쪽이었다. 여기서 까딱 잘못 말했다가는 다음은 없다는 것이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협조를 구하고 밀림에서 벌어졌던 일을 듣고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면, 놓아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겠죠.”

 

 앨버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탁자에 팔꿈치를 얹었다. 마티아는 이해했다. 누구든 이해할만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울리세와 보통 인연이 아닌 듯한 그에게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는 차분하게 앨버트의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렸다. 문득 창밖을 보니 먹구름이 끼어있었다.

 

 울리세의 과거를 듣는 것을 중요했다. 원칙대로라면 밀림에서 나오는 자는 누구든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이 맞다. 국왕이 직접 내린 지시였다. 하지만, 이런 일은 예외라고 그는 생각했다. 분명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간섭 없이 뒤만 쫓으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가 울리세를 강압적으로 데려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였다. 확신. 섣불리 접근했다가 오염된 그 땅에서 물들었을 수도 있는 그가 도망쳐 난리를 피운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확률이 다분했다.

 

 꼭꼭 숨겨두었던 이 비밀들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고 그건 그나 국왕으로서 원치 않은 일이었다. 조심해서 나쁠 일은 없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그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동생과 더미드 프라이스를 찾는 것이 목적인데 만약 더미드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를 해하려 한다면 국가적인 일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욱 안전을 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둘의 연관을 아는 것은 중요했다.

 

 “결국 내가 그쪽을 믿냐, 안 믿냐가 중요하단 얘기겠군. 하나만 물읍시다.”

 

 둘은 서로를 잠시간 마주 봤다. 진실과 거짓을 찾는, 혹은 진심을 전하려는 눈빛이 오고갔다.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지금은 울리세의 편입니다.”

 

 “지금이라······.”

 

 앨버트는 그 말을 몇 번이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쪽에게 얘기를 해줘도 괜찮을지 모르겠군.”

 

 앨버트가 혼잣말을 하듯 말을 건넸다. 마티아는 말 없이 시선을 살짝 내렸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는 한차례 낮은 천둥소리가 흘러나왔다. 기어이 비를 내릴 것만 같았다. 깊은숨을 들이쉬며 앨버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래도 됐소. 벌써 십 년 전이라니. 그의 아비는 이 마을에서 유명한 빚쟁이였소······.”

 

 마음을 정한 듯 앨버트는 과거를 더듬는 듯 시선을 멀리 던진 채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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