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젊은 친구 회사가 작년에 영업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했었어. 그 제품의 가격이 폭락했을 때 대량으로 수입을 했는데 동시에 국내 경기도 같이 침체돼 버렸지. 그래서 지금 수입된 제품이 재고로 그대로 저장돼 있어. 톤당 70만원 하던 제품이 50만원으로 폭락했고 그래서 그 회사에서 5천 톤을 수입했는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팔리지 않고 그대로 묶여 버렸지. 돈으로 치자면 25억. 거기다가 그 시점에 영식이 회사에서도 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해서 그 제품 가격이 더 폭락해버렸어. 말하자면 똥 값 됐지 뭐.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을 하면 보세 장치 장에 저장을 해둬. 저장하려면 돈을 줘야 하잖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 달에 약 이천오백 만원 정도고 또 그 제품은 온도가 낮으면 굳기 때문에 계속 열을 가해 줘야 해. 그러면 약 삼천 만원 정도가 저장 비용으로 들어가. 팔리지 않고 일 년 동안 저장만 하면 약 3억은 그냥 날아가는 거지. 천만다행이 영식이 회사에서 폭발사고가 나서 내가 살아남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폭삭 망했을걸. 대충 그림을 그려보니까 해숙이 신랑이 돈이 많으니까 아마 그 후배가 접근을 한 것 같아. 건설업을 하는 사람이 이 세계를 어떻게 알겠어? 그 사람도 대충 계산기 두드려 보여 주니까 눈이 해까닥 돌아 간 거지. 만약에 그 놈이 장난을 조금만 치고 그 돈을 해숙이 신랑 주머니에 그대로 넣어주면 손도 안대고 코 푸는 격이야. 3억 정도는 그냥 벌 수 있지. 허허허”
창훈이 한 숨을 내쉬며 씁쓸히 웃는데 인걸이가 부러운 듯이 창훈을 쳐다본다.
“그럼! 넌 그 이상을 번다는 말이네. 부럽다. 부러워”
“이 친구야! 부럽긴 뭐가 부러워. 영식이 공장에 폭발 사고가 안 일어났으면 나도 망했어. 정말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은희야! 네가 이 사실을 해숙이란 친구에게 말할 수 있겠어? 조금 복잡한데 그렇지 말고 수리 네가 직접 얘기해라”
수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당황해 했다.
“아니! 내 뿐들 지금 이해하고 있다고 보냐? 나는 무슨 말인지 도통, 전혀 모르겠는데”
인걸이가 그런 수리를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야! 그럼 고개는 왜 연신 끄덕였냐? 나도 네가 다 아는 줄 알았다”
“응! 오빠! 우리 오빠가 원래 그래! 집에 일이 있어 식구들이 모여 의논을 하면 다 이해하는 것처럼 저러다가 끝나고 나면 항상 내한테 또 물었어. 야! 무슨 말이냐며. 오빠는 지금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어. 그냥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내가 말할게”
수리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 표정은 분명히 못마땅한 게 틀림없었다. 은희는 자기 오빠의 심정을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있고 해숙이 마음도 이해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오빠가 해숙이와 해숙이 신랑에 대해 얘기를 했다. 해숙이 신랑이 아주 나쁜 놈이라는 건 은희도 공감을 한다.
해숙이 신랑은 해숙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학력을 위조했다. 단지 여기까지만 그 사람이 오빠의 기억 속에 나쁜 놈이었다.
해숙이 신랑은 어릴 때 시골에서도 더 시골인 산비탈에서 태어나 거기서 농사를 짓고 자랐다. 지금 그 집안의 사는 형편을 봐서는 그 학력을 위조하게 된 것은 굳이 그 사람 탓만 아니라고 본다. 단지 시골에서 자라 농사를 지으며 학교를 다니다 보니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였지 그 사람이 머리가 나쁘거나 무식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은희는 본다. 그 사람의 고향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그 사람이 졸부가 된 건 사실이다.
이건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사람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학벌은 고등학교 중퇴지만 그 후로 그 사람은 열심히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자기 이름으로 건설회사를 설립했고 이 지역에서는 꽤 큰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 사람에 대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기와 질투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그 사람의 고향 사람들 중에 그 사람이 제일 부자인 것은 어느 누구 하나 부정할 수가 없다. 그때 그 동네에서 땅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시내로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그 땅으로 받는 돈을 모조리 탕진했지만 해숙이 신랑은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털끝 하나 손을 대지 않고 지켰다고 해숙에게 들었다.
그런 그 사람을 오빠가 지금 못마땅해 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는 걸 은희는 잘 안다. 해숙은 어릴 때 오빠에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학력고사 치는 바로 앞날 정말 엿을 한방 먹였다. 오빠는 그때 마음에 담고 짝사랑하는 언니가 있었다. 은희도 그 언니를 잘 알고 있었다.
그날 해숙이가 그 언니가 어떤 남자와 길에서 키스를 하더라는 말을 오빠에게 말을 해버렸다. 오빠는 그날 진위 여부도 가리지 않고 고주망태가 되었고 다음날 시험을 쳤고, 성적은 개판이었고 재수를 했고, 재수하는 내내 방황했다. 그 후로 잊을 만 할 때 그 남자. 그 언니와 키스했다는 남자는 오빠 덕에 취업을 했고 가끔씩 찾아와 성의를 표하고 그 사람에게 오빠의 연줄이 필요하면 또 요청을 했고 오빠는 들어주었다고 했다.
오빠가 살면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 그 놈!
그 오빠를 만나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날은 여지없이 고주망태가 돼 다른 오빠들에게 말을 못하고 동생에게 하소연을 했다. 오빠는 해숙이 신랑이 미운 게 아니라 해숙에게 아직도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은희는 가장 친한 해숙이 이름은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그 이름을 오빠에게 말을 한적이 없었다.
해숙이가 말한 오빠가 짝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했다는 사람과 해숙은 오빠에겐 바퀴벌레 같은 존재였다.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엄청 싫어하고 징그러워하지만 오빠는 아직도 바퀴벌레만 보면 절대로 약을 쳐 죽이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 하루 종일 걸려서라도 그 바퀴벌레를 잘근잘근 밟아 흔적도 없애버리는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오빠가 말을 하지 않지만 오빠의 뇌리엔 그 언니도 아마 바퀴벌레 일 수 있는 생각도 해본다. 바퀴벌레를 아예 흔적도 없이 짓밟아 뭉개는 걸 보면 짝사랑조차도 기억에서 뭉개 사라지게 하고 싶어하는 애절함이 보이기도 했다. 그 애절함의 발단을 일으킨 해숙은 아직도 여전히 오빠에겐 바퀴벌레였다.
그 언니와 키스했다는 그 사람의 일례를 보면 오빠의 잔인성이 여실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