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임사장님이십니다. 오늘 기사님들 신나겠네요. 돈 버는 거 아주 쉽죠. 허허허”
오늘이 다른 어떤 날보다 더 흥이 나는 날이었다.
고동우는 신이 나 있었다.
이번에 수입된 화물의 수량이 많아 1000톤을 팔아 해치워도 회사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재고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음에 수입할 때까지만 저장 탱크가 비워지지 않은 된다.
그 동안 드럼통이나 팔아 먹느라고 고생을 많이 한 보람이 오늘에야 결실을 보는 것 같았다. 신이 나서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졸개처럼 무용담을 늘여 놓듯이 떠들고 있다.
“허! 그런 말은 절대 마십시오. 그 친구들은 모릅니다. 부장님 회사에서 정당하게 납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우리 다 죽습니다”
임기사 말이 귀에 아주 거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를 타이르는 말로 들렸다.
고양이 새끼를 호랑이로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에 그 동안 원하는 대로 다 퍼준 돈들에 후회도 됐다. 임기사도 고동우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운송을 하면서 알았던 회사들을 고동우에게 소개를 해주고 고동우의 화물도 운송을 해주었다.
그렇게 부풀려 지금 거래처가 많아 졌는데 모두 자기가 거래처를 다 뚫은 걸로 착각을 하고 있는 게 가련해 보였다. 이렇게 두 사람은 피장파장의 마음을 감추고 목에 핏대를 올려 신경전을 치르면서 납품 겸 수금을 하러 가고 있다.
“당연하죠. 그건 제가 알아서 다 조치해주었습니다. 임사장님만 입 조심하시면 됩니다. 어디 가서 함부로 떠들지 마세요. 술도 좀 자제하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임우영의 발끝에 힘이 더 세게 가해졌다. 순간적으로 차가 비틀했다.
‘시건방진 새끼! 나이도 어린 놈이 어디다가 함부로 지껄여’
핸들을 다시 콱 움켜잡은 임운영이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한다.
“참! 돈은 준비 됐죠? 나중에 준다는 그런 말 하면 안됩니다. 지난 번에도 늦게 주는 바람에 제가 많이 곤란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바로 줘야 합니다. 안 주면 짐 안 풀어줍니다”
고동우는 내심 임우영을 비웃고 있었다.
‘고작 할 수 있는 협박이 거기까지가 너야 임마!’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앞으로도 이용가치가 철철 넘기기 때문에 비위를 맞춰준다.
한번 이런 돈 맛을 하는 놈들 치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 놈을 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병신 같은 새끼!”
“쓸데없는 걱정 마세요. 도착하자마자 김사장이 바로 줄 겁니다. 벌써 5만원자리로 준비해두라고 했습니다. 속도 조금 줄여주십시오. 제가 먼저 만나고 갈게요”
4244가 임운영이 탱크로리 사이를 비집고 추월을 하더니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시간에 김경일은 피부색이 다른 직원들에게 바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야! 빨리 호스 꼽아. 차가 곧 도착할거야”
동남아에서 온 듯이 보이는 직원들도 이 일에 익숙했는지 능숙 능란하게 임운영이 실어 오는 화물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차 한대가 급하게 들어 와서 급 브레이크를 밟고는 차에서 내린다. 피부색이 다른 직원들이 쌀을 실은 방앗간이 온 것처럼 참새같이 우르르 몰려 들어 반갑게 손을 잡고 허리를 굽실거리고 있다. 그 뒤로 작달막한 대가리가 뒷짐을 지고 어기적거리고 다가왔다..
“어이! 고부장! 온다고 고생했지”
김경일이 손아귀에 힘을 잔뜩 주고 고대리 손을 잡고는 사무실로 데려가서 책상서랍을 열어 봉투부터 몇 장 건네준다.
“거래는 확실해야지. 자! 여기 있네”
얇은 봉투 안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려 못 마땅해하고 있다. 불만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봉투에 들어 있는 지폐들을 쳐다보고는 짜증 섞인 까칠한 목소리로 투덜대기 시작한다.
“사장님! 항상 5만원자리였는데 이번에는 이게 뭐예요? 이러면 곤란하죠. 이렇게 주면 제가 어떻게 기사들에게 나눠주겠어요. 이거 뭐 거의 수표네요. 수표. 요즘 아주 마음에 안 들어요. 거래 안 할 수도 있어요”
미간을 바짝 조여 붙여 입 꼬리까지 비틀어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미소로 노려보면서 협박 성 발언을 하고 김영일이 이런 고동우를 가소로운 듯이 무시하고는 능글맞게 대응을 한다.
입 꼬리를 세게 비틀어 올리고는 어린 아이 쳐다보듯이 김경일이 고동우를 쳐다본다.
“허허! 고부장! 내가 다리에 힘이 없어서 5만원자리 서너 뭉치를 들고 올 수가 없어서 그랬네. 이해하게나. 기사들도 이렇게 주면 좋아할 텐데. 뭐 이런 거 가지고 애민하게 굴지 말고 얼른 받아”
고동우는 난감했다.
이런 뭉치 돈을 주면 기사들에게 뜯어먹을게 없었다.
곧 죽을 인상으로 못마땅하게 돈 봉투를 뚫어지게 한참을 쳐다보다가 김경일을 잡아 먹을 듯이 눈알을 부라며 보도는 돈 뭉치를 들고 급하게 차로 뛰어 가 시동을 걸자마자 바로 공장 밖으로 몰고 나간다.
김경일이 입 꼬리를 삐딱하게 한쪽을 비틀어 빙긋이 비웃으며 고동우 차를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도둑놈의 새끼! 까불고 있어. 내가 이 장사를 하루 이틀 해봤냐? 허허허”
“어! 저기 오는 차 4244 아냐? 숙여!”
김경일의 공장은 야산의 비탈에 있었다.
트럭이나 탱크로리는 많이 오가지만 승용차는 출퇴근 시간외는 잘 다니지 않는 동네였다.
처음 온 이들의 눈에도 급하게 달려오고 있는 승용차는 방금 전에 공장에 들어 간 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외진 길이었다. 방금 전에 들어간 차도 고동우 차고 급히 돌아 나오는 차도 4244인 고동우 차였다.
작은 길에서 제법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대원 중 한 명이 얼른 고개를 숙이라고 한다. 긴박한 소리에 거의 매복하다시피 바짝 엎드린다. 그 중에 한 명을 다른 대원의 발등에 누워 버린다.
빵빵, 빵빵, 빵~~~~
‘새끼! 이 좁은 도로에 차를 저렇게 세워 둬. 바빠 죽겠는데’
고동우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다가 오다가 무슨 일인지 다시 되돌아 가 자기 차에 올라 차를 몰로 서서히 다가 오고 있었다..
“형님! 잘못하면 들키겠습니다. 길이 너무 좁습니다”
“놔둬! 비켜 나갈 자신이 있으니 몰고 오지. 대가리 바짝 숙여”
고동우 차가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가고 난 뒤에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대원이 공장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멧돼지만한 대원들이 탄 차는 김경일 공장까지 운전자 외에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샌드위치가 된 자세로 가야만 했다.
그때 김경일 공장에서 직원 한 명이 밖으로 나왔다.
운전대를 잡은 대원이 장난끼가 발동해 바로 들이 박을 듯이 돌진하는 시늉에 놀란 직원이 잽싸게 뒤로 돌아 ‘걸음아 날 살려라’ 하듯이 줄행랑을 쳐 김경일이가 있는 사무실로 뛰어 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