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김경일은 어떻게 할 거야.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데 오늘 사람도 많은데 오늘 다 해치워버리지? 또 모이려면 시간도 낭비되고 기름 값도 많이 들잖아. 바로 차 돌릴까?”
물론 진담은 아니었다.
약간은 들떴다고나 할까?
희열이 몰려오고 있다고나 할까? 통쾌하다고나 할까?
사실 오락가락했다.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오빠란 놈에게 처음 속옷을 벗었을 때만큼이나 떨리고 긴장됐다.
차에서 내려 급한 용무를 마치고 나왔을 때 양아영이 쫓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무섭고 긴장도 되었다.
마치 그 놈의 거시기가 처음 들어올 때처럼 무섭고 떨렸지만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는 첫 고통의 순간을 겪은 후 어느 정도 횟수도 늘고 세월도 지나 진정한 오르가슴을 느낄 때 경험한 절정의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처럼 소름이 오싹 돋고는 짜릿했다.
그 자리에 덥석 주저앉을 정도로 짜릿하고 나른했다.
“왜? 너도 널 좋아한 놈에게는 상처 주고 싶지 않는다는 말로 들리네. 그 말이 어찌 그 놈은 손대지 말자는 말 같다. 뭐 그런 말이 있잖아.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허허허”
절대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니었다. 똑 같은 생각이었다.
뭉개고 싶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내면이 의심스러웠다.
뭔가 두리뭉실 넘어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이 사람은 아직도 김경일에게 남은 앙금을 버리지 못한 것 맞는 것 같은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때 동원이가 힐끔 쳐다보고는 빙긋이 웃는데 왠지 기분이 나빴다.
일방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꺼버리고는 동원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숨기는 것 있지?”
“저는 말 못해요. 형님에게 여쭤보세요, 다시 전화해서… 허허허”
속이 느끼할 정도로 음흉한 웃음이 아주 불결하고 불쾌했다.
이런 웃음은 간혹 거래처의 남자 간부들과 술잔을 부딪힐 때 그들끼리만 오갔던 눈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음탕한 웃음이었다.
그때마다 갑자기 오기가 생겨 술잔부터 얼른 비우고 노려보았듯이 이번에는 직접 노려볼 수 없는 휴대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내가 못 할 줄 알고!”
연어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오빠! 솔직히 얘기해. 김경일이는 어떻게 했어?”
껄껄거리며 크게 웃는 소리가 귀청을 간지럽게 했다.
“응! 그 놈은 이제 그게 필요가 없어서 네 옆에 있는 놈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거시기만 한 놈이 얼마나 악바리로 달려들었던지 그 놈 자식들만으로도 축구팀 하나는 만들 수가 있어. 너처럼 딸 둘 아들 하나가 아니고 아들만 축구 팀 하나 만들 수 있다. 너 천만다행이다. 자칫 잘못 엮였으면 그 놈이 후보 걱정도 안 할뻔했다. 허허허! 처자식들은 먹여 살리도록 해 줘야지”
‘이게 무슨 말? 등신 아냐? 그건 오빠가 원하는 거였고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그런데 기분이 참 묘했다. 이 오빠를 다시 만나면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짜릿한 쾌감을 정말 오랜만에 계속 맛보고 있어 앞으로 또 어떤 쾌감을 가져 올지 은근히 기대가 됐다. 얼굴이 또 화끈거렸다.
통쾌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하나가 부족한 것 같이 께름칙한 기분은 또 뭘까?
지금까지 살면서 복수란 단어는 거의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한번 해 보니까 엄청 재미있다고나 할까?
입가에 미소가 번지르르하게 번지는 걸 동원이가 이상해서 빤히 쳐다보고 묻는다.
“형수님! 뭐 기분 좋은 일이 있습니까?”
이런 젠장! 들켰구나!
그냥 웃어버릴까 하다가 다시 속이 이글거렸다.
확실히 이번 일로 인생에서 격동의 세월이란 말을 넣어도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반론을 들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살다 온 것 같아 오히려 이전에 삶이 어색해 질까 염려도 되었다. 시대 흐름에 맞았는지 졸지에 도련님도 하나 생겨 기분은 그렇게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확실히 연어가 변한 것 같았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 년 놈들을 걱정한단 말인가?
연어는 다시 예전 일이 떠올랐다.
무슨 물건 취급하듯이 자기는 선택권이 없다고 6촌 오빠를 구실삼아 김경일에게 내던지던 때가 떠올랐다.
자기는 뭐 그리 깨끗하다고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피리인척하며 산단 말인가? 역겨웠다.
연어는 김경일도 양아치인 양아영도 아예 몰락 시키려고 왔다.
돌연히 그들의 흐름이 밋밋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띵하게 아파오면서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양아영이와 김경일은 두 번 다시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싹을 잘라야 했다.
비열하고 치졸하지만 같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차 좀 세워 봐! 아무래도 이상해”
실제로 이상했다. 속이 계속 미식거리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특히 그 두 년 놈들을 생각하면 어지럽기까지 했다.
“조금만 더 가면 휴게소입니다. 갓길은 위험해요. 조그만 참아요”
‘이런 된장!’
금방이라도 배설물이 역류할 것 같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화살을 이놈에게 돌렸다.
“너는 언제까지 그 놈들 뒤치다꺼리나 하며 살 거야. 나이도 젊은 놈이”
한번 형수는 영원한 형수라 이제 위엄 있게 노려보며 물었다.
“제가 뭐 배운 게 있어야죠”
“그럼! 네가 형님이라고 하는 그 놈은 뭐 배운 게 있는 줄 알아?”
“그래도 대학은 나왔잖아요”
“아니! 내가 아니었으면 졸업 못했어. 순 돌대가리에 어깨에 힘만 주고 다녔어. 군대 가기 전에 성적은 빵점이었어. 복학하고 내가 다 올려 줘 겨우 졸업했어. 순 돌대가리야. 그러니 너도 이 생활 그만하고 공부해. 혹시 아냐? 내가 너를 우리 회사에 취직시켜 줄지”
“그래도 형님은 대학에는 갔잖아요”
“흥! 이다. 그거 전부 보고 대놓고 베꼈다 더라. 깡패가 보자고 하는데 어느 놈이 답안지를 보여주지 않겠어? 순 쇠 대가리, 돌대가리야! 내가 보기엔 네가 그 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똑똑해. 이 형수가 도와줄 테니 공부해”
‘형수’라는 말을 하고 연어가 잠시 멈칫했다.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넌 할 수 있어! 참! 너는 이 공장 어떻게 알았어? 자주 와 본 것처럼 아주 익숙하게 오던데. 솔직히 말해. 숨길게 뭐 있어. 나도 어림짐작으로 다 알고 있는데. 저기 사장 마누라가 울산에 왔다 갔지? 형님이라는 놈 만났지?”
무표정한 얼굴로 힐끔 쳐다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소리 내 웃어 버린다.
“예! 형수님! 제가 졌습니다. 하여튼 대가리 먹물 들어간 놈.. 아니 분들은 참 남녀구분이 없네요”
그리고는 헛웃음을 친다.
“너! 그 뒷말이 조금 이상하다. 내보고 년이라고 하려고 했지? 좋아! 그래서 어떻게 됐어? 몇 시에 내려와서 언제 올라갔어?”
연어 자신도 이상하다 할 만큼 집요하게 동원을 물고 늘여졌다. 형님이 어릴 때 누구와 연애했고 또 최근에는 누구와 외박을 했는지 시동생에게 추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어이 합방한 사실까지 귀로 듣고는 차를 세우라고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차를 세운 동원이 갓길에서 멀뚱히 하늘만 쳐다보는 연어를 보면서 후회를 하고 있다.
“이 놈의 주둥이! 주둥이! 나는 죽었다. 아! 어쩌지” 중얼거리며 입술을 세차게 두드리다가 밖을 보고는 깜짝 놀라 차에서 내려 연어 등을 입술을 두드릴 때 보다 더 세차게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