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구석을 좋아하고 함께보다 혼자가 훨씬 편했다. 그런 나를 엄마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리와. 널 도와주실 분이셔.”
엄마는 날 병원에 데리고 갔다. 나의 방문 기록을 숨겨줄 수 있는 병원으로. 이 병원에 찾느라 애를 먹었나보다. 엄마의 얼굴에 주름이 하나 더 늘어있었다.
“어서와. 너가 바다구나?”
환화게 웃는 저 얼굴 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환히 웃고 있는 입을 따라올라가면 날 훑는 눈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이 봐왔던 눈이라 별 상관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난 병원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코를 찌르는 이 병원 냄새와 북적이는 병원 안, 모두 싫었다. 형식적인 검사를 끝내고 의사는 나를 내보냈다. 잠시뒤 엄마도 나왔다.
“뭐래요.”
극히 형식적인 말투였다. 궁금해서도, 불안해서도 아닌 그냥 습관적으로 물었다.
“괜찮아. 다른 병원 가자.”
아마 결과는 좋게 나왔고 그 의사는 엄마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냥 성격이니까 나두라고. 집에 도착하자 엄마는 핸드폰을 들었다.
“자기야, 전화했었네? 응응. 오늘? 알겠어요. 이따 봐요.”
전화한거 알고 있었으면서. 힘들다고 집에 일찍 들어온거면서 엄마는 항상 거짓말을 했다.
“어디 가시게요?”
“아, 성주씨가 만나자네.”
“힘들다며.”
“그럼 어떡해. 만나자는데. 오늘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모르니까 문 잘 잠구고 있어.”
오늘밤도 또 혼자다. 뚱뚱하고 못생긴 그 아저씨가 뭐가 좋다고.
“갔다오세요.”
문이 잠기고 나서야 하고 싶었던 말을 웅얼거렸다.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