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저흰 어떻게 할까요?”
“일단 사고가 일어났다던 초등학교 근처로 가보자.”
“네.”
저벅저벅-
연연하고 난 아무 말 없이 초등학교 근처로 묵묵히 걸어갔다.
아... 어색하다. 아까 정리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대해 물어볼까?
“저... 연연 누나?”
“어.”
“아까 정리하고 있었다는 거, 이제 말해줄 수 있어요?”
연연은 생각을 하다가 떠올린 거 같았다.
“아! 그거? 막상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 거 같더라고.”
“뭔데요? 말해주세요.”
“아까 가설을 살짝 세워봤었어. 택시 운전수가 강변으로 추락한 까닭은 거울 속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근거는요?”
“별거 없어. 내가 전에 거울 속에 들어간 걸 생각해봐. 그 때 주변이 어땠다고 했었지?”
“좌우가 반전...”
“그래. 더군다나 보통은 자기가 익숙한 길이라면 외웠을 테고, 이 지도를 봐.”
연연과 나는 잠시 멈추고는 연연이 휴대폰으로 보여주는 지도를 보았다. 삼거리가 있을 때 운전자의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직선구간 도중에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원래는 이렇게 왼쪽으로 길이 나 있으니 왼쪽으로 꺾지만, 만약 거울 속의 세상처럼 좌우 반전이 된 세계가 익숙한 사람은 어떨 거 같아?”
“... 오른쪽으로 길이 나있겠죠.”
“그래, 거기다가 사고가 난 당시에는 어두운 밤이기도 했으니 앞을 잘 확인 못하고 바로 오른쪽으로 꺾는 바람에 강변으로 추락했다... 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지 않아?”
연연의 가설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아니 어쩌면 연연이 세운 가설은 사실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하이힐...”
“응?”
“제가 이번 주에 만난 하이힐 신은 여자랑 같은 사고가 맞아요!”
“무슨 소리야? 설명해봐.”
연연에게 그 여자를 만났던 그 날의 일과 그 후에 병원을 갔을 때 들었던 충격적인 일에 관하여 말을 해주었다.
“장기가 반전 되어있다니? 아니, 어쩌면 거울 속의 사람이니까 그게 당연한 건가?”
연연도 처음 알게 된 정보였는지 꽤나 당황한 거처럼 보인다. 이건 꽤나 큰 수확이다. 거울과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택시 운전수와 이전의 하이힐 신은 여자가 같은 상황을 겪었다는 건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림도 없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던 사이에 역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여기 맞겠죠?”
“그래, 분명해. 이 근방에는 초등학교는 하나 밖에 없어.”
나와 연연은 지도를 보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약 가정이 맞으면 사고 현장은 아마 저쪽 강변이고, 진행방향은 갑천역 또는 초등학교 쪽에서 오는 방향이겠네요.”
“아마 그럴 거야. 이 근처에 물어볼 곳이라면...”
연연은 고개를 돌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긴 어떨까요?”
나는 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음식점을 가리켰다.
“그래, 가보자.”
연연과 난 대로를 가로질러서 음식점을 향해 걸었다. 소머리국밥을 파는 식당이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아차, 그러고 보니 아직 점심시간이었다. 점심밥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가게는 꽉 차있다.
“두 명이여?”
“아, 저희는 최근에 있었던 차량사고 때문에 왔는데요...”
아줌마는 우릴 위아래로 훑어본다.
“경찰이여?”
“아 아뇨. 경찰은 아니에요.”
“그럼 바쁘니까 가.”
아줌마는 얼른 나가라는 듯, 손으로 휘휘 저었다.
“저기, 진짜 잠깐이면 되는데 안 될까요?”
“영업방해로 신고하기 전에 가.”
연연이 내 손목을 잡고 당겼다.
“가자.”
연연의 이끌림을 따라 우린 아줌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타이밍이 안 좋았어. 여기 말고 다른 곳에 물어보자.”
“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곳은 식당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철물점이다. 이번엔 퇴짜를 맞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철물점으로 갔다.
“손님이여?”
철물점 문을 열려고 손을 대는 순간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아저씨가 질문을 던졌다.
“아뇨. 죄송하지만 손님은 아니고 뭐 하나 여쭤보려고요...”
“우리 집 불교집인데?”
“네? 그게 무슨... 아!”
아무래도 이 아저씨도 우리를 오해하고 있는 거 같다.
“아니요. 저희는 도를 믿으십니까, 그런 사이비가 아니라 최근 초등학교 앞에서 일어난 차량사고에 관하여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아저씨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더니 잠시 생각을 하는 거 같았다.
“흠... 물론 바로 앞이어서 봤기는 봤다만... 너희 경찰은 아니잖아. 안 그려?”
난감하다. 당연히 경찰도 아닌 사람이 사고를 조사한다고 탐문을 하면 나 같아도 경계한다. 이곳도 그른 것 같다.
“죄송합니다. 불편하셨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저씨는 우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아저씨의 한마디에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뒤로 돌아보았다.
“뭔가 사정이 있는 거 같은데, 사투리도 보아하니 대전 사람은 아니고... 경상도? 이야기 해줄 테니까 이리로 와.”
아저씨는 철물점 안으로 들어가셨다.
“들어가자.”
“네.”
연연과 난 철물점 아저씨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과는 달리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마구 어질러져 있을 줄 알았던 물건들은 구역별로 나뉘어 진열대에 정갈하게 위치해 있었다. 아저씨를 계속 따라가서 둥근 테이블에 같이 앉았다.
아저씨는 잠시 어딘가로 가시더니 1.5L 음료수 한 병을 들고 오셔서는 우리들에게 따라서 주셨다.
“감사합니다!”
음료수를 한 모금 크게 마셨다. 밖은 곧 여름이 되려고 하는 지 땀이 나오자마자 바로 증발될 정도로 뜨거운 날이었다. 그 탓일까? 이 시원한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온몸의 열과 긴장을 앗아가는 거 같았다. 우리가 한 모금을 마시자 아저씨께서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를 먼저 해줄까?”
“아까 아저씨께서 차량사고를 보긴 보셨다고 말하셨던 거 같은데, 직접 보셨나요?”
“그렇지. 직접 봤지.”
“그 때 보신 걸 말해주실 수 있나요?”
아저씨는 허허하고 웃으시더니 바로 그 때의 상황을 이야기해주셨다.
“보자... 한 보름 전 일 껴. 자정 넘어서 가게 앞에서 담배 피고 있었지. 그러면서 주위를 대충 둘러보고 있었고. 그러다가 요 앞 교차로에서 그 차를 봤어. 정확히는 그 차를 봄과 동시에 사고가 낫지.”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 차가 어찌나 빠르게 달려오는 지, 그냥 저 교차로에서 보이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버리더니 그 상태로 꼬꾸라졌지 뭐야.”
여기까진 우리가 추측한 시나리오다.
“그래서요? 아저씨는 바로 신고하셨나요?”
“그렇지. 119에 전화를 하고, 택시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러 갑천 쪽으로 갔지. 다행히도 갑천하고 도로 사이의 거리가 꽤나 있어서 차량이 물에 빠지진 않았더라고. 대신 그만한 거리의 맨땅 위로 굴러갔으니 차량 파손이 엄청 심했지.”
“운전자는 어떻게 되었죠?”
“어우, 자세히는 안 봤어. 온 몸이 시뻘겋게 피로 도배되어 있더라고. 신고하고 금방 119에서 구조를 하러 왔지만... 아마 죽었겠지? 그 정도로 다쳤으니.”
“혹시 어디 병원으로 갔는지 아시나요?”
“그거까진 나야 모르지...”
“아...”
이런... 거의 다 온 거 같았는데. 근처 병원에 전부 전화를 해볼까? 하지만 여긴 광역시라서 주위에 널린 게 병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니면... 을지대 병원을 가봐. 그나마 이 근처에선 가장 큰 병원이니까.”
“아! 감사합니다!”
친절한 철물점 아저씨 덕분에 가야할 방향이 정해졌다. 연연과 난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철물점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