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부-
드디어 미소구 선거결과가 TV에 발표되었다. 김진성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유력이라고 하였다.
잠시 후 김진성선거캠프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눈물의 파티가 열렸다. 모두들 얼싸 안고 김진성과 어깨동무하고 국회의원 김진성을 외쳤다. 뜻밖에 승리에 김진성은 어찌 할 줄 모르고 TV에서 나오는 미소구 김진성후보 당선에 대한 아나운서 멘트를 듣고 있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 주인공은 미소구의 무소속의 김진성 당선인입니다. 한마디로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 당선인이라고 밖에 설명할 다른 말이 없습니다. 선거 입후보 때만 하더라도 한 자리에 불과 했던 지지도가 서서히 상승하더니 TV토론회의 진심이 통하여 미소구 부동표를 대거 움직였다고 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국민들이 정치 관심도가 낮은 상황에서 부동표의 움직임은 항상 선거의 주요한 변수였습니다. 이번에 그 사실의 단면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표와 젊은이들이 기존 정치인의 불신이 내면에 팽배해 있고 그 만큼 참신한 새로운 정치인을 찾고 우리나라를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이 미소구의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다고 보입니다.”
TV아나운서의 미소구 선거 결과평가를 듣자 선거캠프는 다시 한 번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김씨아저씨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김진성 당선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김진성도 기분이 좋은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장단을 맞추고 있다가 갑자기 멈춰 서고 캠프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서 당선 인사를 시작하였다.
“이번 선거는 저 김진성의 승리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여러분이 없었으면 저는 도중에 도망쳤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도망치고 싶습니다. 이번 승리로 제가 여러분에게 되돌려 드려야 할 것이 너무나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제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절실함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여러분과 같은 국민이 있으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만 제게 있으면 꼭 되갚겠습니다.
이젠 미소구에서는 여러분을 버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 있는 한 약속드리며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러분의 삶도 제가 좀 더 도와드릴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 김진성은 미소구를 위해 두 발로 뛰고 손금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진성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고 양손을 높이 쳐 올렸다.
선거캠프 사람들도 따라서 양손을 올리면서 큰 목소리 외쳤다.
‘김진성 만세’‘김진성 만세’‘김진성 만세’
그렇게 인사를 하고 김진성은 김씨아저씨께 자리의 마무리를 부탁드렸다. 사람들이 어딜 가냐고 물어도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고 선거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아내 신미진에게 전화를 하였다.
“나야! 미진야.”
신미진은 전화벨이 울리기 전부터 눈물을 흐리고 있었다. 전화를 받고 말을 하는데 우는 소리에 발음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미진야! 나라구 왜 그래 울어!”
“흐흐흐 ~ 뭐 ~ 선거 ~ 가 ~ 뭐 이래 ~ 영화 같잖아. 흐흐흐 ~ 이렇게 끝나면 눈물만 나오고 끝이잖아. 내가 이렇게 울면서 나오는 영화는 안 본다고 했잖아. 돈 아까워!”
“뭐라고! 돈 아까워. 나 참 하하하~~~진정해. 다 미진이 너가 도와주고 믿어줘서 그래. 고맙다. 신미진 사랑한다.”
“어디서 뭐하고 집에 안 들어오고 그래. 밤에 늦게 다니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빨리 집에 들어와.”
“뭐라고.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하하하~~~~. 오늘은 외박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뭐! 외박이라고?”
“재수가 연락이 안 돼서 그래. 그래서 김지검장이랑 이소라기자랑 앞으로 어떻게 할지 협의도 해야 할 것 같고. 지금 이수성의원 이민구를 잡지 못하면 우리가 반대로 역공을 당할지 몰라. 내 말 이해하지.”
“그럼! 나도 가야 하는 것 아니야. 불법선거라고 신고한 것에 대해서 답변을 해야지.”
“그건 차후에 하고 미안해 오늘 같은 날 당신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내일 봐요. 의원님!”
“뭐! 의원님. 어색하게. 난 국회의원이 돼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 초보운전이라 사고 낼 수도 있어. 조심해”
“걱정 말아요. 이번 선거도 이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 국회에 가서 사고 좀 쳐도 돼요. 대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고만 쳐요.”
“알았어. 난 그럼 민재수교수 문제로 검찰청에 가 볼게.”
“조심해요.”
김진성은 차에 올라타서 김지검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김지검장은 바로 검찰청으로 오라고 하고 이소라기자가 최비서관의 넥타이핀을 손에 넣기 위해 청와대에 갔다고 말했다. 김진성은 바로 검찰청으로 가서 김지검장과 마주 앉았다.
“김진성후보님 아니 이젠 당선인이라고 해야겠네요. 국회의원님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 저도 아직 어색하니 그냥 전에 부르신 이름으로 그냥 불러주십니다. 그나저나 민재수교수 때문에 이 시간에 이곳에 왔습니다.”
“안 그래도 소라씨가 아니 민재수교수 찾아달라고 부탁해서 어떻게 해야 수배를 해야 하나 생각중입니다. 아무 일 없이 몸 건강히 있기만 바랍니다. 그러면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스스로 나타날 것입니다.”
“선거 마지막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민재수교수에 대한 생각을 깊게 못하고 있었어요. 제 불찰이에요. 김지검장님께 부탁했어야 하는데요!”
“아닙니다! 저희들이 모두들 최선을 다 했어요. 민재수교수님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꼭 찾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우리는 소라씨를 믿고 있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복지과장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이수성의원에 대한 부담감이 큽니다. 이수성의원과 만나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복지과장이 우리 쪽에 있어서요. 복지과장의 자료와 조서가 법정에서 효력이 있을까요?”
“그렇게 되게 해야죠. 지금은 제일 중요한 증거와 증인 중 하나입니다.”
“제가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용기를 좀 주고 싶습니다.”
“네!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그럼 저도 좋겠습니다. 저는 검찰이고 김진성씨 아니 이젠 국회의원님께서 대화를 해 주시면 분명 달라 질 것입니다.”
김지검장은 김진성을 복지과장이 있는 조사실로 인도하였다. 김진성은 조용하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저 김진성이라고 합니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있던 복지과장이 인사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가 뒤로‘쿵’넘어갔다.
김진성은 재빨리 의자를 제자리에 놓고 복지과장을 먼저 앉으라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손짓을 취하였다. 복지과장은 아니라고 양쪽을 흔들며 고개를 정중히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전에 신미진가 있던 미소구 복지과장이였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길 어떻게? 제가 미진씨에게 잘 못 한 일이 참 많아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내도 모든 일을 잊고 살고 있고 복지과장님께서 왜 그랬는지 알고 나서는 복지과장을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찾아가서 직접 사과하고 싶습니다. 신미진씨에게는......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럼 제 아내도 좋아할 것입니다. 아마 제 아내도 이쪽으로 올 것입니다. 그때 그렇게 하세요.
저는 복지과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용기를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상위에 자료를 놓고 가 주셔서 제 아내가 살길을 찾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죄를 너무 많이 지었습니다. 국가에서 장애인이나 복지시설에 지원하는 자금을 횡령하고 제 배를 채우려고 귀농하려는 사람들의 지원금까지 착복하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수성의원이 죄를 없던 일로 해준다는 말에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그 중 미진씨도 한 명이구요. 회식날 많은 수치심을 느끼고 상처 받았을 것입니다. 부군께 이렇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 외에도 불법선거로 몸과 마음이 많이 다쳤을 것입니다. 제가 나중에 꼭 사과할 시간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이것으로 사과는 끝났습니다. 다음에 아내를 만날 때는 웃으면서 만나셔도 됩니다. 아내도 아마 웃으면서 복지과장을 맞지 할 것입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꼭 사과해야 합니다. 그래야 저도 편합니다.”
“정히 그러시면 그렇게 하십시오. 오늘이 우리에겐 참 중요한 날입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살 수 있었던 우리들이 이렇게 다 모이게 된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이수성의원과 같은 사람에게 죄를 묻고 국민을 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김진성은 한숨을 크게 쉬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였다.
“저도 처음에는 혼자였습니다. 아내조차도 제가 국회의원에 나간다고 할 때 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기 제 아내, 김지검장님, 이소라기자님, 친구였던 민재수교수 그리고 이렇게 복지과장님까지 우린 다 같은 파트너라는 힘이 생겼습니다.
저는 지금 호명한 사람들을 믿습니다. 비록 나의 힘은 미약할지 몰라도 우리가 뭉치면 꼭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선거에서 이렇게 이기지 않았습니까? 이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깨어있는 국민들의 힘입니다. 그 힘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저는 아직 무섭습니다. 이수성의원이 이 상황을 어떻게든 역전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죽은 목숨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가 온 것입니다.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꼭 약속해 드리죠.”
“이수성의원을 꼭 잡아주세요.”
“그건 당연하고요. 복지과장님을 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돌아가게 해 드리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아니요! 다 틀렸습니다. 저의 가족은 저를 보지도 않으려 할 것입니다.”
“재판에서 증인석에 서 주세요! 그게 떳떳하게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래야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게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증인석에 서 주세요! 가족분을 재판에 오시게 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왜 그랬는지 말씀을 하세요.
왜 복지과장님께서 돈에 왜 욕심을 냈는지 왜 잘 못되었는지 분명하게 설명하고 법 앞에서 용서를 구하시면 아내분이나 가족들도 이해할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모두 복지과장님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신 것이잖아요. 충분히 가족들이 이해 할 것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지금 후회하시고 계시잖아요! 그렇죠? 그러면 꼭 법정에서 말씀해 보세요. 우리 모두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복지과장은 책상위에 두 손을 올리고 있던 김진성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복지과장은 굳은 결심을 한 듯 김진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성도 복지과장의 눈물에 보답을 하듯 손을 다시 뒤집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 시각 청와대에 대통령과의 면담이니 협상과 협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