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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6부 애착관계의 형성(2)
작성일 : 16-09-09 17:13     조회 : 477     추천 : 0     분량 : 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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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최대한 뒤로 미뤄라. 결과보다는 과정을 살펴라.”

 

 

  기숙사는 본관 건물 뒤에 중앙의 공간을 비워둔 채 양 쪽에 남녀가 분리되어 위치하고 있었다. 준우는 본관 옆에 있는 식당 건물 뒤쪽에 위치한 남학생 기숙사에 자신의 짐을 들고 갔다. 남학생 기숙사는 단층 건물로 내부는 대략 오십평 쯤 되었고 이층 침대가 열 개쯤 놓여 있었다. 들어오는 입구에는 샤워장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기숙사의 한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준우는 샤워장과 화장실을 돌아보고 비어있을 것으로 짐작되어지는 침대로 다가서는데 한 남자 아이가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 네가 준우구나? 난 지운이라고 해. 우린 이름 이니셜이 같다. 그치?

  - 어? 그래.

  준우는 어색하게 지운의 손을 잡았다. 지운은 준우보다 키가 십센티미터 쯤 더 컸고 몸집도 큰 아이로 통통한 얼굴에 인상이 좋아보였다. 검은색 트레이닝 하의에 보라색 폴라티, 빨간색 패딩 베스트를 입고 있었다.

  - 나랑 너랑 동갑이라고 봉샘이 말씀해 주셨어. 친하게 지내자.

  - 아... 반가워.

  - 네가 조용한 성격이라고 봉샘이 미리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봉샘이 너한테 여기 스케쥴이랑 기타 등등 설명해 주라고 부탁하셨거든.

  - 아, 고마워. 봉샘이라면, 그....?

  준우는 봉구를 여기 아이들이 ‘봉샘’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우 자신도 ‘봉샘’이라고 부를 것인지를 고민했다.

  - 어. 그분이랑 나샘 밖에 없어. 나샘은 여자샘이니깐 있다가 저녁 먹을 때 만날 수 있을거야. 오늘 점심부터 물품을 구입하러 밖에 나가셨거든.

  - 그렇구나. 다들 ‘봉샘’이라고 부르니? 나도 그렇게 부르면 될까?

  - 아냐. 나랑 나영이랑만 ‘봉샘’이라고 부르고 다른 애들은 ‘봉구샘’이라고도 부르고 ‘도샘’이라고도 불러. 성함이 ‘도봉구’니까.

  준우는 살짝 웃었다. 준우는 고민하다가 자신은 ‘도샘’이라고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준우 마음이었다.

 

  사랑마을학교는 학교라기보다는 ‘교육공동체’에 가까웠다. 특별히 존재하는 교과서가 없었고 과목으로 존재하는 시간표가 없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이 정시로 정해져있고 이를 기점으로 새벽, 오전, 오후, 밤으로 활동을 구분하고 있었다. 활동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독서토론, 외국어, 수개념, 사회토론, 과학실험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에 진행하고 오후에는 그날의 공부에 대한 팀 혹은 개인별 과제 해결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난 이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은 밤 열시가 되기 전에 잠들었고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자신이 맡은 텃밭을 돌보고 아침을 먹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학부모나 지역사회의 교육기부를 통한 예술, 체육활동이 이뤄졌다.

  - 오늘은 독서토론 날이어서 논어를 공부했어. 과제도 해야하고 궁금한 거 찾아보러 애들은 대부분 도서관이나 PC실에 있을거야.

  - 넌 안갔어?

  - 응. 난 널 기다리고 있었어. 일단 짐을 가져다 놓으러 기숙사는 올거니까.

  - 아, 고마워.

  - 사실은 네가 거의 일년 만에 새로 들어오는 애거든. 나는 여기서 일년을 있었어. 작년 이월에 들어왔었어. 초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어.

 

  지운은 친절하게 선택할 수 있는 침대에 따르는 장단점을 준우에게 설명해 주었다. 준우는 지운의 침대 근처 비어 있는 침대에 자신의 짐을 올려놓았다. 지운은 신이 나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아마 너는 몇 개월 동안은 나와 나영이와 텃밭을 돌보게 될거야. 세명이 한 팀인데 우리 팀원 한명이 작년에 학교를 떠났거든. 한 살 많은 형이었는데, 검정고시를 준비한다고 갔어. 지금은 겨울이라서 여유가 있어. 이번 봄에 어떤 작물을 경작할지 나영이랑 나랑 같이 논의하자.

  - 응. 좋아.

  - 오후 시간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주로 지내. 거기 책을 보거나 PC실에서 자료를 찾거든. 애들이랑 토론도 하고. 같이 가 볼래?

 

  준우는 지운과 함께 기숙사 뒤쪽에 있는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정확히는 여학생 기숙사 뒤쪽에 위치한 도서관은 이층 건물로 되어 있었다. 일층엔 도서관이 있었고 이층에는 PC가 놓여진 공간이 있었다. 준우와 지운은 도서관에 먼저 들어갔다. 서너명의 아이들이 도서관 곳곳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 도서관에 있는 책은 어떤 분께서 기증해주신거고 몇 년전부터의 신간은 기부를 해주는 단체에서 무료로 보내주셔. 책이 꽤 많은 편이야.

  도서관은 오십평이 조금 넘는 공간으로 창문 밑 벽사방으로 책이 빼곡하게 들어있었고 사이에는 물결 모양의 책장이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책을 읽을만한 공간은 없었다.

  - 책을 읽는 곳은 이층에 있어. PC실이랑 겸용이야.

  이층은 아래층과 같은 크기의 공간에 칸막이를 설치해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큰 공간은 네면의 벽과 마주보고 PC가 열 다섯대 정도 설치되어 있었고 중앙에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가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었다. 한 테이블에서는 서너명의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칸막이 넘어 열평 쯤의 공간에는 혼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파티션이된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PC가 구석에 다섯 대 쯤 배치되어 있었다.

  - 애들은 주로 여기서 공부해. 혼자 할려면 저기서 하면 되고 함께 대화하려면 여기서 하면 돼. 애들이 너봐도 왜 아는 척 안하냐면, 우리 학교에 너처럼 이렇게 왔다가 학교만 둘러보고 가는 애들이 한달에 평균 서너명은 되거든. 그래서 같이 수업하고 며칠은 있어야 편한 사이가 될 거야.

  지운은 준우에게 학교를 소개를 해주는데 열심이었다. 자신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지운의 부모는 의사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의과대학 동창이었다. 지운의 부모는 의사였지만 금전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지운의 부모는 사랑마을학교가 위치한 동네의 읍소재지에서 의원을 열어 운영하고 있었다.

  - 누군가 아프면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면 돼.

  지운은 씨익 웃었다.

  - 도서관 옆에 작은 건물이 있던데 거긴 뭐하는데야?

  - 아, 거기? 우리는 거기를 ‘벙글터’라고 불러. 이를 테면 실습을 하는 곳인데, 아. 너 중학교 다니다 왔지? 과학이랑 미술이랑 기술, 가정 과목 실습실 정도로 얘기하면 알아듣겠니?

  벙글터는 단층의 목조 건물로 되어 있었다. 오십평 정도 되는 공간에 테이블이 4개 놓여있고 개수시설, 오븐, 그리고 서랍장들이 놓여있었다. 구석에는 이젤이 세워져 있었다. 얼핏 재봉틀도 보였다.

  - 여기서 그림도 그리고 여러 가지 재료로 작품도 만들고 그래. 아, 실험도 하고. 저기 서랍장에 도구나 재료들이 많이 들어있어. 나영이는 지난번에 옷도 만들었어. 물론 두산이네 가족 옷이었지만. 아, 여기 바로 뒤에 순환마당 알지? 거기 근처에 두산이네 가족 집이 있어. 같이 가볼래?

  두산이는 사랑마을학교에서 기르고 있는 숫캐였다. 금강산이라는 암캐와 짝을 이뤄 작년에 네마리의 새끼를 출산했고 세 마리는 다른 곳으로 분양하고 백록담이라고 이름 지은 한 마리만을 기르고 있었다. 세 마리는 각자의 집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마을학교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돌보고 있었다. 백두산과 금강산은 진돗개 잡종이었다. 백록담 역시도 잡종이었다.

 

  - 벙글터부터 저기까지 밭이 있잖아. 저게 모두 우리 학교 밭이야.

  사랑마을학교 학생들이 관리하는 밭은 대략 백오십평쯤되었다. 지금은 겨울이라 농작물은 보이지 않았다. 밭은 잡초하나 없이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 작년에는 이 밭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키웠었어. 우리 식당에서 반찬으로 쓰이는 채소들은 전부 여기에서 나온거야. 대단하지?

  - 응. 올해는 꼭 나도 함께 하자. 재미있을 것 같아.

 

  학교를 대략 돌아보고 남학생 기숙사와 여학생 기숙사 사이의 공간으로 왔다. 공간은 벤치와 조형물로 꾸며져 있었는데 중앙에는 작은 무대가 있었다.

  - 애들은 여기서 주로 쉬어. 주말에는 즉흥으로 여기서 공연을 하기도 해. 공연도 보고 쉬기도 하고. 우리가 ‘어울마당’이라고 이름 붙였어. 좋지?

  - 여기는 숙제검사를 하지 않아. 하기 싫은 건 안해도 돼. 그런데 결국 하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할 게 많지 않거든. 그리고 도시에서처럼 문제집을 풀고, 외우는 게 아니라서 좋아. 그리고 봉샘이 내주는 과제는 정답이 없어서 틀리는 경우가 없거든. 그래서 좋아.

  - 여기 수업은 오직 ‘공부’만을 해. 초등학교 때 공부는 시험문제를 잘 풀기 위해 연습 하는거 였잖아. 정답이 뭔지 찾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몇 개나 맞았나가 중요하잖아. 그런데 여기는 그런게 없어. 어떤 주제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서로 얘기하는 거야.

  - 봉샘이 어떤 사실을 가르쳐주긴 하셔. 수학이나 과학은 예전에 사람들이 찾아놓은 사실을 주로 배우잖아.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그 사실을 암기하고 문제로 출제되었을 때 푸는 게 다였다면 여기서는 그런 사실을 어떻게 찾았는지,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그런 걸 같이 생각해 보는거야.

  -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지.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아. 그래서 좋아.

  준우는 지운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 지운아. 내가 여기를 선택한 이유야. 네가 말한 것들 모두. 나는 내가 원했어. 봉샘이 지은 책을 읽었거든. 초등학생 때.

  - 와! 나도 초등학생 때 그 책 읽었어. ‘학교를 넘어’ 말이지?

  - 응. 이제야 여기왔어. 너처럼 초등학교 졸업하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 그러게. 너무 반갑다. 우리 정말 잘 지내자. 여기 나말고도 다같이 어울리면 더 좋아. 좋은 애들이 많거든.

 

  내가 다녔던 제도권 학교에서도 몇 몇의 선생님들은 체험을 위주로 수업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평가’와 ‘실적’에 집착했다. 아이들은 체험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이 - 이를테면 그것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조차도 - 점수화 되어 평가에 반영되는 것을 알고 있었고 팀으로 해내는 것이든, 개별적인 것이든 결과물이 점수화 되어 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일상이었다.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모두 점수에 집착하는 가운데 체험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결과에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면 결국 아이들은 결과를 고려한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혹자는 너는 그래도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라고 지적하겠지만 내가 손동작이 빠르다고 해서 소매치기가 합법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늘 결과물에 대한 요구와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은 어른이 된 이후에 정말 경쟁이 불가피할 때 익숙해져도 늦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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