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영이.. 야 내가 산다.”
준수는 유한의 손에 들린 맥주까지 카운터에 가져가 계산을 한다.
유한은 그런 준수를 한번 쳐다보다니 밖으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고 테이블을 잡아 앉는다.
유한은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 아영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그런 유한의 옆에 어느새 계산을 마치고 유한의 옆에 선 준수는 담뱃불을 지피고 유한을 쳐다보다 말을 건넨다.
“너 왜 담배를 들고 있냐? 불 없어?”
“...아니..”
“근데 왜 그래?”
“준수야 진짜 갑자기 그냥 문득 말이야..”
“응?”
“네가 이 맥주 내가 싫어한다고 했을 때 누가 내 뒤통수 망치로 세게 한 방 때린 거 같더라.”
“뭔 개소리야?”
“아영이 맥주 참 좋아하거든 수입 맥주는 4캔씩 사야 된다고 욕심부리면서 항상 4캔을 사.
그러고는 3캔만 마셔.“
“아영이 은근 주당이란 말이야.”
“근데 있잖아... 나는 그냥 아영이가 남긴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이 맥주만 마시고 있더라고”
“....그래 원래 그렇지 익숙하게 스며드는 건 정말 잊지 힘들어.”
“지금도 아영이가 너무 보고 싶어. 야. 나 진짜 남자로서 별로거든?”
“응 친구로서도 그렇고”
“최준수 하여튼 진지하지 못해.”
“이어 얘기해봐.”
“나 진짜 별로야.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남들보다 내 입장이 중요해 심지어 식욕도 강해서 항상 내가 먼저, 많이 먹어야 하고 너희가 물론 더 잘 알겠지만”
“아냐 돼지 새끼.”
“그런데 아영이한테는 안 그랬어. 난 그런 내 모습이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야. 아영이가 잘 한 거야. 아영이는 날 그렇게 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아영이는 정말 좋은 얘야. 부러울 정도였으니까.”
“그런 아영이도 이 맥주처럼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 너무 당연해진 거야 처음 이유를 까먹은 거지 미련하게..”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래서 난 널 응원해주고 싶어.”
“최준수. 고맙다. 나 결정했어.”
“뭐를?”
유한은 맥주 캔을 따 벌컥 벌컥 마신다.
그걸 본 준수도 맥주 캔을 따 벌컥 벌컥 마신 후 유한을 쳐다본다.
“준수야. 왠지 이번 이별은 느낌이 달라.”
“그래서 뭘 결심했는데?”
찬 바람이 부는 그날 밤 아영과 유한은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랑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우리 모두 그런 것처럼 그들 또한 그랬다.
5
“아영이를 잡아야지.”
“병신 그 당연한 걸 참 늦게도 깨닫는다.”
“그래 나 병신이다!”
온도가 적당한 밤 공기가 유한과 준수의 목을 더 타게 하는 듯이 손이 쥐고 있는 맥주를 연속으로 들이 마시는 그 들이다.
유한의 넓은 어깨가 움츠려 있다,
“신유한 나는 네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조금 더 매정하게 말하는 거야.”
“알아. 내가 왜 몰라.. 어떻게 모르냐?”
“친구니까 알겠지만 내가 아니니까 다는 모를 거다.”
띠리딩딩띠리딩딩딩
준수의 전화기가 울리자 유한은 한 쪽 입술을 올려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올려 준수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손짓한다.
“여보세요?”
-오빠 어디야?
“집 앞”
-진짜 매정해. 요즘 왜 이렇게 바빠?
“바쁘니까 친구들이랑 할 얘기가 좀 많아.”
-매정해 정말 내일은 내가 오빠 회사 앞으로 갈게
“아니 시간이 안돼 미안해 당분간 못 만나.”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떡하라고!!
“참아. 오빠도 일이 있잖아.”
-너무해 정말
“기다려 나도 많이 보고 싶어. 어! 전화 들어온다. 오빠 끈을 게!”
-오빠 오빠!!!
뚝 -
준수가 다급히 통화 종료 키를 누르고 제법 많이 남아 있는 맥주를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뭐가 그렇게 급해? 그리고 네가 바쁘다고?”
“어 바쁘다 많이.”
“너 내가 바쁘다고 아영이한테 소홀하게 대할 때 그렇게 욕하더니 네 여자한테는 왜 이렇게 매정한데?”
“그러게 사랑이 없으면 이렇게 쉬워.”
“그러니까 병신 같다고”
“그러니까 넌 병신 되지 말라고”
“한 캔 더 콜?”
“한 캔 받고 한 캔 더 콜?”
“개 콜”
유한과 준수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허탈한 미소를 띤다.
준수의 연애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준수는 왜, 언제부터 이런 연애를 반복한 것일까?
하나 확실한 건 준수는 유한에게 자신처럼 되지 말기를 반복하여 말하고 있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