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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성검여왕 (聖劍女王)
작가 : KALS
작품등록일 : 2016.8.18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하여 오직 검술 실력만으로 왕위에 오른 어느 여기사의 일대기. 전쟁의 여신이라 불렸던 그녀의 전설적인 무용담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제1부 전쟁의 여신 - 2. 장검의 여기사 (2)
작성일 : 16-08-24 15:55     조회 : 280     추천 : 1     분량 : 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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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맥이 풀려 주저앉은 그란디스에게 금발의 여기사가 황급히 다가왔다.

 

  “아까 상처를 입으셨는데…… 아아, 피가 이렇게나……!”

 

  서둘러 왕자의 상처를 살피던 그녀는 그의 갑옷 아래로 흐르는 피를 보자 하얀 얼굴이 더욱 창백해지고 말았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지혈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녀는 급한 대로 자신의 옷깃을 찢어 상처를 단단히 감싸 묶었다. 하지만 그란디스는 자신의 상처보다 그녀의 정체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스왈즈 나이츠 중에 여기사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혹시, 파라스의 성기사(聖騎士)인가?”

 

  신성 동맹국들의 수장(首長) 국가인 파라스 성국은 대대로 성녀(聖女)를 왕으로 모셨기 때문에 기사단 내에도 신관 출신의 여기사들이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신성마법과 검술을 함께 구사하는 팔라딘이었는데, 그란디스가 아는 한 인간들의 왕국에서 여기사는 그녀들이 유일했다.

 

  “아닙니다. 소신은 윌라드 장군 밑에서 향사(鄕士)로 있는 세레나라고 합니다. 장군으로부터 왕자님을 호위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별안간 자세를 바로 하더니 한쪽 무릎을 꿇어 부복하며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신(臣)이 무능하여 명을 지키지 못하고 왕자 전하의 옥체를 상하게 했으니 그 죄,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비록 무인다운 딱딱한 말투였지만 가볍게 떨리는 그녀의 물기 어린 목소리를 통해 진심이 느껴졌다. 새삼 그녀의 헌신이 고맙기도 하고 살짝 부끄러운 마음도 들어 그란디스는 얼른 그녀를 일으켰다.

 

  “그 무슨 말인가. 자네가 아니었으면 난 벌써 반역자들에게 사로잡히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걸세.”

 

  후에 아바마마께 말씀드려 큰 상을 내리겠노라고 덧붙이고 싶었으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말이 너무나 허황되게 느껴져 그란디스는 말을 돌렸다.

 

  “헌데, 군단 사령관인 스승님께서 친히 향사를 두셨다는 말은 믿어지지가 않는군. 자넨…… 스승님의 제자인가? 왜 나는 자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지?”

 

  말을 꺼내다보니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스승님께 다른 제자가 있었다면 수제자인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검술은 스승의 검과는 전혀 달랐고 자신의 기량을 훨씬 뛰어넘지 않은가. 용사의 후손으로, 부왕과 달리 검술에 재능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최고의 스승 밑에서 평생을 갈고 닦아온 검술이었다. 그런데 자신보다도 어려보이는 이 가녀린 여인이 어떻게 이런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전하, 지금은 일단 몸을 피하셔서 상처를 돌보시는 게 우선입니다. 소신에 대한 건 그때 하문하셔도 늦지 않을 듯합니다. 적장이 살아 돌아갔으니 곧 다른 무리를 이끌고 이곳으로 추격해올 것입니다.”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녀의 말이 옳았기에 그란디스는 상처를 감싸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세레나는 적이 남겨놓은 기마 중에서 제일 튼실해 보이는 두 마리를 골라 왕자와 자신의 짐을 옮겨 싣고 나머지 말들은 사방으로 쫓아 보냈다. 추격대가 자신들의 흔적을 쫓아오지 못하도록 진로를 숨기기 위한 조치였다. 부상당한 왕자가 말에 오르는 것을 돕고 나자 그녀는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는 말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칼로 일일이 급소를 찔러 즉사시키는 것이었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녀의 고운 얼굴은 죄책감으로 일그러졌다.

 

  ‘적들을 벨 때는 피가 튀고 사지가 날아가도 눈 하나 깜짝 않더니……. 의외로 여린 면도 있구나.’

 

  그란디스는 세레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그녀가 말에 오르자 함께 말을 달려 근처의 모린 숲으로 몸을 피했다. 모린 숲은 세이른 평야 북쪽에서 시작되어 왕성 뒤쪽까지 장대하게 펼쳐져있었는데, 깊이 들어가면 햇빛도 잘 들지 않을 정도로 나무들이 우거져서 길을 잃기 십상인 곳이었다. 그들은 상처만 치료하고 바로 떠날 생각이었기에 숲 어귀에 적당히 말을 숨겼다.

 

  “크윽!”

 

  세레나의 부축을 받아 나무에 기대앉은 그란디스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자 그제야 상처의 아픔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 왕자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 제가 금방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조금 전 전투에서 보여준 담대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 세레나는 왕자가 고통스러워하자 어쩔 줄을 모르고 허둥거렸다. 그란디스는 통증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져 피식 웃음이 났다. 세레나는 말에 실려 있는 자신의 짐을 서둘러 뒤지더니 곧 수통과 약상자를 찾아 꺼내왔다. 그리고는 그란디스의 갑옷을 벗기고 피에 젖은 상의도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벗겨내는 것이었다. 이윽고 잘 단련된 근육질의 탄탄한 맨몸이 드러나자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녀의 나이 올해 스물.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스승을 모셨던 몇 년을 제외하고는 평생 남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언제 젊은 사내의 맨몸을 보았겠는가. 그란디스 왕자의 조각 같이 늠름한 몸을 대하자 그녀는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얼른 시선을 피하는 것이었다.

 

  “소, 송구합니다. 전하…….”

 

  그녀가 이토록 부끄러워하자 그녀를 계속 의식하고 있던 그란디스 역시 괜스레 어색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상처를 입은 곳은 왼팔 상박과 오른쪽 허리 뒤편이라 그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치료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자니 그녀는 수통의 물을 부어 상처에 엉긴 피를 손으로 씻어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상처 부위를 매만질 때마다 그란디스는 통증 때문인지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옥 같은 전장이 바로 근처인데도 그들이 있는 모린 숲의 동쪽 끝자락은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한가로이 들려올 정도로 평화로웠다. 오늘 하루의 끔찍했던 기억들이 마치 먼 과거의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잊고 있었던 피로가 몰려오자 그란디스는 나무에 기대앉은 채로 잠시 눈을 감았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어른거리며 그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듯했다. 하마터면 그대로 잠이 들 뻔했지만 그의 창상(創傷)을 꿰매는 세레나의 손길이 계속 예리한 통증을 주었기에 그란디스는 다시 정신이 들었다.

 

  눈을 떠보자 집중해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그녀의 단아한 옆얼굴이 코앞에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는 그녀의 얼굴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지만 표정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살짝 내리깐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왕자의 상처를 한 땀 한 땀 꿰맬 때마다 그의 고통이 느껴지기라도 하듯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었다.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미풍이 불어오자 그녀의 탐스러운 금발이 그의 벌거벗은 상체를 기분 좋게 간질였다. 그 머리칼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나서 그를 매혹하듯 코끝에 감돌았다. 그란디스는 왕궁에서 늘 화려하게 치장한 귀부인과 공녀(公女)들을 보아왔지만, 그 어떤 귀족가의 여인도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기사에 비하면 그저 향기 없는 꽃처럼 생각될 뿐이었다.

 

  치료에 전념하고 있던 세레나는 문득 왕자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순간 감정이 격해졌는지 그녀의 눈에 가득하던 눈물이 그만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이 여인이 자신을 사지(死地)에서 구해낸 그 용감한 여기사가 맞단 말인가. 무엇이 그리 죄송하다는 것인지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서 그란디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와락 껴안고 말았다.

 

  “와, 왕자님……?”

 

  아무 반항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몸은 갑옷을 입었는데도 한 품에 들어올 정도로 가녀렸다.

 

  “그대는…… 참 이상한 사람이로군. 왕실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도 다 나를 버리고 떠나갔는데, 그대는 목숨을 걸고 날 지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상처 하나에 눈물을 쏟는 건가.”

 

  “제, 제가…… 왕자님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해서…… 그래서 이렇게…….”

 

  “그런 말 말게.”

 

  그란디스는 그녀를 안은 팔을 풀고 지금도 계속 눈물이 흐르는 그녀의 눈가를 손으로 닦아주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하면 사내대장부가 되어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한 내가 너무 부끄럽잖은가.”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세레나는 정색을 하고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왕자 전하께서는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적에게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우셨습니다. 게다가 뛰어난 용맹으로 적장을 사로잡지 않으셨습니까? 분명, 용사의 후예다운 훌륭한 모습이셨습니다. 저는……!”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내던 그녀는 마지막 말에 이르러 잠시 머뭇거리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부복하며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저, 저는…… 오직 왕자 전하 한분만을…… 제 평생…… 주인으로 모실 것입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녀는 붙잡고 있던 그의 오른손에 공손히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돌발행동에 그란디스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마치 결혼서약을 하듯 충성을 맹세하는 그 순진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푸흡! 하하하하!”

 

  기껏 용기를 내어 마음 속 깊은 곳의 충정(忠情)을 얘기했는데 왕자가 이토록 크게 웃어버리자 세레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가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야속한 마음에 또 다시 눈물이 솟는 것이었다. 하지만 먼저 눈물을 쏟은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그란디스였다. 그는 웃음을 참기 힘든 듯 얼굴을 가리고 계속 웃어댔지만 그의 손 밑으로는 분명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군신(君臣)의 예법이 어떠한지, 기사의 서약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마치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듯 자신의 평생을 건 약속을 말하는 그녀……. 그 모습은 너무나 순수하고 또 엄숙해서 다소 우습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 말 속에 담긴 진심만큼은 너무나 분명하게 그의 마음에 닿았다. 그것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순결해서 절망뿐이던 그의 마음에 한줄기 빛처럼 비쳐지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란디스는 깨달았다. 아버님 곁에 언제나 스승님이 계셨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일평생 곁을 지켜줄 기사가 생겼다는 걸.

 

  ‘오늘 난…… 모든 것을 다 잃은 줄 알았는데…….’

 

  그란디스는 웃음을 멈추고 젖은 눈으로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눈물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이었다.

 

  “스왈즈 나이트는…… 오직 국왕 폐하만을 주인으로 섬기지. 그대는 아직 기사가 아니고, 나 역시 왕이 아니니 충성의 서약은 훗날로 미루도록 하게. 지금은…… 자네의 그 마음만 새겨두겠네.”

 

  어느새 왕자의 위엄을 되찾은 그의 모습과 그 마지막 말에 세레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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