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기계군주
작가 : 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11.12

가끔씩 상상해보는 게 있다.
갑자기 나를 둘러싼 세계가 뒤집힌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이루어진다면?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상상일 것이다. 요즘 판타지에서 자주 나오는 ‘차원 이동’만 해도 이런 상상의 산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에이, 이런 게 말이 되겠어’ 하면서 결국 실없이 웃고 넘기게 되겠지.
그런데, 뭐야.

진짜 일어났네?

 
Chapter 1. 기계군주 (3)
작성일 : 17-11-14 00:19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864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불꽃이 치솟아 올라 마수를 완전히 집어삼킨다. 그것을 본 자한은 잠시 동안이지만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니, 설사 끝나진 않았더라도 영주에게 상당한 타격을 줬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현대의 강력한 미사일에 비할 바는 아니라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포탄의 위력은 결코 작지 않다. 심지어 그것을 정통으로 얻어맞았으니 당연히 멀쩡할 리가 없을 것이다······ 라고 착각했다.

 적어도 상대의 모습을 보기 전까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에 가득 찬 거친 포효가 공기를 뒤흔들었다. 공기 중의 마력이 뒤흔들리고, 안개처럼 시야를 가득 메우던 모래먼지가 영주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제야 자한은 영주의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보호색 따윈 의미 없다는 걸 알았는지 하얀색으로 위장하던 갑각이 점차 검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꼬리 주변에는 사복검처럼 생긴, 날카로운 돌기들이 이리저리 달려있는 촉수들이 튀어나와있었고, 지금까지 일반적인 집게에 불과했던 집게에도 날카로운 가시 혹은 칼날과 같은 것들이 수십, 수백, 수천 개가 돋아나 있었다.

 

 

 [적의 마력이 급속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력으로 억누르던 현상도 사라진 걸로 보아, 가진 모든 마력을 신체강화에 쏟아 부은 것 같습니다.]

 “어······ 그런 것 같네.”

 

 

 자한은 질린 얼굴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방금 전 울컥했던 것조차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저런 압도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 육체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마법까지 사용한다니, 지금까지 이 마수를 아무도 처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방금 타격이 있었던 것 같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 신체능력으로 막아냈겠죠.]

 “저거 사기 아냐? 무슨 신체능력이 저래?”

 [당연한 것 아닙니까, 아무리 상대가 마법을 위주로 사용하는 영주라 해도 영주는 영주니까요.]

 “아니, 그래도 내가 ‘기계’인데 상성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마법은 봉인되었을 텐데, 강해도 너무 강하잖아.”

 [이게 무슨 카드게임인줄 아십니까? 상성차이로 지게. 그래도 영주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인데 마법이 안 통한다 해도 강력할 수밖에요.]

 “그건 그렇지······.”

 

 

 에프의 날카로운 핀잔에 자한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인정한다. 확실히 자신이 안일했던 것은 맞으니까.

 

 

 “역시 허세부리는 게 아니었어.”

 [전 경고했었습니다아.]

 “안 비꼬아도 알고 있거든? 어차피 다른 예거들이랑 같이 와봤자 피해만 컸을 거야.”

 [그것 또한 맞는 말입니다.]

 

 

 자한이 투덜거리자 에프가 킥킥 웃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령’이라고 부르기는 해도 실질적으로 A.I 에 가까운 존재인데, 감정표현이 참 자유롭다.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글쎄. 자한이 팔짱을 끼고 으음, 하고 입을 앙다물었다. 생각보다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방금 원거리로는 저 육체에 다 막힌다. 그렇다고 아까처럼 근거리로 돌입해 클레이모어를 쓰자니 저 촉수들이 거슬린다. 아마도 마력을 전부 육체적 능력으로 돌린 만큼 저 촉수 하나하나가 아까 꼬리만큼의 힘을 발휘할 테니까.

 

 

 "공방 호출은 무린가?"

 [무리죠. 마력이 얼마나 드는데요.]

 

 

 이 이상의 원거리전은 마력 소모 때문에 무리.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했다.

 

 

 “에프.”

 [예, 자한.]

 “‘라가’를 쓴다.”

 [······미쳤습니까?]

 

 

 자한이 히죽거리며 말하자 어이가 없다는 듯 에프가 대꾸한다. 묵직하게 명치를 후려친 팩트 폭행에 자한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미친 소리니까 미쳤냐고 묻죠. 애초에 왜 그걸 못 쓰는지는 알고 있지 않을 것 아닙니까.]

 “알지.”

 [······.]

 

 

 자한의 태연한 대답에 에프가 잠시 침묵하다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 뭐, 좋아요. 부족한 마력은 어떻게 충당하실 겁니까?]

 “알 안케타르에 직접 접속하겠어."

 [알 안케타르에? 마력 전송시 마력 손실률 63%······ 위험 수위인데요. 그곳과 거리가 너무 멀어요.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그 정도쯤. 지금 안 쓰면 언제 쓰겠어."

 

 

 에프가 다시 한 번 눈에 띄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정령보고 한숨을 내쉬게 하는 놈도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이란 사람은······.]

 "에프."

 

 

 단호한 그의 말에 에프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았습니다. 탄센이 연주를 시작합니다. 마력 증폭화 대기.]

 

 

 에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철컹하고 무언가가 내려가는 느낌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강철의 신호음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가장 익숙한 신호음이기도 했다. 그의 마법체계는 ‘기계’와 같았으니까. 기계란 것은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다.

 

 오롯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강철의 신호음을 필두로 쉴 새 없이 부품들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톱니바퀴가 삐걱이고 나사가 조여진다. 세스코에게 전달받은 마력의 은은한 향이 잔잔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투가 다시 시작된다는 방아쇠이기도 했다. 자한이 지금까지 써왔던 전략과 다른 전략을 쓸 것이라는 걸 예측했는지 상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쿵

 

 영주가 쏘아낸 작은 점이 순식간에 커지며 자한의 오른쪽을 거칠게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자한은 신경 쓰지 않았다.

 

 휭휭휭

 

 삐걱거리던 톱니바퀴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가속도가 점점 붙으며, 왼팔에 위치한 건틀렛의 마력 증폭기가, 끊임없이 마력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몸이 시큰해졌다. 차가운 물을 몸속에 직접 집어넣기라도 한 것처럼 차가운 한기가 팔을 기점으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쿠웅

 

 또 다른 촉수 하나가 자한의 몸을 노린 채 달려들고 가까스로 머리를 비틀어 날카로운 촉수를 피해냈다. 촉수가 공중에서 이리저리 비틀리며 방향을 바꿔 다시 날아든다. 다시 한 번 발에 마력을 쏟아 부으며 발을 박찼다.

 

 파앙

 

 모래먼지가 희뿌옇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키이이잉

 

  톱니바퀴가 끊임없이 회전했다. 알 안케타르에서 전달받은 마력들이, 지금껏 자한의 몸 안쪽에서 봉인되어 나오지 못하던 수많은 마력이 뒤엉켜 마력 증폭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톱니바퀴의 기관 안에서 유형화된 마력들은 은색으로 반짝이며 모래먼지처럼 흩어진다. 어느새, 그의 왼팔은 은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알 안케타르로부터 전송된 마력 100% 중 손실률, 54.3%.]

 

 

  어라, 예상보다 괜찮은데. 쉴 새 없이 촉수들을 피하면서도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예상 손실률이 63%였는데 54.3%라니, 무려 9% 가까이 이득을 본 거니 말이다. 여기서 절약된 8.7% 의 마력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마력 강화를 무려 1번은 더 사용할 수 있는 양일 테니까. 거봐, 일단 해보는 것이 좋다니까, 라고 말하며 당장이라도 에프를 놀리고 싶지만 입 밖으로는 새어나오지 않았다. 지금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

 

 

 [바력 발산율 67%. 탄센이 노래를 시작합니다.]

 

 

  에프의 말이 끝나고 마치 노랫소리 같은 음율이 조금씩 들려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무언가를 찾을 수 없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음이 천상의 소리처럼 아름다운 음이 계속해서 흐르기 시작한다.

 

 이것은 라가(Laga).

 

 무슌 제국을 지탱하던 아홉 개의 별, 나르바트나(Narbatna).

 

 그 중 하나이자 정점에 이르렀던 음악가, 탄센의 라가였다.

 

 

 [마력 발산율 87%, ······‘라가’, 사용 가능권 진입. 사용자님, 가동을 명하십시오.]

 

 

 차가운 감각이 온몸을 건드려온다. 은빛으로 물들은 왼팔에서부터 마치 나무뿌리가 돋아나는 것처럼 은색 선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은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거미줄이 팔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가동.”

 [‘라가’, 가동합니다.]

 

 

 

 

 3

 보통 ‘마력을 사용한다’라는 명제를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마법사일 것이다.

 

 자신의 심상ㅡ 그러니까, 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에 ‘마법도식’을 구축하고, 마법도식 안에서 마력을 가공하고, 그 마력으로 마법을 구축하여 사용하는 존재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단에 가까운 존재들이 있었다.

 

 

 기계학파.

 

 

 말 그대로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여 그 효용성을 극대화시키는 ‘기계’처럼, 마력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마력으로 기존의 것을 개선하고 또 개선하여 최고로 개선된 효율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들.

 

 

 [신체와 마력의 상호반응 확인.]

 

 

 하지만 그들은 곧 벽에 부딪혔다.

 신체의 강화로는 그들이 원하는 ‘개선’이 이루어지질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개선하고자 해도 비효율적인 마력의 소모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일부가 해내긴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했다.

 

 

 [개선을 위한 톱니바퀴 배치, 시작.]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개념’을 강화하고자 했다.

 단순한 ‘신체’를 넘어선, ‘기계’라는 ‘개념’의 강화.

 사용자를 기계로 간주한다. 기계로 간주한 사용자를 개선한다.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좀 더 빠르게ㅡ 좀 더 확실하게, 좀 더 철저하게.

 당연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었다.

 

 

 [톱니바퀴 구축ㅡ 움직임 개선.]

 

 

 체계를 개선한다.

 불합리하게 이루어지던 움직임을 파악한다. 마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군더더기 하나 없이 신체를 강화하고 움직임을 개선한다.

 

 

 [톱니바퀴 구축ㅡ 사고 강화.]

 

 

 체계를 구축한다.

 마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모든 사고적 능력을 강화한다. 빠르게 상대를 파악하고 상대에게 맞는 대처를 도입한다.

 

 

 [톱니바퀴 구축ㅡ 마법 부정.]

 

 

 체계를 재정립한다.

 몸 표면에 닿는 모든 마력을 해체한다. ‘마력’으로 구성된 모든 체계를 부정한다.

 마법으로 된 모든 것에 대해서 면역력을 얻는다.

 

 

 [모든 톱니바퀴 배치 완료. 실행.]

 

 

 삐걱

 분명 아무 소리도 없을 테지만, 자한의 머릿속에는 분명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을 구성하고 있는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다.

 몸 자체가 기계가 된 것만 같다.

 이것이 라가.

 

 

 [가동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롭게 창조해내는 마법에 비하면 아주 단순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

 그것을 이루는 것이 바로, ‘기계학파’였으며.

 

 

 [······기계군주님.]

 

 

 그런 기계학파 내에서도 정점에 있는 자.

 그것이 바로, 기계군주였다.

 

 

 “가동제한 시간은?”

 

 

 간신히 촉수들을 피해내고 뒤로 쭉 빠진 자한이 에프에게 물었다.

 

 

 [‘라가’, 가동제한시간 4분 13초입니다.]

 “저 괴물을 그 시간 안에 끝내야한다고?”

 [안 하실 거면 도망치시던가요.]

 

 

 자한이 황당하다는 어조로 묻자 에프가 쿨하게 대답하고 그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에프를 응시했다. 물론 그에게 보일 리는 없었겠지만. 에휴, 얘가 그렇지. 자한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뭐, 해보자. 다시 돌입한다, 에프.”

 [보좌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4분 5초.]

 

 

 온몸에 마력이 번져나간다.

 지금까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던 마력이 ‘라가’를 씌운 에프의 보좌 아래 좀 더 효율적으로 분배된다.

 당연하지만, 그 효율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훙, 훙훙.

 

 촉수가 날아오기 시작하자 자한이 회피기동을 시작한다.

 

 왼쪽.

 

 위.

 

 다시 왼쪽.

 

 간단한 움직임만으로 지금까지 피하는 것조차 벅찼던 촉수들을 피해내기 시작했다. 불필요하게 움직이던 움직임도 효율적으로 맞춰진다. 속도도, 거리도.

 

 후웅, 훙, 후우웅

 

 섬뜩한 소리와 함께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몇 개의 촉수를 매우 여유 있게 피해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루어지는 상황에 당혹한 상대의 감각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래, 당황해주면 좋다. 틈을 만들어내기가 훨씬 쉬우니까!

 

 쿵

 

 발을 박찬다. 발을 박차자 땅이 깊이 파이는 느낌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일순간 뒤로 사라진다. 그리고 그는, 고작 그 한 번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크아아아아

 

 

 당혹감과 분노를 가득 담은 포효가 들려온다. 포효가 끝나기 무섭게 8개에 달하는 촉수가 거미줄처럼 쏟아져 나오고 말 그대로 몸의 전 방위로 공격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아마 ‘라가’를 가동하지 않았더라면 피하기도 벅찼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나.

 

 

 “난 지금 버프 받았거든?”

 

 

 입가에 길게 미소를 짓는다. 한 번의 숨을 들이쉬고 몸을 뒤로 빼며 머리 위쪽으로 쇄도해오는 촉수를 피해낸다.

 

 이것으로 하나.

 

 그것으로 시작이었다. 시간 차 없이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두 번째 촉수를 머리를 틀어 가볍게 피해내자 땅 깊숙이 박힌 촉수가 파르르 떨리며 진동을 일으켰다.

 

 이것으로 둘.

 

 그 옆으로 몸을 날려 왼쪽으로 날아오는 세 번째 촉수를 왼팔로 후려치고 날아오는 네 번째 촉수를 건틀렛으로 튕겨내며 흘려낸다. 카르르르르하고 날카로운 날이 강화된 강철을 긁으며 바닥으로 튕겨나갔다.

 

 이것으로 넷.

 

 오른팔에 마력을 집중해 힘을 강화하고 오른쪽으로 날아드는 촉수를 튕겨낸다. 촉수가 마치 물을 뿜어내는 호스처럼 이리저리 날뛰며 몸부림친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을 노리던 촉수와 동시에 복부로 날아들던 촉수를 왼팔로 내리찍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듯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촉수가 바닥에 내리꽂힌다.

 

 이것으로 여섯.

 

 그리고 단번에 발을 박찬다. 자한의 몸통을 노리고 날아오던 촉수 두 개가 허무하게 바닥에 처박힌다.

 

 이것으로 여덟.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한과 영주의 거리는 이미 좁혀질 대로 좁혀져 있었고 그의 오른손이 영주의 표면에 닿은 것이다.

 

 

 “클레이모어, 발포!”

 

 

 쿠웅

 

 폭발이 일어난다. 영주의 표면을 단단히 방어하고 있던 갑각(甲殼)의 표면이 그대로 뜯겨나가며 투명한 살갗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질적으로 안쪽에는 타격을 못 준 상황.

 

 하지만, 자한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클레이모어는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클레이모어는, 어디까지나 표면의 방어력을 벗겨내기 위한 공격이었다.

 표면의 방어력이 너무 높아서 공격력이 부족하다면, 안에서 터뜨리면 그만이니까!

 

 

 “대장군전ㅡ!”

 

 

 왼손에서 파란 빛무리와 함께 포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드러난 살갗에 포신을 겨눈다.

 

 

 “방포ㅡ!”

 

 

 콰아아앙

 불꽃이 뿜어졌다. 반동으로 인해 몸이 뒤로 튕겨나가고,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묵직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충격파처럼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강한 진동이 땅을 뒤흔들었다.

 

 쿠당탕탕

 

 종잇조각마냥 날아간 자한이 거칠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동을 제대로 흡수할 수단이 없다보니 몸이 튕겨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가 그것으로 타격을 받았을 리도 만무.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빠르게 몸을 일으켜 상대를 응시했다.

 하지만, 대비할 필요는 없었다. 마르잔 사막의 영주라고 불리던 거대한 마수가 반신을 잃은 채 천천히 바닥으로 주저앉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하.”

 

 

 자한이 가볍게 웃었다.

 

 

 “체크메이트.”

 

 

 영주를 잡았으니 당연히 체크메이트지.

 

 

 [저기, 언제나 생각하는 건데요.]

 “어?”

 [그, 잡은 마수들을 세고, 체크메이트 같은 용어 쓰는 거, 계속 하실 겁니까?]

 “왜, 뭐, 왜. 문제 있어?”

 

 

 에프의 말에 자한이 황당하다는 어조로 묻자, 에프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문제 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구요.]

 “오그라들다니?! 너 오그라들 손발도 없잖아!”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당신이 세 살배기 어린애입니까? 셋도 제대로 못 세게? 서른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인데 그걸 세야 하겠어요?]

 “세 마리니까 세는 거지, 서른 마리면 세지도 않았어!”

 [뭐래.]

 “야, 진짜 너······!”

 [네네. 세 살배기 어린이님. 개인전투체계를 해제하겠습니다.]

 

 

 아이 다루는 듯한 어투로 이어지는 에프의 말과 함께 개인전투체계가 해제된다. 그러자 자한의 온몸에 퍼져있던 마력이 마치 증발하듯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아아······.”

 

 

 자한이 마치 기지개를 켰던 것처럼 깊게 숨을 토해낸다. 온몸에 자잘한 근육통이 느껴진다.

 마력이란 힘은 원래 이런 힘이었다. 인간의 힘을 넘어선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핑 같은 것.

 아무리 단련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힘을 쓰는 만큼 이런 자잘한 고통은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역시 영주야. 무지막지해. 상성상 우위인데도 이 정도로 고생할 줄은 몰랐어.”

 [괜히 영주겠습니까.]

 “그러니까. 자, 이제 돌아가······!”

 

 

 정말로 찰나의 방심이었다.

 자한은 물론, 에프조차 해버린 찰나의 방심.

 안쪽에서부터 폭발한 대장군전 때문에 반신이 찢겨나간 마수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던, 그런 방심.

 

 

 [자한!]

 “······!”

 

 

 분명 죽었다고 여겼던 영주가 자한을 향해 몸을 날린다. 에프의 다급한 외침에 소스라치게 놀란 자한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영주는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쿠웅

 

 

 영주의 거대한 몸뚱이가 자한을 덮쳤다. 정통으로 깔리는 것은 피했지만 두 다리가 영주에게 붙잡혀 있었다.

 

 

 [자한! 마수의 품에서 강력한 마력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굳이 에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영주의 품속에 마치 어둠을 모아놓은 것 같은 새까만 구체가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는 것이 프레이의 눈에도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회심의 마법.

 죽기 직전의 영주가 모든 분노를 담아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젠장!”

 

 

 아까처럼 개인전투체계를 전개하고 전투 중이었다면 가뿐히 무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한은 ‘기계’.

 몸에 닿는 모든 마력적인 것을 부정해버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마법을 부정하는 ‘기계’라 해도 어디까지나 ‘개인전투체계’라는 갑옷을 입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그는 그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개인전투체계 전개!”

 [개인전투체계 가동ㅡ 마력유동을 시행합니다. 시행완료까지 10초.]

 

 

 최후의 발악처럼 명령했지만 사실 될 것이라고는 자한도, 에프도 생각하지 못했다. 영주가 시뻘건 눈으로 자한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모습이 히죽 웃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법은, 자비 없이 발현되었다.

 

 

 번쩍

 

 

 거대한 빛이 마르잔 사막 한 가운데서 번쩍였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 후폭풍으로 인하여 거대한 모래의 쓰나미가 일어나 사막을 뒤흔들었다.

 

 

 

 그 이후, 이 세계에서 기계군주를 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 말
 

 -Alone Talk

 

 

 좀 짜를까 말까 고민했지만, 프롤로그로 한 편을 날로 먹었기 때문에 그냥 통째로 올렸습니다 ㅡ_ㅡ;

 

 선작해주신 분들, 추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글도 혹 달아주시면 정말, 정말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Chapter 2. 고향. 2017 / 11 / 16 231 0 8062   
4 Chapter 1. 기계군주 (3) 2017 / 11 / 14 239 0 8643   
3 Chapter 1. 기계군주 (2) 2017 / 11 / 13 242 0 5942   
2 Chapter 1. 기계군주 (1) 2017 / 11 / 12 239 0 6342   
1 Prologue. 2017 / 11 / 12 381 0 55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포푸라 레가투스
거울고양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