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멈추고 운전자인 어떤 남자가 나와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뭐가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커다란 짐승 같은 거였나. 아 정말, 심장 떨어질 뻔 했네. 젠장, 안그래도 일 터져서 바빠 죽겠는데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까 헛것이 보이나. 젠장.”
주변을 돌아본 남자는 보이는 사람이 없자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곤 욕을 거칠게 내뱉고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그 남자는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다. 과속으로 달려오는 자동차가 아슬아슬하게 설희를 덮치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잽싸게 그녀를 길 옆으로 밀쳐서 설희는 수풀로 넘어져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아...”
설희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넘어져 한동안 정신이 멍하고 몸이 욱신거려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한참을 지나 누가 자기를 밀었나 하고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았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곳이고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사물의 형태들만 보이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가만히 다시 둘러보니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어떤 사람이 서 있었다.
“누, 누구세요?”
말을 걸었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대답도 없었다. 설희는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누구세요?”
대답을 기다리는데 잠시 뒤 대답 대신 어떤 사람이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에 다가오는 것은 분명 젊은 남자였다. 그런데 그 남자의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요즘 신발 같지 않은 검정색 장화 같은 걸 신고 옷은 검정색 도포를 입고 머리에는 갓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에서 나오는 파란 빛을 본 순간 설희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귀, 귀신이다. 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