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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D-day (2)
작성일 : 17-11-30 16:01     조회 : 244     추천 : 1     분량 : 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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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D-day (2)

 

 

 

 

 “나봄 씨가 입사한지는 2년 정도 되었으니까, 참고 하시구요. 저희 편집부 모임에 처음 참석하는 것을 환영했으면 합니다. 잘 챙겨주세요.”

 “...”

 “자, 다 같이 박수!”

 

 그는 나름대로 나를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겠지만, 난 그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순간이었다. 몇 개인지 제대로 세지도 못할 많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무섭고 두려웠다. 팀장님의 박수 권유로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울리고, 그 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상전이네.”

 

 아까부터 나를 대놓고 훑어보던 여자가 낮게 읊조렸다. 다행히 팀장님은 못 들으셨는지, 다른 남자 직원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 걸까. 내가 사람들 곁으로 정말 오랜만에 나왔지만,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대학생활 때도 OT, 개강총회, MT, 종강총회 등등 엄청난 행사들을 다 빠지곤 했었다. 과 생활은 안하지만, 수업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과는 자주 만나니 자연스럽게 아는 정도. 딱 그 정도의 생활이 전부였다. 하지만 덕분에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쟤 진나봄.. 아니야?”

 “걔가 누군데?”

 “왜 있잖아. 과 생활도 안하고 남자만 골라 사귀는 애.”

 “쟤가 우리과야? 진짜 난생 처음 봐;”

 “저럴 거면 홈스쿨링을 하지, 대학은 왜 왔대?”

 

 대형 강의실에서 엉켜 앉아, 등 뒤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중학생이건, 고등학생이건 간에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남들에게 관심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말이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잠을 자지 않으면 졸리듯이 사람들은 남을 헐뜯지 않으면 몸이라도 간지러운 것일까?

 난 그 뒤로 점점 더 문을 닫게 되었던 것 같다. 이름만 ‘남자친구’였던 2명의 남자도 그저 나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와 막힌 나를 답답해하며 떠났었다. 난 전 남친들이 혼자 있는 내가 만만할 것 같아서 다가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난 그녀들의 말따마 남자만 골라 사귀는 것이 아니었다. 해명해야 할 곳도 말할 기회도 없었지만, 그렇게 속으로 난 억울해하고 있었다.

 

 “어머,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었네요. 전 나봄 씨 가상의 인물인 줄 알았어요. 헤헤.”

 “근데 팀장님이랑 무슨 사이세요~? 왜 저희랑은 안노시고 맨날 팀장님이랑만...”

 

 모두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순간 섬뜩한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들이 나에게 뱉은 말에는 하나같이 가시가 엉켜있었다. 그 가시덤불 속에 난 점점 두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혹시 몰라 우울증 약, 두통 약, 청심환을 집에서 먹고 나왔었다. 하지만 약발이 잘 받지 않는 것인지 조금씩 어지러웠다.

 

 “나봄 씨, 편집장님이 뵙자고 하시네요.”

 “어머, 팀장님. 왜 자꾸 진나봄 씨만 챙겨요? 저희도 다 같은 편집부 직원들인데요?”

 “미령 씨랑 혜지 씨는 평소에 제가 잘 챙겨드리잖아요. 오늘은 회사 모임에 나봄 씨가 처음..”

 “저도 이제 회식 안 나가다가 연말에만 나와야겠다~”

 “에이, 미령 씨 오늘따라 장난이 심하시네.

 “장난 아닌데요, 팀장님?”

 “하하.. 어서 가요, 나봄 씨.”

 

 그들 사이에서 한마디도 못 끼어드는 내 자신이 미웠다. 팀장님은 멋쩍게 웃으며 나를 끌고 자리를 옮겼다. 그가 성격이 원래 그런 건지, 이 회사가 상사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은 것인지는 몰라도 방금 전 했던 행동은 조금 서운하게 느껴졌다. 직장후배를 조금 따끔하게 혼을 낼 수도 있었는데.. 그는 너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른 사람이면 신경도 쓰지 않을 일은 그가 그러니, 조금 서운해졌나보다. 살짝 삐져나온 내 입을 슬쩍 보곤 그가 입을 열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따듯한 사람들이에요.”

 “...”

 “나봄 씨랑 아직 안 친해져서 그런가 봐요. 이제 계속 만나다 보면..”

 “편집장님은 어디 계세요?”

 

 말을 잘라버렸다. 참다못해 그의 말을 싹둑 잘라 버렸지만, 아직 분은 조금 남아있다. 그는 모르겠지만, 난 그녀들에게 별의별 말을 들었다. 그 짧은 사이, 처음 본 지 30분도 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시간동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기에 그녀들의 편을 드는 그가 조금 미워지기도 했다.

 

 “아.. 이쪽으로 오세요.”

 

 그가 민망한지 편집장이 있는 곳으로 나를 계속 안내했다. 조금 언짢아진 건가.. 소심한 나는 말 끊은 지 5초도 되질 않아 눈치를 보고 있었다. 높은 힐을 오랜만에 신었더니, 발이 아파 종종 걸음으로 그를 따라 걸었다.

 

 “편집장님, 편집부 진나봄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진나봄입니다. 늦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어, 그래요. 오랜만이에요. 진나봄 씨.”

 

 대형 출판사의 편집장, 심지어 영향력 있는 인물로도 뽑혔던 그 편집장이 왜 일개 직원을 보고 싶어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계약직에서 이제야 겨우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었는데, 그는 어떤 호기심에 날 불러 세운 걸까.

 

 “혹시 단순 교정 교열 작업 말고, 직접 글 써보는 건 어때요?”

 “..네?”

 “이번에 임원들끼리 회의하면서 나봄 씨가 예전에 썼던 글 잠시 봤어요. 교정도 센스 있게 하는 것 같고... 내가 좀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서 꼼꼼한 사람을 좋아해요.”

 “우와, 편집장님이 이런 칭찬을 다하시고, 정말 잘하시나 본데요?”

 

 편집장의 칭찬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며 날 바라봤고, 정작 당사자인 난 얼떨떨해져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옆에 있던 팀장님이 작게 ‘나봄 씨’라고 속삭이자, 난 그제야 얼음이 땡하고 풀렸다.

 

 “그.. 글이요?”

 “뭐, 오늘은 일 얘기 그만하고, 나중에 해요, 나중에. 그리고 이렇게 얼굴 보니 얼마나 좋아요. 이제 자주 봅시다.”

 “..네. 편집장님.”

 

 그는 자주 봅시다라는 말을 은근히 강조했다. 이제 꼭 모임에 얼굴을 비추라는 무언의 압박. 나는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팀장님은 눈치껏 이제 날 그곳에서 데리고 나가려했다. 하지만 팀장님은 잠깐 남으라는 편집장의 말에 나 혼자만 그곳을 빠져나왔다. 편집장과 임원들이 있는 테이블은 호텔 연회장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술을 마실 수 있는 위치는 꼭 사회에서 그들의 위치 같았다.

 계단을 내려가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내 글을 어디서 본 거지? 그리고 난 또 어떤 글을 써야할까, 어느 정도 준비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또 쓸데없이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 나와 버렸다. 나중에 이야기해도 되지만, 난 힌트라도 얻고 싶었다.

 

 “김 팀장, 오늘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언뜻 본 팀장님과 편집장님은 서로 술을 따르며 가까이 앉아있었다. 난 타이밍을 보고 다시 들어가려 몸을 한쪽으로 숨겼다. 무작정 끼어들면 서로가 민망해지니까 말이다.

 

 “진나봄 씨 데려오는 거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김 팀장 대단해.”

 

 내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라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긴 했지만, 이렇게 나를 신경써주고 있구나 라며 나름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올 거면서 튕기기는 어지간히 튕겨대. 그 여자.”

 

 하지만 뿌듯해하기도 잠시, 연달아 들려오는 말에 난 귀를 의심했다.

 

 “2년 동안 그렇게 모임에 참석하라고 해도 주구장창 말도 안 듣더니, 제일 사람 많을 때에 왔네. 진짜 관심 받고 싶어서 저러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 요즘 그런 친구들이 종종 있던데요. 일부러 튀고 싶어 하는.”

 “그런데 이런 농담도 이제 직원들 앞에서 마음대로 못해요. 요즘 갑질이다 뭐다, 하도 말이 많으니까.”

 “지들이 을인 건 맞잖아. 계약할 때 회사가 갑이라는 것도 모르고 입사 했나~?”

 

 편집장과 주변 사람들은 순식간에 날 안주거리로 만들며 웃고 있었다. 팀장님은 과연 저 속에서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그들 앞에 설 수 없었다. 그저 숨죽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김 팀장, 한 잔 더 받아. 이상한 직원 하나 때문에 편집부 단합이 그동안 엉망이었잖아. 애들 사이에서도 말도 많고.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야. 실력도 실력인데, 사회생활 못 하는 거. 그치 않아?”

 “...그렇죠.”

 

 그의 목소리였다. 상황이 어쨌든 간에 이런 순간 속에서 그마저도 내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편집장에게 맞장구를 쳐주는 목소리에 숨을 급히 마셨다.

 

 “난 김 팀장이 이래서 마음에 들어. 그 여자도 김 팀장한테 꽂혀서 오늘 여기까지 온 거 아냐? 하하.”

 

 난 그들의 대화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밀려나오는 울음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계단을 서둘러 내려왔다. 내 소중한 마음은 그들의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닌 먼지가 엉겨 붙은 쓰레기가 되었다. 내 진심은 그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농담 따먹기의 놀이로 생겨난 게 아닌데 말이다.

  아무리 울음을 참으려 해도 떨어지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에 난 또 누가 볼 새랴 서둘러 닦기 바빴다. 한순간에 그들의 안주거리가 되어버린 팀장님을 향한 내 마음이 저 바닥 어딘가, 아니 저 지하주차장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 곳을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역시 난 밖으로 나오면 안됐었다. 난 굳게 닫힌 탑에 갇혀 조용히 눈을 감았어야했다. 그게 내 역할이었고, 나의 운명이었다. 어느새 더 많아진 사람들 틈 사이로 빠져나오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어떤 이와 조금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의도치 않은 어깨빵으로 난 작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힘없이 내뱉었다.

 

 “저기요.”

 “...”

 “저기요.”

 

 혼란스러운 정신에 누가 나를 부르는지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난 가던 길을 계속 빠져나가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작가의 말
 

 불쌍한 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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