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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재회 : 이별과 만남
작가 : 경도
작품등록일 : 2017.11.5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한민재'와 무조건 남탓만 하는 '한민재'.
그리고 의대생 '이나현'과 유명한 배우 '임서연'.
네명의 남녀이 얽힌 성장판타지로맨스소설입니다.

 
1화
작성일 : 17-11-05 19:53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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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총각!"

 

 "예. 지금 갑니다!"

 

 시끌벅적한 고깃집.

 

 그 속에서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젊은 청년.

 

 앳되 보이는 외모와 싹싹한 미소로 손님을 응대하는 알바생이다.

 

 어느덧 바쁜 고깃집 영업시간이 끝나가고 이제 막 회식을 끝낸 회사원들이 자리를 일어나고 계산을 하고 나갈려던 참이었다.

 

 마지막 손님들까지 내보내고 어지럽혀진 테이블을 보며 청년은 작게 한숨을 쉬지만 이내 결심을 한듯 팔소매를 걷히곤 열심히 테이블 위를 정리하였다.

 

 그의 옷에는 고기와 기름 냄새가 물씬 묻어져 있으며 왼쪽 가슴부근에는 때 묻은 명찰이 달려있었다.

 

 명찰에는 그의 이름 '한민재'가 적혀있었다.

 

 -

 가게 뒷정리까지 마치고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민재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민재야, 이제 가자."

 

 40대처럼 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은 수고했다며 민재의 어깨를 토닥이며 가게 불을 끄고 이내 가게 문을 잠그고선 민재와 같이 어두워진 길을 걷고 있었다.

 

 "민재야, 오늘 좀 많이 바빴지?"

 

 "아니에요. 평소랑 똑같았는데요 뭘..."

 

 "참.. 힘든 내색을 한 번도 안하네... 오늘 수고했는데 내가 술 좀 사줄까?"

 

 "아..죄송해요. 집에서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 다음엔 꼭 얻어먹겠습니다!"

 

 "그래. 그럼 잘 가고 내일 또 보자."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민재는 사장님과 헤어지고서 발걸음을 빨리하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문득 바지에 있는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지자 이내 핸드폰을 꺼내고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하고선 전화를 받았다.

 

 "야!"

 

 전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이 친 고함에 깜짝 놀란 민재는 다시금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을 했다.

 

 "어. 왜? 나현아."

 

 "야 너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문자를 한 번도 확인 안할 수가 있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아.. 그게 오늘 좀 바빠 가지고.. 미안해."

 

 상대방이 화났다고 생각한 민재는 서둘러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다음부터 그러지마. 걱정했잖아. 늦게까지 연락이 안돼서."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덧 많이 누그러졌다.

 

 "고마워. 역시 내 걱정해주는 건 너밖에 없네. 그나저나 오늘 학원수업은 잘 끝났어?"

 

 "하.. 말도 마.. 오늘 모의고사 성적 나왔는데 전보다 더 떨어졌어.. 어떡해.. 나 슬럼프 인가봐.."

 

 "걱정마, 꾸준히 공부 하다보면 반드시 오를꺼야." 나현이의 목소리가 풀이 죽자 얼른 격려해주는 민재였다.

 

 민재는 어느새 나현이와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어.. 나현아. 그래. 푹 쉬고 잘 자."

 

 민재는 나현이와의 전화를 마치고 집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갔다.

 

 좁은 그의 집은 어두웠으며, 무거운 정적만이 흘렀다.

 

 민재는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그는 스탠드를 키고 책상에 놓여 져 있는 책을 펴고선 샤프를 들어 열심히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 책의 표지에는 '2015학년도 대비 수능 수학 기출문제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복잡한 골목길에 사이좋게 모여 있는 작고 허름한 주택들, 그중 오직 민재의 방만 불이 꺼지지 않은 채 늦은 밤을 보내고 있었다.

 

 -

 "나현아! 이제 일어나야지."

 

 "엄마..5분만.."

 

 "안돼! 이러다가 지각하겠어. 얼른 일어나!"

 

 엄마의 보채는 소리에 결국 이불을 정리하는 나현.

 

 어젯밤 민재와 너무 늦게까지 통화해서일까?

 

 유난히 더 피곤한 아침이었다.

 

 나현이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민재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민재에 대한 첫인상은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민재는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유명한 양아치였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때는 민재와 말 한마디 섞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것은 놀랍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민재는 더 이상 자신과 얽힐 인연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점점 민재에 대해 잊혀갈 때 쯤, 그를 다시 본 것은 저녁기도가 끝난 교회에 가방을 놓고 왔다는 걸 알고서 다시 찾아간 어두워진 교회였다.

 

 가방을 찾고 교회에서 나오려고 할 때 예배당의 문이 살짝 열려있고 인기척이 느껴지자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열려진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한 소년이 무릎을 꿇고선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소년이 기도하며 중얼거리는 소리는 울먹임에 묻혀 예배당에 조용하게 울렸다.

 

 매우 간절한 목소리였다.

 

 어느새 기도를 마쳤는지 조용히 무릎을 털고 일어난 소년과 나현은 눈이 마주쳤다.

 

 눈물이 흐른 자국이 뚜렷한 소년의 얼굴을 보자, 그가 민재임을 알아챈 나현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교회를 빠르게 빠져나왔다.

 

 놀라서일까?

 

 심장이 유독 요동쳤다.

 

 나현은 간단하게 샤워를 하며 민재와의 만남에 대한 생각에 잠기다가 시간을 보고서는 얼른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고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학원 갈 준비를 마친 나현은 식탁에 앉아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미 식사를 끝낸 그녀의 아버지는 신문을 읽다가 그녀를 힐끗 보고서는 말을 건넸다.

 

 "요새 많이 힘들지?"

 

 "아니에요. 헤헤.. 요즘 열심히 하니까 조금씩 느는 걸 느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인자하게 웃으며 신문을 마저 읽는 아빠를 보며 나현은 항상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식사를 마치고 학원으로 가는 나현이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오늘도 학원에서 지겹고 혹독한 수업과 모의고사가 기다릴 테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평일보다 일찍 학원이 끝나는 날이었고, 민재와 약속했던 '그날'이라서 더욱 기분이 좋은 나현이었다.

 

 -

 어젯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아침에 곧바로 가게에서 일을 해서 민재는 피곤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민재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동안 불투명했던 미래가 조금씩은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대로 계속 공부해나가면 정말 원하는 대학교를 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민재는 다시금 결심을 했다.

 

 자신은 반드시 목표를 이뤄야한다고 말이다.

 

 못난 오빠를 믿고 의지하는 동생을 위해서도, 그리고 언제나 힘들 때 도움이 되어주고 응원을 해주던 나현이를 위해서도 말이다.

 

 이윽고, 그는 그녀의 웃는 모습이 눈앞에서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에 따라 민재의 얼굴은 조금씩 붉어져 갔다.

 

 민재의 붉어진 얼굴을 보자 사장님은 일 때문에 무리해서 감기라도 걸린 줄 알고 걱정 되서 말을 걸었다.

 

 "민재야, 많이 피곤하니? 열이 있어 보인다."

 

 "아.. 아니에요. 더워서 그래요."

 

 갑작스럽게 사장님이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언급하자 창피했는지 말을 버벅 걸리며 덥다고 핑계를 대는 민재였다.

 

 그러곤 민재는 다시 영업시간에 앞서 식재료를 준비하는데 집중을 했다.

 

 오늘은 일을 해도 평소완 기분이 달랐다.

 

 오늘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민하의 생일이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사장님께 일주일 전에 부탁을 드려 오후 5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현이가 선뜻 도와 준다길래 6시쯤에 나현이와 만나 같이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민재는 그동안 알바때문에 밤늦게 들어가고 아침에는 동생이 학교 때문에 바빠서 부쩍 관계가 많이 소홀해졌다.

 

 분명히 깜짝 파티를 하면 동생 또한 기뻐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

 

 -

 다현은 오늘도 학원 수업을 열심히 들을 려고 다짐했지만, 쏟아지는 졸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은 단디 달콤한 잠을 자고 말았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그녀는 부스스하게 일어나 잠을 깰 겸 화장실로 갔다.

 

 요즘 밤늦게까지 무리하게 공부를 해서 그런지 평소완 달리 잠이 쏟아졌다.

 

 그녀는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며 다시 공부에 열중하자고 다짐을 했다.

 

 다시 교실로 돌아온 그녀는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토록 싫어했던 국어 비문학지문이 유난히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녀는 민재와의 약속시간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점점 설렜다.

 

 그동안 둘 다 서로 바빠 통화는 자주했지만, 이번에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민재와 만나는 것은 데이트가 아니라 그의 동생을 위한 파티임을 다시 상기하고선 어떻게 준비할까 하고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마다 고민을 하니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선 그녀는 민재와 함께 동생 선물을 사기위해 쇼핑을 하는 상상을 했다.

 

 그 상상만으로 그녀는 표정에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현이가 혼자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헤실헤실 미소를 짓자 같이 쉬고 있던 그녀의 친구들은 평소와 다른 그녀의 태도를 보고 부쩍 이상하게 생각했다.

 

 나현이는 이제 인정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애써 우정이라며 부인했던 감정을 이제 인정해야만 했다.

 

 그 감정은 그녀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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