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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연애박사는 하이드씨
작가 : 새로고침
작품등록일 : 2017.11.3

[차원이동/사기꾼여주/여주를 이용하려는 남주/계약관계/말빨 좋은 여주]

24살, 한국의 연박하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빌어먹을 인생.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욕을 퍼부었는데,

"시발!"

"얘야, 뭐라고?"

눈을 떠 보니 귀족 집안의 외동딸이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박하는 '몰락'귀족의 외동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실종, 어머니는 병사. 결국 이런 거다. 원래부터 꼬인 인생인지라, 더 놀랄 것도 없다. 홀로 남은 박하는 전공을 살려, 향수 가게 '하이드'를 차렸다. 사랑에 고픈 아가씨들에게 가짜 페로몬 향수를 팔아 등을 쳐먹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요즘엔 사기꾼 만나는 데 예약도 필요한가?"

이 남자만 없었더라면.

 
3. 사고는 우연이다.
작성일 : 17-11-07 23:56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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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나디아는 바닥이 다 꺼질 것 같은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멍한 시선 끝에는 초록색 보석 두 개를 만지작거리는 손이 있었고. 마음 같아서는 이 보석들을 당장에라도 내다 버리고 싶다. 향수 스무개는 팔아야 겨우 살 수 있는 보석이지만, 지금은 조금도 탐나지 않았다. 이유는, 당연히...

 

 “웬 한숨을 그렇게 쉬어.”

 

 저 남자 때문이다. 나디아는 시선을 들어 가일을 노려보았다. 가일은 나디아의 시선을 받으며 태연히 웃었다.

 

 “그렇게 보지 마. 피차 같은 배 탄 처지에.”

 

 “반 협박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냐는 듯 바라보는 가일에, 나디아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황녀의 부군이 차기 황제가 된다. 모르지는 않겠지.”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모르면 문제가 있지... 으, 데어 죽으라고 내놓는 거야?”

 

 가일은 나디아가 내온 차를 입가에 데었다가 질색을 하며 도로 내려놓았다. 찻물이 지나치게 뜨거운 까닭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펄펄 끓는 물을 바로 붓긴 했다. 굳이 미안하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향수 탄 물도 아깝지만, 일단은 손님이니 어쩔 방법이 없다.

 

 “혀 좀 덴다고 안 죽잖아요.”

 

 “아파.”

 

 “엄살은.”

 

 나디아는 코웃음을 치며 티스푼으로 제 몫의 차를 휘휘 저었다. 애꿎은 찻물만 빙빙 돌며 작은 회오리를 만들었다.

 

 “선황께서 죽을 때가 되시더니 노망이 든 모양이지... 대체 어떻게 그런 명을 남기고 승하하신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돼.”

 

 “왜요? 나쁘지 않았는데.”

 

 어차피 당신도 그 황명 이용해서 황위 먹으려고 하는 거잖아. 나디아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가일의 말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나빠. 네 생각보다 훨씬. 대체 뭘 믿고 부군에게 황위를 넘겨? 자질 평가도 안 하고? 지금 황녀를 노리는 귀족들이 몇이나 있는 줄 알아?”

 

 나디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인 탓이었다.

 

 “아둔한 것들이 황위 한 번 꿰차 보겠다고 발악하는 꼴이 참 같잖아서, 내가 정말.”

 

 “당신은 왜 황위를 바라는데요?”

 

 한탄조로 말을 잇던 가일의 시선이 나디아와 마주쳤다. 어딘지 조금 화나 보이는 듯 한 그 시선에, 나디아는 홧김에 ‘당신’이라고 칭한 것을 물리고 싶어졌다.

 

 “당연히 그 멍청한 것들이 황위를 못 먹게 하기 위해서지.”

 

 다행히, 가일은 개의치 않았다. 밥 때가 되었으니 식사를 해야지, 라는 말을 하듯 가일은 여상한 투로 말을 이었다.

 

 “선황께서 승하하기 전 내게 황녀님을 부탁하셨다. 그분을 보좌하며 동시에 선황의 유지를 잇는 방법은 저것 말곤 달리 없지.”

 

 “생각보다 나쁜 의도는 아니네요.”

 

 “대체 날 뭘로 본 거야.”

 

 뭐긴 뭐야. 협박범에 황위찬탈자. 나디아는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도로 삼키며 애매하게 웃었다. 빨리 화제를 돌려야겠다.

 

 “그런데 왜 저에게 굳이 그 일을...?”

 

 “아, 그거. 남자인 내가 지금 황녀에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여자인 네가 접근하는 게 훨씬 모양새가 좋잖아?”

 

 가일은 상냥히 웃으며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제 쪽으로 숙였다.

 

 “네 소문을 듣고 횡재한 기분이었다면, 믿을래?”

 

 그는 뜨거운 찻잔을 조심조심 만져보더니, 차마 다시 마실 엄두는 내지 못하고 조금 전 나디아가 했던 것처럼 티스푼으로 휘휘 젓기 시작했다.

 

 “지금 내게 가장 좋은 방법은 황녀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뿐이야. 정치적 제안을 할 수도 있겠지만, 먹힐 확률이 낮아. 대체 뭘 해야 황녀가 내게 눈길을 줄까 고민하는 중에, 네 소문이 들린 거야. 사랑을 이뤄준다는 향수? 이걸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좀 신기하긴 했는데.”

 

 “믿는 사람 좀 많아요.”

 

 “그래. 그 부분에서 혹했어.”

 

 티스푼을 내려놓은 가일은 두 손으로 찻잔을 받쳐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이 말도 안 되는 상술을 다들 믿는다는 게, 주인이 보통 입담이 아니고선 못 하는 거거든. 흐, 뜨거...마침 연애 관련 문제로 고민하던 나한테 네 소문이 얼마나 솔깃했는지 모를 거야. 아마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럴 것 같은데. 요즘 남자 손님 늘지 않았어?”

 

 맞다. 덕분에 남자용 향수 주문량이 늘어 재료를 새로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는데.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가일이 나디아를 보곤 픽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다들 완전히 믿고 산 건 아닐 거야. 그냥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샀겠지. 그 심정을 이용하는 게 네 상술이잖아?”

 

 나디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묵묵히 수긍하는 나디아의 반응에 픽 웃은 가일은 반쯤 비운 찻잔을 내려놓았다.

 

 “네 상술을 조금 더 이로운 쪽에 사용해 보자 이거지.”

 

 “말은 좋네요.”

 

 실패하면 나 죽일 거면서. 나디아의 냉소를 받은 가일이 씩 웃었다. 잘 빚어진 낯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만드는 것은 제법 사랑스러워서, 왜 영애들이 그토록 가일에게 매달리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할 거잖아?”

 

 “안 하면 죽이니까.”

 

 “그럼 됐지.”

 

 협상 체결이었다. 반 협박이긴 했지만.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받아들이자. 무를 수도 없고...

 

 “나는 널 귀족으로 만들 거야.”

 

 아니, 물러야겠다. 물러야 해.

 

 “내 어머니 쪽 가문으로 넣고, 시골에서 상경했다고 할까.”

 

 때려치워야겠어.

 

 “조모 아래서 살다 조모의 부고 이후 친척에게 몸을 의탁하러 온 거지.”

 

 저는 이런 친척 모릅니다.

 

 “괜찮지 않아?”

 

 “않아요. 전혀.”

 

 나디아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향수를 파는 것까지는, 아니, 그래 좋다. 황녀에게 접근해 속살대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뭐? 귀족? 공작의 친척? 나디아의 태생은 귀족이긴 했지만, 이름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얼마 가지 못했고. 나디아로서 산 세월은 평민으로서가 더 길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족? 황녀에게 평민이 귀족이라며 접근해? 들통 나면? 결국 또 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야?

 

 “안 해요. 잘못되면 피차 죽는 건 똑같잖아.”

 

 “안 하면 바로 죽는데.”

 

 맞다. 그랬지. 나디아는 인상을 썼다. 자기가 하는 거 아니라고 말은 쉽다. 갑자기 귀족이라니. 말이 쉽지, 정말. 순식간에 걱정이 한가득 얹힌 나디아와 달리, 가일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 마. 이 내가 보증하는 가문이다.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어? 뒤처리는 내가 다 해줄 거야.”

 

 “그래도, 어떻게 평민이 하루아침에 귀족이 돼요?”

 

 “귀족도 하루아침에 평민이 될 수 있어. 반대라고 어려울 거 뭐 있어?”

 

 나디아는 입을 다물었다. 가일이 말한 그 케이스가 바로 나디아였기 때문이었다. 자꾸 항의하는 나디아가 귀찮았던지, 그녀가 입을 다물자 가일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넌 이게 있잖아.”

 

 그는 제 눈매를 검지로 톡톡 쳤다. 이거? 가일의 손끝을 따라 눈매를 건드린 나디아는, 손끝에 느껴지는 딱딱함에 가일이 말한 바를 깨달았다.

 

 가면.

 

 “아무도 네 얼굴을 몰라, 하이드씨. 황실에서 주최할 파티는 가장 가까운 게 한 달 이내고. 예법? 그런 건 금방 배워. 부족한 부분은 시골에서 자라서 모른다고 하면 돼. 게다가 넌 주 손님들이 상류층 귀족들이었잖아.”

 

 들을수록 홀리는 기분이다. 분명 머리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는데, 저 말만 들으면 그럴싸하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나디아는 이미 반쯤 넘어간 상태로 간신히 이성의 끈을 쥐고 있었다.

 

 “그런 네가 사교계에 발을 들이는 건 실제 시골 영애보다 쉬울 거야. 난 아무한테나 제의하지 않아, 하이드. 네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맡겠어. 응?”

 

 저 말투가 조금 전까지 목숨을 쥐고 협박을 했던 사람의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일단 밀어붙여 놓고 살살 회유한다. 제아무리 나디아라도 그의 언변에는 도리가 없었다.

 

 “난 네 화술을 믿는다.”

 

 “...할게요.”

 

 넘어갔다. 가일의 입가에 완연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나디아를 짧게 훑더니, 턱짓으로 그녀의 가면을 가리켰다.

 

 “벗어봐.”

 

 “꼭 벗어야 해요?”

 

 “벗어야 일을 치르지.”

 

 벗기겠다는 가일과 벗기 싫다는 나디아 사이에서 한 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 부끄럽단 말이에요!”

 

 “어차피 계속 볼 건데 뭘 부끄러워해.”

 

 “이러다 사람 들어오면 어떡해, 저리 가요!”

 

 “누가 들어온다고. 괜찮아.”

 

 대화만 들으면 가일을 치한으로 오인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연출된 건지는 몰라도, 나디아는 제 가면을 사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느냐 하면, 가일의 손에 벗겨진 가면을 도로 빼앗기 위해 손을 붕붕대는 사이, 종을 딸랑이며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빨리 돌려줘요!”

 

 “예쁜데 왜? 미인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네.”

 

 “하이드, 나 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니...! 까...?”

 

 그 덕분에, 나디아는 조금 전 반갑게 하이드를 부르며 들어온 청년과 그대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늘 그렇듯이, 사고는 우연이다.

 
작가의 말
 

 가일은 변태가 아닙니다(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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