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갔다.. 그동안 수업에도 적응이 되었고 피라미드에서의 일 때문에 회장에게 불려가 갑자기 칭찬을 듣는 다던가 그런 소소한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기숙사에는 뭔가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기숙사 로비를 걷다가 누군가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사기(死氣) 같은 게 그에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쟨 연후랑 같이 놀던 녀석들 중 한 명 아니야? 쉬는 시간마다 보는지라 얼굴이 기억에 남는데 저 저 녀석에게 왜 사기가 느껴지는 거지?’
분명 살아있는 사람에게 사기가 느껴진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지라 의문스러웠다. 분명 뭐 어째든 그에게 어쩌자 달라붙은 잡스러운 기운 때문이라 생각하고 조용히 다가가 그걸 제거해주었다. 살아있는 이에게 있어봤자 좋을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에 또 다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또 그런 사기를 품고 있었다. 그것도 더욱 진하게 그리고 그런 일이 한 두 번 더 반복되자 나는 그제 서야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에 비례해 그의 안색은 안 좋아지고 있었다.
‘뭐지? 잡귀들이 좋아할만한 체질을 쟤가 가지고 있는 건가? 물론 그런 체질이 있다고 듣긴 들었지만 그렇다고 잡는 족족 매일매일 생길 리는 없잖아?’
그리고 나는 그쯤에 이 기숙사에 돌고 있는 괴담 비슷한 기괴한 소문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밤만 되면 무슨 철컥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기괴한 인영(人影)이 튀어나와 자신과 눈을 마주친 자를 잡아가고 다시 돌아온 자는 어딘가 이상해진다는 소문을 말이다.
거의 도시전설 급의 괴담이었으나 연후에게 물어본 결과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 그 소문? 나도 들었지 하지만 이번에 처음 듣는 소리야 듣자하니 그 괴물 갑자기 나타났다가 또 갑자기 사라지고 처음 등장할 때 들리는 철컥철컥하는 소리는 굉장히 소름끼친다는데 그것 때문에 다들 잠도 잘 못 이루고 예민해진 것 같던데 말이야 심지어 여자 쪽에서도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고 덕분에 기숙사회에서 밤마다 순찰을 돈다는데 어떨지 궁금할 걸? 과연 소문의 진상이 무엇일지.”
“그럼 너는 어떤데 그런 소문 듣고 아무런 느낌도 없어?”
“에이, 내 나이가 몇 인데 고작 그런 소문으로 잠을 못자거나 그러진 않지 그냥 재밌는 얘기구나 이정도?”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도 딱히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 소문이 아니더라도 좋은 안색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럼 너는? 너야말로 아무 느낌도 없어?”
“뭐 나도 너랑 비슷 하달까? 별 느낌은 없어”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린 늦은 밤, 나는 잠을 자다가 문뜩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소리가 자꾸 귓가에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쇠끼리 부딪치며 철커덕 하는 소리가 말이다.
‘혹시 그 소문 속의 괴인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슬쩍 자고 있는 연후를 보았다. 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에게는 안 들리는 건지 잘만 자고 있었다.
‘뭐 없는 게 났겠지, 그래, 그냥 조용히 잠만 자라’
그러면서 슬쩍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밖은 기숙사회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뭐야? 다들 왜 이래? 꼭 허우적거리는 것 같네.”
그냥 보면 다들 열심히 경계를 서는 것 같지만 이미 그들의 눈은 풀려 있었고 아무 의미 없이 일정한 행동만 반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버젓이 앞에 있는 나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이상함을 느끼고 옆을 보는데 그제 서야 나는 고고하게 서 있는 검은 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사...?”
검을 늘어트리고 검은색 일색인 갑옷으로 치장하고 걸음을 걸음 때마다. 갑옷의 철갑이 부딪치면서 음산한소리를 냈다.
‘그 철커덕 거리는 소리의 원인은 저 녀석인가, 살아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역시 언데드 인가? 그리고 저 짙은 사기(死氣) 는 아무래도 다른 얘들에게 잡귀가 꼬이는 것도 저 녀석 때문인 것 같네’
녀석은 검은 안개를 몰고 다녔고 그 안개에 휩싸인 사람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어딘가를 헤매듯 무작정 복도를 활보하거나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듯 이미 자의를 잃어버린 듯 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내가 뻔히 내가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채 어느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문이 잠겨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아무런 제약 없이 문을 통과해 버렸다.
나도 그것을 따라 마법을 쓴 채 안으로 따라 들어왔는데 그것은 이미 잠자는 한 아이에게 올라타 검을 겨누고 있었다. 바람에 다급히 잡으려 했지만 손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우선 그가 벤 애의 상태를 보았다. 분명 내가 잡으려 하기 전 그는 그 애를 베었고 그리고 사라졌었다. 하지만 그 애에겐 상처하나 없었고 피도 흐르지 않았다. 다만 얼굴이 구겨진 채 헛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상처가 남기지 않는 다는 건 물리적인 실체가 없다는 것일테고 거기다 한 순간에 사라졌다는 건 일종의 사령계열인가? 보아하니 데스 나이트가 아니라면 팬텀 나이트이겠군. 하지만 그것은 꽤 고위에 속하는 것인데 다룰 수 있는 술사가 있었단 말이야?’
나는 그런 고민에 빠지고 있을 때 또 다시 헛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일단 그를 안정시켜주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벤 애는 분명 전에 이미 사기에 잠식당하고 있던 애였는데 왜 다른 애들은 놔두고 애를 벤 거지?’
곰곰히 생각을 하다. 이럴게 아니라 우선 그것을 먼저 잡기로 했다. 저런 게 계속 활보하게 놔두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것이 사라진 방향으로 계속 쫒았고 어느덧 내가 어느 곳에 갇혔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오직 암흑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마치 끝이 없는 무저갱처럼 말이다
‘함정인건가? 누군지 몰라도 한방 먹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