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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삼국 the 신수기
작가 : 라칸
작품등록일 : 2017.10.31

[대체역사물+판타지]
신수를 얻는 자가 천하를 제패한다!

 
나, 황룡과 화씨지벽(3)
작성일 : 17-11-18 20:57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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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였을까요? 우리를 대단한 사람이라 여기는 자가....”

 바깥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로지 공허, 공허만이 그득했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마당은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만큼 고요했다. 그 가운데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이 공포였다. 무슨 소리라도 들려온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촉각을 곤두세우는데도 귓전은 고요하기만 했다.

 주유와 나는 사뭇 긴장된 얼굴이었다. 노인만이 여유로웠다. 그는 제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뇌까렸다.

 “천하가 아무리 넓다 하나 한정되어 있고, 스스로 영웅이라 주장하는 자들이 도처에 넘쳐나니...과객이 엿듣는다 해도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니지.”

 “하필 이런 때에 들으니 심기가 예민해질 수밖에요.”

 주유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노인이 껄껄 웃었다.

 “전에는 조가 사람들이 들끓더니, 이 늙은이가 무료할까 들른 모양이네.”

 오래 살면, 여유가 넘치는 걸까? 그 과객이 자기 목을 찌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걸까....

 노인은 태평하게 웃어넘겼다.

 “그리 걱정되시나.”

 나로서는 솔직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 와서 평안한 날이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주유의 규방에 숨어지낸 그 날? 기절하듯 잠든 그 시간들을 평안하다고는 할 수 없을 거다. 누군가의 사냥감이 될까봐 조마조마하게 사는 것도, 마냥 쫓겨다니는 것도 싫다.

 노인의 말인즉슨, 그런 바람은 나의 망상에 불과한 거다. 내가 이 세계의 황룡인 이상 나는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며, 자연히 군웅들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걱정이 아니될 수 있겠습니까....”

 “그럼 걱정할 것은 무엇인가? 누가 엿듣는지, 누가 나를 해칠지 오지도 않은 일을 근심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으면 그 일들이 봄눈 녹듯 다 사라져준다든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소인은 다만...”

 무언가, 익숙한 말이었다. 이런 비슷한 말을 주유에게도 했던 것 같은데. 노인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새삼 부끄러워졌다. 이럴 거면 주유에게 그런 소리를 하지를 말지.

 슬그머니 주유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주유는 그저 걱정하는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저 말을 듣고 나를 책망할 줄 알았는데.

 난 뭘 두려워하고 있었던 거지?

 그게 뭐라고.

 “앉게.”

 나는 머쓱하니 자리에 앉았다. 바깥을 내다본다고 해서, 이미 어둑해진 마당 앞에 무언가 보일 리도 만무했다.

 “차라도 한 잔 들지.”

 “저는....”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노인이 손을 치켜들었다.

 “입맛을 돋우고 입가심을 하는데에 차만큼 제격인 게 없으이. 그뿐만 아니라 심신을 안정시키는데에도 도움이 된다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사양할 수가 없다.

 이런 자리에서 ‘사양’이라는 단어를 올리는 것도 면구스럽지만.

 그냥 아무 말도 않고, 노인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좋을 듯했다. 머리 싸매고 끙끙거려봤자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인식하는 게 첫 번째다. 내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오만이고 아집이다.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백자 게 있느냐.”

 백자?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어리둥절해하는 찰나에, 문 너머에서 준수한 사내가 등장했다. 선이 곱살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귀티가 흐르는 것이, 고관대작의 도련님 같았다. 옥색의 겉옷을 걸치고 있는데,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양도 그렇고.

 본명은 아닌 것 같았다. 느낌 상, 별명이거나 가명이리라.

 “찾으셨습니까.”

 백자는 내쪽에서 시선을 거두곤, 주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선남선녀의 시선이 맞닿았다. 주유는 가볍게 목례했는데, 그에 대고 백자는 미소를 띠었다. 살짝이었지만, 분명 미소가 맞았다.

 둘이 아는 사이었던가?

 “꽃잎이 얼마나 남았느냐?”

 이 시대에 꽃잎을 말려서 차로 마신다고?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꽃차같은 건 좀더 뒷시대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특히 꽃잎 위에 잔설을 걷어내어 그 물로 끓인 차가 별미라는 소리도 들었고. 가만, 눈이 내릴 때 피는 꽃이 있던가? 동백이나 매화 그 둘 중 하나였는데.

 기록에 없지 그래도 꽃잎으로 차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을 해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록에 없다고 해서 무조건 없다고 치부하는 건 아니려나.

 나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봤자 난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국화와 복숭아꽃, 매화가 남아 있습니다. 두어 달은 드실 수 있습니다.”

 “그것밖에 안 남았더냐?”

 “많이 남은 겁니다. 차 대신 화주를 주로 드시지 않으셨습니까.”

 사내의 말투는 매우 공손했다. 억지로 꾸며낸 게 아닌, 태생적으로 배어나오는 그 무엇. 나같은 인간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인간이 저렇게 멋있었으면 좋겠는데.

 사내가 내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난 그런 취미는 없는데. 나는 얼른 딴청을 피웠다.

 “그럼 복숭아꽃을 내오거라. 도화향에 한번 취해보자꾸나.”

 “예.”

 백자라 불린 사내가 물러가자, 노인이 주유를 돌아보았다.

 “한층 더 준수해지지 않았느냐?”

 “예?”

 “백자 말이다.”

 “예...”

 주유는 적잖이 당황한 듯싶었다.

 “백자가 웃더구나. 네가 온 게 반가운 게지.”

 “아직도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네 손가의 혼약이 없었다면...내 일찍이 저 아이와 연을 맺어줄 것을 그랬구나.”

 역시. 사람 눈은 거기서 거기인 거다.

 저 노인 또한 둘이 이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던 거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당장 내 코자가 석자인데, 오지랖 넓게도 남의 혼인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스승님...”

 “내 없는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잖느냐.”

 노인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에게 있어 주유는 진정 딸처럼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 것 같았다. 그러니 한갓 사제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이에게 직접 연을 맺어주고 싶어하지. 주유도 그런 말에 당황스러워하기는 해도 그걸 모욕으로 주워 섬기지 않았다.

 “허나 백자는 조가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유아와 연을 맺어주어서는 아니 되지.”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백자가 조씨 일족 중 하나라고?

 “스승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유아야. 너는 이제까지 몰랐단 말이냐?”

 주유는 잠시 시선을 거두었다가, 답했다.

 “그런 것은...아닙니다.”

 “허면 무엇이 그리도 당황스러운고?”

 주유는 내 쪽을 한번 쳐다봤다. 나야 뭐 개밥의 도토리같은 기분이 들 수 있는 건데 뭐. 주유와 백자 사이에 어떤 썸씽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고.

 둘이 썸만 탄 건지 아니면 그 이상까지 갔는지도 모르고.

 나는 그냥 그 자리에,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앉아 있을 뿐이었다.

 “환이 있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환과 대동한 자리에서 백자의 일을 논하시니...소녀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녀석도. 늙은이가 주책 좀 부렸느니라.”

 노인은 왼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름이 환이라고 했나?”

 “예.”

 “자네가 보기에는 백자가 어떻든가?”

 솔직히 드는 생각으론, 이제는 그만 좀 했으면 싶었다. 남의 로맨스 따위 알고 싶지도 않고, 척 봐도 나보다 잘난 것 같은 사내의 품평을 한다는 게 참. 꼴이 우습지 않은가.

 그렇다 해도 주유가 보고 있었다. 사나이가 존심이 있지, 질투하고 있다거나 자존감이 팍팍 낮아져 있다거나 하는 모습들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괜찮은 사내인 것 같습니다.”

 “정말 그것이 다인가?”

 “처음 본 사이에 무엇을 더 품평하겠습니까. 안다고 자신하는 것도 교만이요, 첫인상만으로 그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 또한 오만이 아니겠습니까.”

 노인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히 나는 이 노인이 교공이라고 들었는데, 교공이 아니라 조조를 잘못 찾아온 건 아니겠지?

 “현자로다! 주유의 신수는 현자 중의 현자로구나. 이 주책맞은 늙은이의 우문에 현답을 내놓았음이야.”

 “스승님, 제 신수라니요....”

 “유아야. 네가 모르는 것이 있나니라.”

 노인은 자세를 고쳐앉았다. 덩달아 주유와 나도 정좌를 했다. 허리를 이렇게 곧바르게 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기억으론...수험 공부를 할 때도 어느정도는 구부정한 자세였는데. 안하던 짓을 하려니 허리며 허벅지가 단단해져왔다. 이러다 근육통으로 돌아가시는 건 아니겠지.

 성정이 괴팍하다고 들었는데, 이래서 그런 건가?

 “신수는 본래 처음 발견된 이를 주군으로서 따르게 되어 있단다.”

 에에?

 그렇담 내가 주유를 주군으로 모셔야 한다는 소리다.

 “주유 네가 환을 발견하고 또한 구해주었으니, 주군의 자격이 충분하다.”

 주유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는데, 주유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담아내는 게 신기했다. 검고 맑은 그 눈은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주유는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노인의 앞으로 나아와서는,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스승님, 그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소녀는...주군의 자격이 없나이다.”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는 법이다. 그것을 알고 장각이 일어섰던 게지."

 주유는 주위를 둘러보곤, 목소리를 한층 낮추어 말했다.

 "스승님! 누가 듣습니다...벽에도 귀가 있다 하신 분은 스승님이 아니셨습니까."

 "들을 테면 들으라지. 한실은 이미 무너지고 있음이며, 그 틈을 타 군웅들이 여기저기서 활개를 치는 때가 아니냐. 과객 하나쯤 내 말을 옮긴다 해서 천지가 무너지진 않느니라. 더구나 나는 '괴팍'하기로 소문난 교씨가 아니더냐."

 노인은 여전히 호호탕탕했다. 말하는 걸로 봐서는 노인은 교씨가 아니라 조조나 손견에 가까워보였다.

 아직 그 두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아 너에게도 복된 일이다. 네 여인이라 하여 너를 무시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더냐? 그런 자들도 네가 황룡의 신수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면, 너를 더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황룡의 신수는 천자의 신수입니다. 소녀가 이것을 갖고 있음은, 곧 천자에 대한 반역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한실 황족처럼 유씨를 쓰는 것도 아닌데..."

 주유의 걱정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기우도 아니었다. 나는 다시금 숲에서, 나를 쫓아오던 원술을 비롯한 유관장과 제갈량을 떠올렸다. 그들은 내가 황룡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서 사냥했다. 그런 내가 주유의 신수라는 걸 알면, 주유는 어떻게 될까. 주유까지도 사냥하러 들지 않을까?

 "천자는 예전의 천자가 아니니, 작금의 너에게 손을 댈 수는 없다. 네가 한 황실로 쳐들어가겠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모든 게 다 열린 것 같은 사람이 왜 이런 부분에서는 꽉꽉 막혀 있을까?

 나는 답답해졌다.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쳤다.

 

 

 
작가의 말
 

 몸살이 나서 계속 누워 있었네요. 오늘은 두 편 올라갑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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