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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세계의 이야기
작가 : macarong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
일그러진 세계, 탐욕으로 물든 전쟁속에서 깨어나서는 안될 존재들이 눈을 뜬다

다가오는 그 날을 막기 위해 자신을 망가트려야만 했던 그 세계의 이야기

 
#0003 세계의 모순
작성일 : 17-11-06 23:06     조회 : 67     추천 : 0     분량 : 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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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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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서지훈은 욱신거리는 얼굴을 감싸 쥐며 힘겹게 눈을 떴다.

 

 “주인공께서 드디어 깨어나셨군?”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묘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익숙한 두 사람의 모습, 등 뒤로 느껴지는 차가운 땅의 감촉에 서지훈은 자신이 어째서 누워있는지를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날아가버린 기억의 공백은 떠오르지 않는다.

 

 “으윽…”

 

  무언가를 떠올리려 할수록 얼굴의 욱신거림은 심해지고 있었다. 그런 서지훈의 모습을 지켜보던 서재현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와.. 네가 그런 식으로 뻗어버리는 건 처음보는 것 같은데… 역시 지애는.. 으억?!”

 

  서지훈의 멍청한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하던 서재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야말로 깔끔한 타격,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서재현의 몸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한 순간에 서재현을 처리해버린 서지애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걱정스러운 듯이 서지훈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에 서지훈은 망각하고 있었던 거대한 공포를 떠올리고 말았다.

 

 “오빠 좀 괜찮아?”

 “으…”

 

  어째서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었는가, 어째서 얼굴이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는가, 그 이유를 떠올린 서지훈은 두려움에 눈을 감았다.

 

 ‘차라리 그대로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서지훈은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고개를 떨궜다.

 

 “안 들려? 괜찮는지 묻고 있잖아”

 “괘 괜찮아!”

 

  점점 낮아지는 그녀의 목소리, 서지훈은 살아남기 위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서지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서지훈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녀의 작은 손이 서지훈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찍어 누른다.

 

 “왜 그랬어? 왜 나한테는 모든 걸 숨기고 도망치듯 떠나려고 했냐고…!”

 

  돌고 돌아 이야기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움켜쥔 손에서 그녀의 두려움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서지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녀에겐 변명으로 들릴 것이 분명했다.

 

 “아무 말도 안 해주겠다는 거지? 그래… 그렇다면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야”

 “…”

 “오빠가 가문을 나가겠다면 나도 따라 가겠어”

 “서지애!”

 

  서지애의 이런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서지훈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이번 일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인해 그녀가 모든 것을 알아버렸고 상황은 더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에 서지훈의 표정이 굳어간다.

 

 “왜! 왜 안 된다는 건데! 내가 따라가겠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지애야…”

 

  그녀의 눈에서 떨어져 내리는 슬픔을 맞으며 서지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손을 붙잡고 싶었지만 자신의 선택에 그녀를 끌어들일 순 없었다.

  서지훈은 마음이 더 약해지기 전에 각오를 굳힌다. 자신을 붙잡고 있던 서지애의 손을 뿌리친 서지훈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오빠..?”

 

  서지애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밀쳐낸 서지훈을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서지애는 포기한 듯이 눈을 감는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갈 곳을 일고 땅으로 떨어진다.

  이것이 그녀를 위한 것이라 믿으며 서지훈은 이를 악물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끼어들며 서지훈의 각오를 멈춰 세운다.

 

 “너..!”

 

  날아든 주먹이 서지훈의 안면을 거칠게 후려갈겼다.

 

 “크윽.. 서재현..! 무슨 짓이냐? 어째서… 왜 막는 거냐고!”

 

  어째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모두를 위한 선택을 왜 막아서는 것일까, 서지훈은 이해 받지 못한 답답함에 소리를 내지른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냐!”

 “하.. 이기적인 새끼”

 

  서재현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서지훈을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 표정에서 평소의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넌 언제나 그랬었어.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고 모든 걸 혼자서 떠안으려고 하지.. 우린 그저 널 따라다녔을 뿐이었다”

 

  오랜 시간 억눌렀던 감정은 결국 분노로 변질되어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넌 언제나 우리를 위해서 그랬었던 거라고 말했지… 하, 개소리! 이번 일만해도 그래. 네놈이 그딴 식으로 떠나버리면 남겨지는 우리들이 어떨지는 생각해 본적 있냐?”

 “그건…”

 

  서지훈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목구멍에 차오른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당연히 없겠지! 넌 항상 그랬으니까!”

 

  함께 쌓아왔던 추억들에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간다.

 

 “재현아.. 그만하자…”

 

  이런 식으로 감정을 주고받아봐야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서재현은 여기에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변명조차 하지않는 친구를 바라보며 서재현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간다.

 

 “서지훈… 너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긴 했었냐?”

 “서재현!”

 

  결국 분노는 전염된다.

 

 “그래서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냐? 내가 뭘 할 수 있냐고!”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살기에 공기마저 오염되어간다.

  갑자기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서지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급변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대로 두 사람이 싸우게 놔둬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 다 그만…!”

 

  일촉즉발의 상황, 서지애는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그러나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무거운 침묵이 깨졌다.

 

 “데리고 가라”

 “무슨…”

 “지애도 데리고 가라고”

 “오빠?!”

 “너 그게 무슨 의미인진 알고 말하는 거냐”

 

  서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서재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서재현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그 눈빛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네 녀석 따위를 위해서가 아니야 내 동생을 위한 선택이다”

 

  서지훈은 친구의 각오를, 그 의미를 알기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너도..!”

 “하,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거냐?”

 “…”

 “서지훈!”

 

  서재현은 자신의 앞에 멍하니 굳어 있는 동생을 서지훈에게 밀어주었다.

 

 “내 동생을 부탁한다”

 

  서재현의 눈동자에 비친 그것은 무책임하게 현실을 외면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비겁함과는 다른 진정한 각오였다. 그렇기에 서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지금쯤 아버지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셨을 거다”

 “하지만…!”

 “뒷일은 내가 어떻게 해볼 테니까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가라”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한 서지애의 눈가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서지애는 조용히 서재현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지금까지 언제나 셋이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함께할 거라 생각했다.

  이대로 같이 가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오른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그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지애야…”

 

  어떻게 이 아이를 보낼 수 있을까, 품속에서 느껴져 오는 자그마한 떨림에 서재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리었다. 하지만 이곳에 남겨지는 것보다 서지훈과 함께 가는 것이 그녀를 위한 길임을 알기에 서재현은 자신의 소중한 동생을 품에서 놓아주었다.

 

 “오빠..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이 정도밖에 해줄 수 없는 내가 더 미안하지”

 “…”

 

  서지애는 자신의 머리를 묶고있던 끈을 풀어 조심스럽게 서재현의 손목에 감아주었다. 불러오는 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두 사람의 눈물을 가려준다.

 

 “꼭 행복해야 된다?”

 “응”

 

  서지훈은 헤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무력함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 때문에 너희들까지… 미안하다”

 “너 답지 않게 무슨 짓이야? 애초에 내가 원해서 이러는 거니까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지. 네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고맙다”

 “고맙기는.. 아! 너 임마 내 동생 괴롭히면 안 된다?!”

 “설마! 네 동생이 날 괴롭힐 거라는 생각은 안 하냐?”

 

  서재현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이제는 정말로 안녕이라는 듯이 두 사람을 밀쳐냈다.

 

 “가라”

 “응”

 

  서지훈과 서지애,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앞으로 나아간다.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자꾸만 자신을 찾아 뒤를 돌아보는 동생을 향해 서재현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재현은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배웅했다.

 

 “아마도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저 멀리, 아직도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벌써부터 두 사람의 빈자리가 그립다.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서재현은 고개를 돌렸다.

  결국 혼자서 이곳에 남겨졌다. 하지만 후회 따윈 할 수 없다. 이것이 두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자신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서재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이 돌아가야 하는 곳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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