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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36.확실히 평소와는 달라.
작성일 : 17-11-13 02:21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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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하게 걸어오는 정혁과 제이의 모습을 보고 철수는 그녀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아니면 돌아서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야옹."

 

 굳은 듯이 자리에 서 있던 철수는 품 안에 있던 노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지금 정혁과 제이를 피해야하는 이유는 없는 것 같았다.

 

 철수는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정혁과 제이에게 다가갔다.

 

  "철수 씨."

 

  "제이."

 

 자신을 발견한 제이의 표정이 환해진 것을 보고 철수는 자신감 있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강철수 씨."

 

 항상 자신에게 '대표님'이라고 부르던 정혁이 오늘은 자신을 '강철수'라고 부르고 있었다.

 

 최근 마트 사업을 시작한 '말디'가 '신세상'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정혁도 아는 듯했다.

 

  "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군요."

 

 이번엔 악수를 거절하기 않고 정혁의 손을 잡은 손에 있는 힘껏 꽉 힘을 주었다.

 

 철수의 악력에 정혁은 조금 놀란 듯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얼른 손을 빼서 뒤로 숨겼다.

 

  "제이, 무슨 일이에요?"

 

 저번에 앤디라는 자식이 그녀를 집요하게 쫓아왔던 것처럼 제이가 곤란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철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정혁 씨가 잠깐 지나가다가 저한테 줄 게 있다고 하셔서 집 근처에 만났어요."

 

 그러고 보니 제이의 손에는 하얀색 케이크 박스가 들려있었다.

 

  "이게 뭡니까?"

 

  "제이 씨가 제일 좋아하는 베이커리에서 산 케이크입니다."

 

  "아무 날도 아닌데 케이크는 왜……."

 

 철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리면서 정혁을 바라봤다.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정혁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제이 씨 생일이거든요."

 정혁의 말에 놀란 철수가 황급히 제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이 제이 생일이었습니까?"

 

 그녀의 생일을 정혁에게 전해 들어 알았다는 사실이 분해진 철수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게……."

 

 난처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던 제이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사실 오늘 제 생일 아니에요."

 

 제이의 말에 정혁이 놀란 듯이 커다란 송아지 같은 눈을 끔벅거렸다.

 

  "분명 인터넷 프로필에 오늘 7월 17일이 제일 생일이라고 나왔는데……."

 

  "아마 무슨 착오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 생일은 7월이 아니라 9월이거든요. 9월 17일."

 

  "그렇군요. 난 인터넷 프로필에 오늘이라고 쓰여 있길래 케이크 사 온 건데……."

 

 그러면 그렇지, 철수는 정혁을 보고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저를 위해서 케이크 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거 정말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인데 맛있게 먹을게요."

 

  "야옹."

 

  "어머, 노랑아."

 

 정혁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제이가 노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철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이스, 노랑이!

 

 철수는 적절한 때에 울음소리를 내준 노랑이를 대견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철수 씨, 노랑이 데리고 왔어요?"

 

  "네, 이 녀석도 집에만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요."

 

 철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제이에게 품 안에 있는 노랑이를 보여주었다.

 

  "노랑이랑 철수 씨도 제법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네, 제이 없을 때 노랑이랑 낚싯대로 놀아줬더니 이제 나를 많이 따릅니다."

 

 철수가 뒤에서 멀뚱히 서 있던 정혁에게 말했다.

 

  "아, 제가 사실은 제이랑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거든요."

 

 철수의 도발적인 말투에도 불구하고 정혁은 재수업게 평온한 표정을 지으면서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까?"

 

 철수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제이가 변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네, 제가 정혁 씨에게 이야기했어요. 숨길 일도 아니잖아요."

 

  "……."

 

 자신이 꼭 정혁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사실이었는데…….

 

 아쉬워진 정혁은 조용히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네, 제이 씨한테 직접 사정을 들어서 철수 씨랑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제이 씨가 철수 씨 칭찬을 많이 하더군요."

 

  "그런가요?"

 

 철수가 제이를 슬쩍 바라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네, 강철수 씨가 집안일을 그렇게 잘한다고 하더군요. 강철수 씨 아예 전업주부로 직업을 바꿔보시는 게 어떤가요?"

 

 정혁의 비아냥대는 말투에 철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정혁은 지금 자신이 마트 '말디'가 한국시장에 진출햇허 '신세상'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자, 철수 씨, 인제 그만 집으로 가요. 정혁 씨, 그럼 집에 조심히 돌아가세요. 정혁 씨가 준 케이크 맛있게 잘 먹을게요."

 

 정혁에게 뭐라 한마디 맞받아치려고 했던 철수는 자신의 팔을 살작 이끄는 제이의 손길을 느끼고 입을 꾹 다물었다.

 

  "네, 빨리 갑시다. 우리 집으로."

 

 철수는 노랑이를 꼭 품에 껴안고 앞서가는 제이를 뒤따라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

 

 

 

 집으로 돌아온 제이는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는 집안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게 정말 우리 집 맞아?'

 

 철수와 제이 모두 부지런한 성격이라서 집안이 어지러워져 있거나 고양이 털이 쌓여있던 적은 없었는데, 오늘 집안의 청소 상태는 전문 청소업체를 부른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완전 새집 같잖아……!'

 

 발도 함부로 디딜 수 없을 만큼 깨끗하게 청소된 집 안을 보고 제이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신발장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제이. 얼른 안으로 들어와요."

 

  "네? ……네."

 

 서둘러 신발을 벗은 제이는 바로 부엌으로 달려갔다.

 

  '싱크대도 엄청 깨끗하잖아……!'

 

 물때가 깔끔하게 제거된 싱크대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놀란 표정입니까?"

 

 철수가 생긋 미소를 띠면서 제이에게 물었다.

 

  "아, 그게…… 철수 씨, 오늘 대청소하셨어요?"

 

 철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

 

 너무나도 무미건조한 철수의 반응에 제이는 할 말을 잃고 눈꺼풀만 깜박거렸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으면 좋지안습니까? 제이, 저녁은 먹었습니까?"

 

  "……네? 아니요."

 

 오늘은 공연 스케줄이 3개나 잡혀 있어서 지방을 왔다 갔다 하느라 끼니를 제대로 못챙겼다.

 

  "자, 이리 와요. 내가 맛있는 스파게티 만들어 주겠습니다.."

 

  "정말요?"

 

  "네, 오늘은 마트에서 토마토를 싸게 팔길래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 봤어요."

 

 철수는 직접 만들어 놓은 토마토 페이소스로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기 위해 스파게티 면을 끓는 냄비에 넣었다.

 

  "제이는 식탁에 가만히 앉아있어요."

 

  "네? ……네."

 

 철수의 말에 제이는 착하게 대답하고 얼른 식탁 의자에 앉았다.

 

 요리하는 철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철수 씨."

 

  "왜요?"

 

  "원래 식사 준비는 제가 하는 거 아니었나요?"

 

 철수와 홈 셰어 계약서에 합의하면서 함께 작성했던 집안일 분담표에는 식사 준비와 요리는 제이의 담당이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지.'

 

 집안일도 청소기 돌리기와 이불빨래는 다 제이의 몫이었는데, 철수는 장롱에 있던 이불까지 다 빨아서 건조대에 걸어놓았다.

 

  '철수 씨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집안일을 전부 다 해놓고 저녁까지 만들어 준다는 철수를 보고 처음에는 웬 떡인가,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내가 제이에게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아, 그런가요?"

 

  "네."

 

 아무런 사심 없이 환하게 웃는 철수를 보고 제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내가 만든 스파게티나 맛있게 먹어요."

 

 다 삶은 스파게티 면을 건져낸 철수가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두른 팬에 스파게티 면을 볶으면서 토마토 페이소스를 함께 넣었다.

 

  "야옹."

 

 제이는 식탁에 앉아있는 그녀의 다리에 고개를 부비는 노랑이를 품 안에 앉았다.

 

 노랑이도 지금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철수를 바라봤다.

 

  "자요, 맛있게 먹어요."

 

 철수는 예쁜 그릇에 담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제이의 앞에 올려놓았다.

 

  "…… 아! 맞다. 제이는 젓가락질 잘 못 하죠?"

 

 철수는 직접 포크를 꺼내서 제이의 손에 들려주었다.

 

  "맛있게 먹어요."

 

 제이는 포크로 돌돌 말아서 토마토 스파게티를 한 입 먹었다.

 

  "…… 우와! 맛있다."

 

 그가 직접 토마토로 만든 페이소스가 곁들어진 스파게티는 풍미가 깊고 맛이 좋았다.

 

  '진짜 맛있다. 철수 씨가 의외로 요리를 잘하네.'

 

 제이는 오물오물 작은 입을 움직이면서 스파게티를 입안으로 집어넣았다.

 

 정신없이 스파게티를 먹던 제이가 앞에서 날라오는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철수가 한쪽 손으로 턱을 받치고 흐뭇한 표정으로 스파게티를 먹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의 바로 앞에 앉아있는 철수의 표정은 마치 노랑이가 간식을 먹을 때 바라보는 자신의 표정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제이는 멈칫 했다.

 

  "……흠."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한 제이가 조심스럽게 식탁에 포크를 올려놓았다.

 

  "목말라요?"

 

 제이가 뭐라고 이야기도 하기 전에 철수가 벌떡 일어나서 자몽 주스를 따라서 그녀의 앞에 놓았다.

 

  "…… 아, 네. 가, 감사합니다."

 

 제이는 또 철수가 내민 자몽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안 그래도 조금 목이 말랐는데 싱그러운 자몽 주스를 마시니 상쾌하고 시원했다.

 

  '…… 아니, 이게 아니지.'

 

 자몽 주스를 마시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던 제이가 또 자신을 바라보고 흐뭇하게 웃는 철수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어느새 또 철수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 같아서 제이는 살짝 분한 마음이 들었다.

 

  "…… 저기, 철수 씨."

 

  "왜요?"

 

  "철수 씨는 왜 안 드시는 거예요?"

 

  "난 아까 많이 먹었습니다. 제이만 먹으면 됩니다."

 

  "저기 그래도…… 제가 밥 먹는데 그렇게 쳐다보시면 되게 부, 부, …… ."

 

 분명히 '부담스럽다'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철수의 뒤로 반짝반짝 빛나는 집안 풍경이 다시 한번 보였다

 .

  "…… 아니에요."

 

 제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토마토 스파게티를 마저 입안으로 넣었다.

  "다 먹었습니까?"

 

  "네, 철수 씨.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감사해요."

 

 제이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자 철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해서 제이는 살짝 두 눈을 감았다 다시 떠야했다.

 

  "제이가 맛있게 먹었다니 다행이군요."

 

 철수는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를 들고 싱크대로 다가갔다.

 

  "철수 씨,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제이가 얼른 의자에서 일어나서 철수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이미 잽싸게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아니요. 겨우 이거 하나 설거지 하는겁니다. 하는 김에 프라이팬도 닦아야 하니까 내가 할게요. 제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어요."

 

 제이가 한사코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철수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제이는 철수의 말대로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지만,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확실히 평소와는 달라."

 

 철수의 변한 행동 덕택에 맛있는 토마토 스파게티도 먹고 집안일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마냥 좋기보다는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불편했다.

 

  "야옹."

 

 제이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자 노랑이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진짜 걱정 안 해도 되는 거겠지?'

 

 부엌에서 들리는 물줄기의 소리가 끊기고 철수가 앞치마로 손을 닦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제이, 케이크 먹을래요?"

 

  "네? 무슨 케이크요?"

 

  "이정혁 씨가 사준 케이크 말입니다. 냉장고에 오래 두면 맛없을 것 같은데 얼른 먹읍시다."

 

  "네, 좋아요."

 

 제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또 부엌 안에서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가 찻잔과 접시가 올려져 있는 쟁반을 한 손으로 들고 나머지 한 손에는 케이크 박스를 들고 왔다.

 

 케이크 박스를 열자 딸기가 마구마구 올려져 있는 딸기 케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큼한 딸기가 달달한 생크림과 함께 겹겹이 쌓여있는 케이크를 보니, 불안한 마음이 다 사라지는 듯 했다.

 

  "내가 잘라 줄게요. 그리고 딸기 케이크는 홍차랑 같이 먹어야지 맛있습니다."

 

 항상 커피만 마시던 철수는 이제 제이 대신 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철수의 긍정적인 변화에 기분이 좋아진 제이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딸기 케이크를 자르는 철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제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철수 씨."

 

  "왜요?"

 

  "……아니, 아니에요."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제이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또 내가 제이를 좋아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네……?"

 

 놀란 제이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깜박이면서 철수를 바라보았다.

 

  "아니요. 혹시 제이가 또 내가 제이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착각할까 봐요."

 

  "……."

 

  "오해받는 건 질색이거든요."

 

  "……."

 

 철수의 마지막 말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서 아프게 제이의 가슴을 찔렀다.

 

 제이의 동공이 파르르 흔들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철수는 달기 케이크를 잘라 놓은 접시를 제이의 앞에 놓았다.

 

  "맛있게 먹어요."

 

 소파에 앉은 철수는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홍차를 향을 맡았다.

 

 포크로 몇 번 딸기 케이크를 뒤적이던 제이가 포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저기, 저 이만 들어가 볼게요."

 

  "딸기 케이크 안 먹을 겁니까?"

 

 제이는 대답 대신 울적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늘은 먹지 말고 내일 먹어요. 제이는 단것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제가 무슨 어린애예요?!"

 

 가만히 참고 있던 제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철수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앞으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철수 씨가 제 집안일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뭐라고요?"

 

 철수도 화가 난 듯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지만 제이는 멈추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저한테 너무 잘해 주지 마세요."

 

 ……철수 씨가 그러면 난 정말 헷갈려요.

 

 제이는 마지막 말을 겨우 목구멍으로 집어삼켰다.

 

  “그래요. 그럼 마음대로 해요.”

 

 딱딱하게 표정을 굳힌 철수는 벌떡 일어서서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

 

 

 방안에 돌아온 철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자신이 생각해도 요즘 그녀를 대하는 자신의 행동이 이상한데, 제이도 그의 달라진 변화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래도 제이에게 사과해야겠지?'

 

 제이가 자신을 보고 살짝 표정을 구겼던 장면이 잊히지 않아서 철수는 초조한 듯 방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뭐라고 사과해야 하지?'

 

 철수는 방문을 나서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가 다시 놓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내가 제이에게 지금 이 일로 사과를 한다면, 이제 다시 제이를 챙겨줄 수 없는 건가?'

 

 머리가 복잡해진 철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찗은 한숨을 내쉬었다.

 

  "챙겨주는 게 나쁜 것도 아닌데 제이는 왜 화를 내는 걸까."

 

 철수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조용히 혼잣말했다.

 

 제이는 철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도 제이한테 사과하자."

 

 고민하던 철수는 제이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제이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챙겨줄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어.'

 

 철수의 시야에 조용히 소파에 앉아있는 제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선뜻 제이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던 철수가 더듬더듬 서툴게 진심을 표현했다.

 

  "음, 제이, 내가 화나게 했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

 

  "하지만 나도 무슨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제이를 챙겨주고 싶은 선한 마음에서 그런 거였습니다."

 

  "……."

 

  "제이를 얕보거나 어린아이처럼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내가 뭐, 내가 한 행동에 변명하는 건 아닙니다만."

 

 미동도 없이 앞만 바라보는 제이의 뒷모습을 보고 철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제이?"

 

 제이의 양 쪽 눈에서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이!"

 

 철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철수 씨."

 

 제이의 부름에 철수는 얼른 그녀의 곁으로 달려가서, 울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품안에 안았다.

 

  "제이 왜 울고 있는 거예요."

 

  "……흐윽!“

 

 서러움이 복받친 듯 제이는 울컥 솟아오른 울음을 터트렸다.

 

 조용히 제이의 등을 토닥이면서 달래주고 있던 철수가 그녀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발견했다.

 

  "제이, 혹시 하연주 씨한테 이상한 전화를 받은 겁니까?"

 

 연주와 관련된 일 때문에 제이가 울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철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철수는 조용히 자신의 품에 안겨서 눈물만 흘리고 있는 제이를 보고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제이, 천천히 이야기해봐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번에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힘겹게 말문을 열려고 했지만, 가슴 속에서 휘몰아치는 슬픔 때문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제이를 보고 철수는 진뜩 미간을 좁혔다.

 

 실컷 그의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감정을 추스른 제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전 사람들한테 미운털이 박혀있나 봐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이."

 

 철수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제이는 아까 받았던 전화의 내용을 모두 그에게 털어놓았다.

 

 제이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에게 프로그램을 같이하자고 제안했던 재천 PD였는데, FISM 파티장에서 연주와 제이와 있었던 일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르게 전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제이가 하연주의 머리에 칵테일을 끼얹었다니요."

 

 어이가 없어진 철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술에 취한 연주가 가만히 있던 제이의 머리에 칵테일을 끼얹은 것을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건만, 직접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제이에게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제이, 걱정하지 마요. 내가 다 해결할게요."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철수는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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