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검은막으로 피해라.
"와..! 저 ㅆ끼.. 피해버리네..!"
철호가 쏘아 낸 광자포의 플라즈마빔을 마왕같은 괴물은 처음 한발만을 직격당하고, 그 뒤론 번쩍임과 동시에 몸을 틀거나 해서 피해내 버린다. 플라즈마빔이 빛의 속도보단 느리지만 음속의 몇배인데.. 그걸 피해내는 것이다.
처음 직격된 대가리도 박살나는게 아니라 한쪽 부분만 터져나간게.. 단단하기도 더럽게 단단한 놈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몸통을 노렸는데 회피하여 어깨가 맞은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예 회피해 버린다. 마지막엔 오그마의 압력파를 버티면서 몸만 틀어내 옆구리가 맞았다.
- 플라즈마빔의 속도를 넘어 회피한 건 아닙니다. 광자포가 발사될 때 발사구쪽에 에너지가 모이는 시간이 0.05초 정도입니다. 에너지가 모이는 시간에 나오는 빛을 보고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
"헐.. 저 큰 몸으로.. 0.05초를 피해낸단 말야..?"
- 장착광자포의 플라즈마빔을 회피하는 걸로 보았을 때. 위성으로 부터의 공격도 첫 타격이 실패하면 회피할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크.. 그럼.. 일반요격을 했을 때.. 첫 방에 데미지 못 주면.. 꽝이넹..!"
- 네. 최대충전으로 한번에 데미지를 주는 것이 효율적 일 것 같습니다.
"저걸.. 어떻게 붙잡냐..?"
오그마의 압력파를 견뎌낸 괴물이 또 다시 날뛰어대지만.. 그래도 좀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방이 이루어진다.
괴물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하얀 빛을 경계하다보니 동작이 그나마 굼떠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괴물을 쓰러트릴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왠만한 공격은 데미지도 입지 않고, 큰 기술을 사용해도 버티어 내거나 치명적인 공격은 회피해서 최소한의 타격만을 입는다. 거기에다 이고르에 맞먹는 재생력까지 가지고 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열혈 오그마 마저 질린 표정을 해보인다. 아마 하얀 빛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저 괴물에게 짖밟혔을 것이다.
혈룡왕도 도저히 안되겠는지.. 슬슬 빠져나갈 궁리 중이다. 이건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한방에 작살을 내지 않는 이상은 저 괴물을 처리하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보니.. 그럴 수 있는 건 전술 핵무기 뿐이다.
'아..! 또 하나 있구나..! 씨커. 저.. 하얀광선이.. 씨커인가..?"
괴물이 하얀 빛을 쏘아내는 놈을 잡으려.. 저 거대한 몸으로도 순식간에 100-200미터를 주파해 버린다. 하지만 괴물뿐만 아니라 싸우고 있는 모든이들이 하얀 빛을 쏘는 자를 보기는 커녕 위치조차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처음 두방만 같은 위치이고, 그 뒤론 같은 위치가 한번도 없다. 계속 원거리에서 공간이동하듯 옴겨다니며 쏘아댄다. 결국 괴물도 포기한 듯.. 달려드는 오그마와 이고르 등을 먼저 처치하려고 한다.
아렌과 아돌린도 일단 물러나야되나 생각한다. 왠만한 공격으론 물리치긴 커녕 데미지 조차 주지 못한다. 하지만 아렌이 무언가를 생각해 내고는 시로를 부른다.
"시로님."
"네."
"얼음송곳의 고드름을 대단위로 일으켜 줄 수 있나요..?"
"그래봐야.. 저 괴물에게는 안먹힐 텐데요..?"
"아니요. 이곳에 최대한 많은 수의 얼음송곳의 고드름을 만들어주세요. 저의 마법과 융합해서 사용해 보려구요."
"아.. 네..!"
아렌은 바람계열의 마법을 주로 사용한다. 인간들에게 대마법사라 불리는 7써클의 마법사이다. 특히나 정령술과 같이 사용하기에 그 위력은 인간의 7써클보다 한단계 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7써클 마법으로도 저 괴물에게 타격을 주지 못할 것 같아 치유와 강화주문 위주로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조금전 시로가 얼음송곳의 고드름을 사용하는 걸 보고는 시도해 볼 만한 것이 생각났다.
시로가 얼음송곳의 고드름을 반경 30미터에 빼곡하게 솟아나게 한다.
"헉.. 헉..! 이.. 이게 한계에요..!"
한순간에 너무 많은 능력을 사용하여 시로가 뒤로 철퍼덕 넘어진다.
"시로님. 고생했어요. 잠시 쉬도록 하세요."
아렌이 시로에게 가벼운 치유마법을 걸어주고는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한다. 아돌린은 아렌이 무언가 고위마법을 시전하려는 걸 느끼고는 괴물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려 애쓴다.
영창이 시작되자 아렌의 주위에서 가벼운 바람이 살랑거린다. 그리고 주문이 길어짐에 따라 살랑거리던 미풍이 조금씩 거세어지며.. 아렌의 앞에서 회오리치기 시작한다.
스르륵..
휘류류류...
드드드.. 쿠콰콰콰...!!
회오리치던 바람이 더욱 거세어지더니 시로가 만들어 놓은 얼음송곳의 고드름밭으로 움직이며 더욱 커져간다.
쿠르르릉...
거대해진 회오리가 얼음송곳의 고드름들을 집어삼키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다. 괴물도 회오리의 파동을 느끼고 주의를 기울인다.
쿠르르르릉...
쿠콰콰콰콰...!!
크아아아...!!!
콰르르르릉..!!!
얼음송곳의 고드름을 집어 삼킨 회오리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며.. 괴물을 삼켜버릴 것 처럼 윗부분을 쩍 벌리고는 괴물에게 달려든다.
오그마와 이고르, 혈룡왕은 회오리가 덮쳐오자 빠르게 물러나고.. 괴물은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는 화염의 브레스를 뿜어댄다. 얼음송곳의 고드름이 소용돌이치는 회오리가 괴물의 화염브레스와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토해낸다.
거대한 얼음의 회오리를 화염의 브레스로 막아가지만 절반 정도만을 막아내고, 화염이 끝나자 얼음송곳의 고드름이 소용돌이치는 회오리가 괴물을 집어삼켜 버린다.
쿠콰콰콰콰...!!
크아아아...!
거대한 얼음의 회오리에 갇혀버린 괴물이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치지만.. 회오리는 아렌의 영창에 따라 더욱 거세어지며 얼음송곳의 고드름과 깨어진 얼음 파편들이 소용돌이 속에서 휘몰아치며 괴물을 갈아대기 시작한다.
화르르륵.. 쿠콰콰콰..!!
괴물이 화염의 브레스를 뿜어대는지 이제는 얼음과 불이 동시에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괴물의 강철같은 피부와 재생력을 넘어서진 못한다. 모두들 잠시 지친 몸을 쉬어가며 아렌의 주위로 모여든다. 아렌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게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렌 또한 주문을 영창하면서도 저 정도의 타격으로도 괴물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한다. 모두들 괴물을 바라보며 암담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곳에 모인 인물들의 능력으로도 저 괴물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S급 능력자들로 여기 모인 인원의 몇배가 모이거나 전략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괴물을 처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모두의 얼굴에 갈등의 모습들이 보인다. 더 이상 버티는게 무리이다. 갈수록 힘들어지고 결국은 저 괴물에 짖밟힐 것이 눈에 그려진다. 은연중에 같은 생각을 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데..
철호가 아렌의 옆에 모습을 나타낸다.
검은 몸에 기계장치들을 온 몸에 장착한 이가 나타나자.. 다들 하얀 빛을 쏘아내던 인물로 추측하고, 그래도 같이 싸우는 이라고 생각한 건지 고개를 까닥여 보이기도 한다. 다만, 혈룡왕만이 이를 악물고 지그시 쳐다본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철호는 다른 이들은 신경도 쓰지않고 아렌에게 말한다.
"잘했어..! 얼마나 붙잡을 수 있지..?"
철호의 말에도 아렌은 영창만을 하고 있다. 대신 아돌린이 답해준다.
"7써클의 고위 마법입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아돌린의 말에 역시 그렇군 하는 표정으로..
"얼마 못 버티겠군..! 다들 알아서 피해라..!! 지금 바로.. 핵폭발을 시킬거니까..!!"
철호가 위성에서 광자포를 쏘겠다는 말을 못알아 먹을까봐.. 핵폭발을 시킨다고 소리친다.
"뭐..! 이런 미친.."
"어떻게.. 피하라고..?"
당장 쏴야되는데..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철호 밖에 없을 것이다.
찌꺽이도 위성이 광자포 발사대기 상태라 철호 한명 밖엔 이동 시킬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모두.. 차원통로로 들어가라..!! 10초 주겠다..!!"
철호가 그냥 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싸운? 사람들인데. 차마 바로 쏘진 못하고 그나마 기회를 주는 것이다.
차원 통로로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그래도 여기서 광자포에 소멸 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10..!"
"9..!"
철호가 카운트를 시작하자.. 혈룡왕이 욕설을 해대며 제일 먼저 검은막으로 날아간다. 놈이 씨커라면 헛소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8..!"
"7..!"
혈룡왕이 검은막으로 날아가자.. 오그마와 이고르도 달려간다. 혈룡왕이 저렇게 다급하게 행동하는 것은 분명 나타난 놈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너도.. 가..! 얘는 내가 데려가 줄께..!!"
아돌린이 영창하고 있는 아렌의 옆에서 우물쭈물하자 철호가 소리친다. 아돌린도 이곳에 오는 동안 지구의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핵무기라는게 있다는 것도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6..!"
"5..!"
철호의 말에도 망설이는 아돌린을 아렌이 눈빛으로 가라고 말한다. 이를 악다문 아돌린이 옆에서 같이 움찔거리는 시로를 낚아채 검은막으로 달려간다.
"4..!"
"3..!"
S급의 능력자들이 다들 검은막으로 달려가자.. 미국팀과 인도팀의 살아남은자와 흑야회의 남은자들도 검은막으로 달려간다.
"2..!"
"1.."
"들어가..!! ㅆ발 놈들아..!!"
몇몇이 검은막 앞에서 우물거리고 있자.. 철호가 소리를 지르고는 아렌을 붙잡아 순간이동으로 검은막 앞에 나타나고..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번쩍인다.
철호가 빛을 봄과 동시에 아렌과 같이 검은막으로 들어간다.
번쩍...!!!
큐웅..!!
쿠콰콰콰콰콰~~~
쿠아앙...!!!!
고밀도 플라즈마 광자빔이 위성으로부터 얼음과 불의 회오리속에서 빠져나오려는 괴물의 위로 내려 앉는다.
고밀도 플라즈마 광자빔에 직격된 마왕은 고밀도 플라즈마의 에너지를 버텨내지 못하고 원자단위로 분해되어 버린다.
마왕을 분해시켜 버린 플라즈마빔은 지하 500미터까지 파고들고, 후지산과 연결된 마그마를 건드리고 만다. 지상에서는 핵폭발과 같은 버섯구름이 솟구치고, 후폭풍이 남알프스 일대를 휩쓴다.
핵이 터진 것 같은 폭발로 인해 기타다케산의 절반이 날아가 버리고, 마그마가 영향을 받아 후지산이 분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단층도 영향을 받아 일본 열도가 지진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
"뭐야..? 다들 어디갔어..?"
철호와 아렌이 검은막을 통과해 나오자 괴물들만이 쳐다보다가 덤벼든다. 아렌이 마법을 펼치기도 전에 철호의 견착자동화기와 스파이더에 의해 주변의 모든 괴물들이 정리되어 버린다.
"이곳은..?"
아렌이 주위의 마나와 눈에 보이는 풍경들로 이곳이 판대륙이 아님을 바로 느낀다.
"여기.. 니네 차원.. 아니지..?"
철호가 얼굴형태로 밀착되어진 헬멧의 앞면을 사라지게 하여 얼굴을 내보이며 말한다. 그제야 철호의 얼굴을 확인한 아렌이
"네. 저희 차원이 아니네요. 그런데 제가 다른 차원에서 온 건 어떻게 아신거죠."
"뭐.. 알면 안되나..?"
아렌이 빤히 철호를 계속 바라본다.
"지구에.. 컴퓨터라는게 있는 건 알지..? 내가 지구쪽 정보망은 다 통제할 수 있다고.. 미국쪽에 있는 정보들을 뒤져보니.. 니네 차원에 관련된 것도 다 있더라고.. OK..?"
"네. 알겠어요. 그리고 도움주신 거 감사드려요."
"우리 차원 구한건데.. 니가 왜 감사해..?"
"차원을 떠나서 마왕을 물리친 것에 감사드리는 거에요."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나저나.. 왜 우리 밖에 없지..?"
- 아마 시간대가 다르게 적용된 거 같습니다.
"글쎄요. 저도 알 수가 없네요."
"시간대가 틀리다고..?"
"네..?"
- 네. 차원간의 시간대가 어긋나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아렌씨. 당신한테 하는 말 아니에요. 잠시만요..!"
철호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지만 아렌은 잠시 침묵하며 기다려준다.
"야. 넘어온 시간이 1초도 차이 안나는데.. 어떻게 시간대가 틀릴 수가 있어..?"
아돌린과 시로, 인도팀과 흑사회의 몇몇이 검은막의 앞에서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철호가 아렌의 손을 잡고 이동하여 나타나고,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자 철호가 아렌과 검은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돌린과 시로, 남은 이들이 검은막에 들어가는 걸 보면서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거의 동시에 아니면 1초의 차이도 나지 않을 것이다.
- 차원간의 시간차는 특정지을 수 없읍니다. 소수점 이하로 차이가 나더라도 엄연히 다른 시간대이면 차원통로를 통과하여 나타나는 시간은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읍니다. 이곳 차원의 1초가 저쪽 차원의 백년에 해당할 수도 있읍니다.
"뭐..! 그럼.. 몇 년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단 말이야..? 가만.. 그럼 다시 넘어갔을 때도 시간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잖아..?"
- 아직은 자료가 부족하여 알 수가 없읍니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런.. ㅆ팔..!!"
철호가 욕설을 내뱉자 아렌이 약간 인상을 쓴다.
"아.. 미안해요..! 실은..."
철호가 아렌에게 자신의 머리속에 또 다른 인격을 가진 컴퓨터와 같은 자아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해하기 힘들어 할 줄 알았으나.. 아렌은 그제야 웃어주며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그럼. 그분은 저와 대화할 수는 없나요..?"
"네. 제 의식하고만 연결된거라.. 뭐.. 칩을 이식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분의 이름이 있나요."
"네.. 쪕.. 찌꺽이라고 불러요."
"찌꺽이요..?"
"네.."
아렌이 살짝 웃어보이고는..
"저.. 찌꺽이님... 찌꺽이님...!"
철호가 뭐하는 건가 쳐다보는데..
- 네. 아렌님.
"아.. 들리시는 군요.."
"어.. 뭐야..?"
"반가워요. 저는 아렌이에요."
- 네. 알고 있읍니다. 아렌님. 전 찌꺽이라 합니다.
"뭐.. 뭐야..!! 니들 어떻게.. 대화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