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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울과 밤의 검사
작가 : Dr러다이트
작품등록일 : 2017.6.21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행복과 타오르는 복수심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해매는 검사의 이야기

 
17. 교감 03
작성일 : 17-07-22 23:18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7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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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리스는 마지막 남은 스켈레톤의 해골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이걸로 2층은 정리가 끝난 건가?”

 “역시 이리스님의 힘은 대단하십니다.”

 “뭐 이 정도는 간단하지”

 2층은 스켈레톤이나 고스트같은 하급언데드가 돌아다니는 정도라 그녀 혼자서도 충분했다. 뒤 따라오는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는 나중에 올 사람들을 위해 통로를 이곳저곳을 막고 있는 돌무더기를 정리하고 시체를 치우는 일 뿐이었다.

 “이정도면 거의 끝까지 온 것 같은데......”

 “막혀있군.”

 2층의 끝은 무너져 내린 돌덩어리와 흙무더기로 막혀있었다.

 

 “어떻게 할 텐가? 정리가 끝났으니 사람들을 불러와서 내려가는 길을 파내야할 것 같은데”

 돌무더기는 망치로 깨부수고 치워버리면 되었지만 막혀버린 계단을 치우는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제가 마법으로 길을 열겠습니다.”

 “아서라 보조마법도 안 배운 것 같은데 뭘 하겠다고”

 리오넬은 탐사대에 들어와서 한 일이 없다. 중간에 위력적인 마법을 몇 번 선보이기는 했지만 그 때마다 천장에서 흙먼지가 내려않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기에 지금은 얌전히 후위로 빠져있었다.

 “이번은 여기까지만 하고 올라가는 게 어떻습니까?”

 화염목의 꽃은 고스트에게 습격당했을 때 마나를 너무 많이 불어넣는 바람에 개화가 절반정도 진행되었다. 완전히 피어오르고 나면 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일단 아직 여유가 있으니 잠깐 쉬면서 생각을...이리스?”

 “내려가는 길을 만들 거야”

 나머지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리스는 일행과 떨어진 지점에서 칼날을 바닥에 박고 마나를 집중시키는 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어둠과 냉기의 힘이 바닥에 집중되고......

 “무너져라”

 콰콰쾅

 냉기가 수분을 얼려서 틈을 벌리고 어둠이 그 틈을 파고든다. 마치 작은 구멍을 뚫어서 댐이 붕괴시키는 것처럼 그녀는 순식간에 바닥이 무너뜨렸다.

 다행이 나머지 사람들은 그녀와 멀리 떨어져있어서 아래로 추락하는 일은 없었지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지하감옥 전체가 흔들려서 몸을 바닥에 바짝 붙이고 혹시 떨어질지 모르는 낙석에 대비했다.

 “......계속 가야해”

 이리스는 용의 날개를 펼치고 아래층으로 사뿐 내려앉았다. 그 후 곧바로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제길 어떻게 된 거지?”

 “......너무 높아 우리끼리 더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해”

 높이는 얼핏 보아도 3, 4m정도는 되었다. 이곳은 마법이나 정령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서 내려가고 나서는 다시 올라오기 힘들어보였다.

 이름 모를 괴물의 입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구멍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이곳과 비교도 되질 않았다. 뭔가 끔찍한 것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불길함 때문에 그녀가 검은 용인임을 알면서도 다들 내려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제가 혼자서 쫓아가겠습니다. 위에서 사람을 더 불러오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엘프 중 한명이 가방 속에서 천에 감긴 가지 하나를 꺼냈다. 아직 쓰지 않은 새 화염목의 가지다.

 “처음 다루는 분도 마나를 넉넉하게 불어넣어 주면 반나절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금방 다시 내려오겠네!”

 나머지 일행들이 점점 멀어지자 빛이 줄어든다. 손에 들린 화염목의 가지가 발하는 작은 불만이 주변을 비추고 있을 뿐 리오넬은 심호흡을 하고 지하 3층으로 몸을 던졌다.

 

 지하 3층은 아마 간수들이 거주하는 공간이었던 듯싶다. 텅 비었던 1층, 2층과 달리 3층에는 제법 사람이 살았었던 흔적이 남아있었고 내부의 구조도 많이 달랐다.

 “침착하자 이리스는 어디에 있는 거지?”

 어중간한건 이리스가 이동하면서 다 처리했겠지만 또 바닥이나 벽 틈에서 고스트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리오넬은 화염목의 가지가 발하는 빛에 의지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리스는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내려올 때는 분명 얼마 차이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어디에 있는 거지?

 마음이 조급해지자 걸음이 빨라졌다. 빠른 걸음으로, 조금 지나서는 달리기로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그녀와 자신의 격차를 나타내는 것처럼

 “허억 허억 이리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보니 숨이 가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래 결국 이리스는 자신을 떠나는 게......

 

 그 순간 리오넬의 귓가에 대고 누군가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첫말은 성숙하게 뒷말은 순진하게

 “조급해 하고 있구나, 바로 뒤에 있었는데 몰랐어?”

 재빨리 거리를 벌리고 뒤를 돌아보니 이리스였다. 그녀는 작게 키득키득하며 말을 이었다.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어른의 일이지, 무얼 고민하는 거야?”

 “넌 이리스가 아니군. 누구지?”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그리고 외형적으로도 눈치체지 못 할 만큼 사소했지만 눈이 달라졌다. 금빛으로 빛나던 두 눈은 지금 맑은 하늘빛을 띠는 오른쪽 눈동자와 깊은 바다처럼 암청색을 띠는 왼쪽 눈동자로 변해있었다.

 “글쎄? 누굴까?, 아니 시간이 없으니 장난은 안 해도 되겠지”

 기괴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그녀인데 정말 친숙한 느낌이다. 마치......마치......

 “미래의 그녀를 보는 것 같은 기분?, 아니 있지도 않은 허상이겠지”

 “당장 이리스한테서 나가!”

 겁먹은 짐승처럼 소리를 질러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것은 그저 손가락을 입술에 가볍게 대고는 쉬잇 하고 작게 말했다.

 “조용이 해 지금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 꿈에서 깨어난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어”

 “너는......누구지?”

 그녀는 절대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 아이는 나의 뜻을 펼쳐줄 거야,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신? 너는 신인건가?”

 뜻을 펼쳐줄 대리자 청색으로 물든 눈동자 두 가지를 합쳤을 때 생각나는 건 신뿐이다. 묘하게 다른 느낌의 두 소리 죽음과 끝, 겨울

 “에시디아...하지만 그녀는 신도가 아닐 텐데?”

 “아니 이 아이는 내 대리자야. 내 선지자가 이미 계약자를 구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조언을 해주지. 세 번의 기회는 아껴두어라 그것은 이 아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니”

 에시디아의 선지자는......마왕을 뜻한다. 그의 역할은 흐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계에 정체된 혼에게 중간계에 있을 때의 미련을 풀 기회를 주는 것, 마족들의 중간계 침공이다.

 물론 리오넬도 잘 알고 있다. 블랙밸런스의 수장인 그는 이미 마왕과 계약했고 긴 전쟁 끝에 수세에 몰리자 본성을 드러내서 마왕을 강림시켰다.

 “세 번의 기회를 아껴두라니?”

 “넌 끝을 봤잖아? 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 있지?, 그러니 초조해하지마 널 떠나지 않아”

 그녀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와서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싼다. 갑옷으로 감싸여 있어서 사람의 품에 안긴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녀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은 어머니의 품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이 아이는 순수해 투명한 얼음처럼 단단하고 차갑지만 깨지기도 쉬워, 있는 그대로 보아라. 얼음은 투명해서 그 내면을 감추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하지만은 없어 그런 운명이니까, 네 끝이 올 때까지 그리고 이 아이의 ‘완성’이 올 때까지 곁을 지켜라”

 거칠게 살아온 것 치고는 부드러운 손이 볼을 쓰다듬는다.

 “완성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실패작은 봤었잖아?, 신과 마와 용의 길이 하나로 모일 때 검은 완성된다.”

 그녀는 차례차례 자신의 이마와 심장과 아랫배를 짚었다.

 “실패작이라니 설마...”

 “세 개의 길을 위해 세 번의 기회를 아껴두어라”

 “기회는 뭘 말하는 거지?”

 “......”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실이 끊어진 목각인형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이리스 일어나”

 쓰러진 이리스를 흔들어서 깨우자 금세 정신을 차렸다.

 “우왓! 어라? 나머지 사람들은?”

 “괜찮아?”

 “아...그러니까 이상한 꿈을 꿨어.”

 “꿈?”

 뜬금없이 꿈이라니?

 “그러니까 꿈은 꿈인데 이 성 지하가 무너질 때의 꿈...아니 기억인가?”

 “혹시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거나 하진 않았어?”

 “신? 모르겠는데?”

 그녀의 몸을 빌린 건 자신에게 신탁을 전하기 위해서인가? 곁에 있어주라고?

 “그런 것 보다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가면서 이야기해줄게 일단 움직이자”

 “앞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천천히 가자”

 “괜찮아 3층에는 망자가 될 만큼 집착이 강한 혼은 없었으니까”

 리오넬이 에시디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리스는 과거의 기억을 엿보았다. 문이 열리는 날 언데드와 마물무리를 부리는 흑마법사들이 이 성을 공격해올 때의 기억

 지하 3층은 간수들의 거주하는 공간이다. 간수들이 잠을 청하는 휴게실이나 감옥에서 사용하는 식량창고와 고문실, 취조실 하지만 재앙 당시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지상으로 도망쳤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 아래 4층과 5층에는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이 있었다. 사형을 내려야 했지만 민심 때문에 사형시키지 못한 죄인들, 셀도란제국 이전에 존재하던 로뎀제국을 옹호하던 사람들과 대마법사 로저스의 봉인이 세상의 균형을 해친다고 해체를 주장했던 사람들

 이 아래는 그들을 끝의 산맥 너머로 추방시키기 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정보를 빼앗고 갈고닦은 마법이나 오러를 다루는 능력들을 전부 제거하기위해 거쳐 가는 장소다.

 하지만 그들은 추방당하기 전에 입구가 무너져버린 이 어두컴컴한 지하 속에서 자신을 가둔 이들에게 원망과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점점 탁해지는 공기와 굶주림, 메마름으로 생명을 잃었다.

 “1, 2층은 끽해야 좀도둑같은 일반 죄수야 당연히 언데드로 된다고 해서 강할 리가 없지 하지만 이 아래에 부터는 진짜야”

 “아까 보니 날개가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조금 성장했다. 랄까? 어때 예쁘지?”

 이리스는 두 날개를 활짝 펴 보았다. 어둠속이라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화염목의 가지가 빛을 밝혀주고 있어서 생각보다 잘 보였다. 길이도 이전보다 두 배는 됨직 해 보이고 보이지 않던 왼쪽 날개도 자라나 있었다.

 직접 만져보니 마치 잠자리의 날개를 만지는 것처럼 얇고 섬세해보였다. 질척질척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지금의 이리스를 대하면서 더 이상 예지속의 그녀와 비교하는 것은 실례일지도 몰랐다.

 덧붙여서 아가사 스코트도 즐겁지도 않고, 공유할 수도 없는 추억에 얽매이는 것보다 이번에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빌어주자

 “예쁘네. 마치 밤하늘을 보는 것 같아. 이제 진짜 성룡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축하해”

 “에헤헤헤”

 “그런데 어떻게 각성한 거야?”

 “그냥 내면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한 것뿐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절반쯤 이동했을까? 이번에는 바닥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짙은 어둠의 마나가 흘러나오자 화염목의 가지도 거칠게 일렁였다.

 “역시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가는 게 어때?”

 “그럴 필요 없어 이 아래 있는 사람들은 분명 강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아. 꽉 잡아”

 “설마 내려가려..우아아아...아?”

 이리스는 리오넬이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옆구리에 그를 끼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활짝 펴진 날개는 두 사람은 안전하게 4층으로 내려다 주었다.

 “쿠후훗 리오는 겁쟁이구나”

 “크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지하 4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보인 것은 수많은 해골들이 몸을 일으키는 관경이었다. 뼈와 어둠의 마나로 무장한 해골 전사들

 이리스의 그것과 비슷한 검은 오러가 해골들의 검에도 씌워졌다. 평범한 스켈레톤인 아니라 살아있을 때의 영향을 받아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중급의 언데드, 스켈레톤나이트다.

 “저, 저기 이리스? 조금 위험하지 않아?”

 “어...음......그럴지도? 엎드려!”

 이리스는 리오넬의 머리를 눌러서 강제로 눕히고 활짝 펴진 두 날개를 휘둘러서 접근해오는 해골기사들을 쳐냈다. 무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뼈에 어둠의 마나를 둘렀을 뿐이기에 밀어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이쪽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버티기만 해봐”

 “알겠어.”

 이리스가 정면으로 나서자 리오넬은 마력을 저장시켜둔 사파이어를 꺼냈다.

 “월 오브 아이스”

 보석을 빛으로 산화하며 거대한 얼음장벽을 만들어서 뒤편을 막았다. 마법 때문에 마나의 흐름이 불안정해지자 화염목의 가지가 위태위태하게 흔들렸다.

 “이크 그래도 이거면”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오러로 얼음벽을 부수려고 했지만 보석을 매개로 발동한 얼음벽은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

 그사이 이리스는 다수의 스켈레톤 나이트들을 상대로 분전하며 하나하나씩 수를 줄여나갔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그녀를 노리고 해골기사들이 검을 내질러왔지만 이리스는 오히려 안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가운데에 있던 스켈레톤나이트를 몸으로 들이받고는 한 바퀴 빙글 돌며 검을 휘둘러 나머지 두 마리를 베어버렸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검의 궤적을 따라 작은 틈이 드러나며 영혼들을 빨아들였다.

 “그으으으...”

 “우워어”

 하지만 적은 아직 많았다. 저 멀리서부터 하나 둘 씩 일어서는 언데드무리를 보며 이리스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한 번에 정리해야겠어.”

 이리스가 대뜸 검을 바닥에 내리꽂자 어둠속에서도 선명한 푸른빛을 띠는 냉기가 지면을 내달리며 모든 것을 얼렸다.

 화염목의 가지가 발하는 희미한 빛에 얼어붙은 뼈들이 반짝인다. 얼음 속에서도 이글거리는 안광과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모습을 보니 금방 얼음을 깨고 나올 것 같지만 그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없다.

 “사신무 사멸의 바람”

 밀폐된 지하에서 한줄기의 바람이 분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고 희미하지만 그 미약한 바람은 얼어붙은 뼈들을 서서히 풍화시켜서 먼지로 만들었다. 흩날리는 뼛가루에 공기가 점점 탁해진다.

 “회귀의 검 환기”

 검을 돌리며 바람을 일으켰다. 먼지들과 탁한 마나들이 그녀의 중심으로 몰려들고 흩어지면서 정화된다. 썩은 공기와 오염된 마나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끝났으면 이쪽도 부탁해!”

 정면의 적을 대강 정리하고 보니 스켈레톤나이트들이 얼음벽에 구멍을 뚫어서 리오넬을 향해 손과 칼날을 뻗고 있었다.

 “나한테 맡기라고!”

 콰드득

 이리스는 냉기를 불어넣어서 얼음벽을 보수했다. 해골기사들은 생전의 지혜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단순해서 손을 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얼음벽에 손이 끼었다.

 “넘어간다!”

 아직 얼음벽 뒤에 멀쩡한 스켈레톤들이 존재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힘과 어둠의 마나로 검은 촉수들을 만들어서 그대로 밀어서 얼음벽을 무너뜨렸다. 리오넬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얼음벽은 빈 공간 없이 벽에 붙어있었다. 그런데 그 상태로 벽을 무너뜨린다면...

 우르르릉

 통로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장과 벽면을 구성하는 벽돌들이 얼음벽과 함께 무너지자 그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도 무너져 내렸다.

 “......뭐 깨끗해 졌네.”

 “하아 여긴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까 그런 건 자제해줘”

 이리스는 그 말을 듣는 체 마는 체 하며 황천의 길을 열어서 영혼들을 흐름으로 되돌려 보냈다.

 “자 그럼 내려가 볼까?”

 그녀는 아래로 내려가는 구멍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바로 직전에 와서 멈칫 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상해 공기가 달라”

 “무슨 소리야?”

 “이 아래는 습해”

 오래된 탄광처럼 먼지가 섞여 건조하고 텁텁한 공기에서 마치 짐승의 아가리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불쾌한 악취가 나는, 습기 찬 공기로 변했다. 이 아래에는...... 언데드보다 불결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아악”

  저 멀리서 통로가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해골들이 또다시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통로에 생겨난 구멍에서 눈알이 달린 역겨운 촉수들이 튀어나오더니 개미핥기의 혓바닥처럼 해골들을 잡아서 구멍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 촉수중 하나가 이리스를 보았다.

 눈은 마치 처음 보는 무언가를 관찰하는 것처럼 사과만한 크기의 누런 눈동자를 끔벅이며 점점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리스는 용병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인간을, 마물을 상대해왔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보고 있는 이형의 괴물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굳이 비슷한 걸 생각해보자면 크라켄정도 일까?

 “으윽. 으아아아!”

 이리스는 자신이 겁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함을 내지르며 용맹하게 검을 내질러 촉수를 베어버렸다. 잘려진 촉수는 바늘에 찔린 애벌레처럼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역겨운 악취를 풍기는 체액을 흩뿌렸다.

 크에에엑

 “으....으아......”

 저 아래서 정신을 뒤흔드는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영혼을 채칼로 갈아버리면 저런 소리가 들릴까? 이리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방금 전에 나왔던 촉수의 두 배는 됨직한 거대한 촉수가 그녀를 휘감아서 끌고 들어갔다.

 “이, 이리스!”

 그녀가 끌려가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끔찍한 공포심에서 정신을 차린 리오넬은 멍하니 그녀가 들어간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그 곳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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