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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과거를 산다
작가 : Lowe
작품등록일 : 2017.6.14

평소와 같이 잠이 든 주운은 꿈속에서 낯선 장소에 떨어진다.
처음에는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은 조금씩 그의 삶으로 자리잡게 되고, 그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꿈속에 그곳이 과거의 '고구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평범한 청년의 고구려 적응기..

 
6
작성일 : 17-06-16 23:49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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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인가 이진이 도상이 뫄?”

 “도상이요?”

 “왕 다음으로 다한 권력을 소유한 인말외다.”

 “맞아요.”

 “오! 이진은 혈계전승이 아닌 힘으로 권력을 분조하는구나.”

 “족장의 아들이에요.”

 “어디 하나 아인한 진이 무이한데도 말이 뫄?”

 “네?”

 “아비와 자식은 아인한다 하지 아니 뫄?”

 “아, 안 닮았다고요? 근육이 닮았잖아요.”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왕인은 족장과 운고토를 번갈아보더니 내 말에 수긍 하는 것 같았다 하긴 두 사람 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는 팔뚝을 가지고 있긴 했다.

 

 운고토와 약간 떨어진 곳으로 걸어간 족장이 그에게 무언가를 묻자 운고토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마 왕인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는 것 같았다. 족장은 운고토의 뒷통수를 한 대 때리고 다시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쪼 샤사 그 텐지?”

 “도.”

 

 족장의 물음에 왕인이 손가락 여덟 개를 펴보였다.

 

 “뭐래요?”

 “병사가 몇이나 사하였는지 뫄더구나.”

 

 왕인은 족장과의 대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종종 족장의 말을 해석해주며 그와 한참을 떠들었고, 우리는 함께 족장의 움막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꾀가로 넘어갔다. 왕인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행복한 얼굴로 족장의 움직임을 따라했고, 억지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족장과 함께하는 꾀가는 오랜만이라 나도 기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캄사다 우흐 다노, 푸르오 우흐 다노, 호티아 우흐 다노.”

 

 늘 외는 것과 같은 문장이었지만 족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은 내 문장보다 훨씬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땅에 내리깔리는 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족장의 목소리가 이어질수록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공기는 느리게 내 입과 코를 통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고, 이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조차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긴 문장이 한 바퀴 돌고, 처음으로 돌아왔다.

 

 “캄사다 우흐 다노, 푸르오 우흐 다노, 호티아 우흐 다노.”

 

 나와 족장 그리고 빠르게 꾀가를 습득한 왕인의 목소리가 움막을 채웠다. 머리가 무거워지고 고개가 뒤로 꺾였다. 눈을 뜨자 에어컨이 보였다.

 

 내 기대를 깨부순 건 창밖으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였다. 정적이 깨지자 누워있던 침대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오늘도 나는 도담으로 돌아가는데 실패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젯밤 잠들기 전 좋았던 예감만큼 딱 그만큼 기분이 나빠졌다. 이곳의 생활이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던 이성은 도담의 본능 앞에 조금씩 부서져 내렸다.

 

 “권주운! 지금 몇 신데 이제 온 거야?”

 “10시까지 출근 아니에요? 지금 9시 50분인데.”

 “신입이면 30분 전에는 나와서 준비해야 될 거 아니야! 나 혼자 오픈 준비 다 했잖아.”

 

 순간 이성은 완전히 본능에게 굴복했다.

 

 “밖으로 나와.”

 “뭐하는 거야? 이거 안 놔!?”

 

 나에게 멱살을 잡힌 선배새가 발버둥쳤지만 운고토처럼 내 팔을 부러뜨리거나 힘으로 나를 막을 순 없었다. 이곳에 돌아온 지 두 달, 도담과는 멀어졌지만 나는 전체적으로 도담의 전사에 가까워져있었다.

 

 “너 이러는 거 사장님이 알면…”

 “조용히 하고 그냥 덤벼. 아니면 입 닥치고 있던지.”

 “이것 봐라?”

 

 자존심은 있는지 선배새는 팔을 걷어 올렸다. 양팔을 얼굴 옆으로 들어올렸지만 온몸이 빈틈투성이였다.

 

 “내가 작다고 무시하나 본데,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대궐.”

 “뭐?”

 

 그가 되묻는 순간 내 주먹이 정확히 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그는 요란스러운 신음을 내며 양손으로 옆구리를 움켜졌다. 고통스러워하는 선배새의 가슴팍에 두 대 더. 마지막 남은 이성이 얼굴을 때리는 것만은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한 손으론 가슴을, 나머지 한 손으로 옆구리를 잡고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놈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성이 모두 사라지고 본능만 남은 눈빛이었다. 굴복하느냐, 맞서 싸우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눈빛. 손 대는 순간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의 방울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억!”

 

 다리를 걷어차자 선배새가 볼품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꺼지기 전에 가장 밝은 불빛을 내며 타오르는 양초와 같은 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운고토.”

 

 그때서야 운고토가 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던 나에게 전사의 증표를 건넸는지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꺼지지 않고 타오르던 내 눈빛을 본 것이 분명했다.

 

 그들에게 싸움은 승자와 패자를 겨루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서로가 가진 집념과 목적을 고통과 인내로 알아내는 신성한 의식 중 하나였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싸움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서열을 정하는 것보다 의식처럼 행해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싸움이 끝나면 늘 아이들은 전보다 더 친해져있었고, 대화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와 운고토도 그랬다. 우리는 말보다 행동으로 서로를 이해했다. 사냥을 떠나 호랑이를 잡고, 쿠우론의 습격에서 마을을 보호하고, 분노로 한 번, 오해를 풀기 위해 한 번 서로에게 주먹을 뻗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궁금해했고, 남들보다 빠르게 서로를 이해했다.

 

 어쩌면 그들의 언어가 지금만큼 복잡하지 않았던 이유는 언어보다 더 뛰어난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함께 행동하며 서로를 이해했다.

 

 도담이 존재했던 시대보다 1500년은 더 지난 시점에 나는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겁에 질린 선배새는 나불대던 입을 꼭 닫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힘에 의한 지배. 리크마 히비. 족장이 들려주던 꾀가의 뒷부분이 불연듯 떠올랐다.

 

 내가 다가가자 선배새가 놀라 뒤쪽으로 기어 갔다. 나는 그를 일으켜 양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는 얼떨떨한 표정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나는 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창문을 닫고 모든 전자기기들을 완전히 종료했다. 도담의 정적 만큼은 아니었지만 꾀가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머릿속은 깨끗했다. 도담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꾀가를 하고 싶었다.

 

 “캄사다 우흐 다노, 푸르오 우흐 다노, 호티아 우흐 다노.”

 

 원래 알고 있던 세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리크마 히비, 리크마 주토 히비, 고히비 우흐 다노.”

 

 리크마 히비를 시작으로 새로운 두 문장이 자연스럽게 뒤따라나왔다. 마치 원래부터 알고 있던 문장 같았다. 긴 숨을 내뱉고 다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또 한 번 숨이 밖으로 나가면 온몸은 공허로 채워진다.

 

 “캄사다 우흐 다노. 푸르오 우흐 다노. 호티아 우흐 다노. 리크마 히비. 리크마 주토 히비. 고비히 우흐 다노.”

 

 마지막 남은 식량처럼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곱씹으며 내뱉었다. 문장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내뱉은 문장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마음으로 꾀가를 이어갔다. 주위가 조용해져 간다. 하나 둘씩 나를 이 세계에 묶어놨던 것들이 어딘지 모를 곳으로 사라져간다.

 

 긴 정적이 흐른다. 깨어지지 않을 것 같이 긴 정적이다. 몸이 천천히 허공에 떠오름을 느낀다. 눈을 뜨니 하늘이다. 그립고 그립던 도담의 하늘이었다.

 

 “드디어!”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공기, 저 멀리 뻗어있는 지평선, 문화라는 천막이 세상을 덮기 전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땅을 향해 천천히 떨어지는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누굴 가장 먼저 찾아가야할까, 족장은 또 내 뺨을 때릴까, 아니면 따뜻하게 안아줄까. 운고토는 내가 사라졌을 때 통쾌해 했을까, 아니면 아쉬워했을까. 미라주는 과연 슬퍼했을까. 아래로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몇 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 씨.”

 

 땅에 닿기 무섭게 미끄러운 물체가 발에 닿았고, 균형을 잡지 못한 나는 바닥에 벌러덩 넘어졌다. 마을 중앙에는 시체를 태운 흔적이 남아있었고, 내가 밟은 건 시체에서 뻗어 나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였다.

 

 “운장로!!”

 

 전쟁에 흔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승리했던 패배했던 시체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하늘에서 떨어질 때마다 나를 포박하러 나왔던 사람들이 그리울 정도로 마을은 조용했다. 족장의 집으로 달려가는 동안 바닥에 흩뿌려진 혈흔들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운장로!”

 

 움막을 열어젖히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미라주, 운고토, 왕인 그리고 족장까지.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하고 있진 않았다.

 

 “주운!”

 “주운”

 “주운..”

 

 미라주는 그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나를 불렀고, 운고토는 최대한 감정을 절재하며 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족장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초라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족장은 침대에 누운 채 미라주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왼쪽 눈, 오른쪽 팔, 양쪽 다리에 나뭇잎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걸로 봐선 큰 부상은 입은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내 아집이 이진을 이리 만들었다.”

 

 내 물음에 왕인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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