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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국을 가리키는 새하얀 나침반
작가 : 소시지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은 망자가 범람하는 세계, [저승]
[구원(천국)]과 [심판(지옥)]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향을 걷는 자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19살 소녀, 한지예는 자신의 방에서 絞死━━목을 매달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죽지 않았어!”

자살이라는 대죄를 범하고만 한지예는 지옥을 심판받고야 말았다!
천국의 영원한 이별, 확정된 지옥, 그나마 살만한 저승라이프!
사신과 불가촉사망자들을 피해가는 파란만장한 사후세계 생존 판타지!

 
T time. 4
작성일 : 17-07-23 22:34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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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자네 괜찮은가?!”

 걱정해준 사람은 김지용 뿐이었다. 믿을 구석은 같은 남자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트루은 김지용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바보 감싸주시면 안돼요, 아저씨.”

 경멸이 썩긴 듯 만 듯한 한지예의 충고에 트루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죄인같이 축 늘어진 모습이 다소 눈에 거슬렸는지 김지용은 엉뚱하게 화제를 돌렸다.

 “그, 그래. 자기소개해야지. 암 그렇지.”

 김지용은 자연스럽게 트루의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를 보냈다. 트루는 힘없는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지용이 자기소개를 시작하였다.

 “이름은 김지용이네 나이는 29이고 직업은 군인일세.”

 “오호! 군인!”

 곧바로 환호성이 터졌다.

 다름 아닌 방금까지 만하더라도 주눅들어버린 트루 오베른이 활기찬 모습으로 돌변하고는 감탄하고 말았다. 기력을 되찾은 트루를 보고 김지용은 안심할 수가 있었다.

 “저승에 온지는 16년이나 지났네, 머리는 그다지 좋지 않아서 궁금한 게 있으면 윈디에게나 물어보시게나.”

  “질문 있습니다!”

  트루의 눈빛이 은하수처럼 가득히 반짝였다.

  “말해보시게.”

  “군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대단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다니! 요즘 사람들은 지용형님을 본받아야합니다!”

  “허허허. 그런가?”

  아부에 그만 쑥스러운 듯 김지용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어떤 전투에서 전사하셨습니까? 총알이 난무하는 황무지? 아니면 폭풍우가 치는 해전? 비행정을 타고 공중전일수도 있겠군요. 암살을 당했는데 알고 보니 가장 친하게 지낸 전우가 사실 적군의 스파이라던가.”

  방언이 터진 마냥 속사포가 끊이질 않았다.

  “군복으로 보아하니 육군이시군요! 시가전? 백병전? 아니면 게릴라전? 혹시 특수부대이신가요?!”

  “전부 아니야.”

  김지용이 고개를 저었다. 이 반응을 보이자 트루는 탁자를 치고 벌떡 일어섰다.

  “헉! 헉!”

  숨을 거칠게 쉬더니 흥분에 빠진다.

  기꺼이 탁자에 경계를 넘어 상대편가까이 얼굴을 불숙 내밀었다. 김지용은 트루에 반응이 부담스러워 얼굴을 뒤로 빼고 시선을 피했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라붙었다.

  “아니면 혹시 고위관직이시거나……, 그럼 역시! 형님자리를 노리는 내부의 배신?!”

  흥분보다는 실성에 가까웠다.

  “그래! 스토리! 자식같이 키운 병사가 사실 전쟁도중 잃은 아들이거나! 아내가 적군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에 맨몸으로 적군에 쳐들어가서 아내를 구출했다거나!”

  트루는 심한 흥분으로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멈출 줄은 몰랐다. 자신이 동경하는 군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진정한 군인을.

  “어서! 어서!”

  탁자가 부셔질 듯 내려쳤다. 대답하지 않으면 살해라도 저지를 모습이었다.

  땀을 흘리며 난처해하던 김지용이 끝내 입을 열었다.

  “……고향 가던 길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네.”

  “크흐흐! 전쟁이 끝나고 심장마비라니! 드디어 가족을 만나는 순간인데! 크흐흑! 그런 비극적인 결말이…………. 잉?”

  뭐라고? 트루는 휘둥그레진 눈을 깜박였다.

  그가 갈망하는 결말은, 전장에서 장렬이 싸우다가 전사하는 모습이었다. 동료에 애타는 부름에도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는, 그런 마지막장면을. 하지만 김지용의 마지막은 고향 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장렬이 사망했다.

  감동이 아니라, 허무.

  트루는 진이 빠져 자리에 털썩 앉는다. 혼이 빠져나간 생기 잃은 눈빛이 처렁했다.

  우선 트루를 관심 밖으로 제쳐두고 한지예가 김지용에게 말했다.

  “많이 아쉽겠네요. 그토록 바라던 날인데.”

  그리고 한지예는 이어서 말했다.

  “가족은?”

  김지용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오랫동안 헤어진 가족의 옛 기억이 머릿속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있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약속했는데 정말 나를 기다려줬어.”

  김지용은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정말 고맙지. 나 같은 바보를 기다려줘서.”

  하지만 김지용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군용화물차에 실려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고향에 막 도착할 무렵에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휩쓸렸지만. 그래도 가족의 얼굴이라도 보기위해 고통을 억누르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자신을 향해 뜀박질 치던 한 여자의 장면이 마지막 기억이다.

  “나란 남자는 약속도 못 지키고 죽고 말았구나.”

  침울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다시 목을 축였다. 녹차는 식도를 타고와 온몸을 따뜻하게 적셨다.

  가만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한지예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괴로우신 것도, 그럴만하네요. 제가 아내분이라도 아저씨를 원망할 것 같아요.”

  듣기 거북한 말이지만, 김지용은 그럴 만도 하구나 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만약 자신이 아내의 입장이라면 김지용에게 원망을 가질 터. 자식이라는 무거운 짐을 홀로 지게 내버려둔 김지용은 비난하지 못할 원수와도 같았을 것이다.

  “아가씨 말이 맞아. 나는 용서받지 못할 걸세.”

  자신을 자책하자. 말없이 경청하던 트루가 손사래 쳤다.

  “그런 말하지 마세요, 형님. 지금도 여기에서 아내를 기다리시잖아요. 비록 형님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약속을 못 지킨 건 아니에요.”

  트루는 탁자에 손을 얹고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

  “형님은 무책임하지 않아요. 16년이나 지나도 잊지 않고 지금까지도 아내를 위해 생각하잖아요!”

  허탈하게 웃는 쪽은 김지용이었다. 트루의 위로는 다소 위안적인, 긍정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위로일 뿐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오나 불안이 앞선 김지용은 오직 부정적인 모습만 비춰보았다.

  자신을 원망하는 아내.

  16년의 사죄는 자신을 원망하지 말라는 일종의 담보로, 무책임적인 사죄였다.

  이곳 저승이라는 공간은 그런 곳이므로. 용서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허락받은 세상이기에 김지용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죄뿐이다.

  “그래도 말이야. 쉽게 용서 받기는 글러먹은 것 같구나. 나는 살아생전 끔찍한 죄를 많이 저질렀어. 만일 그걸 알아버리면 더욱 용서해주지 못할 거야.”

  점점 작아지는 음성이 자신에게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홀로 끙끙 앍는 트루가 머리를 싸매었다.

  “서로 사랑하잖아요? 형님이 사랑한 상대이자 형님을 사랑해준 상대잖아요. 용서받을 자격은 있어요. 아니. 용서받아야 해요.”

  “그러면 좋겠지만…….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고요! 혼자서 앍아봤자 힘든 건 형님이에요. 자신을 가지세요.”

  김지용은 힘없이 눈웃음만 지었다. 트루의 조언으로 그럭저럭 원기를 되찾을 정도로 충분하였다. 하오나 완전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트루가 개입한 뒤, 커피를 훌쩍이던 한지예가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트루의 낙천적인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너.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한다.”

  트루가 “네?” 라고 말하고 고개를 옆으로 기우렸다.

  “그게 쉬운 줄 알지?”

  “무슨 말씀이세죠?”

  “안타깝다는 말이야.”

  한지예의 검지가 트루를 지목했다.

  “너처럼 태평한 녀석들은.”

  잠시 생각에 빠진 트루가 탁자에 얹힌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확실히. 누님이 판단하시는 대로 저는 태평한 녀석이네요. 말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행동은 엉망이구요.”

  트루가 느릿느릿한 행동으로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맨날 땅바닥만 볼 바에는 이러는 편이 훨씬 나아요. 바뀔 생각도 없고요.”

  “단호하네?”

  “이런 성격이 제 적성에 맞아요. 우물쭈물 고민하는 모습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김지용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너 그러다가 큰코다친다. 세상은 그리 쉽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쉽고 어려움은 한끝차이에요. 자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든 것이고 버틸만하다고 생각하면 버티는 거죠. 사실은 거기서 거기인데, 의지는 무게추가 고장 나는 바람에 한쪽에 발을 디디면 그쪽나락에 빠지는 거에요.”

  “미안하네. 나락에 빠진 여자라서.”

  “그런 뜻은 아닌데, 흠……. 아무튼 낙관적이던 비관적이던 서로 한 발짝 차이에요. 큰코다칠 바에 낙원에서 다칠래요.”

  한지예가 쿡쿡 웃었다.

  “낙원바닥이 매트리스인줄 알겠다, 얘. 가시밭길에 넘어져서 큰코다쳐야 누나 말을 이해하겠어.”

  “제 코는 누님처럼 예쁘지 않아서요.”

  “뜬금없지만 반박할 수 없다……?!”

  한지예가 양손으로 어깨를 부둥켜안았다. 묘한 소름의 감촉 탓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증세는 휴지조각이 불타듯이 금세 사그라졌다.

  “뭐어. 네가 좋다면 굳이 상관할 필요는 없지만, 너는 특히 조심해야해.”

  손가락으로 탁자를 딱딱 튕기는 소리가 울렸다.

  “큰 사고를 일으킬 것만 같거든.”

  “어떤 사고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리송한 트루가 물었다. 한지예는 차분한 어투로 대답해주었다.

  “예를 들면,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붙인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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