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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신접속: 블랙홀로 로그인
작가 : liel86
작품등록일 : 2017.6.4

[준먼치킨][반전다수][이계진입][통수전개][퓨전수다]

최첨단 AI가 관리 운영하는 RPG에서 잘 나가던 네임드 유저들, 기이한 퀘스트 종료 이후, 각자 이계에서 눈을 뜨다. 능력도, 외모도 만렙인 채!

게임 세계를 닮은 세계 세르네키아에 온 후, 어쩐 일인지 자신의 이름을 잊은 주인공 (게임 닉네임) 라그나.

그는 마지막 퀘스트에서 쓰러뜨린 악마의 말을 기억하고, 악마가 언급한 '거신들'을 찾아 나서는데...

 
2 푸른 피 흐르는 별들(3)
작성일 : 17-06-13 21:52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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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푸른 피 흐르는 별들(3)

 

 "죽어 줘야겠어."

 "누구에게?"

 

 길게 내려온 블루블랙 컬러의 앞머리 사이에서 놈의 눈이 번득였다. 스스로의 이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광기와 살기가 침착하게 타오르고 있다.

 

 "나지, 누구야. 이건 게임이 아니라고."

 "게임이든 게임이 아니든 뭐가 다르지? 네 놈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놈은 검조차 빼지 않고 있었다.

 

 "너희 패거리가 전부 몰려온다 한들 소용이 없는 걸 모르나? 여기 오면서 더 멍청해졌나보군, 라그나."

 

 오만방자한 놈... 저 놈, 케시아도스의 목을 쳐야겠다. 게임에선 밸런스를 파괴하며 유저들을 괴롭혔던 놈, 여기선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놈.

 

 "천만에. 여기 오면서 더 똑똑해졌지. 네녀석을 없앨 수 있을만큼 강해졌을지도 모르고."

 

 나는 손바닥을 위로 하곤 오른손을 들었다. 손 위로 검은 불꽃이 나타나 일렁거렸다.

 

 그 불꽃이 위로 쭉 늘어나며 검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케시아도스는 흥미조차 없다는 듯 대충 쪼개며 그것을 보고 있었다. 여전히 검을 꽂아둔 채.

 

 벌써부터 마나가 내게서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정확히는 더 이상 마나가 인지되지 않고, 그래서 컨트롤도 안 되는 거지만. 마나는 내게 속한 게 아닌, 세계에 편재하는 에너지다.

 

 마나는 어디나 있다. 유비쿼터스처럼, 일베처럼.

 

 어쨌든 검은 불꽃이 이루어낸 검이 내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다.

 

 "거 자살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난 크고 아름다운 게 좋은데, 크지도 아름답지도 않네. 그거 내 좆만도 못해."

 

 나는 케시아도스의 조롱을 무시했다.

 

 "꺼져. 영원히."

 

 하이스트 패러딘 마검사 라그나. 그의 궁극기, 플래닛 구르카가 완성됐다. 나는 놈을 반으로 가를 거다.

 

 "아니...?"

 

 케시아도스의 낯빛이 변하는 게 보였다. 이전의 내가 아니고 이전의 플래닛 구르카가 아니다.

 케시아도스는 급히 검을 뽑았다. 자기 마력을 검에 부여해서 플래닛 구르카와 정면으로 부딪쳐보려는 거겠지.

 

 "소용 없다."

 

 지잉! 마이크 하울링 소리 비슷한 게 고막을 찔러왔다. 그리고 플래닛 구르카는 케시아도스의 가슴을 찔렀다. 놈의 마검은 이미 조각난 후였다.

 

 "허억..."

 

 케시아도스는 헛숨을 뱉었다. 놈의 눈에서 빛이 꺼져갔다.

 

 "상황이 바뀌었어, 쓰레기 같은 놈아."

 

 내 마력이 바닥났다. 그러나 놈의 생명력도 고갈됐다. 즉, 죽었다.

 

 나의 플래닛 구르카가 마침내 케시아도스를 쓰러뜨렸다.

 

 내가 그렇게 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그나 님, 다크 카타콤 가보지 않을래요?"

 

 리리아의 목소리가 나를 망상에서 건져냈다.

 

 "에? 리리아, 거긴 왜요?"

 

 라고 하면서도 나는 이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사촌형한테 말로 배운 작업 이제 실행해볼 때인 것 같다.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럽고... 게임대로라면 그런 곳에서 리리아의 심장은 공포로 두근대겠지. 그러고 나를 보면... 아, 라그나 님 때문에 가슴이 뛰는구나 하겠지?'

 

 "전 이 쪽까지 나와본 적이 없어요. 네피리온이랑 리즈모어를 오갈 때는 항상 아빠가 붙여준 사람들과 함께였고, 카리나 가도를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어요."

 

 "그랬군요... 리리아가 마침 타이밍을 잘 잡았어요. 다크 카타콤은 이제 그렇게 위험한 장소가 아니거든요. 언데드도 없고 망령의 제왕도 없어요. 그냥 한적하고 분위기 있는 곳이 됐죠."

 "와, 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실 루빌라가 여기로 와서 다크 카타콤을 싹 청소했어요. 도끼가 가루가 되도록 휘둘렀다죠..."

 "오 그렇군요. 역시 정의의 루빌라 님... 라그나 님과 함께라면 마물이 우글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 잘 됐네요. 많이 어두워지기 전까지만 돌아다녀요. 책으로만 접하던 곳을 실제로 가보고 싶어요."

 

 알고보니 리리아는 마법 관련 서적 뿐 아니라 공포 소설 읽기도 좋아했다. 하긴, 귀하게 자란 부유한 집 영애가 호러 콘텐츠에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19세기 유럽 귀족 집안 젊은 딸들도 고딕 소설에 빠졌다 하지 않는가.

 

 "좋아요, 리리아. 업혀요. KTX를 시전할게요."

 "KTX요?"

 "그 때 보여줬었죠? 부스트에 리비아 코팅을 더한 마법. 제가 온 세계에서는 그 마법을 KTX라고 불러요."

 

 리리아를 내 몸에 붙이기 위해서라면 그깟 인력거꾼 되는 게 뭐가 다수인가.

 

 "말 나온 김에 빨리 가봐요."

 

 내가 등을 돌리자, 리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내게 찰싹 달라붙었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 같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매미. 엉덩이가 예쁜 매미...

 

 

 화면으로만 보던 다크 카타콤. 실제는 훨씬 압도적이었다. 인간말종들이 구축한 요새가 이렇게 멋있다는 게 아이러니 했다. 검은 돌로 쌓아올려진 성채에 노을이 드리웠다. 리리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로 안쪽 깊이 가보죠."

 

 풍경 감상은 이 정도면 됐으니, 리리아를 데리고 어두컴컴한 데로 어서 가 보자. 뭔가 역사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어?

 

 "맞아요. 소나기의 검도 실제로 보고 싶어요."

 

 나는 리리아를 내려 주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앞서 안전하게 인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다. 라이팅lighting을 앞에 띄워 길을 밝혔다. 단 빛의 세기는 좀 약하게. 이래야 무드 등이다.

 

 '리리아는 지금 내 섹시한 뒷태를 감상 중이겠군.'

 

 슬쩍 뒤를 돌아봤더니, 리리아는 주변 인테리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오, 각종 악마들 부조가 뭐 볼게 있다고. 반란군 중 예술가 기질이 있는 흑마술사가 만들어놨을 것 같은 작품 나으리들이 리리아의 시선을 뺏고 있다. 싹 부숴버릴까.

 

 그 때, 나와 리리아가 각자 하던 생각들을 끊어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 고오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실내 구조가 소리를 잘 울리도록 설계된 것 같았다. 울림이 더해진 불길한 소리를 들으니 꽤나 불안해졌다. 리리아는 아마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저 발그레한 얼굴은 뭐야?'

 

 리리아는 슬쩍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이 아가씨 겁이 없구만. 좋게 해석하자면, 나를 믿는 건가.

 

 "라그나 님, 저거 무슨 소릴까요? 뭔가 마물이 남아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런 것 같네요. 여긴 벽에 옷깃 스치는 소리도 들릴 정도니 수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이상한 괴물 한 마리가 있는 것 같네요."

 "히. 뭘까요? 궁금해서 못 참겠어요. KTX 또 써주시면 안 될까요?"

 

 마법놀이 아바타 겸 전용 인력거. 기어이 정규직이 한 개 더 추가되고야 말았다. 나는 군소리 없이 리리아의 골반을 손으로 받쳤다.

 일말의 불안함은 일단 접어뒀다. 불길한 소리가 어딘가 망령의 제왕의 목뼈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 같다는 불안함.

 뭐 한 마리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한 상대니까.

 

 

 아마도 다크 카타콤의 가장 깊숙한 곳. 옛날 반란군 수괴의 방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회의용 탁자 위에 목이 잘린 크림슨 드래곤 조각상이 있었다. 반란군이 거사를 성공하면, 제국의 크림슨 드래곤 대신 쓰려고 한 것 같은 문장도 보였다. 유골에 걸쳐져 있는 거적대기 같은 옷가지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이 곳이 다크 카타콤의 핵심임을 확신하게 한 것은 조각난 소나기의 검이었다. 케시아도스, 그 놈이 루빌라의 도끼를 가루로 만들고 이 검을 부러뜨렸지. 전설의 무기는 깨끗하게 이등분이 되어 있었다.

 

 "헉... 저게 소나기의 검 같은데, 망가져 있네요. 오베론 황자님이 가지려고 했다는데..."

 "우리 세계에서 온 깡패 같은 녀석이 그런 거에요. 루빌라도 녀석에게 죽을 뻔했죠."

 "라그나 님 세계에서 또 누군가 온 건가요... 그런데 루빌라 님을 왜 죽이려고 한 거에요?"

 "별 이유 없어요. 살아야 할 이유도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며, 그냥 죽으면 어떠냐고 할 녀석이에요."

 "그런 사람이 세르네키아에...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라그나 님이 절 꼭 지켜주셔야 해요."

 "그럼요."

 

 그러고 싶네요. 그치만 나보다 100배는 강한 녀석이라서. 힘들 거에요.

 

 '이런 시발.'

 

 나는 씁쓸함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리리아, 다른 곳을 더 돌아볼까요?"

 

 "아니에요, 볼 만큼 본 것 같아요. 구조가 다 비슷비슷해서 감흥이 조금씩 적어지기도 하고... 사실 마물이 없어서 심심하기도 하네요. 리치는 꼭 한번 실물로 보고 싶었는데."

 

 나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 괴이한 취향은 뭐야. 뭔데 이렇게 귀여워.

 

 "으아악!"

 

 나와 리리아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온 거다. 남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

 

 "리리아, 업혀요!"

 

 

 

 우리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쪽을 따라 달려갔다. 다크 카타콤 성채의 서쪽 감시탑 부근이었다.

 

 그 곳에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 제피리아 군복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남자가 소나기의 검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방금 입은 치명상으로 엄청난 양의 피를 쏟고 있었다.

 

 둘. 남자를 그렇게 만든 건 망령의 제왕이었다.

 

 그런데 그 망령의 제왕은 내가 상대했던 망령의 제왕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칼날처럼 생긴 팔이 두 개가 아니라 무려 여덟 개가 달려 있었다.

 

 -고오오...

 

 쓰러진 남자 외에도 제피리아 제국군은 십여명 정도가 있었다. 그들은 망령의 제왕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위협적이지 않

 아 보였다.

 

 '일단 이 사람들은 오베론이 보낸 자들인가...'

 

 합리적 추정이었다. 문제는 이 남자들의 정체 말고는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게 없었다는 거다.

 

 "부...부대장님..."

 "저 놈!"

 "한꺼번에 달려들어!"

 

 제국군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망령의 제왕을 여덟 방향에서 포위하고 깔끔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웬만한 고수도 그냥 죽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망령의 제왕이 웬만한 고수가 아니었다는 거다.

 

 게다가 이건 보통 망령의 제왕도 아니고. 팔이 여덟 개라니. 최고신 사혼이란 자가 장난을 치는 건가? 왜 하나의 존재인 망령의 제왕이 열 마리씩 나타나고, 또 나타난 건 오리지널보다 더 그로테스크한 건데?

 

 놈은 여덟개의 팔을 동시에 움직였다. 뼈의 칼이 여덟 방향으로 쭉 뻗어나갔다.

 

 "허억..."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여덟 개의 칼이 여덟 명의 폐를 관통했다. 그들은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망령의 제왕은 멈추지 않고 그들을 난도질했다.

 

 "라, 라그나 님..."

 

 그제야 리리아도 공포에 빠져들었다. 여기서 나마저 패닉이 되면 끝장이다. 나는 서둘러 정신을 집중했다. 저 놈은 평범한 망령의 제왕보다 강할거다. 탐색전을 벌일 시간이 없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배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난 정신을 집중했다. 게룬으로 꽉 찬 페이지가 휘리릭 넘어갔다. 어지럽다. 그래도, 집중하여...

 

 "울티마 플레어!"

 

 망령의 제왕은 내가 압도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파악하곤 여덟개의 뼈칼 모두에 검푸른 검기를 발생시켰다. 한번 부딪혀 보자.

 

 콰아아...

 

 내가 응축시킨 에너지 구체가 폭발하고, 여덟 개의 검푸른 검기가 그것을 가르려 했다. 마나의 마찰이 귀청을 찢어버릴 듯한 소음을 일으켰다.

 

 "두 방 더 받아야 될거다!"

 

 궁극마법 3연발. 벌건 빛이 번쩍거렸다. 리리아와 남겨진 제국군은 두 눈을 가리고 말았다. 울티마 플레어 세 개가 작렬하는 걸 육안으로 보면 눈이 멀 거다. 나조차 눈을 잠시 질끈 감아야 했다.

 

 -갸아악...

 

 뼈 여기저기가 부서진 망령의 제왕. 놈의 안와에서 일렁이던 빛이 희미해졌다. 놈은 비틀비틀거리며 남은 칼을 내게로 겨누었다.

 

 짧은 시간, 나는 경악했다. 저 망령의 제왕은 울티마 플레어 3방을 맞고도 살아있는 거다.

 

 나는 평범한 망령의 제왕 열 놈을 상대할 때만큼이나 긴장했다. 지쳐 쓰러지더라도 몇 발 더 갈겨야 했다. 나는 열 개의 화염을 내 주위로 발생시켰다. 급소를 정확히 찔러오는 칼들을 반사 신경에 의존해 피하며, 역습을 노렸다.

 

 지친 망령의 제왕이 틈을 보였다. 움직임이 느려졌다. 저 놈의 모든 관절을 태워버려야 겠다.

 

 나는 응축된 화염을 놈에게 모두 쏟아버렸다.

 

 놈이 쓰러졌다. 아니, 해체됐다. 여덟 개의 팔을 칼과 총처럼 쓰는 망령의 제왕, 이제는 타버린 뼛조각이다.

 

 그리고 내 무릎도 꺾였다.

 

 ...조금 오버했다. 놈에게 쏟아부은 화염은 하나하나가 프로비던스providence와 동급의 위력을 내는 거였다. 헬 파이어. 이걸로 나는 최상급 마법을 일 분도 안 되는 시간에 13번 시전했다.

 

 힘이 풀리는 것도 당연했다.

 

 "으..."

 

 "라그나 님, 괜찮으세요?"

 

 리리아가 절박하게 나를 살폈다. 속수무책이겠지.

 

 "괜찮아요... 어쨌든 저 놈은 끝났어요. 아까 들린 이상한 소리는 저 놈이 낸 거에요. 여긴 온갖 소리가 다 울리는 곳인데, 이제 조용하죠? 여긴 안전한 거에요."

 

 나는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살아있는 제국군이 조심스레 다가오는 게 보였다. 자기 상식을 넘는 상황에 질려 있는 게 보였다. 나이는 이십 대 후반 정도.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살려고 그런 거니까요. 그런데 누구시죠? 제국군?"

 "저희는 프리스티나의 근위대입니다. 오베론 황자께서 보냈습니다."

 

 예상대로. 프리스티나는 제피리아 제국 황궁의 이름이었다. 이들은 오베론의 명으로 소나기의 검을 찾아서 온 거구나.

 

 "어떤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저 검을 찾아서 오신 거죠?"

 

 이들의 부대장은 과다출혈로 인해 이제 죽은 몸이었다. 그는 소나기의 검을 꼭 쥐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주군의 명을 지키려 애쓴 거다. 근위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마법사님 덕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한 마법이라니... 중앙군 마도병단에도 이런 마법사는 없는데..."

 

 다른 근위대원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혹시... 환영궁전의 일원이십니까?"

 

 이 사람은 나름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오베론이 자기들을 보내고, 불안해서 자기랑 끈이 닿아 있는 환영궁전 마법사를 추가로 보냈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자기가 아는 한 이 정도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건 환영궁전 뿐일테니. 그렇지만 뭐, 난 환영궁전이 아니다.

 

 "아니에요.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마침 저도 수도로 가는 길입니다. 황궁으로요. 같이 떠나시죠. 카리나 가도 쪽에 우리 일행이 있어요."

 "그렇군요... 황궁에는 무슨 일로?"

 "이따 설명할게요. 일단 여길 빠져나가죠."

 

 근위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시신들을 수습하려 움직였다.

 

 "가요, 리리아."

 

 리리아는 내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이 그녀를 알게 된 후 처음으로 심각하게 바뀌었다. 왜 저러지?

 그녀는 소나기의 검을 쥔 근위대 부대장을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리리아가 시체에서 소나기의 검을 빼냈다.

 

 검은 무거워 보였는데, 리리아는 한 손으로 그걸 들었다. 보기보다 가벼운 검인가...

 

 순간, 무색의 오러가 검 주변에서 발생했다. 아지랑이 같았다. 봄의 싱그러움 같은 건 1도 없는 아지랑이. 뭔가 불길하다.

 리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딱딱했다. 마치 누군가가 리리아에게 강제로 말을 하게 하는 것 같았다.

 

 "일어나라..."

 

 그리고 모두가 일어났다. 소나기의 검을 붙들고 있던 이도, 망령의 제왕에게 살해당한 나머지도.

 

 시체들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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