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할 타제 뒷 모습을 보며 B가 말했다.
“저 대머리 능구렁이한테 속지마. 저 녀석 느물거리는 게 영 느낌이 안 좋아.”
“마할 타제도 그러더군”
“뭐라고?”
“너를 조심하라고”
“뭐? 저 대머리 능구렁이를 그냥. 아무리 그래도 저건 마계 것이야. 그것들은 속이고 기만하고 혼란을 만들지 그게 그들의 본 모습이고 말이야. 저 녀석의 본이름이 뭔 줄 알아? 기만이야. 기만이라고 속이고 배반하고 그거야.”
“알아 나도”
“아는 사람이 그래?”
“알기 때문에 그러는 거야. 마할 타제가 하는 말 속에 진실의 꼬투리를 찾는 거지”
“진실? 진실이라곤 개 똥 속의 약 성분 정도도 없다고”
“하지만 모든 거짓은 뒤집어 보면 진실을 숨기기 위해 있어. 그러니 그 거짓말을 뒤집어 보면 그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이지. 마할 타제가 하는 말을 뒤집어 보면 그 속에 진짜가 들어있다고 아마 수가 보냈겠지. 수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야 마할 타제는 한 판 붙어 보자는 말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어쩔 건데?”
“어쩌긴 한 번 파 봐야지”
“보스한테는 이야기 할 거야?”
“보스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겠지 보스도 알고 있을 거야.”
그것은 마치 우리의 마음을 진정을 지키는 주문과 같았다.
정확히 알 수 없는 나를 향한 수의 계획 그것의 목적은 아마도 나와 B에게 향한 무엇일 것이다.
내가 천계에 있을 때 역시 수는 늘 나를 향해 이를 갈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룬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인간계에 쫓겨난 이후 스치듯이 잡귀로 인해 알게 되었다.
철저히 차단 된 정보들 하지만 마계의 귀신들은 암암리에 떠도는 이야기들 소문들 뒷이야기들 쏟아지는 거짓과 진실의 퍼즐 정확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이 되어서 불편한 점은 쉼을 쉴 때 마다 숨을 쉬는 것이 확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흡의 무게가 온전히 느껴지는 육체의 무게를 가끔 감당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만큼 육체는 무겁고도 그리고 버겁다.
왜 이리도 힘 없고 육체라는 껍데기에 온 정신이 팔린 족속을 신은 사랑하는 것일까?
그 것이 미련스럽게 보일 만큼 인간은 사랑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나나 B나 저나 인간을 제외한 모든 영들이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한 때 인간이었던 존재들 마저 도 육체의 껍데기를 벗고 나서 그 모습을 뒤돌아 볼 때의 그 어리석음이란 왜 이들을 위해 그리도 치열하게 천상계와 저승계가 싸우고 있는가 하는 영혼을 베이면서 까지 왜 우리는 이 근원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순간 모든 영들은 인간을 증오 하게 된다.
신의 그 미련한 사랑을 증오하게 된다.
인간이 되고 있다.
서서히 폐가 확장이 되고 등에 부러져 그으름 묻은 날개도 서서히 사라지고 그리고 나를 둘러싼 빛의 오로라도 사라지고 있다.
나는 점점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힘이 사라지고 내가 온전히 인간이 되면 B도 영계로 그곳이 천상이든 저승이든 갈 것이고 나는 모든 기억을 잃고 나약한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다.
신의 숨결 없이는 한 순간도 살수 없는 나약한 존재 그 분의 사랑 없이는 한 호흡도 허락 되지 않는 존재 왜 신은 세상을 이등분 해 놓은 것일까?
그저 신의 세계만 존재 하나면 이런 전쟁도 이런 아픔도 존재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나는 케냐의 희망봉에서 낚시 줄을 드리우고 앉아 일출을 보고 있었다.
신의 작품이다. 거대한 신의 섭리 나는 절벽끝에 앉아서 유유히 낚시를 하고 있다.
B가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이젠 미쳤어?”
“잔소리 마 나의 마지막 남은 능력을 즐기고 있는 거야. 앞으론 이런 짓도 어려울 거도 영 번거로워 질거니 까”
“그런다고 여기서 낚시를 하고 있어? 물고기가 날아다녀?”
“난 물고기를 낚으려는 게 아니야”
“그럼 뭘”
B는 허공에 둥둥 떠 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육체의 덧없음을 한번 더 느꼈다.
점점 영은 육체의 무게에 짓 눌려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 들고 있다.
그 낚시 줄에 눈 먼 도도 새 한 마리가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고도 싶었지만 허망한 마음에 낚시 대를 아래로 던졌다.
물건이 낙하 하고 있었다.
나도 몸을 던지면 저 아래로 낙하를 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모든 고통으로 몸부림 치겠지.
보스에게서 벌써 3번이나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나는 그 연락을 받고도 망설이고 있었다.
마할 타제의 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저 두려웠던 것이다.
인간이 되어 가면서 자주 두려움이 나를 장악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의 나에게 두려움은 연기와 같아서 손을 휘저으면 사라지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두려움은 강철로 된 벽을 대하는 것 같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것을 알았는지 보스가 나를 찾아 왔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나를 찾아 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그는 언제나 그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봐 왔기 때문이었다.
수행원 하나 없이 나를 찾아온 그를 보면서 나는 잠시 멍해 졌다.
내 앞에 있는 이 존재가 실체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위해 수 초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가 나를 향해 웃을 때 그것은 확실이 인식이 되었다.
인간이 되어 간다는 것은 인식의 단계도 몇 단계가 있었다.
그냥 받아 들이지 못 하는 것 역시 스스로의 나약함을 희미하게 나마 알고 있는 것일 것이다.
천적이 많은 동물 일수록 경계가 심한 법이니까
“어쩐 일이세요. 높으신 양반이”
그는 덩그러니 창 만 커다랗고 아무것도 없는 나의 방에 나의 옆에 서서 내가 보던 풍경을 보고 섰다.
“이렇게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불쑥 들이닥치면 어쩝니까?”
“아무럼 어떠나?”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 보고 보스가 말했다.
“B는 어딨나?”
“근처 어디 즘 있을 거니까 녀석이 갈 수 있는 데는 한정이 되어 있죠.”
“그렇겠네. 그렇게 말하면 자박령이라 해도 좋을 귀신이군”
잠시 침묵이 흘렀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봐도 그 것은 장관이었다. 이 집을 계약 할 때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그저 눈앞에서 일어나는 노을을 보고 계약 해버렸다. 시세보다 더 비싸게 계약했지만 그래서 부동산 업자는 꽤 신난 듯 보였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왜 오셨습니까?”
“글쎄”
“세 번이나 호출 하셨잖습니까?”
“세 번이나 호출 했는데 쌩깠나?”
“아니 높으신 양반이 쌩갔냐가 뭡니까?”
“쌩깠으니까 쌩깠다고 하지 뭐라고 하나?”
그런 실없는 농담을 몇 번 주고 받고 난 후에 보스가 말했다.
“어때 요즘은?”
“어떻다니요. 그저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요즘 마계 쪽 기운이 좀 그래. 뭔 일을 꾸미고 있는지”
“원래 그쪽이 그런 데 아닙니까.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족속들이 지요.”
“참 부지런 하기도 하지.”
“열성으로 따지자면 상 쥐도 될 것 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하자고 왔습니까?”
“그렇다기 보다는 나는 자네가 어떤가 하고 말이야.”
“마할 타제를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수가 보낸 모양입니다. 수가 뭔 일을 꾸미고 있다고 하더군요. 큰 일이라고 정확히 어떤 일이라고 하진 않지만 천계의 존속도 위험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