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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신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6.10.6

사신이 인도하는 비극적 결말 그리고 반전

 
사신 - 첫번째 이야기(활어)
작성일 : 16-10-08 00:04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3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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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영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른 세상이었다.

 

  새하얀 벽지에 흰 탁자 그리고 눈부신 백광의 태양빛이 커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미영을 마구 할퀴고 있었다.

 

  노란 테두리의 원형 시계는 정확히 11시 29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정확하게 한 칸 한 칸을 지나가고 있었다.

 

  미영은 소파에서 반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뇌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귀가 알아듣고 입속에서 다음구절이 맴도는 클래식의 전주가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고 세련된 디자인의 스테인리스 주전자가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여지고 있었다.

 

  미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주전자 뚜껑을 열었다.

 

  가스레인지 불을 켠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주전자에 손을 대보니 차가웠다.

 

  그 순간 미영의 양 뺨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정말 돌아왔구나. 아니 꿈 이었구나. 그것도 아주 더러운 악몽.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영은 주전자의 물이 다 끊을 때까지 두 눈을 감고 하염없이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평소 아무런 신앙도 없던 미영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실 된 모습이었다.

 

  달그락 거리는 주전자 뚜껑 소리에 미영은 눈을 뜨고 찻장에서 즐겨먹던 커피 믹스를 하나 꺼내어 아기자기한 머그잔에 까 넣었다.

 

  물을 따르고 조그만 티스푼으로 서너 바퀴 빙글빙글 돌렸다.

 

  다 만들어진 커피를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미영은 생각했다.

 

  '따스한 햇살 맞으며 잔잔한 클래식을 듣고 달콤한 커피에 비스킷. 아주 평범하고 그리웠던 일상이야.'

 

  미영이 안도하고 있는 중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시끄러운 휴대폰 벨 소리가 클래식 음악을 잡아먹고는 미영을 노려보았다.

 

  피식자는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뻣뻣하게 굳은 미영의 육체는 심장만이 강렬하게 뛸 뿐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포식자는 일정한 주기로 그녀의 왼팔부터 천천히 칭칭 감싸 오르기 시작했고 그 자국을 따라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

 

  허상이 유일하게도 싱싱하게 펄떡이는 심장을 물어버리려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 않는 왼팔을 뒤로한 채 힘겹게 오른팔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여... 여보세요?”

 

  미영의 말에 다짜고짜 우는 상대방이었다.

 

  “누구세요?”

 

  “엄마 나야. 무서워 살려줘.”

 

  “하은이? 하은이니?”

 

  울부짖는 목소리였지만 하은이가 맞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확답을 얻기 전 목소리가 바뀌었다.

 

  “헤 하은이 엄마는 하은이 다시 보기 싫은가봐?”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하는 낮선 남자의 목소리.

 

  끔찍할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너 너 너 누구야! 우 우리 애를 데리고 뭐하려는 거야! 아니 제발 우리 하은이를 풀어줘. 제발... 제발 뭐든지 다할게.”

 

  미영은 흥분해서 말이 단번에 나오지 않았지만 속사포처럼 말을 쏘아 댔다.

 

  “이 아줌마야 내가 했던 말 뭐로 들었어? 돈은 준비되었겠지? 현금 1억! 1억만 가져오면 무사히 풀어준다니깐. 이제 20분 남았어. 백두역 물건보관함 21번 칸에 1억을 넣어놔 알겠어! 혹 여라도 경찰을 부르면... 알지?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고.”

 

  그 남자와는 일전에도 통화한 적이 있는 듯 했다.

 

  그 남자는 간절한 흐느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냉철하게 돈을 요구하고는 그대로 끊어버렸다.

 

  “안돼!”

 

  미영은 절규했다.

 

  ‘1억... 그만한 돈은 없어... 1억을 어디서 구하지... 그전에 하은이가 맞나? 유치원에 가 있을 시간인데... 아닐 거야. 그래 아니야! 이건 보이스피싱 이야!’

 

  그러나 미영의 자그맣고 간절한 소망이 깨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머님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하은이가 오늘 유치원에 오지 않았어요. 혹시 집에도 없는 건가요? 무슨 일 있나요? 어머님? 여보세요?”

 

  하은이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의 통화는 미영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손과 발이 부들부들 떨려서 잠시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미영은 낙담했지만 고민하고 낙심할 시간조차 이제 미영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하은이가 납치되었고 1억이 필요하다는 것만 사실일 뿐이었다.

 

  미영은 찰나의 순간 자신에게는 1억이라는 큰돈이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시간이 더 있다면 집을 팔고 대출을 해서라도 구하겠지만 노오란 하늘 위 태양은 남쪽으로 이부자리를 펴는 중이었다.

 

  시계는 11시 41분 32, 33 야속하게도 계속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미영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렀지만 아파할 시간도 없었다.

 

  큰길가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흥얼거리는 청년,

 

  조잘조잘 자기네들끼리 떠들며 웃는 여학생들,

 

  장난감 로봇을 들고 뛰어 노는 아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녀를 지나쳐 갔다.

 

  그들의 행복한 표정에서 미영은 알 수 없는 역설적 분노를 느꼈다.

 

  ‘나는 미치겠는데 니들은 왜 행복한 거지? 사람이 곧 죽더라도 니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웃겠지... 니들 눈에 나는 그저 울며 뛰어가는 미친년으로 밖에 안보일 테지’

 

 소리 없는 아우성을 표출하며 정신없이 달린 덕분에 미영은 가까스로 지하철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21번 칸이 있는 곳은 역내에서도 굉장히 외딴곳이어서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12시 00분 07초.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21번 칸으로 고개를 돌리던 미영은 서서히 멈추어 섰다.

 

  하은이였다.

 

  입은 테이프로 굳게 밀봉이 되어있었다.

 

  겁에 질린 병아리는 어미를 보자 연신 삐약삐약 테이프 속으로 울어댔고 미영의 가슴은 찢어졌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날카로운 칼끝이 하은이의 볼을 누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뿌리를 내리고 섰다.

 

  “21번 칸에 돈이 없더군. 어떻게 된 거지? 예쁜 얼굴에 상처라도 내야 하나?”

 

  검은 모자에 선글라스 검은 옷에 검은 신발까지 머지부터 발끝 모두 새까만 그 남자는 매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했다.

 

  목소리에서조차 냉혹한 인감임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마도 그와의 긴 대화를 바랄 수 없을듯했다.

 

  설득이나 변명은 시간 낭비임에 틀림없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돈은 한 푼도 가져 오지 못한 미영이 이것저것 따지며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 짧은 시간에 그만한 돈을 어떻게 구하냐고요!”

 

  그 말에 미영은 이성을 잃고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쏘아붙였다.

 

  “돈이 없다라... 하은아 너희 엄마는 아마 너를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다.”

 

  검은 선글라스를 벗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미영을 처다 보며 비열한 웃음을 지은 그 남자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대로 칼을 뒤로 그었다.

 

  병아리는 단말의 우짖음 없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미영은 머리털이 쭈뼛 올라섰다.

 

  아주 느리게 하은이가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아주 맑고 투명한 피가 바닥에 스며들고 있었다.

 

  마치 금방 잡아 올린 活魚처럼 목을 부여잡고 파닥거렸다.

 

  미영의 시간이 정상적으로 돌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미친 듯이 달려가 하은이를 끌어안았다.

 

  “하은아! 하은아! 괜찮아? 하은아! 엄마야. 죽으면 안 돼! 하은아! 하은아!”

 

  그 짧은 순간 하은이를 수십 번을 불러대다가 하은이의 한 마디에 굳어 멈추었다.

 

  “꺼.. 흑.. 엄..만.. 아 .. 안 사랑...해?”

 

  미영은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멍하니 주저앉았다.

 

  가슴이 뭔가 아주 무거운 것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힘들어졌다.

 

  “아악! 아니야 아냐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야!”

 

  미영은 끊임없이 변명을 했지만 死魚는 이미 꼿꼿한 몸이 되어버렸다.

 

  미영은 불안한 눈초리로 아직도 뜨거운 것이 묻은 떨리는 양손을 번갈아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명에 가까운 절규 사이로 그 남자가 순식간에 그녀의 품안에 들어왔다.

 

  물론 뾰족이는 날붙이와 함께였다.

 

  ‘돈 따위 하나도 아깝지 않아...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 나는 하은이를 지키지 못했어... 이런 모습을 다시 보려고 되살아난 게 아니란 말이야... 액수가 너무 크잖아... 그만한 돈은 구할 수 없다고!’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미영의 입은 ‘돈’이란 단어만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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