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사막으로 보낸 편지
작가 : 라한
작품등록일 : 2016.9.23

젊은 시절, 아니 어린 시절 처음 미국을 여행하며 겪은 사람들과 첫사랑 그 아이와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구성하여봤습니다. 인물묘사와 그 관계 또는 종교적 묘사 등은 사생활의 영역이므로 허구가 다수지만 작품의 배경과 지명등은 실재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인 배필을 만나 미국 동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금, 오래도록 가보지 못한 미국 남부에 대한 추억과, 한때 꿈이었던 우리말을 아름답게 다루는 작가의 꿈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9 아침, 어제나 그렇듯
작성일 : 16-09-24 10:57     조회 : 295     추천 : 1     분량 : 189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9

 

  항상 그렇듯 다시 아침은 왔고 나는 다시 한 번 다른 옷으로 멋을 내고, 학교에 가는 주민상씨의 차를 얻어타고 갔다. 마지막이라 그랬는지 아이들이 일찍 와있었다. 수업 내내 나는 집중 할 수 없었고 한 번씩 돌아오는 질문에 어제 했었던 식의 극단적 농담을 던져서 아이들을 웃겨주었다. 내가 힘들어 보이자 선생님은 거실에 나가서 그냥 좀 쉬어도 좋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거실로 나갔다. ‘이제 그 아이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하지만 좋았어. 신께 감사할 따름이야.’ 나는 가슴속에 지니고 있던 은빛 로사리오를 꺼내서 쥐고 기도를 드렸다.

  ‘신이시여 당신이 계시고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의 뜻이라면 저는 그저 이 모든 것

  에 티끌만큼의 불만도 없이 감사합니다.’

  그 때, 에바가 나에게 텍사스사이즈의 커다란 잔에 라즈베리티를 타서 가져왔다.

  “어, 내가 방해 한건 아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야 너도 차 좋아하지?”

  나는 찻잔을 받아들고 조용히 한 모금씩 넘겼다. 에바는 조용히 지켜보다가 교실이 아닌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마지막인가? 그럼 이렇게 바보같이 앉아있을 터인가? 그렇담 어쩌란 말인가? 나는 무작정 에바의 방 앞으로 다가갔다.

  “들어가도 되겠니?”

  문이 덜컥 열리면서 에바가 웃으며 나왔다.

  “물론. 헤헤, 조금 더러워.”

  나는 태연한척 그 아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은 열려있었고, 귀엽게도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까 꽤나 고민한 듯 침대에 옷들이 널려있었다. 심지어 침대 옆엔 속옷까지 널려있었다. 에바는 멋쩍게 웃으며 무엇이라 방에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침대 옆 큰 쿠션에 앉아있던 내가 입을 뗐다.

  “에바 엔, 너, 아까 내가 무슨 기도하고 있었는지 알아?”

  그 아이는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있잖아 나는 신께 기도 할 때에 결코 바라는 기도는 하지 않아. 내가 무엇인가

  요행을 바래서 뭔가를 얻으면 그 대신에 누군가는 무언가를 잃게 되거든. 그저 난

  그날 그 시점까지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기도만 할 뿐이야. 그래서

  아까도 말이야, 이 모든 게 다 고맙다고. 여기서 이 사람들을 만난 사실이 고맙고,

  그리고, 그리고…, 널 만난 게 너무 감사했다고…. 있잖아…, 넌 내게는 첫 번째

  사람이야. 나의 가슴을 고장나도록 만든, 내가 이번에도 기도를 하며 단 하나의

  요구도 없이 단지 감사만을 기도올리게 만든….”

  그 말을 하고 나는 그 아이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순간 나는 내가 방금 말한 ‘가슴이 고장나다.’라는 표현이 영어에선 ‘실망했다.’라는 표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정말 …(알아듣지 못 했다.)해.”

  아이는 나의 말이 아닌 마음을 들었나보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그 아이가 다가와 내 품에 안겼다. 그 아이가 속삭였다.

  “나 너랑 껴안는 거 너무 좋아.”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품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흘렀을까. 선생님이 우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모두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주민상씨가 가장 먼저 나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나는 모두에게 악수를 해주었다. 그때 나보다 2살이 많았던 고수머리 여자아이가 나를 꽉 껴안았는데, 서양인 특유의 좋은 발육상태의 가슴이 내 배를 너무 강하게 눌러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나는 끝으로 그 아이에게 인사를 했고 그 아이는 자신의 휴대전화번호인듯 한 번호를 속삭였다. 선생님과 악수를 나누고 나가서 주민상씨의 차 조수석에 앉았다. 혹여라도 잊을까 두려워 입으로 번호를 우물거리는 내게 주민상씨가 물었다.

  “잘 했니? 너 가니까 쟤들 정말 아쉬워하는 눈치네. 그나저나 저기 쟤 진짜 예쁘다. 너 여

  기 애들 얼굴 볼 줄 모르겠다고 했지? 저 정도면 여기서도 완전 에이급인데?”

  “네? 누구요?”

  뒤를 돌아봤더니 그 아이가 문밖까지 나와서 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쟤한테 말은 붙여봤냐?”

  “칫, 글쎄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작품은 모두 써두었습니다. 차차 업로… 2016 / 9 / 23 656 1 -
11 10 개츠비의 녹색 불빛, 장미를 위한 기도 2016 / 9 / 24 347 1 504   
10 9 아침, 어제나 그렇듯 2016 / 9 / 24 296 1 1898   
9 *20년 뒤의 그 향기는 지금 2016 / 9 / 24 415 1 573   
8 8 향기, 그 향기 2016 / 9 / 24 294 1 982   
7 7 포옹, 주제넘는 일 2016 / 9 / 23 307 1 204   
6 6 파스타와 샐러드 2016 / 9 / 23 271 1 1729   
5 5 범선, 바보 2016 / 9 / 23 284 1 3736   
4 4 비즈니스 캠프, 만남 2016 / 9 / 23 353 1 1935   
3 3 미술캠프, 벙어리 2016 / 9 / 23 304 1 795   
2 2 도착, 내가 해야할 일 2016 / 9 / 23 391 1 4849   
1 0-1 프롤로그 그리고 시작 2016 / 9 / 23 635 1 597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열다섯
라한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