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연애 2화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왜 그러냐, 또."
"오빠"
"응, 다온아. 우리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 하자."
"나 헤어지고 싶어."
-헤어짐
헤어졌다. 아니 그 자리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만나기로 했다.
정말 다시 만나는 건지 그냥 다시 만나는 건지 다온은 머리가 아파왔다.
집에 돌아왔을 땐 다온은 울고있었다.
왜 우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원래 맞다. 자신이 왜 우는지 알면 울지 않을 것이다.
다온은 오자마자 속옷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묶어 올린다.
화장을 지우고, 잠을 청하기 위해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린다.
'황금같은 주말에 난 뭐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불에서 상반신만 나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그의 상태메시지와 프로필이 모두 없어졌다. 나도 삭제-
인터넷에 이별글귀를 찾아 읽는다. 이것 저것, 이 블로그 저 블로그 들어가보다 눈에 띄는 글귀는
"
어떤 사랑은
헤어진 뒤에
비로소
시작되기도 한다.
"
강지희 평론
<사랑의 시차> 中
"음.. 저-장"
다시 들어간 꺄톡. 읽지 않고 무시한 메시지들을 하나씩 읽어본다. 20개 중 단 하나만이 그였다.
(내일 보자, 너무 안 좋은 생각 하지 말고)
안 좋은 생각? 다시 만나는 것이 안 좋은 건지 헤어지는 것이 안 좋은 건지 모르잖아.
-모르는 척 하기
아침이다. 비가 온다. 기분은 그럭저럭 올라왔다.
비가 오니까 화장도 연하게, 옷도 어차피 젖을 예정이니 편하게 입자.
다온은 학교 수업이 끝날 때 쯤 그에게 문자를 넣었다.
그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
강의를 들을 때도, 도서관에 갈 때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의 문자를 기다리는 다온이다. 어제 내가 헤어지자 했지만 등을 돌리고 있었다.
하루종일 너를 다시 만나길 기다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연락은 받지 않고 너의 꺄톡 상태메시지가 바뀌었다.
(거창 꿀사과~신선 배달/산지 직송~ 좋은 하루 되세요.)
-다른 사람
그는 잠수이별을 택했다. 다온이 이별을 먼저 말한 건 맞다.
하지만 뭔가 차인 것 같은 이 기분은 다온의 술잔으로 말할 수 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따라주는 술은 보였기에 마셨을 뿐이다. 다온은 그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다짐한다.
콧물까지 질질 흘리며 이야기하는 다온을 보며 친구들은 낄낄 웃어댄다.
"야, 근데 걔도 미쳤어~ 어떻게 연락 없이 잠수를 타냐?"
"맞아~ 야 김다온. 진짜 성공해라."
"내~가~ 찼어!"
"그래 니가 찼으면 후회 하지 말고 잘 살아, 더 좋은 남자 만나."
그 말을 끝으로 다온은 친구네 집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자체휴강이다.
즉, 맘대로 학교를 빠졌다. 불과 몇시간 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이런 선택을 해버린 다온.
부스스한 몰골로 집을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때 정류장 앞에 떡하니 서는 차 한대. 다온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보지 못한다.
그때 내려가는 차창. 운전석 한 남자가 다온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다온씨!"
"예에?"
"다온씨, 맞죠?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다온은 눈을 찌푸려 흐릿한 그를 확인한다.
어깨도 꽤나 넓고, 얼굴도 조그맣다.
갈색 눈동자와 그에 맞는 흑갈색 머리칼. 구김없는 셔츠를 입고 있다.
팔 부분을 약간 접어올렸고 시계를 차고 있는 손과 팔목에 핏줄이 매력적이다.
생각보다 하얗지 않은 피부가 좋았고 웃는 그의 모습은 참 시원했다.
자신에게 타라는 손짓을 하는 그에게 이끌려 탄 차에는 좋은 스킨냄새가 가득했다.
낯설지 않은 냄새다. 그 사람이었다.
-낯설지 않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