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나는 재능에 목마른 자이다. 모두가 그렇듯 천재라는 동경의 대상이 되고 싶었기에, 한 평생을 내가 가지고 있을 재능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어릴 적부터 뭐든 곧 잘했다. 신의 선물이라는 재능이 내게 있음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 나를 두고 어른들은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게 돌아온 건 자신의 초라한 현실뿐이었다.
나는 재능이 없다.
어느덧 나는 성인이 되었고 더 이상 내 주변에서는 재능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 없었다. 평범한 자에게 어울리는 늙어갈 뿐인 삶을 살아야했다. 꽃이 피면 꽃이 지는 그런 단순하고 명쾌한 세상의 질서를 따라야만 하는 평범한 나 자신이 분하고 억울했다.
이대로 끝인가?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재능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내게 글쓰기의 재능이 보인다는 것이다. 기뻤지만, 말뿐인 재능을 더이상 믿을 수는 없었다. 평생을 어른들의 무책임한 격려를 듣고 자랐기에 증거가 필요했다.
"제게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재능, 보여주실 수 있나요?"
도발적인 나의 질문에 잠시 당황하셨지만 이내 내가 쓴 글의 내용을 줄줄이 읊으셨다. 한 학기에 적게는 200여 명 정도 학생의 글을 보실 텐데 한 달이 지난 나의 글을 기억하고 계셨다. 내게 글쓰기의 재능이 있는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적어도 나의 글이 인상 깊었다는 그 격려는 진짜였다.
결국, 취업에는 도움 안 된다는 국문학과로 전과를 했다.
평생 이과생이었던 내게 국문학과는 어색했다. 아무도 내게 배움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냥 흐르는 대로, 방치에 가까운 배움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내 삶에 여유가 흘러들어왔다. 뒤를 돌아 볼 수 있었고 앞도 내다볼 수 있었다. 덕분에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삶을 어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기 위한 지난 나의 여정을 담았다. 어이없고 황당한 꿈이지만 나는 했고 그 결말을 보았다.
이제 시작한다.